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501 - Chapter 510

523 Chapters

제501화

사건이 터지기 전에 강루인이 차성열에게 구아정의 위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었다.그런데 주영도가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둘 정도로 철저할 줄은 몰랐다.차성열이 답했다.“찾았어.”강루인이 감금됐던 그때 주영도가 하도 경계를 늦췄기에 차성열의 사람이 구아정을 찾아낼 수 있었다.그의 대답에 강루인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디예요?”차성열이 바로 답하지 않았다.“일단 아침부터 먹어.”그러고는 음식을 꺼냈다.“지율이는요?”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함지율이 아침밥을 사 들고 돌아왔다.이 시간에 차성열을 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훌륭한 인품을 지닌 차성열을 보며 함지율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루인이가 차성열 씨랑 결혼했다면, 혹시 주영도랑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니야. 주영도만 아니었다면 루인이의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거야.’세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강루인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받으며 차성열이 찾아낸 정보를 알려주었다.“주영도가 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있어.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내가 보낸 사람도 가까이하지 못하고 있어.”강루인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주영도가 구아정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고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함지율이 강루인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아직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아 걱정된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루인아, 주영도가 구연정을 찾으면 구아정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잖아. 일단 기다리는 게 어떨까?”강루인의 상태가 너무나 걱정됐고 주영도의 잔인함에 두려움을 느꼈다.강루인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주영도에게 맞선다면 결코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이 없자 초조해진 함지율이 또 말했다.“주영도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우리보다 더 잘 알잖아. 루인아, 더 이상 네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일단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숨어 지내자. 시간이 좀 더 지나고 그 사람들이 경계를 늦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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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최지호가 계속 시치미를 뗐다.“네가 가둬놓고서는 왜 나한테 물어?”주영도의 목소리가 어둡기 그지없었다.“최지호, 넌 내 친구야. 날 배신할 거야?”최지호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한테 물어봐도 소용없어. 루인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강루인을 정신병원에서 빼내고 난 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아는 것이 많으면 빨리 죽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임무가 이미 끝났기에 다른 일은 그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주영도의 눈빛이 깊어졌다.“네가 모르면 함지율은 알겠지.”그 말에 최지호의 얼굴색이 미세하게 변했다.“영도야...”주영도는 더 이상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함지율을 데려왔다.함지율의 입이 최지호보다 훨씬 무거웠다. 강루인의 행방을 알려줄 리 없었다.“네 첫사랑이나 만나. 루인이 어디 있는지 알아서 뭐 하게? 지금 네 눈에 띄지 않게 멀리 숨어 있으니까 찾지 마.”주영도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전에도 말했죠?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그러자 함지율이 발끈했다.“우리 일 같은 소리 하네. 루인이 너랑 이혼했어.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정신을 차려야 하는 사람은 너야. 루인이한테 껌딱지처럼 들러붙어서 귀찮게 하는 게 재미있어?”‘빌어먹을. 전남편이면 전남편답게 굴어야지, 맨날 전처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말이 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놈.’주영도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을게요. 루인이 지금 어디 있어요?”주영도의 섬뜩한 눈빛에 함지율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최지호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주영도, 적당히 해.”두 사람의 키가 비슷하여 눈높이도 비슷했다. 최지호가 말했다.“지율이 말이 맞아. 두 사람 이미 이혼했어. 법적으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야. 강루인 씨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너랑은 상관이 없어.”“꺼져.”주영도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눈앞의 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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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최지호가 함지율을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차에 타자마자 최지호가 엄살을 부리며 징징거렸다.“아파 죽겠어.”말하면서 상처를 보여주며 함지율의 동정을 사려 애썼다.“내가 네 친구 때문에 얼마나 희생했는지 좀 봐. 얼굴이 다 망가지게 생겼어.”그러고는 다친 얼굴을 함지율에게 들이밀었다.‘주영도 이 빌어먹을 놈. 네가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내 얼굴도 그런 줄 알아? 얼굴만 노리면 어떡해? 내 반사신경이 좋았길래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쯤 얼굴이 퉁퉁 부었을 거라고.’함지율이 최지호의 얼굴에 손을 얹고 뒤로 밀어버렸다.“저리 좀 가.”그러자 최지호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찌푸렸다.“아파, 아프다고. 이러다 사람 잡겠어. 남편을 죽일 셈이야?”그가 아프다고 했을 때 함지율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고 상처를 살피려 했다. 그런데 뒤이은 말에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좀 진지하게 굴어.”최지호가 투덜거렸다.“하룻밤을 자도 부부라고 했어. 우리가 같이 잔 거로 따지면 진작 부부가 되고도 남았다고.”함지율이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최지호가 장난기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계속 툴툴거렸다.“넌 의리는 있는데 남자한테 너무 무심해.”‘항상 루인 씨만 챙기고. 너무해, 정말.’함지율이 물었다.“주영도 그 자식 순순히 물러설까?”“내가 걔 머릿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 일단...”최지호가 말을 멈췄다가 이내 이어 말했다.“루인 씨를 좀 설득해봐.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 있어. 루인 씨는 지금 영도한테 맞설 힘이 없어. 무리해서 맞섰다가 루인 씨만 다치게 될 거라고.”과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을 땐 차라리 결과가 나오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게 나았다. 어차피 결과가 같다면 꼴은 좀 우스워져도 나중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사람은 가끔 좀 현실을 알 필요가 있었다.함지율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라고 설득을 안 해봤겠는가? 하지만 왠지 강루인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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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주영도가 말했다.“난 구연정이 죽는 걸 지켜볼 수 없어.”구연정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게다가 처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깐 뒤로 미루는 것이라고, 일이 해결되면 복수할 건 복수하겠다고 말했었다.잠깐만 미루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강루인이 왜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주영도가 상사만 아니었더라면 노윤환은 그의 머리를 몇 대 때리고 싶었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왜 감정 문제 앞에서만 이렇게 어리석은 짓만 골라 하시지? 말해도 듣지 않고 들은 척도 안 하고. 아예 귀를 닫아버렸어.’노윤환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래서 강루인 씨를 희생시키고 피해자인 강루인 씨더러 억지로 참으라고 한 거예요?”주영도가 변명했다.“그럴 생각은 없었어...”노윤환이 직설적으로 말했다.“하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하셨잖아요.”억울한 사람은 계속 억울한 대로 사는 반면 가해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마음 편히 살아갔다.“대표님, 사실 구연정 씨의 목숨이 강루인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루인 씨가 대표님께 협조할 의무가 없단 말입니다. 대표님 때문에 유산하고 몸까지 상한 사람한테 이렇게 상처를 줘서는 안 돼요.”주영도가 물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그가 해야 할 일은 구연정을 외면하고 구아정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영도는 구연정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노윤환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사실 대표님 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으시잖아요.”이 상황을 바꿀 방법이 매우 명확했다. 단지 주영도가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주영도가 입술을 깨물었다. 표정이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웠다.‘이것 봐. 대표님은 이미 다 알고 있어. 단지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의 문제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해선 안 되는데.’세상에 완벽한 일이란 없었다. 사소한 걸 잃고 중요한 걸 얻든지, 중요한 걸 잃고 사소한 걸 얻든지 둘 중 하나였다.주영도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바닥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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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눈 깜짝할 사이에 주영도의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그날이 왔다.요즘 주영도가 업무를 미리 처리했기에 사흘이라는 시간을 뺄 수 있었다.구아정이 주영도의 별장에서 일주일 넘게 머물렀다.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한 사람처럼 문 앞에 서서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이곳만 떠나면 난 자유야.’구아정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강루인, 구연정이 돌아오면 주영도가 사랑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깨닫게 될 거야. 넌 단지 주영도의 잠자리 파트너에 불과했다고.’문밖에 세워진 차를 본 구아정이 웃으면서 다가갔다.“오빠.”그녀가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은 그때 노윤환이 막아섰다. 그러자 구아정이 눈을 부릅떴다.“뭐 하는 거예요? 비켜요.”예나 지금이나 노윤환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었다. 예전에 주영도가 구아정에게 잘해줄 때도 태도가 별로 공손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강루인에게 훨씬 더 깍듯했다.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었고 마주칠 때마다 표정이 어둡고 차가웠다.노윤환이 말했다.“뒤 차에 타세요.”구아정이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뒤에 또 다른 차가 한 대 서 있었다.주영도와 함께 앉고 싶었던 구아정이 차 안의 주영도를 쳐다봤다. 하지만 주영도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봤다.구아정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뒤 차로 향했다. 차 두 대가 나란히 공항으로 달려갔다.별장 밖에서 잠복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움직임을 강루인에게 전했다.그들이 공항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강루인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주영도가 그의 첫사랑을 데리러 가는 게 분명했다.강루인이 차성열에게 차를 한 대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차성열이 물었다.“뭐 하려고?”강루인이 호텔 방의 창문 앞에 서 있었다. 27층이라 차와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뭉개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모습이 주영도의 손아귀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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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주영도가 강루인의 행적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었다.그가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에 잠겼다.강루인이 나타나는 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강루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더 걱정이었다. 주영도의 통제권을 벗어난 곳에서 강루인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차가 공항 입구에 멈춰 서자마자 차에서 내려 공항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사실 강루인이 주영도 일행보다 먼저 도착해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구아정을 째려보는 강루인의 두 눈에 살기가 스쳤다.그녀는 바로 시동을 걸고 액셀을 힘껏 밟은 다음 망설임 없이 구아정을 향해 돌진했다.주영도의 뒤를 따르던 구아정은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차량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알아챘을 땐 이미 차와의 거리가 불과 몇 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구아정이 겁에 질린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경호원이 구아정을 끌어당기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구아정의 옷자락이 손끝에 닿은 순간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쾅.구아정이 줄 끊어진 연처럼 바닥에 떨어졌다가 한참을 굴러갔다.강루인의 차에 구아정이 부딪힌 그때 경호원들이 주영도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백미러로 주영도가 무사한 걸 본 강루인의 두 눈에 아쉬움이 스쳤다.사방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경악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강루인은 차를 멈추지 않았다. 거침없이 핸들을 꺾어 그대로 구아정의 두 다리를 짓밟고 지나갔다.구아정을 단번에 죽이는 것보다 평생 죽지 못해 사는 고통 속에 가둬두는 편이 훨씬 흥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창밖으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강루인은 마음속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쾌함이 몰아쳤다.‘그래. 더 울부짖어. 크게 소리칠수록 난 더 즐거우니까.’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주영도 역시 넋을 잃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주영도가 바닥에 쓰러져 생사도 알 수 없는 구아정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사람부터 살려.”뒷바퀴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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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공항에서 사고를 낸 게 루인이란 말이야?”가뜩이나 어둡던 주영도의 안색이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더 눈에 띄게 굳어졌다.조금 전까지 주영도의 모든 신경이 구아정에게 쏠려 있었다. 당시 그의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구아정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 구연정을 찾기 전까지 구아정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있어야만 했다.단순 사고인 줄로만 알았는데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고 가해자가 강루인이라는 사실이 주영도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주영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급소라도 찔린 것처럼 소리를 내질렀다.“미친 거 아니야?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안대?”구아정이 죽었더라면 강루인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고작 아정이를 잡겠다고 자기 인생이 망가져도 괜찮다는 거야?’노윤환이 주영도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다가 결국 경찰서에서 알아낸 정황을 상세하게 전했다.“강루인 씨 측 변호사가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보석 신청을 해서 이미 보석 됐다고 합니다.”강루인이 자신의 병을 이용해 빠져나갈 구멍을 완벽하게 설계해 두었던 것이었다. 온 세상이 강루인을 정신 질환자로 알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그 면죄부가 될 증거를 마련해 준 장본인이 바로 눈앞의 주영도였다.말 그대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었다.주영도가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 주영도는 강루인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젠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고 화도 조금 나는 것 같았다.지금 구연정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구아정밖에 없는데 구아정이 수술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다. 그녀가 죽는다면 구연정을 찾을 길이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그렇다고 강루인을 탓할 수만도 없었다.강루인이 왜 이런 극단적인 짓을 했는지 그 동기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이 상황에 주영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가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보며 구아정이 무사하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사고를 내어 경찰에 잡혔다가 경찰서를 나와 정신병원에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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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강루인이 바라던 대로 구아정의 말로는 처참했다.결국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구아정이 병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그 광기 어린 모습이 진짜 정신 질환자인 강루인보다도 훨씬 미친 사람 같았다.“누구야? 어떤 자식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죽여버릴 거야. 절대로 가만 안 둬.”구아정이 생명 위험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뒤 주영도는 더 이상 병원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다시 병원을 찾았다.병실.주영도를 본 구아정은 친어머니를 본 것보다 더 흥분하며 그가 그녀를 도와주기를 바랐다.구아정이 울부짖었다.“오빠, 나 다리를 잃었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대...”신체 일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구아정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이를 갈며 악을 썼다.“운전자한테 내 다리를 내놓으라고 할 거야.”주영도는 이불 아래 텅 빈 공간을 무미건조하게 한 번 훑어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몸조리 잘해. 최고의 의료진을 붙여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상태로는 출국도 불가능해졌으니 연정이 있는 주소를 알려줘. 나 혼자 다녀올게.”연민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주영도의 표정에 구아정은 목이 졸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고 얼굴도 시뻘게졌다.“내가 이 꼴이 됐는데 걱정해주지는 못할망정 구연정 그년이 어디 있는지만 궁금해?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주영도가 검은 눈동자로 구연정을 빤히 쳐다봤다.“우리 사이의 거래를 잊지 마.”두 사람 사이엔 오직 거래만 존재할 뿐 그 이상의 감정적 교류는 없었다.구아정이 원한 서린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먼저 복수부터 해줘. 날 이렇게 만든 그 인간부터 죽여. 그럼 알려줄게.”주영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동안 내가 너무 오냐오냐했지? 자꾸 선을 넘네?”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구아정에게 그의 경고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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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주영도의 싸늘한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다.강루인의 언행이 주영도가 그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산산조각냈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구아정이 울컥 치밀어 오른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 이미 장애를 입었는데도 강루인이 이렇게까지 화를 돋울 줄은 몰랐다.무너지는 구아정의 모습을 본 강루인의 두 눈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고작 이 정도에 무너지면 어떡해?’발소리가 들려오자 강루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도발적인 태도를 거두고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정말 미안해...”입으로는 사과했지만 눈빛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구아정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당장이라도 강루인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으나 다리를 잃은 몸으로는 강루인의 몸에 손끝 하나 댈 수 없었다. 그저 눈만 부릅뜨고 미친 듯이 분노하며 몸부림칠 뿐이었다.“강루인, 너 제 명에 못 죽을 거야.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죽여버릴 거야! 으악!”바로 그때 고원겸이 경찰과 함께 병실에 나타났다. 강루인은 또 어느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의 뒤로 몸을 숨겼다.강루인이 고원겸의 뒤에 숨어버린 걸 본 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경찰이 온 이유를 설명한 후 고원겸이 주영도에게 명함을 건넸다. 주영도가 받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명함을 침대에 놓은 뒤 알아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강루인 씨의 변호인 고원겸입니다. 이번 교통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피해를 보신 구아정 씨의 치료비는 저희가 최대한 성심껏 지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말을 하던 고원겸이 잠시 멈칫했다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저의 의뢰인이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계좌에 돈이 없거든요. 치료비 당분간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돈이 생기는 대로 응당 보상해야 할 부분은 모두 보상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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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배상금? 그럴 돈이 어디 있어? 그럼 목숨이라도 내놓으라고? 가져갈 재간이 있다면 어디 한번 해보든가. 날 죽여버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이 어떤지 똑똑히 느껴봐. 하늘이 널 벌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비를 베푼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구아정이 주영도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주영도가 나서주기를 바라며 구연정으로 협박까지 했지만 주영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계속 강루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뚫어지게 응시하는 주영도의 시선에 강루인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구아정은 화가 난 나머지 혈압이 치솟았다. 침대 옆에 놓인 의료기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구아정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경찰이 재빨리 의료진을 불렀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수술실로 실려 갔다.고원겸이 말했다.“저렇게 화를 내다가 죽는 건 아니겠죠?”조금 전 구아정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해버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말이다.강루인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안 죽어요. 악질일수록 명이 길거든요.”구아정 같은 인간의 생명력이 끈질기다 못해 징글징글할 정도였다.목표 인물이 수술실로 들어갔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여보.”주영도가 쫓아와 강루인의 앞을 가로막았다.강루인이 뒤로 물러나며 그와 거리를 두더니 옆에 있던 고원겸에게 물었다.“변호사님, 이렇게 자꾸 들러붙으면 성희롱으로 고소 가능한가요?”고원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안경을 밀어 올렸다.“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사람 좀 고소해 주세요.”그러고는 지나가려 했다. 주영도가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았다.“여보, 얘기 좀 해.”반응이 빠른 강루인이 주영도의 손을 뿌리쳤다. 차갑게 식은 눈동자에 적대감이 가득했다.“노망났어? 아니면 기억상실이야?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라는 걸 잊었어?”여보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강루인은 속이 뒤틀리고 구역질이 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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