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괴담 규칙: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나중에 하나 줄게

‘호러 강림의 진짜 여주인공이 나타났어. 눈앞의 이 단발머리 여학생이 바로 소설 호러 강림의 여주인공이야. 어쩐지 보라색 머리 한 가닥이 낯이 익더라니.’보라색 머리가 여주인공의 상징적인 특징이었고 그녀가 고집스럽고 제 갈 길을 가는 성격임을 보여줬다.그녀는 어울리기 쉬운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선하윤은 속으로 결심했다. 여주인공과 사이좋게 지내고 가능하다면 그녀에게 빌붙어야겠다고 말이다. 어쨌거나 여주인공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절대 죽지 않으니까.우민아는 늘 예의 바르면서도 거리를 두는 태도를 유지했다. 선하윤과 필요 이상으로 대화하지 않았고 자기소개를 마친 뒤 곧장 자리로 돌아갔다.여주인공과 친해지려면 너무 서두르면 안 되었다.선하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숙사를 관찰했다.기숙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왼쪽에 실내 화장실이 있었는데 세면대와 변기 사이에 칸막이가 있었다.그리고 화장실 문 맞은편은 큰 옷장이었다.안쪽으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사다리로 연결된 이층 침대, 오른쪽에는 네 개의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책꽂이가 놓여 있었다.베란다 문은 속이 빈 플라스틱이었는데 정사각형 유리창을 통해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선명하게 보였다.2번 침대의 여학생은 키가 아담하고 검은 긴 머리에 처피뱅 앞머리, 존재감이 약한 여학생이었고 지금 위층에서 자고 있었다.선하윤과 우민아의 대화를 듣고 막 잠에서 깼는지 침대 난간에 엎드려 졸린 눈을 비비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김지연이야. 만나서 반가워.”우민아는 김지연을 대놓고 무시하며 완전히 공기 취급했다.선하윤은 김지연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그러다가 김지연의 책상 위에만 검은색 책가방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선하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김지연이 인간인지 위어드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기숙사에 벽시계가 걸려 있었는데 저녁 8시 20분을 가리켰다. 선하윤의 손목시계와 시간이 일치했다.선하윤이 하얀 손목에 찬 바쉐론 콘스탄틴 4605F 오토매틱 시계를 본 순간 정리아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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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화장실 같이 가줄 수 있어?

다른 학생이 기숙사 사감 정원주를 데려왔다. 정원주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짜증 섞인 얼굴로 구경하는 여학생들을 쫓아냈다.정원주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났어? 뭐 볼 게 있다고 그래? 아주 시끄러워 죽겠네. 밤 11시에 소등인데 씻지 않고 구경만 할 거야?”바닥에 주저앉은 여학생은 우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정원주가 시신을 보고 중얼거렸다.“그러게 누가 학교 기숙사에 아무 물건이나 들고 오라고 했어? 어리석은 것.”선하윤은 바로 기숙사 규칙 제2조의 앞부분을 떠올렸다.[인화성, 폭발성 물품을 기숙사로 반입하는 것을 금합니다.]정원주는 옷장을 열어 잘려나간 나머지 시신과 옷, 화장품, 향수 등을 검은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었다.향수를 본 순간 선하윤은 깨달았다.인화성, 폭발성 물질에 화약이나 휘발유 같은 것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여학생들이 흔히 쓰는 향수도 포함되었다.향수에 알코올 성분이 있어 인화성 물질에 속했다.그 여학생은 규칙을 어겼으니 죽어도 억울할 게 없었다.선하윤이 정리아를 끌어당겼다.“그만 보고 얼른 가서 씻자.”그것에게 살해당한 사람을 너무 많이 보면 정신이 흐려진다.“알았어.”정리아가 눈을 비볐다. 피로 얼룩진 장면을 직접 목격한 탓에 피로와 공포가 몰려왔다.뇌에 뭔가 꽉 찬 듯 눈만 감으면 처참하게 죽은 그 여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화장실의 옛날식 세면대 타일 틈새에 이끼가 자랐고 배수구도 막혀 있었으며 긴 머리카락이 떠다녔다.새 기숙사인 데다가 선하윤이 가장 먼저 씻어서 머리카락이 있을 리가 없는데.세면대 바로 위에 네모난 거울이 있었다.세수하고 고개를 들자 화장실 칸막이 문에 붙은 조커 포스터가 거울에 비쳤다. 거울 속의 조커가 선하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 순간 선하윤은 강렬한 압박감을 느꼈다.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다 씻고 볼일까지 본 뒤 선하윤은 정리아에게 밤에 주의할 점을 몇 마디 당부하고 침대에 올라갔다.선하윤과 김지연이 위층 침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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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위험을 감수해야 기회도 오는 법

어쩔 수 없이 김지연은 사다리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우민아가 밑에서 자고 있었다.“민아야, 나랑 화장실 좀 같이 가줄 수 있어? 혼자 가기엔 너무 무서워. 자는 척하지 마. 너 숨소리 바뀐 거 들었어. 같이 안 가주면 화장실 갈 때 기숙사 문 안 잠글 거야. 잠그지 않으면 사감이 화낼 거고 그럼 다 같이 벌 받겠지.”김지연이 겁먹은 말투로 말했지만 말 사이사이에 협박의 뜻이 담겨 있었다.그 시각 기숙사 안의 모두가 깨어 있었다.기숙사 규칙 제6조.[소등 후에는 모든 기숙사 문을 잠가야 하고 룸메이트 없이 홀로 기숙사에 있는 것을 금합니다.]만약 김지연이 위어드라면 유혹이나 협박으로 규칙을 어기게 만들려 할 것이고 만약 인간이라면 함께 죽으려 할 것이기에 기숙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우민아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잤지만 한밤중에 위층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인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조금 전 김지연이 선하윤에게 한 말을 듣고 우민아도 자는 척하려 했지만 호흡을 조절하지 못한 바람에 깨어 있다는 걸 들키고 말았다.어쩔 수 없이 막 잠에서 깬 척하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밤에 깨우지 마. 푹 자야 피부가 좋아진단 말이야. 기숙사 안에 화장실이 있잖아. 혼자 가.”우민아의 대답에 김지연은 흥분한 듯했다. 두 눈이 어둠 속에서 괴이한 붉은빛을 뿜었고 벌어진 입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 두 개가 드러났다.김지연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히히. 역시 안 자고 있었네! 누가 기숙사 화장실에 들어갔어. 나랑 공용 화장실 가자. 같이 가주면 갔다 와서 작은 선물 줄게.”위어드가 말한 작은 선물이 던전의 핵심 아이템일 가능성이 컸다.그 말에 우민아는 살짝 흔들렸다. 이불 틈으로 기숙사 화장실을 쳐다봤는데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 손전등을 켜고 화장실에 있는 듯했다.그리고 정말 안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물소리도 들렸다.우민아는 속으로 생각했다.‘만약 김지연이 위어드라면 위어드의 아이템을 얻을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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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한 치 앞의 죽음

정리아는 깃털이 목구멍을 긁는 듯 미친 듯이 간질거렸다. 하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김지연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정리아의 침대에 바짝 붙어 차가운 입김을 뿜으며 느긋하게 말했다.“너 깨어 있는 거 알아... 킥킥... 눈 뜨고 나 좀 봐... 룸메이트야, 우리 손 잡고 같이 화장실 가자.”김지연은 계속해서 그들이 일어나도록 유혹했다. 선하윤은 그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김지연이 손을 댈 수 없을 거라고 추측했다.그때 기숙사 문밖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고 곧이어 열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김지연은 못 들은 척하며 계속 그들을 깨우려 했다.열쇠가 자물쇠에 꽂혔고 철컥 소리와 함께 기숙사 문이 열렸다.기숙사 사감 정원주가 슬리퍼를 신은 채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모습으로 들어왔다.기숙사 규칙 제1조.[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소등 시간입니다. 항상 조용히 하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기숙사에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금합니다. 사감이 소등 후 아무 때나 점검하러 들어올 수 있으니 잠든 상태를 유지하세요.]정원주의 모습은 낮과 완전히 달랐다.어둠 속에서 그녀의 몸은 몇 배로 부풀어 있었고 피부도 두꺼운 악어가죽 같았으며 짙은 갈색에 혹처럼 울퉁불퉁한 살점들이 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검은 털이 빽빽이 자라 있었다.눈이 머리 깊숙이 파묻혔는데 괴이한 붉은빛을 번쩍였다. 정원주가 입을 열었다.“말 안 듣는 애들은 쓰레기야... 킥킥... 쓰레기는 치워야지...”김지연이 양손으로 침대를 꽉 잡고 흔들었다.“일어나, 다들 일어나... 빨리 나랑 화장실 가자...”선하윤은 이불 속에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정원주의 형체가 흐릿했지만 적의로 가득한 시선이 느껴졌다. 선하윤은 깊이 잠든 척하며 숨소리를 조절했다.이불 틈으로 살짝 봤는데 정원주가 김지연의 발을 잡아 통째로 삼키는 것이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선하윤은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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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개인 사정으로 자퇴했어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기숙사 안으로 들어와 방을 따뜻하고 밝게 비췄다.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피비린내와 어지러운 바닥은 선하윤에게 어제의 일이 악몽이 아님을 상기시켰다.정리아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선하윤이 위층에서 내려오자 정리아가 손을 꽉 잡았다.“하윤아, 괜찮아?”“괜찮아.”“어젯밤에 진짜 무서웠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정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이 던전은 내가 전에 겪었던 거랑 완전 달라... 이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두 명이나 죽었어.”별 한 개 던전과 별 다섯 개 던전은 난이도가 아예 달랐다.우민아가 다크서클이 진 눈으로 말했다.“얼른 이 핏자국부터 치워야 해.”기숙사 규칙 제3조.[기숙사의 청결을 유지해 주세요. 만약 공용 구역을 실수로 더럽혔다면 사감이 도착하기 전에 즉시 청소해야 합니다.]우민아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베란다에서 대걸레를 가져왔다.“나도 도울게.”정리아는 화장실로 가서 물을 길어왔고 선하윤은 걸레를 적셔 바닥의 피를 닦고 물통에 넣어 빨며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다.마침내 바닥의 핏자국을 깨끗이 지웠다.그때 기숙사 밖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정원주가 다른 기숙사 문 앞에 서서 여학생을 무섭게 꾸짖었다. 목소리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소름이 다 끼쳤다.“바닥이 왜 이렇게 더러워? 학생한테 가장 기본적인 게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걸 몰라?”여학생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었다.“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청소할게요.”정원주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작은 수첩을 꺼내 펜을 몇 번 휘갈기고는 학생들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하도 너희가 착한 학생들이라 고칠 기회를 주는 거야.”“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청소하겠습니다.”화를 면한 여학생은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2층에 사는 학생들은 모두 스위트홈 던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들이었다.선하윤이 시선을 늘어뜨렸다.‘7층의 열등생들은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겠지.’정원주가 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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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입학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야?”선하윤이 우민아를 돌아봤다.우민아는 교복 소매 속에 숨긴 주먹을 꽉 쥐고 다른 손으로 백신향을 가리켰다.“쟤도 위어드지? 그런데 왜 어젯밤에 아무 일 없이 무사할 수 있어? 그냥 가만히 구경만 한 거야?”선하윤이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신향이는 위어드지만 김지연은 아니었어. 걔는 그냥 심하게 오염된 인간이야.”원칙적으로 위어드는 다른 위어드를 먼저 해치지 않는다.“어젯밤에 왜 백신향한테 지연이를 구하라고 하지 않았어?”우민아는 말을 내뱉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주제넘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꼭 물어야 했다. 선하윤의 실력을 헤아릴 수 없는 데다가 위어드까지 지켜주고 있었다.만약 선하윤이 룸메이트의 위험을 방관한다면 우민아가 위험에 처했을 때도 그녀에게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이 점을 깨달은 우민아는 약간 풀이 죽었다.선하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지연이를 돕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낯선 사람한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을 뿐이야. 자칫하다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끝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게 되거든. 그리고...”선하윤은 하던 말을 멈추고 우민아를 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너도 능력이 있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구하지 않을 거 아니야.”“난 능력이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거야...”선하윤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우민아는 정의로운 말만 골라 했다.하지만 선하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호러 강림]에서 여주인공 우민아는 성격이 차갑고 실력이 강하며 착함과는 거리가 먼 도도한 사람이었다.지금 여주인공이 하는 말은 선하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위험한 순간에 앞장서 사람을 구하는 ‘좋은 사람’ 말이다.하지만 선하윤에게는 그 말이 통하지 않았다.“감동적이네. 나도 앞으로 네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우민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선하윤과 정리아가 함께 기숙사를 나섰고 백신향이 그들 뒤를 따랐다.다른 기숙사 앞을 지나다가 피로 얼룩진 바닥을 봤다. 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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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학점 제도

정리아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역시 공붓벌레의 정신세계는 일반 사람이 이해하지 못해.’꼬르륵.정리아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하윤아, 내 배고픈데 우리 학교 식당 가서 밥 먹자. 이러다 시상식 때 배고파서 기절할지도 몰라.”“그래.”선하윤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 고등학교에는 기숙사 규칙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오늘의 주요 임무는 시상식에 참석한 뒤 학교의 미지 구역을 탐색해 새로운 규칙을 찾는 것이었다.아는 규칙이 많을수록 더 안전해지니까.기숙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선배들이 한곳에 떼로 몰려있는 걸 봤는데 약간 광기 어린 모습이었다.나이가 많은 선배도 있었고 어린 선배도 있었다.선하윤은 그들 대부분이 손가락, 귀, 이 등이 빠져있는 걸 발견했다. 불완전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한 선배가 다가오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속삭였다.“학생, 노트북 팔 생각 있어? 태블릿 PC도 고가로 매입해. 절대 덤터기 씌우지 않아.”“안 팔아요.”선하윤은 정리아를 끌고 인파를 뚫었다.태블릿 PC는 중요한 위어드 아이템이라 없어선 안 되었다.“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하지 마.”노란 머리 선배는 포기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태블릿 PC로 학점을 바꿀 수 있어.”학점이라는 말에 선하윤은 아침에 정원주가 점수를 매기던 수첩이 떠올라 물었다.“학점은 어디에 쓰이는데요?”노란 머리 선배가 한 손을 내밀며 턱을 치켜들었다.“태블릿 PC 주면 알려줄게.”선하윤은 주머니에서 헬로 머니 500장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헬로 머니를 본 순간 노란 머리 선배가 멈칫하더니 괴이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이걸 가지고 있어?”선하윤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서로 질문 하나씩 하는 거 어때요?”“그래.”노란 머리 선배는 이를 악물고 선하윤과 정리아를 한적한 화단으로 끌고 갔다. 선하윤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이제 대답해줄 수 있겠죠?”그가 말했다.“돈을 진작 꺼냈으면 우리 조상 얘기까지 다 털어놨을 거야.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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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식당 규칙

노란 머리 선배는 돈을 쥐고 여학생 기숙사 문 앞에서 계속해서 사기꾼처럼 신입생들을 노렸다.기숙사 문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예전에 이 던전에 갇힌 테스터들이었다.학교 서쪽, 학생 식당.식당 안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년에 가까운 사람들이 조금 보였다.주름진 얼굴에 교복을 입은 모습은 어딘가 조화롭지 못했다.나이 많은 사람들이 학생으로 학교에 남아 있다니, 뭔가 이상했다.취식 구역에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가운데 기둥에 대형 TV가 걸려 있었다. TV에서 계명 그룹이 양로원에서 자선 활동을 한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학생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미스터리한 눈빛으로 선하윤과 정리아를 쳐다보았다.그들 앞의 음식은 대부분 썩은 상태였다. 식기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었고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했다.정리아는 속이 울렁거려 코를 막았다.“여기 진짜 밥 먹는 곳 맞아?”백신향이 배를 문지르며 선하윤을 쳐다봤다. 말은 안 해도 그녀가 배고프다는 걸 알고 있었다.무한 복도 던전에서 노하트도 배고픔 때문에 스스로 음식을 찾아 나섰었다.백신향의 주인으로서 선하윤은 그녀에게 밥을 사줄 기회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난 돈이 많으니 절대 쪼잔하게 굴지 않을 거고 위어드도 착취하지 않을 거야.’백신향이 배고픔을 드러냈다는 건 이 식당에 더러운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인간은 닭, 오리, 생선을 먹지만 위어드는 인육을 먹는다.식당을 둘러보던 선하윤이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리아야, TV 아래에 팻말이 있어. 가서 확인해보자.”“그래.”선하윤과 정리아는 TV 아래로 다가갔다. A4 용지에 규칙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식당 규칙.][계명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든 학생의 건강을 위해 식당에 들어오기 전 아래의 규칙을 자세히 읽어주세요.][1. 식당 운영 시간은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고 운영 시간 외에는 식당에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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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너 오염됐어

선하윤의 앞에 선 남학생은 음식을 보면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식당 아주머니가 국자로 식판을 툭툭 쳤다.“빨리 골라.”남학생은 허둥지둥 대충 몇 가지를 골랐다.식당 아주머니가 국자로 음식을 퍼서 그의 식판에 담았다. 그런데 맨 위에 피투성이 안구가 얹혀 있었다.“으악.”남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식판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식당 규칙 제2조 앞부분.[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절대 낭비해선 안 됩니다.]그 순간 식당 전체의 조명이 갑자기 붉게 변했다.식당 안의 다른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아무 일도 없는 척했고 식당은 기묘한 붉은빛에 휩싸였다.어두운 구석에서 인간 형체의 생물들이 부화하고 있었고 음산한 바람이 선하윤의 몸을 스쳤다.“음식을 낭비하면 안 돼!”“음식을 낭비하면 안 돼!”“음식을 낭비하면 안 돼!”붉은빛이 깜빡일 때마다 흐릿한 형체의 무언가가 남학생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주방 쪽으로 끌고 갔다.남학생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살려줘. 제발 살려줘! 죽기 싫어. 나 좀 도와줘. 우리 아빠 돈 많아. 나 살려주면 돈 많이 줄게.”돈이 목숨보다 중요하겠는가?게다가 위어드가 부활한 이후 일반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가치를 잃게 될 것이고 그 대신 위어드 세계에서 통용되는 헬로 머니가 자리하게 될 것이다.현장에 있던 학생들 중 나서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붉은빛에 사람들은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선하윤은 주변 풍경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재빨리 눈을 감고 허벅지를 꼬집었다. 고통으로 어지럼증을 완화하여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그런데 그때 정리아의 두 눈이 공허해지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웠다.“왜 그래?”선하윤이 바로 다가가 그녀를 잡았다.“정리아, 정신 차려!”이건 경미한 오염의 증상이었다.“음식을 주셔서 감사하고 학교에 감사하며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정리아는 자아를 잃은 듯 바닥의 음식을 핥으려 했다.“먹으면 안 돼. 먹을수록 오염이 심해져.”선하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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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양심 없는 위어드

음식이 커다란 쟁반에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고 배식 창에서 피비린내와 비린내가 진동했다.선하윤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아주머니, 건강한 음식 있나요?”“여긴 식당이지, 너희 집이 아니야.”배식 아주머니가 입꼬리를 과장되게 끌어올리며 웃었다.“음식이 다 여기 있으니까 빨리 골라. 뒤에 애들 줄 서 있잖아.”백신향은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고 계속해서 주방 쪽만 쳐다봤다.식당 규칙 제2조와 제4조 뒷부분.[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절대 낭비해선 안 됩니다. 밥을 먹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모아 음식을 제공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세요.][먹는 음식에 대해 의심하지 마세요. 학교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합니다.]낭비를 막기 위해 선하윤은 요리 한 가지와 밥 한 공기만 주문했다.식당 아주머니가 한 국자 크게 퍼 담았다. 겉보기엔 평범한 닭고기 요리였지만 식판에 담기자마자 닭고기가 손가락 모양으로 변했다.“더 안 먹어? 한 가지론 배가 안 찰 텐데.”식당 아주머니가 선하윤을 뚫어지게 보며 다른 요리를 권했지만 선하윤은 관심 없는 척했다.“괜찮아요. 아침을 많이 안 먹어요.”“여학생들은 맨날 다이어트만 생각하더라고. 하얗고 통통해야 예쁘지.”식당 아주머니는 말하면서 뚱뚱한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사람은 건강미를 추구해야 해. 가축을 기를 때나 통통한 게 최고지.’“이건 국이야. 서비스로 줄게.”식당 아주머니는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짜고짜 선하윤의 식판에 빨갛고 걸쭉한 국 한 그릇을 떠줬다.정리아는 뒤에서 따라오며 선하윤과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식당 아주머니가 정리아에게도 같은 국을 떠주려 하자 선하윤이 정리아의 식판을 막으며 말했다.“제 친구는 국을 안 좋아해요.”그러고는 정리아를 끌고 식당 카운터로 갔다.식당 규칙 제5조.[식당 카운터에서는 학생카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카드 잔액이 부족하면 즉시 충전하세요.]카운터 앞에 선 선하윤은 캐셔의 피부가 회백색이고 긴 손톱이 바늘처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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