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교사를 못 본 척하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두 가지 중 그나마 덜 나쁜 쪽을 택해야 했다.선하윤은 걸음을 멈추고 방금 교사를 본 것처럼 돌아서서 밝게 인사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교사가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선하윤을 쳐다보더니 얼굴에 괴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이름이 뭐야?”“친구들은 저를 하윤이라고 불러요.”아직 규칙을 다 받지 못했기에 선하윤은 성을 밝히지 않았다.교사가 눈을 깜빡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신입 우등생이구나. 학교에는 적응 잘하고 있어? 난 1반의 국어 선생님이자 담임이야. 네가 우리 반에 배정되면 좋겠네.”선하윤은 입술에 꿀을 바른 듯 듣기 좋은 말만 했다.“저도 선생님 반에 들어가고 싶어요.”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창고는 2층 끝에 있는 작은 방이야. 너희 둘이 가서 책을 카트에 싣고 끌고 나오면 돼.”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었다.교사의 태도만 봐도 우등생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열등생 규칙은 우등생에게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 학교의 주요 목표는 같았다. 바로 우수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보충 수업, 숙제, 시험, 심지어 의무실에서 제공하는 파란 음료도 모두 성적과 관련이 있었다.내일 나눠줄 새 책을 창고에서 가져오는 건 선생님의 사적인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을지도 모른다.선하윤은 마음속으로 계산을 마친 뒤 동의했다.“창고에서 책을 꺼낸 다음에 어디로 가져가면 되나요?”교사가 이서을이 줄 선 곳을 가리켰다.“저기 교실 문 앞에 놓으면 돼.”교사의 지시에 따라 선하윤과 정리아는 2층으로 향했다.2층 복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학교 창고에 도착했는데 문에는 아무 규칙도 붙어 있지 않았다.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 중에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러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책더미가 선반 뒤에 쌓여 있었고 옆에는 파란색 카트가 있었다.선하윤은 쭈그려 앉아 두꺼운 책들을 하나씩 주웠고 정리아도 옆에서 도와준 덕에 눈 깜짝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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