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괴담 규칙: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사람 마음은 알기 어려워

선하윤은 덤덤하게 주머니에서 헬로 머니 1000장을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았다.“제 학생카드에 500을 충전하고 나머지 500은 제 친구 카드에 충전해주세요.”캐셔가 말을 잇지 못했다.‘신입생이 어떻게 헬로 머니를 가지고 있지? 설마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나? 아니야. 그건 절대 불가능해.’선하윤은 캐셔의 회백색 피부가 떨리는 걸 포착했다. 그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날 너무 얕잡아봤어.’규칙에 식당 카운터에서는 학생카드만 긁을 수 있고 학생카드에 잔액이 부족하면 즉시 충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다시 말해 식당에 학생카드를 충전할 곳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선하윤은 식당을 둘러보다가 한 나이 많은 학생이 음식을 들고 헬로 머니를 캐셔에게 건네는 걸 봤다.캐셔는 현금을 받지 않고 학생카드만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나이 많은 학생은 헬로 머니로 밥을 산 게 아니라 충전을 한 것이었다.캐셔는 긴 손톱으로 포스기를 두드리면서 마지못해 선하윤에게서 헬로 머니를 받아 학생카드에 충전했다.선하윤이 웃으며 물었다.“이제 결제할 수 있죠?”계산원은 내키지 않는 듯 카드를 긁고 아쉬운 표정으로 톱을 상 아래에 내려놓았다.선하윤과 캐셔의 대화는 현장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나이 많은 선배들 중에 어떤 사람은 손가락이 온전치 않았고 어떤 사람은 귀 한쪽이 없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검은 안경을 썼는데 아마 눈알을 도려냈을 것이다.선하윤과 정리아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들은 수군거렸다. 이곳의 함정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규칙 때문일까? 아니면 순전히 남의 불행을 즐기는 심보 때문일까?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려웠다.이 던전에 갇힌 사람들은 불행을 겪은 뒤 싸늘한 방관자가 되어 후발 주자들이 그들이 당했던 그대로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봤다.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의 고통이 덜해지는 듯했다.정리아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애써 감췄다. 선하윤처럼 침착할 수는 없어도 절친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되었다.그들은 빈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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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화해하자, 우리

우민아의 검은 머리카락이 목 양쪽으로 곧게 드리워져 있었고 보라색으로 염색된 한 가닥 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녀는 식당 규칙을 확인한 뒤 학생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줄을 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룸메이트를 보고는 곧장 다가갔다.선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그녀와 정리아가 나간 후 우민아는 규칙상 혼자 기숙사에 남을 수 없어 따라 나와야 했다.우민아가 선하윤의 맞은편에 앉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음식은 어떻게 구했어?”선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에 우민아가 도덕적인 잣대로 그녀를 비판하려 했으니까.그녀가 아무 대답이 없자 우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아침에는 내가 잘못했어. 내 순진한 생각을 너한테 강요해선 안 됐었는데. 한 던전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야. 우리끼리 뭉쳐야 던전 통과 확률이 높아지지. 그러니까 화해하자, 우리.”그러고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내밀었다.만약 우민아가 진심으로 친구가 되려 했다면 그 손은 정리아를 향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기숙사에 온 첫날 정리아가 손을 내밀며 인사했는데 우민아는 그냥 무시해버렸으니까.그녀는 선하윤에게 호의를 보이는 게 아니라 강자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이었다. 우민아가 원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그녀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녀가 자신만만하게 쳐다보자 선하윤은 고개를 들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그래.”동의했지만 손은 잡지 않았다. 단지 한 팀일 뿐 친구는 아니었다.우민아는 선하윤이 손을 내밀지 않자 싸늘하게 쳐다보면서 손을 거두었다.“학생카드는 어디서 구했어?”선하윤이 솔직하게 대답했다.“학교에서 캐셔가 있는 곳이면 다 만들 수 있어.”그제야 우민아의 굳었던 미간이 살짝 누그러졌다.“카드 안의 돈은?”“규칙에 나와 있잖아. 근로 장학.”우민아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규칙에 따르면 반드시 3일 안에 일자리를 찾아서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식당 규칙을 어겨 벌을 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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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청소부의 카트

규칙 제7조가 오염되어 있었고 식당에 청소부가 없다고 일부러 강조했다. 하지만 식당 테이블 위에는 음식 찌꺼기가 가득했다.선하윤은 오염원이 더러운 곳을 더 좋아한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청소부가 카트를 밀며 절뚝거리면서 선하윤의 앞으로 다가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학생, 밥 다 먹었어요? 다 먹었으면 빈 접시 이리 줘요.”“네.”선하윤이 빈 접시를 청소부 앞에 내밀자 정리아도 똑같이 했다.그 모습에 다른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선하윤은 접시를 건네고 정리아와 함께 자리를 떴다.식당에서 식판을 거두는 지정 장소가 바로 청소부의 카트였다.청소부는 학생이 직접 건넨 식판만 치울 수 있고 테이블 위의 식판은 치울 수 없었다.다른 학생들처럼 식판을 식당 구석에 쌓아두면 식당의 오염만 더 심해질 것이다.시상식 시간이 거의 다가와 선하윤과 정리아는 운동장으로 향했다.운동장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시상식이 열렸다.여러 가지 색상의 테이프가 공중에 펄럭이며 운동장을 더욱 화려하게 꾸몄다.운동장에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그들은 감정이 없는 나무 인형처럼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고개를 들고 시상식이 시작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정리아와 다른 만점 학생들이 무대 오른쪽에 섰다. 정리아는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선하윤을 힐끔거렸다.선하윤은 아래쪽 학생들 사이에 섞여 줄을 섰다.시상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교장이 단상에 올랐다. 중년 남자였고 정장 차림에 기름진 머리를 빗어 넘겼다.“계명 고등학교에 온 걸 환영합니다. 새 학기에 새로운 얼굴들을 보니 참 활기차고 좋네요. 하하.”교장은 기분이 매우 좋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계명 고등학교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전념합니다. 여러분은 이 학교의 신선한 피로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입니다. 내일 개학일이니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순조롭게 졸업하기를 바랍니다.”선하윤은 정리아와 몇몇 학생이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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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함정

위어드가 부활한 후 깊은 산속에 숨어 있던 많은 고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백화도 그중 하나였다.성세에는 산에서 은거하고 난세에는 세상을 구하러 내려왔다.[호러 강림]에서 백화는 절대적인 정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남주인공의 야망 가득한 성격이나 여주인공의 단호한 살인과 달리 백화는 구세주의 모습에 가까웠다.온화하고 지혜로우며 자비롭고 친화적인 성격, 소설은 그를 이렇게 정의했다.눈웃음을 지으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린 모습이 그야말로 교활한 여우 같았다.“낭자는 입술이 주홍빛이라 먹을 복이 많고 큰 재물운이 있소. 하지만...”백화가 하던 말을 멈췄다.“하지만 뭐요?”선하윤이 캐물었다.“하지만 이 재물은 횡재요. 돈 때문에 여러 위어드와 계약을 맺었지만 음기가 지나쳐 스스로를 해치고 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소.”선하윤은 흠칫 놀랐다.‘정말 능력이 있나 본데? 나한테 횡재가 있는 재물운도 알아챘을 뿐만 아니라 여러 위어드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남주인공의 편에 서서 수많은 던전을 통과하는 강력한 조력자가 됐지.’선하윤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그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백화가 다섯 손가락을 펼쳤다.“네?”선하윤이 손바닥을 펼쳤다.“손금을 봐주겠다는 건가요?”백발 소년이 손을 내저었다.“아니오. 화를 푸는 방법에 대한 비용이 헬로 머니 5만 장이란 말이오.”‘퉤.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기꾼 도사잖아.’“이름이 뭐예요?”돈을 요구하는 모습에 선하윤은 그가 [호러 강림]의 구세주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내 도호는 백화고 어릴 적부터 산에서 수행하며 속세와 멀리 떨어져 지냈소. 이번에 하산한 건 위어드의 부활 때문이오.”백화의 두 눈에 연민이 묻어났다. 그는 감정을 잃고 나무 인형처럼 무뚝뚝해진 오염된 사람들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백성의 고난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소.”“사람을 구하면서 돈까지 받아요?”백화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한 것 아니오? 나는 도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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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인간의 저항

“이 호두는 위어드 아이템이야. 결정적인 순간에 널 대신해 재앙을 막아줄 거야.”선하윤이 호두 위의 깨진 균열을 살펴봤다.“호두가 부서지면 완전히 효력을 잃어.”그때 백화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정리아가 손목에 한 호두를 보더니 눈이 다 반짝였다.“낭자, 이 호두는 어디서 난 것이오?”“누구세요? 말투가 왜 그래요?”정리아는 선하윤의 팔을 붙잡고 뒤에서 백화를 살폈다.위어드는 인간처럼 생겼고 인간이 위어드처럼 생겨 정리아는 도무지 구분할 수 없었다.백화가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했다.“소생 백화라고 하오. 이번에 하산해 던전에 들어온 건 던전의 오염원을 찾기 위함이오.”“꼭 코스프레 하는 사람 같네요.”정리아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말투는 또 고대인 같고.”백화가 겸손하게 말했다.“소생도 낭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던전에 갇힌 테스터일 뿐이오.”정리아는 백화가 위어드가 아님을 확인하고 긴장을 풀었다.“이 호두는 하윤이가 준 거예요. 궁금한 게 있으면 하윤이한테 물어봐요.”백화가 선하윤을 보며 물었다.“낭자, 소생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겠소?”“낭자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선하윤이라 불러요.”선하윤이 솔직하게 말했다.“이 호두는 무한 복도 던전에서 위어드 남자아이를 도와줬을 때 그 애가 저한테 준 거예요. 테스터가 던전에서 위어드의 일반적인 인정을 받으면 위어드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만약 심층 인증을 받으면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하윤 낭자 뒤에 있는 저 낭자처럼 말이오?”백화의 시선이 선하윤의 뒤에 있는 백신향에게 머물렀다.“그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하윤 낭자의 능력에 소생이 크게 감복했소.”백화는 이미 습관된 말투를 바꾸기 어려웠다.선하윤은 이런 괴짜와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이러지 마세요.”“낭자의 능력으로 소생과 함께 오염원을 알아낸다면 그건 백성들의 큰 복이 될 것이오.”선하윤이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전 그럴 생각 없고 그냥 친구와 함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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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열등생 규칙

강의동 앞에 몇몇 학생들이 시험지를 들고 1층 교실 문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선하윤은 그들 사이에서 이서을을 발견했다. 기숙사 등록 때 사감에게 혼나고 시험에서 불합격했다고 7층으로 배정받은 그 여학생.이서을이 어두운 표정으로 무거운 책더미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선하윤이 다가가 물었다.“이서을, 여기서 뭐 해?”이서을이 선하윤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이며 투덜거렸다.“보충 수업 등록하려고.”“보충 수업?”선하윤은 그런 통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이서을이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입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너희는 우등생이라서 보충 수업이나 추가 수업을 들을 필요 없어. 생각만 해도 짜증 나. 내가 스위트홈 던전에서 성적을 조작해서 아빠를 속였거든. 그 던전만 나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 던전이 그 망할 성적과 연관될 줄 누가 알았겠어.”이서을이 분통을 터뜨렸다. 생각할수록 너무 운이 없는 것 같았다.선하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러니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요구 점수 이상을 받되 만점은 피하는 거였구나.”“맞아. 나 이것도 받았어.”이서을이 교과서 더미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는데 종이에 열등생 규칙이 적혀있었다.선하윤은 빼곡하게 적힌 글씨를 전부 읽었다.[계명 고등학교는 우수한 인재 양성에 전념합니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덕목을 바탕으로 열등생을 우등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학교의 개조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모든 열등생은 아래의 규칙을 준수해 주세요.][1. 입학시험 점수가 90점 미만인 학생은 열등생으로 보충 수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보충 수업 기간은 1년이고 완료하지 못한 열등생은 공휴일에도 쉴 수 없습니다.][2. 열등생은 학교에서 교사를 만나면 반드시 먼저 인사해야 합니다. 교사가 여러분을 무시하더라도 인사하세요.][3. 교사의 학습 계획을 거부하지 마세요. 두 명 이상의 교사가 상충하는 학습 과제를 내면 신뢰할 수 있는 교사를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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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혈서

하지만 교사를 못 본 척하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두 가지 중 그나마 덜 나쁜 쪽을 택해야 했다.선하윤은 걸음을 멈추고 방금 교사를 본 것처럼 돌아서서 밝게 인사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교사가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선하윤을 쳐다보더니 얼굴에 괴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이름이 뭐야?”“친구들은 저를 하윤이라고 불러요.”아직 규칙을 다 받지 못했기에 선하윤은 성을 밝히지 않았다.교사가 눈을 깜빡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신입 우등생이구나. 학교에는 적응 잘하고 있어? 난 1반의 국어 선생님이자 담임이야. 네가 우리 반에 배정되면 좋겠네.”선하윤은 입술에 꿀을 바른 듯 듣기 좋은 말만 했다.“저도 선생님 반에 들어가고 싶어요.”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창고는 2층 끝에 있는 작은 방이야. 너희 둘이 가서 책을 카트에 싣고 끌고 나오면 돼.”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었다.교사의 태도만 봐도 우등생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열등생 규칙은 우등생에게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 학교의 주요 목표는 같았다. 바로 우수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보충 수업, 숙제, 시험, 심지어 의무실에서 제공하는 파란 음료도 모두 성적과 관련이 있었다.내일 나눠줄 새 책을 창고에서 가져오는 건 선생님의 사적인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을지도 모른다.선하윤은 마음속으로 계산을 마친 뒤 동의했다.“창고에서 책을 꺼낸 다음에 어디로 가져가면 되나요?”교사가 이서을이 줄 선 곳을 가리켰다.“저기 교실 문 앞에 놓으면 돼.”교사의 지시에 따라 선하윤과 정리아는 2층으로 향했다.2층 복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학교 창고에 도착했는데 문에는 아무 규칙도 붙어 있지 않았다.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 중에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러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책더미가 선반 뒤에 쌓여 있었고 옆에는 파란색 카트가 있었다.선하윤은 쭈그려 앉아 두꺼운 책들을 하나씩 주웠고 정리아도 옆에서 도와준 덕에 눈 깜짝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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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도둑이 든 거 아니에요?

똑똑똑.누군가 창고 문을 두드렸다.선하윤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반성문을 주워 두 장을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옆에 있는 멀쩡한 쓰레기봉투로 덮었다.“누구세요?”선하윤이 물었다.“선생님이야.”문밖에서 여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너희가 너무 오래 안 내려와서 걱정돼서 올라와 봤어.”선하윤이 설명했다.“아까 바람이 불어서 문이 잠겨 나갈 수가 없었어요.”“창고가 오래돼서 문 자물쇠에 문제가 있어. 잠기면 안 열리는 경우가 자주 있어.”여교사가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창고에서 이상한 거라도 봤어?”“아니요.”선하윤이 바로 부인하자 여교사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창고 환풍구에도 문제가 있어서 가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곤 해...”선하윤이 이어 말했다.“그냥 바람 소리겠죠. 정상이에요.”정리아는 카트를 밀고 밖으로 나와 문 앞에서 여교사의 시선을 막았다.“선생님, 책은 다 정리됐고 어디로 가져가면 되나요? 신입생이라 강의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선생님이 길 좀 안내해주실 수 있을까요?”여교사가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따라와. 1층이야.”그러고는 그들을 이끌고 1층 교실로 갔다.책을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자 여교사는 더 이상 곤란하게 굴지 않고 가보라고 했다.떠나기 전 여교사는 기숙사 사감과 같은 수첩을 꺼내 숫자 몇 개를 적었다.강의동을 나섰을 때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 저녁을 먹은 다음 기숙사로 돌아갔다.그런데 기숙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선하윤은 책상 위의 스탠드가 움직여져 있었고 원래 놓여 있던 돼지 저금통도 제자리에 있지 않은 걸 발견했다.기숙사 규칙 제5조.[방 안의 물건 위치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세요.]전에 선하윤이 빗자루와 걸레를 사용하고 세수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한 건 모두 사감의 허락을 받은 것이기에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하지만 사감은 기숙사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 하여 선하윤은 책상 위 물건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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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학교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책상은 너희가 직접 정리해.”“알겠습니다.”선하윤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정원주가 문을 닫자 선하윤의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기숙사 사감이 그들에게 함정을 판 것이었다.만약 선하윤이 내려와 사감에게 묻지 않고 책상 위 물건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면 기숙사 물건을 마음대로 옮긴 셈이 되어 규칙을 위반했을 것이다.‘교활한 것. 절대 함부로 믿어선 안 돼.’선하윤이 정리아에게 말했다.“리아야, 2번 침대 김지연을 조심해. 우리가 걔가 죽었다는 걸 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하면 안 돼. 평범한 룸메이트처럼 대해. 알았지?”정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위어드의 정체를 까발리면 위어드는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었다.기숙사로 돌아오자 김지연이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어디 갔었어?”김지연의 질문에 선하윤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학교 좀 둘러보고 왔어.”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아무 표정이 없었고 공허한 눈빛으로 선하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아침에 내가 안 보였을 텐데 왜 날 찾지 않았어?”선하윤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아침에 민아가 사감한테 네가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사감이 개인 사정으로 자퇴했다고 하더라고. 진짜 아쉬웠어. 그래서 방학 때 널 찾아갈까 했지.”김지연의 목소리에 묘한 억압감이 실렸다.“그랬구나. 너희도 나처럼 우정을 진짜 소중히 여기는구나. 너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왔어.”선하윤이 웃으며 말했다.“환영해. 우리 다 같이 무사히 졸업하자.”그런데 김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우리 모두 이 학교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어.”‘영원히는 개뿔. 나한테 위어드를 제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가장 먼저 널 제도했을 거야.’어쨌거나 밤에 위어드와 함께 자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기숙사 사감의 허락을 받은 후 선하윤은 책상 위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랍을 열자 기숙사 네 명의 단체 사진이 툭 떨어졌다.누런 사진에 네 명이 손을 잡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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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중요한 두 가지

김지연은 우민아를 보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이 여전히 선하윤의 어깨에 걸려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민아야, 어젯밤에 내가 같이 화장실 가자고 했는데 왜 같이 안 가줬어?’우민아는 먼저 어안이 벙벙한 눈빛으로 선하윤을 쳐다봤다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김지연에게 말했다.“어젯밤에 정신없이 자느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 밤에 안 잔 사람이 있었잖아. 걔한테 같이 가자고 할 것이지.”김지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누가 안 잤는데?”우민아는 손을 들어 선하윤의 뒤를 가리켰다.선하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민아의 입꼬리에 떠오른 미소를 보고 일부러 그녀를 겁주려 했다는 걸 알았다.여주인공을 함부로 건드리면 앙심을 품게 된다.김지연은 목을 돌려 백신향을 봤다가 다시 365도 돌려서 원래 시선으로 돌아왔다.“난 낯선 사람이랑 화장실 안 가.”김지연은 이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자리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했다.우민아가 선하윤과 정리아에게 손짓했다.“우리 얘기 좀 해.”“무슨 얘기?”김지연이 책을 들고 얼굴에 그린 듯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왜 나 빼고 얘기해? 나도 들을래.”우민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아침에 하윤이랑 약간 오해가 있었어. 별일 아니야.”“그럼 잘 해결해야지. 우리 평생 룸메이트 할 거잖아.”김지연은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공부했다.기숙사 문밖으로 나온 후 우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쟤 죽은 거 아니었어? 어떻게 돌아온 거야?”선하윤이 웃으며 말했다.“너 보고 싶어서 돌아왔다던데?”우민아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그런 농담 하나도 안 웃겨.”“하하.”선하윤은 계속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긴장 풀어. 이 학교는 온통 위어드 천지야. 하나 더 생겨도 괜찮아.”우민아는 선하윤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정보 교환하자. 너 새 규칙 얻었을 거 아니야. 나도 있어. 서로 교환하는 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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