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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괴담 규칙: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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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피바다가 된 7층

노하트가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면서 걸어 나왔다.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에 선하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러고는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찌푸렸던 미간을 펴더니 까만 눈동자에 기쁨이 차올랐다.첫 번째 던전에서 신채린은 단순히 방 안의 앨범을 만졌을 뿐인데 블랙캣에게 팔이 긁혔고 제물 카드가 망가질 뻔했다.604호에는 평범한 할머니뿐만 아니라 양 반 마리를 번쩍 들어 올리는 아들도 있었다.두 위어드가 그들의 영역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노하트가 쳐들어가 멀쩡하게 나왔다는 건 그들보다 노하트가 훨씬 더 강하다는 걸 뜻했다.노하트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핥았고 백골 손이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딱 봐도 포식한 모습이었다.선하윤이 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였다.“노하트, 방 안에 뭐가 있었어?”“두 발로 걷는 양이 많았어요.”“그럼 몇 마리나 잡아먹었어?”노하트가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전부 다요.”“하.”선하윤이 가볍게 웃더니 헬로 머니 만 장을 꺼내 노하트의 손에 쥐여주었다.“이제부턴 내 허락 없이는 내 옆에서 1m도 떨어지지 마.”“알겠습니다.”그녀의 두 눈에 교활한 빛이 스쳤다.“걱정하지 마. 네가 이렇게 강한데 당연히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활용해야지.”그 시각 문소이가 발을 헛디딘 바람에 계단에서 6층까지 굴러떨어졌다.땋은 머리가 반쯤 풀려 새 둥지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게다가 얼굴도 창백하고 몸도 허약해 보였다. 선하윤을 보자마자 손을 내밀면서 그녀 이름을 부르고는 그대로 쓰러졌다.선하윤은 급히 달려가 문소이를 부축했다. 문소이가 왼손에 분홍색 머리끈을 꽉 쥐고 있었다.다행히 선하윤이 남긴 표시를 보고 무사히 7층을 벗어났다.선하윤은 문소이를 복도 벽에 기대 앉히고 생수병을 열어 조심스럽게 두어 모금 먹인 다음 인중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소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선하윤을 보자마자 문소이는 목놓아 울부짖더니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횡설수설했다.“하윤아, 너무 무서웠어. 7층 복도가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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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하나같이 속을 썩인다니까

선하윤은 애써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그 아이는 내가 잘 보내줬어.”뜻밖에도 문소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어떻게? 설마 물리적으로?”“날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 같아?”선하윤이 이마를 짚었다.“그 아이의 응어리를 풀어주면서 실마리를 얻었어. 공사팀 사람들이 던전을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이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었다. 선하윤은 남자아이가 호두를 건넸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지하에서 이찬우를 봤던 일 때문에 문소이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 함께했던 파트너였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문소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하윤아, 찬우 무사히 던전을 나갔을까? 아니면 이미... 어휴... 지난번 던전은 탈출 방법이 여러 개였는데 이번 던전도 그런 거 아닐까?”“남은 사람은 구차하게나마 살아가겠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살았든 죽었든 우리한테 더는 아무 의미가 없어.”선하윤이 문소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계속 내려가자.”5층에 도착하자 잘생긴 경비원이 또다시 복도에 나타났다.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가렸고 제복 안의 옷을 회색 스웨터로 갈아입었다.경비원이 선하윤에게 손짓했지만 선하윤은 못 본 척 문소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4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경비원이 그녀들을 뒤따라오고 있었다.4층, 한 중년 여성이 검은 경비원 제복 차림으로 무전기를 들고 드라이버로 전화기를 고치고 있었다.무전기를 본 선하윤은 흠칫 놀랐다가 바로 중년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다.“아주머니, 뒤에 이상한 사람이 절 따라와요. 좀 쫓아내 주세요.”여자 경비원이 잘생긴 경비원의 마스크를 확 벗기자 늙은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 절반은 젊었지만 다른 절반은 세월의 흔적으로 깊게 패어 있었다.“할아버지였구나!”잘생긴 ‘경비원’인 줄 알았던 문소이의 아름다운 환상이 산산조각이 났다.“아주머니, 저 사람 사기꾼이에요. 경비원인 척했으니까 빨리 때려잡아요.”여자의 얼굴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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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탈출 방법 세 가지

“관리사무소 사람들 완전히 안하무인이에요. 우리한테 상의하는 법이라곤 없이 제멋대로 한다니까요? 게다가 공사하는 사람들이 매번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나쁜 사람이라도 섞여 들어오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참. 아무튼 정말 무책임해요. 여기 사는 사람들의 목숨은 신경도 안 써요.”공사팀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질 리는 없었다. 이 건물을 나가는 방법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선하윤이 고개를 들고 또 물었다.“경비실은 어디에 있어요?”“저랑 제 동료는 이 건물 안을 계속 순찰하고 있고 밤에는 복도에서 쉬어요. 1층 출구가 다시 열릴 때까지 계속 이럴 거예요.”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성 경비원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정규직은 아니어도 이 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곳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달려갈 겁니다.”문소이는 아직 다 마시지 않은 물을 여성 경비원에게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웃을 때마다 나타나는 보조개가 참으로 달콤했다.“경비 언니, 이마에 땀이 흥건해요. 물 좀 드세요.”위어드는 보통 사람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 문소이가 언니라고 부르자 여성 경비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더니 물을 받아 들고 고맙다고 한 후 꿀꺽꿀꺽 마셨다.다 마신 다음에는 입을 닦으면서 낮게 속삭였다.“나가고 싶으면 여기 사는 다른 주민들한테 물어봐요. 주민들이 비밀 통로를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선하윤의 두 눈에 순간 서늘한 빛이 스쳤다.“1층 편의점 뒷문에 바깥으로 나가는 비밀 통로가 있나요?”그러자 여성 경비원이 코웃음을 쳤다.“비밀 통로는 무슨. 1층 할머니한테 속지 말아요. 그 편의점 주인 정말 무개념이에요. 물건도 비싸게 팔고 쓰레기도 맨날 문 앞에 쌓아놓거든요. 뒷문이 있긴 한데 문을 열고 나가면 그냥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일 뿐이에요.”그 말에 선하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잘생긴 경비원이 1층 할머니가 짠 회색 스웨터를 입었던 건 그가 바로 편의점 할머니의 남편이었기 때문이었다.편의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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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죽음을 기다리는 양

두 번째 이유는 파트너가 죽으면서 던전의 위험 지수가 증가한다는 것이었다.7층 복도를 뒤덮은 피와 계단을 내려오던 문소이의 손목을 움켜쥐었던 뭔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선하윤은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 이 던전이 이미 위험천만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두 사람도 이찬우처럼 이 던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선하윤은 곧장 안전 통로로 들어섰고 어둠이 짙게 깔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이전의 충격적인 경험 때문에 문소이는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검은 소용돌이 같은 안전 통로로 들어설 수 있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용기를 냈다. 손을 더듬거리며 낙오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선하윤의 뒤를 따랐다.5층으로 내려가자 눈부신 강렬한 빛줄기가 선하윤의 눈을 찔렀다. 그녀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505호 남자가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안전 통로로 걸어오고 있었다.선하윤을 보자 다급하게 손전등을 끄더니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두 손을 맞잡은 채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선하윤과 문소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절름발이 남자가 안전 통로 안으로 들어와 비상문을 닫더니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이 층에 미친 여자가 있는데 절대 들켜선 안 돼요. 안 그러면 당신들의 피를 뽑아서 작은 괴물한테 먹일 거예요.”“붉은 치마를 입고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 말인가요?”선하윤은 그녀에게 분유를 가져다주러 온 참이었다.그 말에 절름발이 남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연달아 뒷걸음질 쳤다.“그 여자를 알아요? 혹시 일행이에요?”선하윤이 웃어 보였다.“젊은 총각, 긴장해 하지 말아요. 우린 그 여자랑 일행이 아니니까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한테 얘기해봐요.”이런 비플레이어 캐릭터는 던전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활용해야 했다.절름발이 남자가 몸을 벽에 기대고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난 이 집 남자 주인의 친구인데 초대를 받고 놀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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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알고 싶은 게 뭐예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순순히 협조하는 척했어요. 그런데 그 망할 여자가 제 허벅지를 베어서 신선한 피를 뽑아내 품에 안은 괴물한테 먹이지, 뭐예요? 정말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끝난 다음에 여자가 그릇을 내려놓고 아기를 안고 나갔는데 아무도 없을 때 그릇을 깨뜨리고 깨진 조각으로 밧줄을 끊은 뒤 도망쳐 나왔어요. 젠장.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라요.”그의 말에 선하윤은 위로를 몇 마디 건네고는 순찰하는 경비원이 있으니 나가고 싶으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고 알려줬다.절름발이 남자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떠났다.남자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문소이가 다가와 물었다.“왜 그냥 보냈어? 차라리 그 빨간 치마 여자한테 넘겨주는 게 낫지. 그 여자가 먹이를 구하면 우리를 잡으려 하지 않을 텐데.”다른 이를 희생시키더라도 본인의 안전이 우선이었다.“아까 그 남자 우리한테 거짓말했어.”선하윤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 여자가 이 건물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다고 말했대. 그런데 1층에 편의점이 있잖아.”“맞아.”문소이가 입을 가렸다.“그런데 왜 우리한테 거짓말했지?”선하윤이 침착하게 분석했다.“이미 우리를 알아봤겠지. 죽음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사람이 손전등을 켤 리가 없잖아. 추측하건대 아까 그 남자가 바로 505호의 집주인일 거야.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 얘기를 지어낸 건 우리한테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가 나쁜 사람이라고 알려주면서 여기서 빨리 나가라고 하기 위해서고. 우린 절대 그 남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서는 안 돼.”문소이가 두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깨물었다.“네 말이 맞아.”5층에 도착해보니 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맨발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검은 긴 머리가 그녀의 얼굴을 가렸고 품에 안은 아기가 칭얼거리며 울고 있었다.선하윤은 그녀에게 다가가 분유를 앞에 내려놓았다.“분유 가져왔어요.”약속대로 선하윤이 분유를 가져다주면 그녀는 선하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붉은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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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내 아이를 돌봐줄래요?

‘불태운다고?’그 말에 선하윤은 4층의 불에 탄 시체들이 떠올랐다.“도망치지 못해요. 우리 모두 도망칠 수 없다고요.”붉은 치마 여자가 원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새까만 두 눈을 크게 뜨자 눈에 핏발이 가득했다.“관리사무소 그 인간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요. 이렇게 큰 아파트에 임시 경비원을 고작 두 명밖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돼요? 어쩌면 그 나쁜 놈도 관리사무소에서 일부러 들여보낸 걸지도 몰라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전부 죽으면 낡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필요도 없이 불도저로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으면 되니까요. 그놈들은 배수관을 타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어요. 7층에 사는 여자는 멍청하게도 창문 밖에 방범창을 설치하지 않았고요. 듣건대 그놈들이 7층에 침입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였대요. 6층의 할머니는 죽는 게 무서워서 아들이랑 같이 그놈들한테 밥을 해줬고요.”“그럼에 4층에 불 지른 사람도 그 사람들이에요?”여자가 멈칫하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4층에 언제 불이 났었어요?”사실 조금 전 전부 불태워버린다는 건 그저 홧김에 뱉은 말이었다.선하윤이 물었다.“모르고 있었어요?”‘4층 복도에 불에 탄 시체들로 가득했었는데.’붉은 치마 여자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내가 아는 건 다 말해줬으니까 이제 가봐요. 아이한테 분유를 먹여야겠어요...”문소이가 그 여자를 붙잡았다.“잠깐만요. 1층에 나가는 길이 없는 게 확실해요?”붉은 치마 여자가 문소이의 다친 손목을 덥석 잡더니 상처를 세게 눌렀다. 날카로운 손톱이 피부를 뚫자 문소이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떠나기 싫다면 여기 남아서 내 아이를 돌봐줄래요?”그녀는 문소이의 상처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는 무섭게 말했다.“신선한 피는 분유만큼이나 영양가가 높아요. 피가 아마 끝도 없이 필요할 거예요.”“이거 놔요. 나 갈 거예요.”문소이는 손을 빼내려 발버둥 쳤다. 붉은 치마 여자가 손을 놓자 관성에 그만 뒤로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선하윤이 재빨리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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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아파트에 숨어든 살인범

304호에 살던 거상이 사라졌다.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휠체어에 앉은 소녀 앞에 커다란 냄비가 놓여 있었는데 뭔가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검은 마스크를 쓴 잘생긴 남자가 소녀 옆에 서서 고추, 마늘, 양파를 썰어 냄비에 넣었다.“저놈 찬우를 속여 편의점으로 끌고 간 가짜 경비원 아니야?”문소이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하마터면 저놈의 계략에 넘어가 편의점에서 죽을 뻔했어. 마스크를 쓰고 사람인 척하다니. 퉤!”“저 남자가 바로 1층 편의점에서 뜨개질하던 할머니의 남편이야. 지금 입은 저 스웨터도 그 할머니가 직접 짠 거고.”문소이가 입을 틀어막았다.“뭔 취향이 이렇게 독특해? 어쩐지 마스크로 가린 반쪽 얼굴이 늙어빠진 영감탱이더라니.”거실, 휠체어에 앉은 소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선하윤 일행을 쳐다보더니 입 모양으로 소리 없이 말했다.“살려줘요.”그리고 냄비 안에서 천천히 떠오른 건 큼지막한 머리였다. 그건 돼지머리가 아니라 거상의 머리였다.그때 안전 통로에서 소리가 들렸다.사각턱 경비원이 4층에서 내려오면서 투덜거렸다.“왜 매번 날 시키는 거야? 내가 불을 지른 것도 아닌데. 관리사무소 그 인간들은 신경도 안 쓰고 신고도 못 하게 하면서 전부 우리 임시직한테나 떠넘기고. 난 총도 없어서 와서 눈으로 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경비원이다. 하늘이 날 도왔네.’“경비 아저씨.”선하윤이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었다.“여기 좀 와주세요. 주민이 도움이 필요하대요.”사각턱 경비원이 선하윤에게 다가갔다.선하윤이 가리킨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는데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를 보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사각턱 경비원이 선하윤에게 말했다.“아가씨, 이건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경고하는데 아가씨도 나서지 말아요. 저자는 이 아파트 주민이 아니라서 제 관리 범위 밖이에요.”마스크를 쓴 남자는 경비원을 보고도 태연자약하게 계속 국물을 휘저었다.“이 아파트 주민 맞아요. 1층에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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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신고하면 잘려요

무한 복도 규칙 제12조와 제13조.[지금까지 만난 모든 이웃을 기억하세요. 낯선 얼굴을 보면 즉시 경비원을 호출하세요. 만약 경비원이 건물에 침입한 범죄자로 낯선 사람을 식별하면 신고 전화 65*21로 전화하세요.]이 규칙에 적힌 번호 중 한 숫자가 얼룩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쪽지에 따르면 가려진 숫자는 3이었다.[허위 신고는 금물입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범인을 제압하세요. 명심해요. 당신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있어요.]마스크를 쓴 노인이 바로 범죄자였다. 하지만 규칙에 신고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고 명확히 적혀있었다.선하윤과 문소이는 힘을 합쳐 노인을 제압했다. 노인의 피부가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해서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그런데 사각턱 경비원이 갑자기 엄숙한 표정으로 선하윤에게 손가락질했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 여기서 싸움은 금물입니다.”경비원은 덩치가 컸고 굵은 팔뚝에 근육이 울퉁불퉁했는데 바람을 넣은 풍선이 따로 없었다. 경비원이 화를 내면서 선하윤에게 다가갔다.“그 손 놓지 않으면 복도에서 확 내던져버릴 겁니다.”복도에서 떨어진다는 건 끝없는 추락을 의미했다. 즉 이 소설 속에 영원히 갇혀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었다.경비원의 눈에 마스크를 벗은 노인은 이 아파트의 주민으로 보였다. 이 점으로 경비원이 주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면 주민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들을 처벌할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함부로 주민의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선하윤은 바닥에 쓰러진 소녀를 향해 소리쳤다.“저 사람의 마스크를 밖으로 던져줄 수 있어?”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앞으로 기어가 검은 마스크를 힘껏 던졌다.일촉즉발의 순간에 선하윤이 마스크를 받아 노인의 얼굴에 씌우자 그들에게 돌진하던 사각턱 경비원도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손이 선하윤의 얼굴과 한 뼘 거리에 멈춰 있었다.경비원은 조금 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진 듯 멍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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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완전한 살인범

“이 건물에 일주일 전에 살인범이 침입했는데 7층에서 몇 명을 죽인 뒤 701호에 사는 여자한테 들켰어요. 701호 여자가 이 사실을 관리사무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죠.”선하윤이 시선을 늘어뜨렸다.“그런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게 맞긴 한데 상황이 급박하면 사람은 당황하게 돼요. 7층의 여자는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죠. 관리사무소에만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 계명 주택 관리 회사는 이 소식을 듣고 건물의 통신을 차단하고 건물 전체를 봉쇄해버렸어요. 여기 사는 주민들이 스스로 죽게 하려고요.”엄마의 쪽지에도 관리사무소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우리 관리사무소는 돈만 챙길 줄 알지, 일은 전혀 안 해.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관리하지 않아.]계명 주택 관리 회사는 일단 악의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선하윤은 계명 그룹이 바로 그것이 이 세상에 남겨둔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하여 이 회사를 조사해야 이 괴담 세계의 일부분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추측했다.사각턱 경비원이 근심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관리사무소는 늘 비인간적인 짓만 골라 해요. 주민들한테 엘리베이터를 고쳐주겠다고 해놓고서는 돈만 받고 입을 닫아버렸어요. 그리고 전에 서쪽 안전 통로에서 난간 문제로 한 독신 남성이 굴러떨어져 머리를 부딪쳐 죽었는데 관리사무소는 통로만 봉쇄할 뿐 시신도 처리하지 않았어요.”선하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경비원이 신고를 꺼리자 문소이가 왼손을 내밀었다.“아저씨가 신고 못 하겠다면 제가 할게요.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사각턱 경비원이 손을 펼쳤다.“일할 땐 핸드폰을 들고 다녀선 안 돼요. 무전기밖에 없어요.”무전기는 경비원들끼리 연락하는 데만 쓰일 뿐이었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전화선이 전부 끊겼고 4층의 유선 전화도 경비실에만 연락할 수 있었다.하지만 규칙에 신고하라는 내용이 있는 이상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조건 있을 것이다.선하윤은 문득 태블릿 PC가 떠올랐다. 배낭에서 태블릿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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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나머지 반쪽

“알았어요. 약 30분 후에 경찰이 가서 범죄자를 체포할 겁니다. 신고자분과 친구분은 어디도 가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요.”전화가 끊겼다.문소이가 선하윤과 하이파이브를 하려는데 선하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걸 보고는 손을 멈칫했다.“하윤아,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선하윤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이 영감은 완전한 살인범이 아니야. 그것이 일부러 살인범을 둘로 나눴어. 반쪽은 이 영감과 융합했고 나머지 반쪽은 아직 이 건물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규칙이든 경찰의 말이든 계속 우리한테 그 점을 놓치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어.”순간 절망이 파도처럼 문소이의 가슴을 덮쳤고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규칙에 허위 신고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내가 규칙을 어긴 거야?”선하윤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우리가 반쪽을 잡았으니 허위 신고는 아니야. 하지만 규칙에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했어. 30분 안에 나머지 반쪽을 찾아내면 우리가 이겨.”문소이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성급함 때문에 긴박한 상황이 생겼다고 자책했다.“미안해, 하윤아...”선하윤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지금은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야. 시간이 없어. 살인범의 나머지 반쪽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내야 해.”하도 꽁꽁 숨어서 선하윤조차 처음에는 그저 뭔가 이상하다고만 느꼈을 뿐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다.‘그것’은 정말 너무나도 교활했다.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 점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여긴 별 세 개짜리 던전이지 다섯 개짜리가 아니었다.만약 별 다섯 개 던전이었다면 신고 즉시 경찰이 달려왔을 테지만 별 세 개 던전에서는 3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선하윤은 소매 속에서 주먹을 꽉 쥐고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했다. 지금의 핵심은 살인범의 나머지 반쪽이 이 건물의 어디에 있는가였다.무한 복도 규칙 제12조.[지금까지 만난 모든 이웃을 기억하세요. 낯선 얼굴을 보면 즉시 경비원을 호출하세요. 만약 경비원이 건물에 침입한 범죄자로 낯선 사람을 식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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