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윤은 애써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그 아이는 내가 잘 보내줬어.”뜻밖에도 문소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어떻게? 설마 물리적으로?”“날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 같아?”선하윤이 이마를 짚었다.“그 아이의 응어리를 풀어주면서 실마리를 얻었어. 공사팀 사람들이 던전을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이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었다. 선하윤은 남자아이가 호두를 건넸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지하에서 이찬우를 봤던 일 때문에 문소이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 함께했던 파트너였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문소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하윤아, 찬우 무사히 던전을 나갔을까? 아니면 이미... 어휴... 지난번 던전은 탈출 방법이 여러 개였는데 이번 던전도 그런 거 아닐까?”“남은 사람은 구차하게나마 살아가겠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살았든 죽었든 우리한테 더는 아무 의미가 없어.”선하윤이 문소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계속 내려가자.”5층에 도착하자 잘생긴 경비원이 또다시 복도에 나타났다.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가렸고 제복 안의 옷을 회색 스웨터로 갈아입었다.경비원이 선하윤에게 손짓했지만 선하윤은 못 본 척 문소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4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경비원이 그녀들을 뒤따라오고 있었다.4층, 한 중년 여성이 검은 경비원 제복 차림으로 무전기를 들고 드라이버로 전화기를 고치고 있었다.무전기를 본 선하윤은 흠칫 놀랐다가 바로 중년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다.“아주머니, 뒤에 이상한 사람이 절 따라와요. 좀 쫓아내 주세요.”여자 경비원이 잘생긴 경비원의 마스크를 확 벗기자 늙은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 절반은 젊었지만 다른 절반은 세월의 흔적으로 깊게 패어 있었다.“할아버지였구나!”잘생긴 ‘경비원’인 줄 알았던 문소이의 아름다운 환상이 산산조각이 났다.“아주머니, 저 사람 사기꾼이에요. 경비원인 척했으니까 빨리 때려잡아요.”여자의 얼굴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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