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진은 주위에서 터져 나오는 추잡한 말들에 눈을 치켜뜨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우리 그냥 가요.”박진성을 향해 낮게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싶었지만 박진성은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네가 힘들면 먼저 나가 있어.”송아진이 이 상황에서 혼자 물러날 수 있을 리 없었기에 그저 이를 악물고 바늘방석 위에 앉은 듯 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가격은 치솟아 어느새 1조 4,000억 원에 다다랐다.그 순간, 주최 측 관계자가 무대 앞으로 다가와 진행자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곧 마이크를 잡았다.“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이 신사분께도 사과드립니다. 원화 소유자의 요청으로 이 작품은 오직 신 대표님께만 판매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그 순간, 박진성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때 신주현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며 얄밉게도 눈썹을 슬쩍 치켜세웠다.그 눈빛에는 가벼움과 도발, 그리고 뻔뻔한 조롱이 뒤섞여 있었다.송아진은 숨이 막히고 가슴이 쿵쾅거렸다.‘세상에 이렇게 얄미운 인간이 또 있을까.’차라리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결국 그림의 거래 금액은 알려지지 않은 채, 신주현은 뒷무대로 사라져 결제를 진행했다.그 순간 송아진은 직감했다.‘저 사람은 엄마의 유작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가져간 거야. 분명히 그걸로 날 협박해서 이혼을 막으려는 거겠지.’하지만 송아진은 마음을 다잡았다.‘난 절대 신주현의 꾀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송아진은 박진성과 함께 호텔을 나와 곧장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서 박진성이 낮게 말했다.“미안해.”“작은삼촌이 뭐가 미안해요. 잘못은 전부 신주현 미친 자식한테 있죠.”송아진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분명 제가 굴복해서 먼저 빌기를 바라는 거겠죠. 천만에.”“늘 그렇게 널 괴롭혔어?”박진성이 물었다.“그래요. 언제나 저를 짓밟고 괴롭히는 게 그 사람의 방식이었죠. 이제는 정말 단 1초도 못 버티겠어요.”그때였다.초록색 스포츠카 한 대가 갑자기 그들의 차 앞을 가로막듯 세워졌다.운전하던 박진성의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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