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지금 상황은 송아진이 억지로 이혼을 강요당하고 있을 뿐, 스스로 원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스며든 것이다.그렇다면 아직 돌이킬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신주현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어차피 송아진은 듣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신주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재킷을 벗은 뒤, 유성에게 전화를 걸어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라 지시했다.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가족용 침대에 몸을 던졌다.VIP 병실의 가족 침대는 환자 침대보다 오히려 넓었고 신주현은 마치 제 집 안방인 듯 대자로 뻗은 채 휴대폰으로 메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본 송아진의 가슴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송아진은 허공을 향해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허망한 화만 쌓였다.“너 아까는 그렇게 화내더니... 이제는 또 아무렇지 않은 거야?”송아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지금의 송아진은 마치 발을 동동 구르는 토끼 같았다.신주현은 고개를 들어 잠시 송아진을 바라보았을 뿐, 다시 시선을 내리고는 묵묵히 화면을 만지작 거렸다.‘날 무시하는 거야.’송아진의 속은 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송아진이 말을 걸어도 신주현은 대꾸조차 하지 않다니 결국 자신이 듣지 못하는 걸 이용해 더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신주현, 당장 나가. 널 보고 싶지도 않고 네 몸에 묻은 송지연 냄새는 더더욱 맡기 싫어.”거칠게 토해내는 송아진의 목소리에는 원망과 서러움이 뒤섞여 있었고 머릿속에는 조금 전 사진 속 장면이 떠올랐다.송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매달리고 신주현은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던 모습이었다.상상만으로도 온몸이 들끓듯 불편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순간, 송아진의 휴대폰이 울렸고 보니 신주현이 보낸 메시지였다.[흥분하지 마. 네 귀랑 머리 회복에 좋지 않아.]언뜻 걱정처럼 보이는 말이었지만 송아진에게는 마치 비아냥처럼 들렸다.“이혼하자고 했잖아. 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매달려? 게다가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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