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나를 붙잡는 사람: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배수연의 협박

화실 복도 끝에서 갑자기 뺨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짝!”배수연의 손바닥이 송아진의 뺨을 후려쳤다.얼굴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번져왔지만 송아진은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내게 뭐라고 약속했었지?”그 말에 송아진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 서 있는 건 눈빛 날카로운 시어머니 배서연이었다.배수연은 전형적인 유명 가문 출신에다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었다.특히 패션 디자인 업계에서 최근 몇 년은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기세로 앞서 나가고 있었고 그만큼 성격도 오만하기도 하고 제멋대로였다.신주현이 어릴 적부터 지닌 오만한 기질도 아마 그에게서 물려받은 걸지 모른다.“제가 도대체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그렇게 못마땅해하시는 건가요?”송아진은 눈을 똑바로 맞추며 끝까지 꺾이지 않는 기세로 되물었다.배수연의 눈매가 가볍게 치켜 올라갔다.“주현이가 너 때문에 미대 징계를 취소하도록 만들었다는 걸 알기나 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주현에게 얼마나 불리할지 생각해 봤니?”송아진은 비웃듯 답했다.“정말 저 때문에 그렇게 한 걸까요? 처음부터 문제를 만든 건 송지연 아닌가요?”배수연은 입술을 다물고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속으로는 송아진이 아무것도 모른다며 비웃었지만 굳이 대놓고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지난번에 분명히 약속했잖니. 곧 이혼하겠다고. 그렇다면 더는 주현한테 폐 끼치지 말고 사고도 치지 말아야지.”그러자 송아진은 단호하게 맞받았다.“내일 대사관에 가서 지문을 찍을 거예요. 정말 제가 곧 떠나는 게 믿기지 않으시면 차라리 지금 당장 비자 신청을 취소하죠.”“날 협박하겠다는 거니?”배수연은 눈을 살짝 감으며 차갑게 뱉었다.“아진아, 정말 떠날 거라면서 왜 굳이 신청아가 맡은 미대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니?”“신청아는 제 친구예요. 친구가 부탁하니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 그게 남성에 오래 머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배수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네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주현이가 애초에 신청아한테 자금을 지원할 이유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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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

송아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배수연이 독하게 마음먹으면 절대 빈말로 끝날 사람이 아니었다.신청아의 어머니가 미쳐버리고 끝끝내 목숨을 잃은 일이 바로 그 증거였다.“어머니, 저한테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겠다는 건가요?”송아진은 억지로 웃음을 머금으며 되물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배수연은 안경을 살짝 올려 올렸다.“네가 무사히 임신해서 아이를 낳은 다음, 그 아이 신장을 송지연에게 이식해 주는 거야. 그러고 나면 주현이가 마음대로 송지연과 결혼하겠지.”송아진의 손바닥 안쪽 살이 손톱에 깊게 파였고 배수연은 이어서 차갑게 덧붙였다.“지난번에 내가 약속했지? 네가 순순히 이혼하면 송지연이 절대 신씨 가문의 문턱조차 못 밟게 하겠다고. 하지만 네가 약속을 어긴다면 난 아기 신장 문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어.”순간, 송아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아진아, 남성에서 내가 싫다면 넌 절대 여기를 떠날 수 없어.”배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못 박았다.“어서 이혼해라. 네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송아진은 어떻게 화실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몸속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듯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배수연을 비록 직접 마주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그녀의 배경은 확실했다. 신주현 외가 쪽은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권세를 누리는 가문이었고 게다가 배수연은 외동딸이었으니 그런 사람이 내뱉은 말은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었다.송아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신주현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일이었다.고아원에서 나온 뒤 신주현을 만난 순간부터 언제나 자신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송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은 늘 신주현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전 이야기였다.‘지금은 바로 신주현이 내 아이에게서 신장을 빼앗으려 하고 있잖아... 그런 사람한테 내가 지금 배수연의 협박을 알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오히려 모자가 한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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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의도된 함정

송아진의 말투에는 억지로라도 기를 꺾이지 않겠다는 투정 섞인 기운이 배어 있었다. 조금 전 배수연에게 모욕을 당한 탓에 신주현을 괜히 자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투정은 투정일 뿐, 이혼 문제는 분명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신주현은 송아진의 말을 들은 순간, 차갑기만 했던 얼굴 위로 더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네 머릿속에는 정말 이혼밖에 없어?”신주현의 억눌러 놓은 분노가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리자 송아진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단호하게 물었다.“신 대표가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어젯밤, 침대 위에서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두 사람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송아진은 오늘 신주현이 굳이 학교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잠시 후, 신주현은 송아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송아진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늘 쓰던 휴대폰의 배경 화면은 좋아하는 남자 배우의 사진 그대로였다.“집에 두고 갔더라.”신주현의 말에 송아진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아... 정말 내가...”그러나 휴대폰은 닿기 직전 위로 쑥 들어 올려졌다.키 187에 이르는 신주현의 팔이 가볍게 올라간 순간, 송아진은 도저히 닿을 수가 없었다.허공만 허우적거리다 신주현이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게 분명하다는 걸 깨닫자 송아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지금 날 가지고 놀 거면 굳이 귀찮게 핸드폰을 가지고 직접 올 필요 있어?”신주현의 눈빛이 번쩍이며 반문이 튀어나왔다.“내가 널 가지고 논다고? 아진아, 지금 투정 부리는 건 네 쪽이야.”송아진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듯 허탈감만 느껴졌다.하지만 이곳은 학교이기에 억지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맞아. 네 눈에는 늘 그래 보였겠지. 우리가 갈라서기로 했을 때도, 결혼했을 때도, 언제나 내가 괜한 고집을 부리는 걸로만 보였겠지. 그냥 됐으니까 휴대폰 돌려줘.”신주현은 곧장 대꾸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조건이 있어.”“이건 내 휴대폰이야. 돌려주면 그만이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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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곧 떠나야 할 사람

그 사진은 얼마 전 신주현이 경제 잡지 전자판 인터뷰에 실렸던 모습이었다. 송아진은 그때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무심코 저장해 두었던 것이었다.사진을 본 순간, 송아진의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고 얼굴도 굳어졌고 어찌할 바 모를 만큼 민망했다.“함께 찍은 사진은 없어?”“내가 언제 너랑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 그것도 기억도 못 해? 건망증이야? 아니면 치매야?”송아진은 매섭게 받아쳤다.“괜히 더 바라지 마.”이혼을 결심한 뒤부터 송아진은 신주현을 대할 때 굳이 참고 넘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말들을 이제는 그대로 쏟아낼 수 있었고 오히려 그게 속이 더 후련했다.신주현의 얼굴은 여전히 태연해 보였지만 대답은 달랐다.“내가 바쁜 와중에도 직접 휴대폰을 가져다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어?”그 말에 송아진은 신청아의 말이 떠올랐다.“신주현이 네 징계를 취소해 줬는데 넌 고맙다는 말도 안 했어?”송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냉전 중인 거 아니었어?”“그건 네 생각이고.”신주현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스친 듯 보였고 그는 사실 이번 휴대폰을 핑계 삼아 화해하려 했다. 하지만 송아진은 그가 내려놓은 자존심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다음부터는 직접 올 필요 없어. 우리 사이는 그런 정도는 아니니까.”순간 신주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송아진은 신주현에게 단 한마디의 따뜻한 말도 주지 않았다.신주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아진이 고지훈과 있을 때는 어떤 눈빛을 보내고 어떻게 웃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신주현은 늘 불안했고 늘 마음이 요동쳤다.그때, 교직원들이 화실 문 앞에 나타났고 그들은 신주현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신 대표님,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오전에 이미 대표님의 비서님께서 학교 발전 기금으로 신축 건물 두 동을 기부해 주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송아진은 그들의 공손한 태도를 보고 말에서 전해진 뜻을 곧장 알아챘다.‘건물을 기부했다고?’송지연 때문에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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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청력을 잃다

해질 무렵, 화실 일을 마친 송아진은 다시 유화 작업실로 가서 졸업 작품을 조금 더 그린 뒤 학교를 나섰다.오늘도 송아진은 여전히 그 빨간색 F8을 몰고 왔다. 원래는 차를 바꿔 타고 오려 했지만 워낙 색깔도 튀고 차종도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 죽은 쥐 사건이며 징계 문제까지 이미 시끄럽게 퍼진 판국에 괜히 조용한 삶을 취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사람들의 입방아는 이미 끝까지 올라갔을 테니까 말이다.송아진은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언제 이혼할 수 있을지 언제 외할머니와 외삼촌에게 갈 수 있을지였다.차에 올라타는 순간, 마침 외삼촌의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송아진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시동을 걸며 미술대학 정문을 빠져나갔다.“여보세요. 삼촌.”“아진아, 네가 보낸 메시지는 봤어. 걱정하지 마라. 외할머니랑 내가 있는데 배수연이 너한테 손댈 수 없어. 다만 이혼은 더 늦추면 안 돼. 이미 변호사에게 협의 이혼 서류를 준비시켰고 재산 분할도 깨끗하게 정리했어. 우리는 아무것도 안 가져갈 거니 네가 론든에 오면 거기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돼.”그 말에 송아진의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온전히 보호받는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 없던 송아진이었는데 삼촌의 몇 마디 말만으로도 자신이 가족에게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네...”“협의서 초안은 이미 네 카카오톡으로 보냈어. 두 부 출력해서 신주현에게 서명만 받으면 돼.”“신주현이 사인할까요?”송아진은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만약 정식으로 들이밀면 신주현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은 저를 놓아주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일단 이혼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협의서를 꺼내. 만약 거부한다면 그때에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강경하게 나간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소송을 제기하는 거지.”송아진은 미간을 좁혔다.“이혼 소송은 길어요. 짧아도 1~2년 걸리니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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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우연이 아닌 사고

팔은 뼈에 금이라도 간 듯 욱신거렸고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그 순간, 송아진은 누군가의 품에 안겼고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스쳤다. 분명 신주현의 냄새였다.하지만 눈꺼풀은 너무 무거워 도저히 뜰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얼굴을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아진아, 정신 차려! 눈 뜨라고... 제발 자지 마!”그 목소리가 끊임없이 송아진의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깨우려 했지만 송아진은 너무 지쳐 있었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고 무엇보다 온몸이 너무 아파 힘을 쓸 수가 없었다.신주현은 송아진을 껴안은 채 송아진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몸서리칠 만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오늘 원래는 송아진을 학교 끝나자마자 데리러 올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놓쳐서 송아진이 화를 냈던 걸 떠올리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달래고 싶었다.늘 겉으로는 모른 척하면서도 사실은 먼저 화해할 구실을 찾던 사람이 바로 신주현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미대로 가는 길목에서 빨간색 F8이 대형 트럭에 들이받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신주현은 피투성이로 들것에 실려 나오는 송아진을 눈앞에서 보고 말았다.“아진아, 제발 눈 좀 떠... 다시는 널 화나게 하지 않을게. 제발...”목이 갈라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쉰 소리를 반복하며 이름을 부른 끝에 송아진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세광대학병원.서이안이 도착했을 때, 원장이 직접 송아진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고 수술실 앞 의자에는 신주현 혼자 앉아 있었다.“기록은 다 확인했어. 팔 골절에 뇌진탕이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어. 너무 걱정하지 마.”서이안이 신주현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네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는 건 두 번째야. 처음은 고3 졸업 무렵이지. 송아진이 사실 좋아한 사람이 고지훈이었고 널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걸 알았을 때 말이야.”그는 두 사람의 지난날을 전부 지켜봐 온 친구였기에 송아진이 신주현에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신주현은 영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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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두 남자의 신경전

신주현은 언제나 고지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늘 건들거리며 무심한 얼굴이었고 마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지만 서이안은 지켜본 세월이 길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신주현이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질투하며 가장 미워하는 존재가 바로 고지훈이었다.겉으로는 당당한 남편인 척했지만 서이안의 눈에 비친 신주현은 오히려 구차한 첩실처럼 안간힘을 쓰는 쪽에 가까웠다.가장 기가 막혔던 건 얼마 전에 억지로 송아진에게 여장 흉내를 내며 키스를 해 흔적까지 남겼던 일이었다.보통의 심지어 일반 사람도 감히 하지 못할 짓을 신주현은 전혀 서슴지 않았다.신주현은 고지훈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비아냥댔다.“냄새라도 맡고 온 거야? 개코야?”고지훈은 신주현의 악의 섞인 말에는 반응하지 않고 곧장 묻고 싶었던 걸 물었다.“아진은 어때?”“아진이라... 네가 걔 이름을 부를 자격 있어?”신주현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으며 짙은 소유욕이 드러났다.고지훈의 표정도 굳어졌다.“난 어릴 적부터 쭉 그렇게 불러왔어. 넌 아진은 안 지 고작 몇 년인데?”“사람 사이의 정을 알고 지낸 시간으로만 따질 거면 그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거야?”신주현은 싸늘하게 반박했다.“어린 시절에 불렀던 이름이 뭐가 대수라고 그러는 거야. 성인이 되면 각자 삶이 달라지고 서로의 길을 존중하는 게 맞는 거지.”“존중? 넌 아진을 믿고 내버려둘 수 있을 만큼 잘 챙겨줬어? 네가 아진을 이런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존중을 입에 담아?”고지훈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신주현은 코끝을 스치듯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우리 부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 그건 남이 참견할 일이 아냐. 만약 아진이가 널 그렇게 좋아했다면 애초에 송지연에게 신장을 내주면서까지 나랑 결혼하지는 않았겠지.”그 말은 신주현이 꺼내기조차 싫어하는 기억이었다.당시 신주현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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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핸드폰 안의 비밀

들어오지 말라는 말은 곧장 고지훈을 겨냥한 것이었다.서이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지훈을 한번 흘겨보고는 혀를 찼다.“고지훈, 두 사람은 그렇게 쉽게 갈라설 사이가 아니야. 괜히 남의 아내 마음 붙잡으려고 하지 말고 얼른 맞선이나 보고 네 짝이나 찾아. 계속 남의 집 일에 끼어들지 말고.”그 말을 남기고 서이안은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고지훈은 그대로 복도 의자에 앉았고 그저 송아진이 눈을 뜨기를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병실 안.신주현은 수술을 막 마치고 누워 있는 송아진을 지켜보고 있었다.침대 곁 의자에 앉은 채 오래도록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다행히도 사고 순간 송아진이 본능적으로 액셀을 밟아 간신히 차를 피했기에 그나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경찰의 말대로라면 그런 반사 신경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확실한 차체 파괴와 사망으로 끝났을 일이었다.신주현은 두 다리를 벌린 채 의자에 기대앉아 고개를 젖혔고 가슴속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공포와 충격으로 얼룩져 있었다.그 순간 송아진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숨조차 막혔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했고 보니 화면에는 유성이라는 이름이 떴다.“그래.”“대표님, 사고 현장에는 아무런 흔적도 안 잡힙니다. 경찰도 조사 중이긴 한데 가해 운전자는 이미 연행됐고 배경도 전혀 깨끗합니다. 해당한 거래 정황도 없고...”신주현은 목을 한번 쓸어내리며 눈을 감으면서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흔적이 없고 거래도 없다는 게 오히려 문제지. 더 파봐.”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신주현은 답을 확인하고 싶었다.“저희 쪽에서도 운전기사의 가족이며 지인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시 조사 방향을 잡아 주시겠습니까?”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신주현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송지연을 조사해.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사모님을요?”유성은 놀란 듯 잠시 머뭇거리다 곧 낮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통화를 끊은 신주현의 시선이 문득 침대 머리맡으로 향했고 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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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깨어난 송아진

송아진은 정말 떠날 생각이었다.그동안 송아진은 신주현과 수없이 다투고 부딪혔지만 신주현은 단 한 번도 송아진이 진짜로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언제나 송아진은 결국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의 이혼 협의서를 본 순간, 신주현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신주현의 믿음도 그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신주현의 눈가가 언제부터인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코끝은 먹먹하게 시큰거렸다.떨리는 손으로 협의서를 열어 대충 훑어본 순간, 허점 하나 없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더 충격적인 건 재산 분할 부분이었다. 송아진은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빈손으로 나가겠다는 각오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그제야 신주현은 그동안 자신이 송아진을 달래려고 한 짓이 얼마나 저급하고 우스운 짓이었는지를 깨달았다.신주현은 값비싼 차를 사서 모두 송아진 이름으로 등록했고 번호판조차 송아진의 생일로 맞췄다. 기념일마다 돈을 퍼부었고 송지연이 탔던 전용기를 타기 싫다고 말하자 곧장 새 비행기를 사서 선물했다.신주현은 이런 것이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송아진은 애초에 그런 것을 원한 적이 없었다.신주현의 뇌리에 스친 건 그 전용기를 받던 날 송아진이 지었던 차가운 웃음과 무력한 표정이었다.‘이혼을 앞두고 빈손으로라도 나가겠다는 사람한테 돈을 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신주현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조용히 누워 있는 송아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주현의 마음은 파도처럼 요동쳤고 가슴은 미어질 듯 아팠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송아진이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보인 건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주현의 얼굴이었다.“아진아, 드디어 눈을 떴구나.”신주현는 다급히 손을 뻗어 송아진의 멀쩡한 손을 움켜쥐었다.그러나 송아진은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빼냈다.텅 빈 손끝에서 전해진 상실감에 신주현은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듯 무너져 내렸고 머릿속에는 방금 본 이혼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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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없는 오해

“원장님, 감사합니다.”고지훈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신주현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마치 진짜 남편이라도 된 듯 자연스러운 고지훈의 말투가 신주현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잠시 후, 의료진이 모두 빠져나가자 넓은 병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수술 여파로 송아진의 속은 여전히 뒤집히듯 울렁거렸고 이 낯선 분위기는 송아진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송아진은 고지훈을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지훈 오빠, 병원 근처에 그 대나무 불에 끓이는 작은 만둣집 있잖아. 거기 만둣국이 먹고 싶어. 그리고 아까 부탁한 일도 같이 처리해 줘.”고지훈은 잠시 신주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고지훈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신주현의 불쾌함이 사라질 리 없었다.신주현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송아진을 내려다봤다.입술 끝까지 차올랐던 독한 말은 끝내 삼켜냈지만 얼굴에는 억눌린 짜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만둣국? 내가 사 오면 안 돼? 꼭 쟤한테 시켜야 해?”신주현은 말하고 나서야 송아진이 지금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라서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송아진은 신주현의 표정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고지훈 때문에 불편한 거겠지. 그렇다면 오히려 잘 된 거야.’“왜 하필 사고 현장에 있었던 거예요?”송아진의 눈빛 속에서 신주현은 미묘한 의심을 읽어냈다.“그게 무슨 말투야? 내가 무슨 의심이라도 받아야 해?”신주현은 목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삼키며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에 글을 적었다.그리고 화면을 송아진 앞에 내밀었다.[어떤 멍청이는 말이지... 네가 화가 풀리지 않았을까 봐 학교 앞에 널 데리러 갔다가 길에서 우연히 사고를 목격해서 병원으로 데려왔어. 그런데 깨나자마자 돌아오는 건 이런 의심뿐이라니...]신주현의 억울한 투정은 마치 어린아이의 삐침 같았다.송아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글자를 읽고 대답했다.“날 달래려고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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