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진의 말투에는 억지로라도 기를 꺾이지 않겠다는 투정 섞인 기운이 배어 있었다. 조금 전 배수연에게 모욕을 당한 탓에 신주현을 괜히 자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투정은 투정일 뿐, 이혼 문제는 분명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신주현은 송아진의 말을 들은 순간, 차갑기만 했던 얼굴 위로 더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네 머릿속에는 정말 이혼밖에 없어?”신주현의 억눌러 놓은 분노가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리자 송아진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단호하게 물었다.“신 대표가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어젯밤, 침대 위에서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두 사람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송아진은 오늘 신주현이 굳이 학교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잠시 후, 신주현은 송아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송아진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늘 쓰던 휴대폰의 배경 화면은 좋아하는 남자 배우의 사진 그대로였다.“집에 두고 갔더라.”신주현의 말에 송아진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아... 정말 내가...”그러나 휴대폰은 닿기 직전 위로 쑥 들어 올려졌다.키 187에 이르는 신주현의 팔이 가볍게 올라간 순간, 송아진은 도저히 닿을 수가 없었다.허공만 허우적거리다 신주현이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게 분명하다는 걸 깨닫자 송아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지금 날 가지고 놀 거면 굳이 귀찮게 핸드폰을 가지고 직접 올 필요 있어?”신주현의 눈빛이 번쩍이며 반문이 튀어나왔다.“내가 널 가지고 논다고? 아진아, 지금 투정 부리는 건 네 쪽이야.”송아진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듯 허탈감만 느껴졌다.하지만 이곳은 학교이기에 억지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맞아. 네 눈에는 늘 그래 보였겠지. 우리가 갈라서기로 했을 때도, 결혼했을 때도, 언제나 내가 괜한 고집을 부리는 걸로만 보였겠지. 그냥 됐으니까 휴대폰 돌려줘.”신주현은 곧장 대꾸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조건이 있어.”“이건 내 휴대폰이야. 돌려주면 그만이지 무슨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