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열일곱의 나이는 부끄러움과 자존심이 가장 예민한 시기였다.신주현의 말 한마디는 송아진의 뺨을 단번에 달아오르게 했고 도망치고 싶을 만큼 모멸감이 몰려왔다.그동안 송아진은 가족의 가난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수치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신주현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목구멍이 멘 송아진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비켜 줘. 난 그냥 집에 갈 거야.”“나한테 태도가 왜 그래?”신주현은 긴 팔을 뻗어 송아진의 길을 막아섰다.송아진은 답답함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지만 꾹 참고 용기를 내어 맞섰다.“난 너처럼 한가하지 않아.”그 한마디가 신주현의 신경을 건드렸다.신주현은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그래. 난 너무 한가하지. 네가 어제 바지 흠뻑 젖었을 때 내 외투를 벗어 덮어 준 것도 그렇고 오늘 네가 혼자 생일 보낼까 봐 따라온 것도 다 심심해서 그런 거지.”그 말을 듣는 순간, 송아진은 양심에 찔린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제 학교에서 신주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송아진은 아마 평생 기억할 굴욕을 당했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한 송아진은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고 이번에는 수치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다.송아진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괜찮아... 안 와도 돼. 고마워. 넌 그냥 집에 가.”송아진은 신주현의 팔을 밀어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뒤를 돌아보는 일도 없이 송아진은 빠르게 걸었고 혹여 신주현이 따라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송아진은 길을 한참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 순간, 신주현이 정말로 따라오지 않은 걸 확인하자 이상하게도 또 가슴 한편이 허전해졌다.‘내가 뭘 기대한 거지...’송아진은 쓴웃음을 지었다.신주현이 한 행동은 그저 재벌 집 도련님의 심심풀이였을 뿐이겠는데 송아진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착각한 게 우스웠다.송아진은 숨을 고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송아진의 옆에 멈춰 섰다.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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