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이 업계에서 일한다는 건 언제나 칼날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가까운 사례만 봐도 네오투자캐피탈보다 몇 배는 큰 해외 금융사들이 단 한 번의 리스크 관리 실수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했다.광한국은 이런 충격을 막기 위해 여러 겹의 금융 규제 장치를 마련해 두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국내에서 실제로 리스크관리본부의 판단 착오로 수천억 원대 손실을 본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그리고 과거 증권사의 ‘주문 오류’ 사건, 은행주 급등 사태, 해외 원유 파생상품 대규모 손실 사건 등등으로 남은 상처는 아직도 채 아물지 않아 금융권 전체를 긴장하게 했다.일부 오래된 사건들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업계에 뼈아픈 교훈이 되었다.네오투자캐피탈 회장실.황태원은 산더미처럼 쌓인 보고서 속에 파묻혀 있었다.“정말 끝이 없군.”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숫자가 빽빽이 적힌 리포트를 넘겼다.잉크 냄새와 은은한 시가 향이 공기 속에 엷게 섞여 들어왔다.물론 이 서류들을 비서 장지안이나 임원들에게 맡겨 요약본만 보고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면 곧잘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는 회사 전체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황태원은 그런 위험을 용납하지 않았다.그래서 아무리 보고서가 길고 지루해도 반드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곧 유니스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가 열리겠지. 모든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해 둬야 해...”황태원은 뻐근하게 굳은 어깨를 돌리며 피로가 짙게 깔린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일은 끝없이 늘어나는군.”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이 필요함을 실감했다.그 순간,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참, 현성이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어제 막 선임 트레이더로 정식 발령을 받았으니, 손발이 엉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지독한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었다.황태원은 속으로 단정했다.‘분명 손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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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초기 배정 자금: 2억 원][첫날 수익률: +8%]그 덕분에 트레이딩본부 팀장이 권한을 써서 8억 원을 추가 배정했던 것이었다.하루 만에 소현성의 운용 한도는 토탈 10억 원으로 커졌다.그리고 오늘의 수익률은 더 충격적이었다.“4... 40%라고?”황태원은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모니터 앞으로 몸을 기울였고 두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그 역시 한때는 증권사 현장 단말 직원부터 시작해서 몸으로 부딪치고 배워온 트레이더였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단타로 하루 40% 실적을 찍는다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대단한 실력이었다.더구나 국내 증시의 단일 종목 일일 변동 폭 제한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그 수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상·하한폭 제한이 사실상 없는 유니스 연방 시장이라 해도 하루 40%를 단기 트레이딩으로 뽑아내는 트레이더는 극소수라고 할 수 있었다. 리스크관리본부의 내부 통제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져서 그런 무모한 레버리지 운용을 애초에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소현성은 그저 더 챙겨줘야 한다고만 여겨 온 증권사 문외한 신입이었다.그런 소현성이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선물 포지션을 반복적으로 매수하고 청산하는 방식으로 무려 40%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를 만들어낸 것이었다.더욱이 레버리지가 조금만 반대로 움직였다면 단 하루 만에 전액 손실도 각오해야 하는 거래였는데, 그는 매번 10억 원을 몰방하는 전략을 서슴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 이건 분명히 시스템 오류야.”그것이 황태원의 첫 반응이었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아니면, 말이 안 되지.’황태원은 즉시 수화기를 들었다.“기술팀이죠? 지금 시스템 점검해 주세요. 계좌 수익률 집계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잠시 뒤, 기술팀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네? 전부 정상이라고요? 다시 로그인해 보라니까요! 재확인 결과도 이상 없다고요? 알겠습니다. 우선 계속해서 점검해 보세요. 미세한 오류라도 놓치지 말고요...”여러 차례 재점검이 이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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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선물투자라는 게 그랬다.겉으로 보기에는 고수익의 지름길 같았지만, 실제로는 화산 분화구 위에서 춤추는 것과 다름없었다. 짜릿한 만큼, 한순간의 방심이 곧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지곤 했다.레버리지가 기본적으로 10배 이상 걸려 있다 보니, 계좌 잔고는 제트코스터 타듯 오르내렸다. 변동성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안정적으로 보이던 원유 선물이, 산유국 지역에서 총성이 울리는 순간 가격이 단숨에 치솟았다. 반대로 다음 날 유니스 연준 관계자가 한마디 툭 던지면 곤두박질치며 바닥을 모를 만큼 빠져 버리곤 했다.그래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선물시장은 금융 판 러시안 룰렛이다’라는 농담이 자주 회자되곤 했다.노련한 트레이더조차 한 손에는 차트, 다른 한 손에는 증거금 계산기를 붙잡고 화면 가득 매수, 매도, 손절, 익절 주문을 걸어두며 거래하곤 했다. 계좌에 안전벨트를 열 개쯤 채워 둬야 마음이 놓이는 셈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블랙스완이 한밤중에 터지면 순식간에 계좌가 뒤집히기 일쑤였다.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해 들어가면, 시장은 반대로 뒤통수를 치며 계좌 잔고를 마치 프라이팬 위 돼지기름처럼 증발시켜 버리곤 했다.물론 주희재처럼 오랫동안 시장에서 굴러온 베테랑에게는 요령이 있었다.금 가격이 기술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신호를 잡으면 가볍게 포지션을 잡고 매수와 매도를 빠르게 오가며 짧게 수익을 챙겼다.‘불 속에서 밤 줍기’라는 말처럼, 발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작은 수익을 챙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날, 주희재는 단 한 건의 주문도 넣지 않았다.손이 굳은 것도 아니고 단타 감각이 녹슨 것도 아니었다.그를 주저앉힌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같은 팀의 신입, 소현성이었다.증시 개장 알림음이 울린 순간부터, 그 녀석은 미친 듯이 금 선물 계약에 뛰어들었다.한 치 망설임도 없는 과감한 진입, 그 무모하다 못해 광적인 기세에 주희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이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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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소현성은 무려 10억 원 전액을 망설임 하나 없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금 선물에 몰아넣었다.‘이건 더 이상 트레이딩이 아니야. 그냥 판을 통째로 엎어놓고 주사위 던지는 수준 아닌가.’더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그가 선택한 방식은 이른바 심장이 멎을 정도로 빠른 초단타 매매였다. 매수와 매도를 초 단위로 반복하는 말 그대로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벅찬 속도였다.그런데 그렇게 무모해 보이는 ‘신의 손’ 같은 마우스 클릭으로 소현성은 한 번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수익을 긁어냈다.마치 기름 표면에서 얇은 막을 계속 걷어내듯, 이익은 끊임없이 차곡차곡 쌓였다.주희재는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보다가 뜨겁게 달아오른 관자놀이를 손으로 세차게 문질렀다.‘말이 안 된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돼. 기술적 분석? 차트는 지금 난장판이라 도대체 뭘 근거로 했다는 건가? 설마... 남들이 모르는 무슨 비밀 전략이라도 쥐고 있는 건가?’이유야 어찌 됐든, 분명한 사실은 하나였다. 소현성은 돈을 벌고 있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보일 만큼 빠르고 집요하게, 거의 미친 듯한 속도로 시장에서 현금을 쓸어 담고 있었다.“젠장... 벌써 8%를 넘겼다고?”주희재의 심장이 숫자에 맞춰 요동쳤다. 손바닥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그러나 8%는 단순한 ‘예고편’에 불과했다.불과 몇 분 뒤, 계좌 수익률은 고삐 풀린 야수처럼 치솟았다.“15%... 20%... 25%... 제기랄... 저 자식, 진짜 인간 현금 인쇄기 아니야?”주희재는 정작 본인은 마우스를 한 번도 누르지 않았는데도, 두 손이 파킨슨병 환자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려 셔츠가 축축하게 젖었다.‘내가 했더라면... 25%는커녕, 이 위험한 선물 판에서 5%만 챙겨도 충분히 만족했을 거다. 회식 자리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떠들 수 있을 정도로.’하지만 소현성은 달랐다.지치지도 않고 마치 칼끝 위에서 춤추듯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회사에서 배정해 준 1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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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주희재는 끝내 버티지 못했다.속에서 들끓던 감정이 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놀람, 질투, 이해할 수 없음, 그리고 두려움까지.그 모든 게 뒤엉켜 터져 나온 건, 단 몇 마디 거친 욕설이었다.그 순간만큼은 그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물론 미친 듯 풀매수로 단기간에 신화 같은 수익을 내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하지만 그런 행운은 오래 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냉혹한 ‘평균 회귀’ 앞에서 따낸 돈을 고스란히 토해낼 수밖에 없다.그런데 지금, 합법과 규제를 철저히 지키는 대형 사모펀드에서, 그것도 리스크 관리 체계가 완비된 곳에서 순전히 하루짜리 단타, 이른바 T+2 매매만으로 40%의 수익을 찍어낸 신입이 있었다.주희재는 확신했다.이 바닥에서 숱한 진창을 겪고 괴물 같은 트레이더들을 수도 없이 봐 왔지만, 소현성 같은 존재는 단 한 번도 없었다.선물은 기본적으로 레버리지가 크고 변동성이 극심하다.운이 맞아떨어지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살벌하다.그런데도 소현성은 회사가 준 10억 원을 단숨에 몰방하더니, 매수와 매도를 마치 영구기관처럼 반복했다.그리고 최종 성적표는 무려 40% 수익률이었다.‘이게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인가?’“어... 멈췄네?”오후장이 막 시작될 즈음, 주희재가 여전히 현실감을 잃은 채 바라보던 그때였다.소현성이 갑자기 마우스를 움직여 계좌 속 모든 포지션을 단숨에 정리해 버렸다.동작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곧바로 그는 거래창까지 모조리 닫아 버리더니 대형 의자에 몸을 푹 묻었다.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눈을 감았다.“설마... 이걸로 끝낸다고? 아니면... 진짜 잠든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주희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현성을 바라봤다.‘오후장은 아직 절정인데 벌써 손을 놓다니.’방금 전 40% 수익률에서 멈춘 게 아니라, 당연히 인간의 한계를 더 시험하듯 50%까지 노릴 줄 알았다.‘그런데 갑자기 멈춘다고?’“허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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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회장 집무실 안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당 같았다.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상무, 각 이사, 본부장, 팀장, 파트장까지, 출장 중인 몇 명을 빼고는 회사에서 이름 있는 리더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넓디넓은 집무실이 사람들로 가득 차 공기마저 눅눅하고 무겁게 짓눌린 듯했다.사람들이 다 모인 뒤에야 황태원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여유롭게 들어섰다.그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미간을 살짝 좁혔다.“아니, 이게 뭡니까. 왜 이렇게 많이 모이셨나요?”장지안 비서가 곧장 앞으로 나서서 조심스레 설명했다.“회장님, 아까 회장님께서 소현성 씨와 관련해서 책임 있는 분들은 전부 모셔 오라고 지시하셔서...”황태원은 장지안을 흘끗 바라보더니 못마땅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됐습니다, 됐어요. 장 비서는 이만 나가 있으세요.”“예, 회장님.”장지안은 그제야 구세주를 만난 듯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한 뒤,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그가 거의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태원은 고개를 저었다.“참, 장 비서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너무 고지식한 게 가끔은 문제라니까.”혼잣말을 내뱉은 뒤, 황태원은 곧 방 안을 가득 채운 고위 임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각자 표정은 달랐지만 대체로 굳어 있거나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자, 다들 서 계시지 마시고 앉으시죠. 앉으세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런 때 쓰라고 집무실을 크게 마련한 거겠죠.”황태원은 속으로 짧은 웃음을 흘렸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절반은 왜 이렇게 긴급하게 불려 왔는지조차 알지 못할 터였다.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괜히 돌려 말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가겠습니다.”황태원이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제가 얼마 전에 회사에 한 사람을 직접 들여보낸 거,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오늘 이렇게 다 모여 주신 것도 전부 그 친구 때문입니다.”“예?”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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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가능성을 보셨다고요?”황태원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어딘가 장난기 섞인 어조로 물었다.“회장인 제 체면을 봐서 내리신 결정은 아니고요? 혹여 저에게 잘 보이려는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건 아닌지요. 저는 그래서 혹시 우리 현성 씨께 특별 대우라도 해주신 줄 알았습니다.”곁에 있던 유주혁 상무가 곧장 끼어들 듯 비꼬았다.“흠, 제 생각에도 그게 더 가까운 설명 같습니다.”주희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절대 아닙니다. 저 역시 놀랐습니다. 소현성 씨는 이미 실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단기 매매 성과만 놓고 본다면, 타고난 재능이라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유주혁은 냉소를 터뜨렸다.“허, 참 그럴듯하게 말씀하시네요. 듣는 분들은 마치 하루에 회사 전체 수익률을 5%씩 끌어올리는 줄 알겠습니다.”사모펀드 업계에서 일일 수익률 5%를 꾸준히 내는 트레이더는 사실상 업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였다.그러나 이어진 주희재의 발언은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그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유주혁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서서히 굳어졌다.“뭐라고 하셨습니까?”주희재는 등을 곧게 펴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내뱉었다.“소현성 씨는 입사 첫날 일일 수익률 8%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회의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확인한 바로는... 수익률이 무려 40%였습니다.”“...”유주혁은 순간 숨이 막힌 듯 멍해졌다가, 곧 얼굴이 일그러졌다. 믿기 어려운 충격과 억눌린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오른 듯했다.“주 팀장님, 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 어제 8%, 오늘 40%라니... 그게 현실에서 가능한 수치라고 정말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트레이딩을 해본 사람입니다. 단기 매매로 하루에 40%라니, 도대체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유주혁뿐만이 아니었다.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던 집무실 안의 고위 임원들 모두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충격, 의심, 그리고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의 황당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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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주희재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아주 조심스러운 어조로 한마디를 덧붙였다.“맞습니다, 회장님. 게다가 제가 알기로는 소현성 씨와 회장님은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그건 맞아요.”황태원이 짧게 대답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속내는 쉽게 읽히지 않았다.“혈육은 아닙니다.”순간, 황태원의 머릿속에 오래된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퇴근 후 시간을 쏟아부으며 유일하게 즐기던 온라인 게임 안에서 자신이 이끌던 길드의 이름은 다소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는 ‘러브 패밀리’였다.겉으로 보면 중2병 같고 우스꽝스러울지 몰랐지만, 황태원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가상 세계 속에도 진짜 감정이 있었고 함께 싸우며 쌓은 우정과 유대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삶의 조각이 그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바로 그 세계에서 소현성은 수년간 그의 곁을 지킨 가장 믿을 만한 전우이자 형제 같은 존재였다.‘물론 온라인 게임에서 맺은 의형제 관계 따위를 이 정장 차림의 증권맨들이 이해할 리 없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어.’황태원은 마음속 말을 삼키고 화제를 자연스레 전환했다.“하지만 말이죠. 요즘 세상에 꼭 혈연으로만 가족이 정의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말이 끝나자, 집무실 안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짧은 침묵이 흐르는 동안, 임원들의 눈빛이 서로를 스치며 오갔다.‘역시... 소현성 씨와 회장님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아.’‘저런 말을 직접 입에 올리실 정도라면 그 신입은 사실상 가족 대우를 받는 거나 다름없어.’눈빛 속에는 은연중 경계와 경외가 동시에 스며들었다.주희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아부 섞인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최대한 진중하게 깔려 있었다.“맞습니다, 회장님. 그래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설령 회장님께서 소현성 씨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직접 입사시키셨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한 정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분명 그의 능력을 보고 내린 결정이겠지요.”‘현성이의 재능이라...’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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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엣헴.”황태원이 일부러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수습했다.그리고 곧장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리스크관리본부장 반세훈에게 시선을 돌렸다.“리스크관리본부 입장은 어떻습니까?”반세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회장님, 그리고 임원 여러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본다면 소현성 씨의 거래 방식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무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의 얼굴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소현성 씨의 거래는 회사 내부의 리스크 관리 규정을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마치 안전장치 하나 없이 외나무다리를 내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위험 통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돌진하는 모습은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깝습니다.”“다만... 저는 그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희재가 나서며 반박했다. 모든 시선이 곧장 그에게 쏠렸다.“저는 소현성 씨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분명 근거와 확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주희재는 반세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이어갔다.“소현성 씨의 투자 패턴과 진입, 청산 타이밍 지켜봤습니다. 결코 무작정 충동적으로 진행한 매매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소현성 씨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거래 로직을 갖고 있습니다.”“거래 로직이라...”반세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게 구체적으로 뭡니까? 수치화할 수 있습니까? 모델링 할 수 있습니까? 저를 이해시킬 근거가 있습니까?”“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반 본부장님. 지금 당장 소현성 씨를 불러다 하루 종일 설명을 듣는다 해도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저를 포함해 단 한 사람도 그의 논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주희재가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그야 그렇겠죠.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짓이니까요.”유주혁 상무가 다시 끼어들었다.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비아냥이 묻어 있었다.“그냥 요행 맞은 겁니다. 이른바 ‘운빨’이죠. 그런 걸 무슨 로직이라고 포장합니까.”주희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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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반세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만약... 정말 이번 주 금요일까지 지금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그때는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현성 씨를 곧장 파격 승진시키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반드시 우리 회사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트레이더의 세계에는 명확한 서열이 있었다.선임을 넘어 수석 트레이더, 혹은 본부 팀장으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회사의 지원과 권한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달라지고,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성과급 비율이 크게 뛰어,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질수록 본인 몫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결국 회사와 트레이더 모두가 훨씬 더 큰 파이를 나누게 되는 구조였다.“좋습니다.”황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반 본부장의 제안에 반대 의견 있으십니까?”순간 회의실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다.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겠는가. 회삿돈을 불려 오는 인재를 더 키우자는데 돈이 싫지 않은 이상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좋습니다. 그럼, 그대로 진행합시다.”황태원은 담담히 결론을 내렸지만, 속으로는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애초에 소현성을 억지로 회사에 들인 건, 그저 한가한 자리에 앉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지내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게임을 접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에게 마련해 준 일종의 ‘은퇴 자리’ 같은 것이었다.‘그땐 단지, 같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싸웠던 의리나 한번 갚자는 생각이었지...’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소현성은 회사의 시선을 사로잡고 판을 뒤흔드는 존재로 떠올랐다.‘이건 내가 예상했던 그림이 아닌데...’...눈꺼풀이 뻑뻑하게 시리며 장시간 집중 탓에 머릿속은 웅웅 울렸다.소현성은 그저 잠깐 눈을 붙여 피로를 덜고 과열된 뇌를 식히려 했을 뿐이었다.정말 말 그대로 몇 분만 쉴 생각이었다.“현성 씨! 현성 씨! 제가 오늘 얼마 벌었는지 맞혀 보실래요? 어? 어디 계시지? 현성 씨?”상큼하면서도 들뜬 목소리가 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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