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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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아, 진짜 망신살 뻗쳤네... 회사 와서 낮잠이라니. 이건 평생 두고두고 회자될 흑역사다.’그런데 옆자리의 이혜림은 의외로 태연했다.“뭐, 괜찮아요. 우리 일은 결국 수익률이 전부잖아요? 돈만 잘 벌어다 주면 출근해서 자든 집에서 뒹굴든 회장님이 오히려 절 받들듯 모셔야죠.”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늘 하던 습관처럼 몸을 기울여 소현성의 모니터를 들여다봤다.“자, 오늘 성적표가 어떠신지... 흠, 만약 잠만 자고 돈도 못 벌었다면 제가 오늘 선배로서 제대로 혼 좀 내드릴 거예요.”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걸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눈동자가 얼어붙었다.“어? 잠깐만, 이게 뭐예요?”이혜림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화면에 바싹 얼굴을 들이댔다. 숫자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표정은 점점 당혹과 혼란으로 물들었다.“40% 수익이에요? 이거 프로그램 오류 아니에요? 이런 수익을 낼 수가 없는데...”소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아, 오늘 최종 수익이 40%였구나. 뭐,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하게 답했다.“글쎄요, 고장 난 것 같지는 않은데요.”“시스템 고... 고장이 아니라고요?”이혜림의 목소리가 순간 갈라져 날카롭게 들렸다.그리고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은 휘둥그레졌고 입은 반쯤 벌어진 채, 모니터 앞에 고개를 내민 모습으로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돌로 굳어버린 석상 같았다.“누나? 괜찮으세요?”소현성이 손을 흔들어 보아도 반응이 없었다. 답답해진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그제야 이혜림은 마치 오랫동안 걸려 있던 봉인이 풀린 듯, 갑자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헉’ 하는 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충격의 기운이 가득했다.그러고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나치게 공손하고 심지어는 아부에 가까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소현성... 트레이더님...”“누나?”“아니, 누나라뇨.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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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월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날이었다. 한 달간의 결과가 통장에 찍히는 시점이었으니까.네오투자캐피탈의 트레이더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컸다. 성과가 수치로 드러나고 보상이 뒤따르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이론상이라면 모두 웃음을 지어야 할 자리였지만, 토요일 근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은 다운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날 사무실 공기는 평소보다 한층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번 달 목표를 초과 달성한 팀이 있다고 들으셨습니까?”“목표요? 설마요. 이번 장은 사실상 줄곧 미끄러진 장이었잖아요.”“플러스만 내도 기적이죠.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부서가 손실을 기록했다고 하던데요.”월말에는 관례적으로 실적 발표가 있었다.팀별 순위, 개인별 수익률, 그리고 월간 최우수자 발표까지.성적이 좋은 팀과 개인에게는 명확하고 확실한 보상이 주어졌다.반대로 팀 단위로 손실을 냈거나, 회사가 정한 최소 기준치조차 충족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달랐다.내부적으로 상대적 무탈한 편이었다 해도 기준선을 넘기지 못하면 보상은 없다.회사 내부의 최소 기준은 월간 수익률 5%, 기대치는 5~15% 구간이었다.하지만 한 달에 15%를 달성하는 팀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특별한 호황 장이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더구나 이번 달은 시장 흐름 자체가 하락세였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꾸준히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장이었다. 그래서 사무실 안에서는 이번 달 기준선을 넘긴 팀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미 기정사실처럼 오가고 있었다.트레이더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끝이 평소보다 느리고 무거웠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대화조차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짧게 오갔다.화면 속 붉은 숫자들이 반사된 얼굴빛은 칙칙했고 마치 숨조차 가벼워진 듯한 정적이 사무실 전체를 짓눌렀다.“들으셨습니까? 예전에 그냥 앉아서 돈 번다는 소리 듣던 파생상품팀 고참들도 이번에는 크게 손실을 봤답니다.”“하긴요. 그분들 평소에는 출근해도 휴가처럼 지내시던데, 이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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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1팀? 잠깐만요... 1팀이면 혹시...”“주희재 팀장님이 맡고 계신 부서 아닙니까?”“와... 주 팀장님 대단하시네요. 평소에는 별다른 말씀도 안 하시고 조용히 계시더니, 이런 성과를 내실 줄이야...”사람들 사이에서 주희재는 언제나 튀지 않는, 일종의 아웃사이더 같은 인물로 통했다.팀장 회식에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늘 같았다.“자기관리도 실력이에요. 트레이더는 체력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평소에도 말수가 적어 묵묵히 일만 하는 타입이었던 주희재가 이번에 유일하게 성과를 낸 팀을 이끌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내색조차 없었다는 점이었다.“근데... 여러분, 혹시 이거... 그 일 때문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한 직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꺼냈다.“그 일이라니요?”“그... 낙하산 말입니다. 얼마 전 주 팀장님 팀에 배치된 거 낙하산 있잖아요.”“아, 그거요... 설마 내부적으로 무슨 지원이 있었단 말씀이십니까? 운용 기본금 배정이 달랐다든가...”“그럴 가능성이 있죠. 더 놀라운 건 주 팀장님이 그 낙하산을 그렇게 빨리 선임 트레이더로 올려주셨다는 겁니다. 시기도 절묘하지 않았습니까.”그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였구나.’‘그래서 이번 같은 장에서도 1팀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거야.’‘이건 성과라기보다는, 낙하산을 띄워 주기 위한 포상에 가깝지.’“하하, 그렇다면 이번 달 최우수 트레이더도 그냥 그 낙하산한테 주면 되겠네요. 이왕 몰아주기로 할 거라면 제대로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한 명이 냉소 섞인 말투로 던졌다.“잠시만요... 설마...”옆에 있던 직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네?”“정말... 방금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공지 밑에 적혀 있네요. 월간 최우수 트레이더가 그 낙하산이라고요.”“뭐라고요? 정말입니까?”농담처럼 흘린 말이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 사무실 분위기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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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어느 업계든 직장인이라면 불문율이 있었다. 윗선에서 꽂아 넣은 낙하산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하지만 이들도 힘겹게 팀장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들이었다. 최소한 불만쯤은 윗선에 전할 자격은 있다고 여겼다.‘가서 하소연할 상대라면... 당연히 우리 직속 상사, 트레이드본부 본부장 이창민이지.’그리하여 한껏 앙금이 쌓인 팀장들이 단체로 본부장실 앞으로 몰려갔다.“어휴, 이게 웬 구경거리입니까? 다들 오늘따라 참 한가하시네. 장터 열린 줄 알겠어요. 무슨 일로 줄줄이 제 방으로 몰려온 겁니까?”이창민은 커다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문 앞에 가득 들어선 팀장들을 흘겨보았다.그러나 입가에는 비웃음이 번졌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었다.“본부장님, 그게... 오늘 토요일이다 보니...”한 팀장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자, 이창민이 바로 받아쳤다.“토요일이면 집에서 쉬면 될 거 아니에요? 회사까지 나와서 뭐 합니까? 제 방은 회장님 집무실과 달리 좁아서 숨 막히는데...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서 뭐 하자는 겁니까. 월간 실적도 보세요. 다들 손실만 내놓고서! 여기 서 있을 면목들은 있으십니까?”마지막 말이 떨어진 그 순간 팀장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아이고, 본부장님 심기도 영 편치 않으시네.’“본부장님... 실적 이야기는 저희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잠시 머뭇거리던 팀장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사내 메신저에 올라온 그 공지... 보셨습니까? 저희로서는 아무리 곱씹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납득이요? 납득 안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사내 메신저에 올라온 그 공지... 보셨습니까? 저희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납득이요? 납득이 안 되면... 어쩌시겠다는 겁니까?”“1팀 실적에 관해 이의제기하겠습니다. 솔직히 1팀 실적은 저희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쪽은 새로 들어온 낙하산 인턴이 마치 로켓이라도 탄 것처럼 순식간에 선임 트레이더로 승격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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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팀장들은 마지못해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종이가 빠르게 넘겨지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그리고 곧 그들의 표정이 의아함에서 놀람으로 바뀌더니, 이어서는 얼이 빠진 듯한 온몸이 경직됐다.서류에 적힌 건 도저히 믿기 힘든 수익률 그래프였다.“본부장님... 이건 아무리 봐도 수치 조작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과장된 숫자는 좀...”“아니, 단 5일 만에 이런 수익이 난다고요? 이건 누가 봐도 가짜 아닙니까. 도대체 누가 믿겠습니까.”다들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차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입 밖에 내고 있었다. 그만큼 숫자가 상식을 넘어섰다.“에이, 이 사람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이창민이 손바닥으로 탁자 위를 내리쳤다.“거래량이나 수익률을 조작했다고요? 그건 명백한 경제범죄예요. 그 짓 했다간 바로 구속되는 거 모르고 하는 말입니까? 본부장인 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순간 회의실 안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게 전부 사실이라는 말씀입니까?”“잠깐만요. 고작 5일 만에, 수익률이 80%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문서에 찍힌 숫자는 분명했다.실제 운용 자금 10억 원이 단 5거래일 만에 18억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이건 뭐 5일 동안 밤낮없이 돈을 찍어내도 이만큼은 못 찍어내겠는데...’게다가 방식도 장기 보유나 가치 투자와는 전혀 달랐다.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오직 초단기 트레이딩으로만 쌓아 올린 실적이었다.거래마다 상승 곡선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 짜낸 것 같았다“자리에 있는 팀장님들의 심정도 이해합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말이 안 되죠. 본부장인 저도 아직도 믿기 힘들어요.”이창민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눈빛에는 피로와 놀라움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저도 이 바닥에서 별별 인간 다 봤습니다. 기행이니 꼼수니 별의별 일 다 겪었지요.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본부장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자, 실적이 사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팀장들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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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트레이딩본부 팀장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마치 억지로 쓴 약을 삼킨 사람처럼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그래서 말인데요...”이창민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다들 차분히 계시기 바랍니다. 공연히 떠들썩하게 굴지 마시고요.”“그 말은... 앞으로 무슨 일이 더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까?”누군가 조심스레 되물었지만, 이창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을 흘겼다.“다음 주면 알게 될 겁니다. 자, 이제 다들 나가 보시죠. 할 일 많잖아요.”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듯,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입이 보너스를 두 손 가득 챙기는데, 회사 팀장님들이라는 분들은... 그저 구경만 하실 겁니까? 다들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잖아요?”팀장들은 멍한 얼굴로 본부장실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복도에 나와 서로를 마주했지만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그때, 한 팀장이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듯 혼잣말을 했다.“사내 규정에 트레이더가 직접 부서 이동을 신청할 수도 있었죠?”“네?”순간 팀장들이 동시에 침을 삼켰다.‘지금이 기회야!’서로 똑같은 결론에 닿은 것이었다. 그러고는 마치 신호라도 맞춘 듯, 일제히 몸을 돌렸다.누가 더 일찍 도착하나 경쟁하듯 복도를 달려가는 발걸음은 모두 트레이딩본부 1팀 사무실을 향하고 있었다.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것도 ‘슈퍼 배당’을 안겨 주는 거위가 바로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원래라면 토요일은 직장인에게 정해진 휴일이었다.하지만 트레이딩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주말’은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회사에서 억지로 불러내는 건 아니었지만 토요일마다 정리해야 할 데이터와 다음 주 장을 준비하는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토요일에 미리 챙겨두지 않으면 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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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소현성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스마트뱅킹 알림 메시지가 떠 있었다.[입금 알림: 네오투자캐피탈에서 귀하의 계좌로...]‘어, 월급이 들어왔네?’순간 감탄이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역시 금융권은 뼛속까지 치열하네. 토요일에도 사람 불러내더니, 급여 정산도 주말에 돌려버리네. 효율 하나는 끝내주네.’마치 복권 당첨 결과를 확인하듯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앱을 열어 본 그 순간 뒤통수를 벽돌로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고 눈앞에 별이 번쩍이며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화면 속 숫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잠깐만... 이게 도대체 뭐야?’머릿속으로 자릿수를 하나하나 짚어 내려갔다.‘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2억 원?’숨이 턱 막혔다.게임에서 전설 아이템이 떨어져도 이만큼 흥분한 적은 없었다.그런데 지금, 천문학적인 금액이 버젓이 계좌 잔액에 찍혀 있었다.현실감이 무너져 내렸고 머릿속이 공허하게 붕 뜨는 기분이었다.소현성은 예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선임 트레이더로 승격하면 한 달 동안 낸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으로 받는다고 했었다.게다가 이번 달, 상상조차 어려운 수익률로 부서 전체 성적을 끌어올렸으니 당연히 큰 금액일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아니, 그래도... 이건 말도 안 되잖아. 2억 원이라니?”소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손끝이 떨렸다.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큰 금액 때문에 한참이 지나도 휴대폰을 쥔 손은 파르르 떨려왔다.‘띠링링...’아직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있던 소현성은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와 씨... 누구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헉, 회장님? 무슨 일로...’그는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떨림과 아부가 묻어났다.“회장님... 아, 아니,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웃음기가 섞인 황태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현성아, 월급은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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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광한국 시장만 파기에는 언젠가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업계에서 흔히 도는 말이었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까. 광한국 증시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제대로 가시려면 유니스 증권시장으로 가야 한다고요. 거기서 제대로 승부를 겨뤄 보자고요.”네오투자캐피탈 사무실 구석에서 한 트레이더가 못마땅한 듯 언성을 높였다.“말은 쉽죠. 그런데 수수료, 각종 세금, 거래 비용까지 다 빼면 결국 피 한 방울 안 남습니다. 차라리 국내 증시에서 매매하는 게 낫습니다. 적어도 손익계산이 쉽지 않습니까.”옆자리에 있던 동료가 곧장 현실적인 한마디를 던졌다.“좋습니다. 평생 이 썩은 웅덩이에나 처박혀 계시죠. 죽어라 발버둥 쳐도 4천 포인트는 못 넘는 시장 붙들고서, 결국 제자리서 헛발질하는 폐물 신세 아닙니까. 유니스 증시 좀 보세요. 오를 때면 상한선이 없습니다. 구멍 뚫린 하늘이라고요.”“그런데 떨어질 때도 끝이 없지 않습니까. 조금만 삐끗하면 바닥은 물론이고 지옥까지 곤두박질입니다.”“그럴 땐 공매도 하시면 되죠. 방향만 반대로 잡으면 수익은 배로 불어납니다. 제대로만 치면 별장 하나는 문제없을 겁니다.”“말씀은 참 그럴듯하시네요. 그렇게 쉬우면 왜 아직 재무적 자유는 못 누리고 계십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번 달 해외 부서 수익률은 얼마였지요? 좀 보여주시죠.”“그, 그건...”방금까지 큰소리치던 트레이더가 머뭇거리며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선은 허공을 떠돌았고 목소리에는 기세가 사라졌다.네오투자캐피탈처럼 덩치가 큰 회사에서는 부서 간 색깔이 뚜렷했다.국내 증시만 파는 팀이 있는가 하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팀, 채권에 몰두하는 팀, 파생상품에 깊이 빠져 사는 팀도 있었다. 같은 회사 소속이라 해도, 서로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듯 각자의 영역에서만 움직였다.“아휴, 매수 타점은 기가 막혔는데, 매도 타이밍을 못 잡았던 게 아쉽습니다. 마지막 한 발만 제대로 처리했더라면 우리 부서는 이번 연말 보너스로 풀빌라를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열어도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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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도대체 얼마를 벌었길래 이렇게들 떠들썩하게 소문난 겁니까?”그때 한 팀장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목소리를 낮춘 채,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흘리는 듯한 표정이었다.“내부에서 들은 확실한 얘기인데요... 수익률이 60%랍니다.”“말이 됩니까. 한 달에 60% 수익을 올리다니요? 그건 게임에서 치트라도 써야 가능한 숫자 아닙니까. 유니스 주식이 상한가를 몇 번을 찍어도 그렇게는 못 합니다.”즉시 반박이 터져 나왔다.“아직 놀라긴 이를걸요? 제가 듣기로는 60%를 넘었다던데요? 정확히 80% 가까이 된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 실적을 트레이더 한 사람이 혼자서 만들어냈다는 말까지 있습니다.”또 다른 직원이 거들며 더 자극적인 버전을 보탰다.“아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닙니다!”회의적인 목소리가 곧장 이어졌다.“그래서들 납득하는 거죠. 이번에 트레이딩본부에서 새 팀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던데, 아마도 그 트레이더를 위해 따로 무대를 마련하는 것 아닐까요?”순간 모두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번졌다.약세장에서 수많은 트레이더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마당이었으니, 보통이라면 구조조정만 안 당해도 다행이었다.그런 와중에 오히려 새 팀을 꾸린다니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트레이드본부에 새로운 팀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고? 윗선에서는 도대체 무슨 의도지?’“그런데 새 팀의 책임자는 정해졌답니까? 누굽니까?”사무실 안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서로를 오가며 묘한 긴장감이 퍼졌다....같은 도시에 살다 보니 소현성과 황태원은 가끔 따로 만나 밥을 먹었다.둘이 만날 때마다 찾는 단골집은 번화가 골목 안쪽의 허름한 숯불구이 집이었다.“원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일식집 같은 데 데려가서 상류층 분위기 한번 보여주려 했거든.”황태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뒤집으며 농담 섞인 웃음을 지었다.“에이, 형님 취향이 뭔지 제가 모르겠습니까.”소현성이 히죽 웃었다.“고기 굽고 시원한 맥주 마시는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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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콜록!”황태원이 갑자기 헛기침하더니 방금까지 입가에 맴돌던 웃음을 거두었다.“큰일 날 뻔했네. 게임 얘기만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걸 놓칠 뻔했어.”소현성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올 것이 온 건가...’지금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순히 게임 속에서 함께 레이드를 돌던 길드장이 아니었다. 수천억 자산을 굴리는 네오투자캐피탈의 회장 황태원이기도 했다.“현성아.”황태원은 잠시 말없이 잔을 들어 남은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는 잔을 탁 내려놓았다.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고 눈빛은 어느새 날카로워졌다.“너... 혹시 너만의 투자 방식이 있는 거냐?”소현성의 심장이 순간 멎은 듯 덜컥 내려앉았다.‘투자 방식이요? 있긴 하죠...’다만 그걸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네... 뭐 그런 게 있긴 합니다.”그는 최대한 모호하게 대답을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사실은 그냥 촉이거든요. 느낌 오는 대로 베팅했을 뿐인데... 웃기게도 지금까지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단 말이죠...’황태원은 잠시 그 대답을 곱씹더니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역시 그럴 줄 알았다.”황태원의 표정에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놀랍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네가 어떻게 그런 수익을 뽑아냈는지, 네 투자 방식이 구체적으로 뭔지는 묻지 않겠다. 왜냐고? 네가 아무리 설명해도 듣는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나뿐만 아니라, 누가 들어도 똑같을 거야.”그의 시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진중했다. 마치 사람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어쩌면 그건 너만 이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알고리즘일지도 모르지. 치트키 같은 거 말이야. 특히 단기 트레이딩에서 네가 낸 수익률은... 솔직히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나 혼자만 이해하는 알고리즘은 개뿔...’소현성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솔직히 그냥 직감, 이상한 촉일 뿐인데. 이런 얘길 했다간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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