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장준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게다가 금일 소현성 씨의 거래를 살펴보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보 개인 투자자처럼 근거 없이 종목을 매수한 양상에 가까웠습니다. 혹시 기본적인 운용 지식 자체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그래요?”주희재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였다.“장 팀장은 정말 이게 단순히 운으로만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십니까?”“그건...”장준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게다가 기초 지식조차 없는 초짜라면 어떻게 내부 심사와 절차를 통과해 선임 트레이더 자리에 올랐을까요?”주희재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소현성의 운용 스타일은 명확하다. 광범위한 분산이 아니라, 자기가 확신을 가지는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방식.’주희재는 속으로 그렇게 정리한 뒤, 차분히 이어갔다.“그건 무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확신합니다. 소현성 씨는 분산투자의 의미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세 종목에 집중한 건, 선택한 종목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그 외에는 도저히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었다.소현성이 아닌 다른 트레이더가 이런 짓을 했다면 아무리 수익을 냈다 해도 주희재는 가차 없이 잘라냈을 것이었다. 리스크 관리 원칙을 무시한 몰방은 회사 자금을 다루는 프로 트레이더에게는 곧 자살 행위였으니까.그러나 이 업계에서 통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바로 수익률이었다. 차갑고 냉정한 숫자만이 성패를 가르고 생사를 좌우하는 것, 그것이 이 잔혹한 시장의 유일한 법칙이었다.“결국 장 팀장님 뜻은... 제가 그 친구를 따로 불러 경고 조치하라는 거죠?”주희재가 물었다.“예. 젊은 사람이 자신감 있는 건 좋습니다만, 리스크 관리 의식은 반드시 심어줘야 합니다. 성과와 무관하게, 이건 회사 운영 원칙의 문제입니다.”“당분간은 그냥 둡시다.”주희재가 손을 내저으며 말을 끊었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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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맡으며 출근하자, 사무실은 아직 텅 비다시피 조용했다.“어, 현성 씨 일찍 왔네요?”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간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고개를 들어오니 양건우였다.늘 시큰둥하고 짜증 어린 표정이 전부였던 얼굴이 오늘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느라 주름투성이가 되어 있었다.소현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긴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이 막혔다.‘이 사람... 왜 이러지?’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출근길에 마주쳐도 인사조차 받지 않고 퉁명스러운 얼굴로 지나가던 양건우였다.이혜림에게 신경질적으로 구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는데, 오늘 갑자기 귀에 걸린 듯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설마... 어제 대박이라도 터졌나?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건가?’소현성은 속으로 추측했다.“네, 그냥... 일찍 오는 게 습관이 돼서요.”그는 최대한 짧게 답하고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다.“아이참, 이젠 선임급으로 승격됐는데 아직도 일찍 출근하는 습관을 들이다니.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하네요.”양건우는 한껏 기분 좋은 척, 입에 발린 칭찬을 쏟아냈다.“아, 맞다. 소문 들으셨어요? 현성 씨 수익률이 부서 전체 1등이라던데요. 덕분에 우리 팀도 체면이 섰습니다. 어깨가 절로 펴지네요. 정말 든든합니다.”“...”소현성은 대답을 삼켰다.양건우의 이글거리는 눈빛부터 과장된 손짓까지, 전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결국 그는 가볍게 고개만 숙여 인사하고 거의 도망치듯 서둘러 자기 자리에 앉았다.‘진짜... 적응이 안 된다니까. 조울증이야 뭐야...’작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돌린 곳은, 새로 지급된 장비와 모니터로 채워진 그의 자리였다.한때 그의 사무공간은 사무실 구석의 비좁은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인 모니터 한 대가 전부였다.그러나 지금 눈앞에는 여섯 대의 신형 액정 모니터가 부채꼴로 펼쳐져 차갑게 빛을 뿜으며 위압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옆에는 다기능 키보드와 각종 매매 보조 장비가 배치돼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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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사모펀드라는 곳은 정말 잔혹했다.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가, 단 한 번의 성과 평가에서 미끄러지면 그다음 날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곤 했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사무실 공기에는 늘 보이지 않는 압박이 떠돌았다.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현성 씨, 일찍 왔네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혜림이었다.“아, 네. 혜림 누나, 출근하셨네요? 그런데... 안색이 좀...”소현성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눈 아래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그녀의 피로를 말해 주고 있었다.“에휴, 말도 마요. 어젯밤 내내 걱정 때문에 한숨도 못 잤거든요. 저도 이제 선임 트레이더라 본격적으로 실적 평가를 받게 됐잖아요.”이혜림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피곤이 묻어 있었다.“혹시라도 성과가 계속 마이너스면... 언젠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생각하니까 진짜 잠이 안 오더라고요.”바로 그거였다. 트레이더들이 죄다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생존의 압박감이었다.“그래도 다행이죠. 어제 현성 씨가 크게 수익을 냈잖아요. 개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팀 성과가 좋아야 점수도 올라간다던데요. 말 그대로 우리 팀의 구세주죠.”“아직 첫날일 뿐이에요.”소현성은 짧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아, 맞다!”이혜림이 무언가 떠올린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현성 씨는 보통 하루에 몇 번 정도 거래하세요?”소현성이 곰곰이 어제 하루를 떠올렸다.딱 세 번, 그것도 정확히 매수 세 건뿐이었다.‘잠깐... 그럼 아직 매도는 한 번도 안 했다는 건가? 오늘 장 시작하고 팔아야 한다면... 많이 떨어지진 않겠지?’가슴이 묘하게 철렁 내려앉았다.“저는 어제만 해도 매수 버튼만 150회쯤 클릭했을 거예요.”이혜림이 시큰해진 손목을 주무르며 씁쓸하게 웃었다.“손가락이 저릿하고 눈도 따갑더라고요. 중간에 주문 설정을 잘못해서 괜히 손실까지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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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뭐라고요? 겨우 세 번이요? 그럼 현성 씨는... 단기 트레이딩 스타일은 아니네요? 아, 그래서였구나. 모의투자 할 때부터 은근히 느꼈는데... 현성 씨 스타일은 스윙 트레이딩 쪽이네요.”이혜림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이야... 보통 용기가 아니시네요. 강심장이 따로 없다니까요. 매도 안 하고 계속 들고 가셨다고요? 차트가 단순히 우상향이었을 리가 없잖아요. 분명 중간에 변동성도 엄청 심했을 텐데요?”트레이더의 투자 스타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첫째, 하루 수천에서 수만 건을 체결하는 초단타 매매로 대부분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둘째, 이 회사에서 가장 흔한 방식인 단기 트레이딩, 즉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을 반복하는 데이 트레이딩이다.셋째,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장기 보유하며 추세를 보는 가치 투자.그리고 마지막은 하루 수십 번 매매하는 데이 트레이딩과 달리, 거래 빈도가 낮고 보유 기간이 며칠에서 수주에 이르는 스윙 트레이딩이다. 단기 추세를 포착해 스윙을 타는 전략으로 기술적 분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소현성은 속으로 조용히 반박했다.‘정말 강심장이 필요한 건 단기 트레이딩 쪽 아닌가? 하루 종일 끊임없이 매수·매도를 반복해야 하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있다지만 그 고강도의 압박을 버티려면 눈과 머리가 터질 것 같잖아.’게다가 자신의 직감이 그 초단기 매매에서도 똑같이 통할지 그건 아직 미지수였다.사실 지금까지 그의 ‘촉’은 늘 게임을 할 때처럼 단순했다.찰나의 전율이 오면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 그게 전부였다.‘하지만 언제 팔아야 하는지... 매도 시점에 대한 직감은 아직 단 한 번도 없었어. 단지 단기 트레이딩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건지도 모르지.’돌이켜보면 그는 항상 그 ‘촉’을 따라 매수만 하고는 그대로 끝이었다.그렇게 놓고 보니, 빠른 진입과 청산을 요구하는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한 번 매수 후 흐름을 기다리는 스윙 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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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쪽이지.’소현성의 머릿속에서는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이혜림의 경험과 분석을 빌려 자신이 부족한 정보 채널을 메우려는 것이 전부였다.“좋죠. 같이 얘기하면 당연히 효율이 더 높을 거예요.”이혜림은 그 의도를 오해했지만, 오히려 신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자, 한번 보세요. 최근에 골드 테마주가 크게 조정받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안전자산 수요까지 겹쳐서... 게다가 기술적 조정도 어느 정도 끝났으니, 다시 반등 여력이 있을 것 같아요.”“혜림 누나, 만약 제가 금 관련 주식을 산다면... 말씀하신 대로 공매도나 헤지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그건 간단해요. 금 테마주를 매수한 다음, 적절한 구간에서 비율을 맞춰서 골드 선물 공매도를 잡거나, 풋옵션을 매수하면 되죠.”말을 하며 이혜림은 직접 골드 선물 차트를 불러와 화면에 띄우고 구체적인 설정 방법까지 차근차근 짚어주었다.소현성은 무심결에 마우스를 잡았다.그런데 손끝이 선물 창에서 옵션 화면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웅’ 하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강렬한 전율이 손끝에서 폭발하듯 온몸을 타고 번져나갔다.사지가 전부 저릿하더니 머리까지 어지러웠고 피부의 모공 하나하나까지 전율을 느꼈다.“현성 씨?”이혜림은 그가 순간 굳어버린 걸 눈치챘다.“저... 이 골드 선물을 매수하려고 합니다.”소현성이 화면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어머, 그건 선물이에요. 기초자산을 미래 시점에 거래하기로 한 계약인데, 증거금만 내고 거래해서 레버리지가 엄청 크게 걸리는 파생상품이죠.”이혜림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현물은 손실 제한이 있지만, 선물은 하루 만에 원금을 통째로 날릴 수 있습니다.”“조금만 진입할 겁니다. 느낌이 어긋나면 곧장 청산하죠.”담담한 목소리와 달리, 소현성의 가슴속에서는 전례 없는 직감이 폭발하듯 울부짖고 있었다.‘맞아, 지금이야.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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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딸깍, 딸깍.’소현성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는 힘에 끌리듯 매수 버튼을 단단히, 그리고 쉼 없이 두드렸다. 멈추지 않으면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촉은 충동으로 변했고 쏟아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장 시작과 동시에, 전날 지정가 매도로 자동 청산됐던 2억 원 전액이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금 선물에 그대로 투입됐다‘풀매수로 가자!’마지막 매수 주문이 체결되는 순간, 계좌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온몸을 옥죄던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나가자, 남은 건 탈진에 가까운 평온이었다. 속이 텅 빈 듯 스며드는 기묘한 고요뿐이었다.‘좋아... 오늘 일은 이걸로 끝난 거겠지?’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가볍게 길게 숨을 내쉬었다.‘어제랑 똑같아. 풀매수, 그리고 내일 매도.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은근히 꿀 빠는 직장이라니까.’그러나 그 생각은 세 초도 가지 못했다.“응?”방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던 그 기묘한 감각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시 들끓으며, 몸속 깊은 곳에서 불길이 치솟듯 거칠고 격렬하게 번져 올랐다.‘뭐야... 또 사라고? 근데 운용 자금은 이미 다 썼는데.’심장이 순식간에 꽉 조여들었고, 그 순간 번개 같은 깨달음이 머릿속을 가르며 지나갔다.‘아, 그렇다면 이번에는 매수가 아니야.’마우스 포인터가 매수 버튼 위에 머무는 순간까지만 해도 미친 듯 출렁이던 파동은 오히려 잠잠해졌다. 그러나 포인터를 옆의 매도 버튼 쪽으로 시험 삼아 옮기는 순간, ‘지직’ 하는 정전기와 함께 손끝에서 시작된 전류가 팔뚝을 타고 거세게 치올랐다.‘매도 시그널인가?’그제야 분명해졌다. 이혜림이 말하던 초단타 매매, 그 핵심은 타이밍이었다.‘저점에 사서 고점에서 판다. 그게 단기 매매의 생존 원칙!’‘탁탁탁탁탁!’망설임은 단 1초도 없었다. 손가락은 발작하듯 매도 버튼을 폭풍처럼 난타했고 조금 전 매수한 물량을 그대로 쏟아냈다.“후...”화면에 체결 확인 알림이 떠오르자, 소현성은 길게 숨을 토했다.“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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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네오투자캐피탈은 다른 모든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리스크 관리’ 다섯 글자를 목숨보다 중하게 여겼다. 그 민감함은 거의 집착에 가까웠다.그들이 추구하는 건 단발성 폭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이었다.증권시장에서 ‘하룻밤에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건 결국 알몸으로 카지노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탐욕의 끝은 언제나 파멸이었다.그래서 네오투자캐피탈은 차갑게 계산된 수학적 모델만을 신봉했다. 언제나 리스크가 가장 낮고 수익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지점에만 자금을 투입했다.마치 정밀하게 설계된 펌프처럼, 시장이라는 거대한 혈관에서 일정하게 피를 뽑아내듯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그렇기에 트레이더들이 순간의 욕심에 눈이 멀어 손실을 키우기 시작하는 순간 리스크관리본부 팀장들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독수리 같은 시선으로 화면을 노려보다가, 곧장 ‘거래 제한’ 버튼을 눌러버렸다. 손실의 고리를 단칼에 잘라내는 것이었다. 그 속도는 차갑고 무정했다.“휴... 오늘도 아수라장이군.”장준휘 리스크관리본부 팀장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사무실 안은 커피와 담배 연기, 그리고 짙게 깔린 절망으로 가득했다.끝이 보이지 않는 하락세가 이어졌고 약세장은 모든 희망을 짓밟았다.물론 몇몇 고수들은 공매도로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그것은 칼끝 위에서 춤추는 격이라 예리한 눈과 강철 같은 배짱이 아니면 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영역이었다.게다가 하락장은 늘 파도처럼 요동쳤다. 반등과 재하락이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되풀이되는 장세 속에서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는 곧장 피 같은 돈의 손실로 이어졌다.장준휘가 몇몇 트레이더들의 계좌를 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책상 위 내선전화가 연달아 울렸다.화면에는 ‘양건우’라는 이름이 번쩍였다.“장 팀장님, 지금 제 거래 막으신 겁니까?”수화기 너머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성난 사자의 울부짖음처럼 거칠게 날아들었다.“맞습니다.”장준휘의 대답은 담담했다. 마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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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트레이더마다 계좌에는 사전에 정해진 손실 한계선이 있었다. 그 선에 닿는 순간, 시스템이 자동으로 경고음을 울렸고 리스크 관리 팀장이 확인한 뒤 거래는 곧바로 정지됐다.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휴... 어쩔 수 없지. 내 역할이니까.”장준휘는 담담히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였다. 모니터 위에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경고창들을 처리하는 그의 동작은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로봇 같았다.만약 리스크 관리 팀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성과 평가에 반영돼 그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게 분명했다.“뭐야, 이건?”그 순간 장준휘의 눈썹이 움찔했다.화면 한쪽 구석에서 붉은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박이며 울려대고 있었다. 마치 심장 발작이라도 난 듯, 그 강도와 빈도는 지금까지 처리했던 경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순간적으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뭐야?”화면 속에는 믿기 힘든 거래 내역이 찍혀 있었다. 무려 10억 원, 거대한 자금이 단숨에 투입되고 있었다.리스크 관리 따위는 무시한 채, 모든 자금을 한 종목의 선물에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 상태에서 몇 초 단위로 미친 듯이 매수, 매도를 반복하고 있었다.“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해?”장준휘의 심장이 요동쳤다.‘초단타 매매?’문제 될 건 없었다. 몇 초 간격으로 버튼을 두드리는 건 숙련된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하는 기본기였다.하지만 자기 계좌의 100%를, 그것도 분산도 없이 오직 선물 한 종목에 몰방한 채 고빈도 단타를 찍어내듯 반복한다는 건 처음이었다.장준휘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머릿속이 얼어붙었다.‘이건... 목숨 걸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거랑 다를 게 없어. 미친 짓이지!’“잠깐, 이 사람...”장준휘은 반사적으로 ‘거래 제한’ 버튼을 누르려 했다.‘이 미친 짓은 막아야 해! 10억을 다 날리기 전에 서둘러 막아야 해.’하지만 화면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순간, 손가락이 굳어버렸다. 버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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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뭐라고요? 채용 연계형 인턴에서 선임 트레이더로 승격한 분이라고요?”반세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사모펀드에서 이런 초단타 거래를 하는 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게 고작 막 실전에 투입된 트레이더라면...’방금 전까지 분노로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화기가 가신 자리는 묘한 냉기와 무거운 기색으로 채워졌다.“그 트레이더... 이름이 혹시 소현성 씨입니까?”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으며 방금 전의 불같은 화는 흔적도 없었다.“네, 맞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습니다. 리스크 관리 전혀 없이 세 종목에 몰방해 놓고 어처구니없는 수익률을 냈던 게 그 신입입니다. 제가 직접 경고하려 했는데, 트레이딩본부 1팀 주희재 팀장이 굳이 막더군요. 신경 쓸 필요 없다면서... 오히려 궁금하면 본부장님께 직접 물어보라고 했습니다.”장준휘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이자, 반세훈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마치 씁쓸한 독을 삼키는 듯 얼굴 위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장준휘는 조심스럽게 상사의 표정을 살폈다. 점점 더 불길한 예감이 짙어졌다. 그건 단순한 곤란함이 아니었다. 당혹, 체념, 심지어는 뭔가에 대한 미묘한 두려움까지 섞인 얼굴이었다.한참의 침묵 끝에 반세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내버려두세요.”“네?”장준휘는 순간 말을 잃었다.“지금 당장 10억 원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그대로 두라고요?”“그래.”반세훈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 어조 속에는 지쳐버린 사람 특유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그게 장 팀장한테도 나한테도 좋습니다.”‘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장준휘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평소 같았으면 반세훈 본부장은 당장 뛰쳐나가 그 트레이더 자리에서 컴퓨터를 부숴버렸을 터였다.그런데 오늘은 정반대였다.반세훈은 멍하니 선 부하의 눈빛을 마주 보다가 이내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몸을 기울였다. 거의 속삭이듯이 기척조차 새어 나가지 않게 조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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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잠시 고요가 흘렀지만, 곧 또 다른 걱정이 장준휘의 가슴을 짓눌렀다.‘윗선이 억지로 꽂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오늘 그 10억을 도대체 얼마나 빨리 태워 먹으려는 거지? 이건 주식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걸린 선물이잖아. 만약 전액 손실이 난 뒤, 그 책임을 우리 리스크관리본부가 제때 막지 못해 생긴 걸로 몰아간다면... 부서 전체가 한순간에 날아가도 이상할 게 없어.’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그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쳐다보지도 말자. 신경 끄자. 손대는 순간 화를 부르는 위험한 불덩이야.’하지만 수차례 주문을 걸어도 소용없었다. 눈가는 자꾸만 소현성 이름이 박힌 거래 창으로 흘러갔다.그 화면은 묘한 끌림을 품고 있었다. 눈길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음?”계속 지켜보던 그는 무심코 눈을 비볐다.‘내가 지금 헛것을 본 건가?’그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잘못 본 거야? 아니, 이게 뭐지?”화면 속 계좌 수치는 장준휘가 그려왔던 시나리오와 완전히 달랐다.리스크 관리도, 헤지도 없이 무모하게 반복된 매수와 매도, 예상대로라면 계좌는 곤두박질쳐 마이너스로 물들어야 했다.그런데 그래프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고?”장준휘의 목소리는 갈라지듯 낮게 새어 나왔다.낭떠러지가 펼쳐져야 할 자리에는 오히려 매끄럽게 치솟는 곡선이 그려지고 있었다.각 매수와 매도가 무모한 충동이 아니라, 마치 알고리즘이 사전에 연산해 낸 결과처럼 정확히 들어맞았다.잔액은 줄기는커녕 연속 상한가 종목처럼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었다.소현성의 수익 곡선은 이미 정상적인 트레이딩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가파르게 치솟는 궤적은 마치 로켓 엔진을 단 차트처럼 화면을 찢고 올라가고 있었다....오전장이 마감되자, 소현성의 손끝이 비로소 멈췄다.멈춘 건 의지가 아니라, 더는 몸이 버텨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윽...”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소리는 신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메마른 기척이었다.눈은 벌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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