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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apítulo 961 - Capítulo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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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서현주는 낮이면 학교 수업을 듣고 밤이면 돌아와 연지훈의 곁을 지켰고 정성스레 해장국을 끓여주거나 지친 그의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주며 그날 있었던 소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다.연지훈은 귓가에 울리는 서현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입고 있는 명품 옷들을 가만히 바라보곤 했는데 그것이 모두 자신이 선물한 것임을 새삼 깨달을 때마다 그는 자신이 결코 서현주를 멀리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연지훈은 서현주가 곁에 있는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그의 친구들 역시 늘 그림자처럼 연지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서현주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연지훈은 진심으로 서현주를 여동생처럼 아껴줬으며 연씨 가문의 사람들 또한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더는 서현주를 대놓고 괴롭히지 못했고 그녀의 존재를 묵인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어느 날, 연지훈은 서현주의 책가방 안에서 어느 남학생이 몰래 넣어둔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서현주가 보는 앞에서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쓸데없는 짓에 한눈팔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며 엄하게 나무랐다.그때 서현주가 그를 바라보던 눈빛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두려움과 동경, 그리고 애틋한 연모의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시선이었으나 연지훈은 이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오빠’라는 명분으로 그녀의 학업만을 강조했을 뿐이었다.서현주는 언제나 연지훈을 먼저 배려했고 연지훈 역시 그에 보답하듯 정성을 다해 그녀를 보살폈지만 연지훈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는 평범한 남매 사이의 유대감일 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의 행동도, 감정도 결코 도를 넘지 않았다고 자부했던 것이다.하지만 연동욱은 그 미묘한 기류 속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읽어냈고 연지훈을 따로 서재로 불러 서현주를 멀리하라고 담담히 충고했다. 서현주를 이 집에 들인 것은 그저 대외적인 입소문을 막기 위한 방책일 뿐이니, 그녀를 진짜 동생으로 여길 필요도 없고 너무 가깝게 지내서도 안 된다는 뜻을 넌지시 비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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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연지훈의 아버지 역시 과거에 가난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집안을 등질 뻔한 적이 있었다. 연홍택은 당장이라도 모든 걸 버리고 그 여자와 야반도주하려 했으나 연동욱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주저앉힌 끝에 결국 연지훈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그 가난한 여자의 비참한 끝이 어떠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연동욱이 서현주라는 존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연동욱은 유이영과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의 집안에서도 연지훈의 주변 인물들을 뒷조사하며 서현주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유씨 가문의 잔혹한 수법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 터라 아직 채 성숙하지 못한 연지훈의 힘만으로는 연동욱과 유씨 가문의 압박으로부터 어린 서현주를 온전히 지켜내기란 불가능해 보였다.결국 그는 서현주를 보호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연동욱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유이영의 편에 서서 서현주와의 사이에 명확하고도 잔인한 선을 긋기로 결심한 것이다.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날은 서현주의 생일이었다. 서현주의 뒤편에는 연지훈이 그녀를 위해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 온 억대를 호가하는 귀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현주가 보는 앞에서 원래 그녀의 몫이었던 그 생일 선물을 유이영에게 보란 듯이 주어버렸다.서현주의 눈에 가득 고인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다시금 고개를 든 자격지심을 마주하며 연지훈은 가슴이 찌릿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오빠로서의 감정일 뿐이라 자신을 세뇌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의 심장에 날카로운 가시를 박아넣었다.유이영에게도, 유씨 가문에게도, 그리고 연동욱까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였고 연지훈 자신 역시 만족해야 마땅한 상황이었지만 자꾸만 아른거리는 서현주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연지훈은 그녀의 오빠로서 당연히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그를 짓눌렀다.그날 이후 서현주는 정말 연지훈에게 마음을 접은 듯했다. 그녀는 차가운 독설을 내뱉고 연지훈과의 추억이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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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연지훈은 연동욱과 유씨 가문 어른들의 삼엄한 감시 아래서 서현주가 떠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결국 그는 그녀를 붙잡았으나 서현주는 끝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 과정과 결과는 연지훈을 불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되레 화를 내며 분풀이했다. 서현주가 떠나던 그날 밤, 연지훈은 그녀를 향해 품었던 그 보잘것없는 감정의 불씨조차 완전히 꺼버렸다고 자신을 세뇌했다.그는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자신이 이미 유이영과 결혼했고 서현주는 떠났으니 미련 없이 다 털어버리자고 마음먹었다.이후 연지훈은 서현주와 관련된 모든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채 오직 사업에만 몰두했고 유이영과의 약혼과 결혼을 거쳐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켰다.그것은 연지훈 본인이 설계한 인생의 경로이자 유이영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었기에 연지훈은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갔다. 그는 아마 남은 평생도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흘러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실제로 처음 1, 2년 동안은 서현주라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조차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후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 서현주라는 이름의 작은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연지훈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마다 그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자라나더니 어느샌가 그 싹은 그의 마음 한구석을 가득 채운 거대한 나무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연지훈의 마음속 서현주의 잔상은 더욱 선명해졌고 그가 잊으려 애를 쓸수록 그것은 오히려 떨쳐낼 수 없는 그리움이 되어 그를 옭아맸다.연지훈은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지만 차마 그 진심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현주가 곁에 있었을 때는 아무런 감정도, 미련도 없다고 여겼는데 정작 그녀가 떠나고 5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지난날을 추억하고 있는 꼴이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실소가 터져 나올 만큼 한심하고 우스운 노릇이었다.연지훈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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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연주가 끝나자 서현주는 연지훈에게 ‘블랙화이트 버니’의 게임 판권에 관해 물었다. 하지만 그 판권은 유이영이 손에 넣으려던 것이었기에 연지훈은 서현주의 제안을 거절했고 곧이어 그는 그녀의 눈빛에 서린 노기를 마주했다. 분명 분노에 가득 찬 시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지훈은 이상하게도 그 모습마저 달갑게 느껴졌다.그 후 연지훈은 서현주의 곁에 아주 뛰어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안씨 가문의 후계자인 안요한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안요한과 서현주는 친구로 지내왔지만 그는 연지훈의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을 서현주의 남자 친구라고 소개했다.솔직히 말해 연지훈은 안요한이 몹시 싫었다. 특히 두 사람이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연지훈에게는 질투하거나 불쾌함을 드러낼 그 어떤 처지도, 자격도 없었다. 그의 곁에 여전히 유이영과 그녀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연지훈은 유이영이 낳은 아이의 친부가 누구인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이의 친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유이영이 과거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었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유이영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이 그가 짊어진 숙명이었다.연지훈은 서현주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차마 그녀의 앞날을 가로막을 염치는 없었다.그러나 인생에는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연지훈은 안요한과 서현주가 실제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모자라 유이영이 뒤에서 꾸미고 있던 온갖 추잡한 일들, 즉 돈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까지 해치려 했던 악행들을 모두 알아버린 것이다.유이영에게 큰 은혜를 입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도덕적 잣대와 양심까지 저버릴 수는 없었다. 유이영의 악행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과 함께 서현주와 안요한의 관계가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연지훈은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이영을 자기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그녀가 화재 사건을 빌미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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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아직 확실한 물증을 손에 넣지 못한 상태였기에 연지훈으로서도 황태민에게 당장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서현주가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한편, 자신에게도 그녀와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지 깊게 고민할 시간을 가졌다.하지만 상황은 연지훈의 고민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갔고 그는 서현주의 SNS를 통해 그녀가 안요한과 정식으로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날 밤, 연지훈은 참지 못하고 서현주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차갑게 선을 그으며 철저히 안요한의 편에 서서 그를 밀어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서현주와 안요한이 함께 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연지훈은 심장이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이번에야말로 그는 서현주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그 크기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 사실을 자각하면 할수록 고통은 그의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파고들었다.과거에 연지훈이 서현주에게 저질렀던 모진 행동들은 마치 그녀의 몸을 관통했던 총알과도 같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서현주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그 총알은 시간의 강을 건너 돌아와 이제 연지훈의 심장에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다.뒤늦게 찾아온 인과응보가 마침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 셈이었다. 서현주가 냉정하게 굴면 굴수록 연지훈은 자신이 그녀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었는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이 얼마나 깊은지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포기할 연지훈이 아니었다. 이미 마음을 굳힌 이상 서현주에게 남자 친구가 있더라도 그는 결코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연지훈은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깨달았다. 서현주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한들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들이 결혼한 것도 아니니 그에게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었고 설령 그들이 결혼한다 해도 이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연지훈이 서현주에게 내뱉은 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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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연지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서현주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예상대로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버리자 그는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그 사이 그의 부름에 기사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서현주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그녀의 물음에 연지훈은 되물었다.“방금 자선 파티 행사 끝나고 나온 거야?”서현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의외라는 듯 반응했다.“연 대표님도 거기 계셨어요?”연지훈이 대답했다.“원래 가려고 했는데 일정이 늦어져서 참석하지 못했어.”서현주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물었다.“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연지훈은 옆자리에 놓인 선물 가방을 힐끗 보았다.“너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오늘 밤에 전해주러 가도 될까?”그의 말에 서현주는 차갑게 거절했다.“아니요, 저 필요한 게 없어요.”그러나 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에 꼭 보내줄 테니 잊지 말고 받아. 알겠지?”서현주는 대답 대신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 있는 엄진경은 자선 파티에서 있었던 일들을 곱씹느라 서현주의 어두운 표정을 뒤늦게 살피며 물었다.“왜 그래?”서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서현주는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엄진경에게 당부했다.“당분간은 밖에 나가지 마시고 집에만 있으세요.”그러자 엄진경은 알겠다고 대충 대답하더니 이내 다시 분통이 터지는지 횡설수설하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그 사람들은 대체 뭔데 그런 소리를 한대? 자기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자기들한테 자식이 이영이 한 명뿐이라니, 정말 천벌을 받을 사람들이야! 누가 그 집 딸 노릇 하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줄 아나 보지? 참나, 본인들이 싫다면 나도 싫어.”“그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면 우리도 똑같이 무시하면 그만인데, 어쩜 그렇게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말들을 내뱉는지. 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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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서현주의 목소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연 대표님, 하실 말씀이 더 남았나요?”연지훈은 옆자리에 두었던 선물 가방을 집어 들며 대답했다.“너한테 선물을 주겠다고 했잖아. 지금 아파트 앞에 도착했어.”서현주는 멈칫했다. 그녀는 연지훈에게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준 기억이 전혀 없었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지금 우리 집 밑에 와 있다고요?”“응.”연지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네 허락도 없이 집 주소를 알아내서 찾아오긴 했는데, 설마 화난 건 아니지?”서현주는 거실의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아파트 단지 입구 쪽을 내려다보았고 그곳에 정차해 있는 검은색 비즈니스 밴 한 대를 발견했다.그녀는 연지훈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차갑게 말했다.“선물 주실 필요 없어요. 저는 딱히 필요한 게 없으니 그만 돌아가세요.”연지훈 입가의 미소가 조금 가라앉으며 눈빛도 어두워졌지만 그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몰아붙였다.“내가 직접 올라가서 문 앞에 두고 올까, 아니면 네가 내려와서 가져갈래?”서현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저는 받을 생각이 없으니까 그냥 가져가세요. 전화 끊을게요.”연지훈은 서현주가 이렇게 반응할 것을 진작 예상했음에도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에 눌린 듯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나직이 읊조렸다.“여기서 기다릴게.”하지만 서현주는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마지막으로 아파트 단지 입구를 슬쩍 훔쳐보았지만 그 검은색 차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현주는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고는 침실로 들어가 잠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그녀는 연지훈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이 고작 선물을 주려고 무작정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연지훈이 조금 기다리다 지쳐서 금방 돌아가겠거니 싶어, 서현주는 그를 걱정하거나 내려가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현주는 아무런 가책 없이 느긋하게 샤워하러 들어갔다.머리까지 감느라 30분이 훌쩍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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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그로부터 30분이 더 흘렀을 때 빗줄기가 한층 굵어졌다. 하지만 연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침착하게 태블릿을 꺼내 회사 결재 서류들을 검토했다.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무심하게 기사에게 말했다.“먼저 퇴근해. 차에 있는 우산 챙겨 가고.”기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 상황이 내심 불편했던 참이라 연지훈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우산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연지훈은 본래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업계에서도 긴 낚싯줄을 드리워 대어를 낚아채는 방식을 선호하는 그는 감정의 영역에서도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 인내심이란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밖에서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연지훈은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아파트 단지의 불빛들을 올려다보았다. 서현주가 저 수많은 불 켜진 집들 중 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예민해졌던 그의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연지훈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고개를 숙여 서류에 집중했다.파악한 바에 따르면 안요한은 조만간 또다시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 공백기야말로 연지훈이 서현주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과거 자신이 그녀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생각하면 연지훈은 지금 그녀의 냉대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그는 서현주 앞에서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할 작정이었다.그렇게 한 시간쯤 더 흘렀을까, 서류 검토를 마친 연지훈은 고개를 들어 뻐근한 목덜미를 주물렀다. 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단지의 불빛은 대부분 꺼지고 듬성듬성 몇 집만 켜져 있을 뿐이었다.연지훈은 시선을 거두고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서현주에게서 메시지 한 통, 부재중 전화 한 통 와 있지 않았다.연지훈은 피식 웃었다.‘역시 서현주답군. 정말 독해.’당장은 만날 수 없겠다 싶었고 밤도 깊었기에 그는 뒷좌석을 정리하고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차 안에 비치된 담요를 끌어와 덮고 안경을 벗은 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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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결국 서현주가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연지훈은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서현주는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쉬며 따져 물었다.“연 대표님, 제가 제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 남자 친구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 좀 그만 괴롭히세요. 저는 더 이상 연 대표님과 얽히고 싶지 않다고요.”하지만 연지훈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대답했다.“그럼 이거 받아. 받으면 오늘 밤은 더 이상 귀찮게 안 할 테니까.”서현주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다.“안 받아요. 도로 가져가세요.”“받기 싫으면 그냥 올라가서 자. 시간도 늦었는데.”“늦은 거 뻔히 아시는 분이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제가 어떻게 마음 편히 자겠어요?”서현주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자 연지훈은 짐짓 미안한 척 대답했다.“미안해. 내가 곤란하게 했나 보네. 그냥 나를 없는 사람 셈 쳐. 방해 안 할 테니까.”그러나 입술을 굳게 다문 연지훈은 서현주가 선물을 받지 않으면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뻔뻔하리만치 당당한 태도였다.‘도대체 이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막무가내가 된 걸까.’울컥 화가 치민 서현주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바로 뒤돌아 가버리려 했다.그녀는 돌아서서 몇 걸음 떼긴 했지만 이내 다시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연지훈이 정말 여기서 밤새 기다린다면 그녀도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잘 게 뻔했고 내일 아침 일찍 출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서현주는 질끈 눈을 감았다.‘에라 모르겠다.’그녀는 어차피 연지훈이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선물이니 자기 알 바 아니라는 심정으로 일단 받아서 돌려보내기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 뒤의 일은 나중의 문제였다.서현주가 다시 뒤돌아서니 연지훈은 여전히 쇼핑백을 내민 자세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쇼핑백을 낚아채듯 가져갔다.“됐죠? 받았으니까 이제 가세요. 여기서 궁상떨지 마시고요.”그제야 연지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는 빈손을 거두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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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서현주는 연지훈이 자신에게 반지를 선물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집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이라곤 어제 그가 억지로 쥐여준 쇼핑백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서현주는 엄진경에게 확인하듯 물었다.“그 하얀색 쇼핑백 안에 들어있었어요?”엄진경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현주야, 도대체 누가 너한테 이런 반지를 준 거니? 설마 요한이니? 이게 진짜 다이아몬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만 알맹이가 어쩜 이렇게 크니?”평소와 달리 엄진경의 말투에 조심스러움과 불만이 동시에 섞여 있었는데 불만스러운 것은 엄진경뿐만 아니라 서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서현주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말했다.“제가 집에 가서 확인해 볼게요.”잠시 후 그녀가 서둘러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붉은색 벨벳 상자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는 엄진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테이블 위에는 이미 개봉된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인기척을 느낀 엄진경은 고개를 돌리더니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이것 좀 봐, 바로 이거야.”서현주는 굳은 표정으로 다가가 엄진경의 손에서 상자를 받아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 정교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고 큼직한 다이아몬드가 거실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자에 적힌 브랜드 로고를 확인했지만 생소한 이름이었다.서현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다시 한번 엄진경에게 물었다.“정말 이 쇼핑백 안에서 나온 거 맞아요?”엄진경은 그녀가 가리키는 테이블 위의 쇼핑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니까.”엄진경은 서현주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덩달아 불안해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네 허락도 없이 뜯어서 화났어?”서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그러나 사실 그녀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연지훈이 그토록 공들여 억지로 떠안긴 선물이 다이아몬드 반지라니, 서현주는 기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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