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비명을 끌고 내려오던 장파 진동탄은 심하온을 그 자리에서 증발시키지 못했다.강판을 찢어버리기 직전의 찰나, 머리 위 칠흑 같은 심해에서 골수까지 저릴 만큼 무겁고 둔탁한 금속 충돌음이 터졌기 때문이다.쾅.탈출정 안으로 들이찬 바닷물은 이미 심하온의 턱 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대서양의 짠물에 강제적으로 청산될 각오까지 마쳤던 찰나, 탈출정이 거세게 흔들렸다.그와 동시에 진동탄이 해수면에서 폭발하며 일으킨 충격파는 갑작스레 덧대어진 초고도 장갑에 막혀 둔탁한 천둥소리로 바뀌었다.초중형 전자기 흡착 장치였다.부드러운 완충 따위는 없었다.1만 톤급 기계 팔이 고압 전류를 끌어당기며, 밟혀 찌그러진 캔을 집듯 탈출정을 움켜쥐었다.피와 디젤, 죽기 직전의 중상자들로 가득한 그 작은 탈출정을 수심 2000m의 하얀 거품 소용돌이에서 억지로 낚아 올렸다.폭발적인 상승 속도 때문에 심하온의 두 눈은 터질 듯 충혈되었고, 입에 물고 있던 활성 신약의 케이스가 잇몸을 파고들어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쿵.탈출정이 단단한 강철 갑판 위로 거칠게 떨어졌을 때, 심하온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밖에서는 전기톱과 산업용 가스 절단기가 강판을 미친 듯이 씹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불꽃의 매캐한 냄새가 내압창, 아니, 내압창 틈에 엉겨 붙은 피 냄새와 함께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30초도 되지 않아 흉측하게 찌그러진 합금 문이 강제로 뜯겨 나갔다.비릿한 소금 냄새가 밴 대서양의 찬바람과 폭우가 고열로 달아오른 심하온의 얼굴을 정면으로 후려쳤다.“얌전히 있어. 움직이면 현장에서 바로 없애버릴 거야.”완전 방호 전투복을 입은 중무장 현장 요원 몇 명이 군화로 강철 갑판을 밟으며 다가왔다.그들은 10kg이 넘는 하얀 석고 붕대로 칭칭 감긴 심하온의 왼쪽 다리를 거칠게 움켜잡았다.“손 떼, 이 자식아. 윽.”허도영이 옆에서 몸을 일으켜 달려들려 했지만, 요원이 총으로 뒷목을 겨누고 있어 개처럼 엎드린 채 꼼짝도 못 했다.심하온과 정윤재는 어깨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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