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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내 남편의 아내: Kabanata 131 - Kabanata 140

225 Kabanata

제131화

현재 급선무는 그를 도와 정씨 가문에 맞서 싸울 세력을 찾는 것이다.나중의 일은...수레가 산에 이르면 길은 저절로 생기는 법이다.그때 가서 제 앞길을 스스로 헤쳐나갈 방법을 찾으면 된다.게다가 심하온은 화가 다 풀리면 반드시 그의 곁으로 돌아온다.그때 되면 심씨 가문에서도 그를 도와줄 것이다.어찌 됐든 강선우야말로 그 집안의 사위니까.생각을 마친 강선우는 입가에 행복에 겨운 미소가 어렸다....심하온은 차에 앉아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하지만 그녀의 노래 실력은 정말 시원찮았고 몇 소절은 음 이탈의 대혼란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정윤재가 피식 웃자 그녀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고 죽일 듯이 노려봤다.“지금 나 비웃는 거야?”정윤재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붉어진 뺨을 바라보았다. 눈가에 옅은 웃음기가 감돌았지만,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부정했다.“아니.”심하온은 당연히 믿지 않고 팔짱을 끼고서 코웃음을 쳤다.“그럼 뭘 웃는 건데?”“음정이 하도 특이해서.”그는 무릎을 살짝 두드리며 시선을 다시 앞쪽으로 향했다.“뭐랄까... 바람에 흔들리며 빙그르르 도는 풍경 같달까.”비유가 썩 들어맞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심하온의 분노를 반쯤 누그러뜨렸다. 그녀는 삐딱하게 고개를 돌리고 웅얼거렸다.“풍경은 무슨. 음치라고 돌려 말하는 거잖아!”“음치라도 듣기 좋아.”정윤재가 부드럽게 말했다.“이 말은 마음에 드네.”심하온이 히죽 웃었다.사실 오늘 저녁 강선우를 만나서 기분이 엄청 나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다.아마도 정윤재가 줄곧 옆에 있어서겟지.지난 일들이 그토록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지만 말 그대로 지나간 일이니 현재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우리 저번에 영화 보고 나서 했던 말 기억나?”심하온이 불쑥 물었다.“당연하지.”정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데이트 때는 같이 인형 뽑기 하러 가자고 했잖아.”“요즘 좀 바빠서 시간이 안 나더라.”심하온이 가볍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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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갑자기 병실 문이 벌컥 열리고 강다인은 환한 미소를 띠며 반갑게 외쳤다.“선우 오빠...”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는 순간, 미소가 그대로 굳고 눈가에 두려움이 서렸다.“너... 네가 여긴 어떻게...”“내 새끼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데 당연히 보러 와야지.”공재범이 느긋하게 말하며 병상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거만한 눈길로 강다인을 내려다보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이 친아빠를 보고 이런 표정밖에 못 지어?”강다인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공재범의 등 뒤를 살폈다.“걱정 마.”공재범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밖에 아무도 없어.”그의 시선에 강다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목소리까지 미세하게 떨렸다.“여긴 네가 올 데가 아니야.”“그래?”공재범은 씩 웃으면서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는데 힘이 제법 세게 들어왔다.“우리 다인이 해외에서 날 꼬실 때 어떤 몰골이었는지 다 잊었니? 운정에서 선뜻 내가 묶은 호텔에 찾아와 옷을 벗어던지던 게 누구였더라? 이제 와서 뭐? 내가 올 데가 아니야?”강다인은 너무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지만,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애원했다.“재... 재범 씨, 일단 이것 좀 놓고 얘기해.”공재범이 코웃음 치며 마침내 손을 놓았다.“오해야, 이 아이 재범 씨 아이 아니라고.”강다인은 애써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강선우 애야.”“그래?”공재범이 차갑게 웃었다.“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 운정에서 네가 호텔까지 쳐들어온 그 날 밤 우린 아무런 피임조치도 없었을 텐데... 게다가 그날 우린 세 번이나 했고 난 매번...”“됐어. 그만해!”강다인이 귀를 틀어막았다.“그렇다 해도 이 아인 재범 씨 애 아니야.”공재범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강다인은 덜컥 겁이 나서 서둘러 목소리를 낮추었다.“재범 씨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나랑 결혼할 생각도 없고, 내게 명분을 줄 리도 없다고 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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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그리고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뱃속의 아이는 내 아이야. 내가 어떻게 얘로 발판을 삼겠어? 아이가 태어나거든 정성껏 보살피고 사랑해줄 거야. 난 원래 난임인데 이 아이는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아. 그래서...”“닥쳐. 시끄러워죽겠네.”공재범이 귀찮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시간 내서 친자확인 해볼 거야.”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자신의 씨가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강다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안 돼. 선우 오빠한테 들키면 나더러 어떡하라고?”강선우는 그녀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는’ 전 남편이 있다는 것만 알 뿐, 또 다른 남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것은 전혀 모른다.지금도 그녀에게 매우 불만스러운 상태인데 이런 일까지 알게 되면... 강다인의 인생은 끝장날 터였다.공재범이 야유를 날렸다.“강선우가 알면 또 뭐? 그 자식이 너의 이런 지저분한 일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다고 생각해? 다인아, 주제 파악 좀 해. 친자확인을 하든 말든 네가 결정할 일은 아니야.”말을 마친 공재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병실 문이 닫히는 순간, 강다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얼굴을 감싸고 소리 없이 울었다.분명 이 아이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는데 공재범이 아이의 존재를 알아버리다니.그녀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공재범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그저 살길을 몇 개 더 열어두고 싶었을 뿐인데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될 줄이야.이 아이가 정말 공재범의 아이라면 그는 무조건 아이를 뺏어갈 것이다. 그때 되면 강다인은 자신의 아이를 평생 못 볼뿐더러 강선우마저 완전히 잃게 된다.‘안돼, 절대 그럴 순 없어!’강다인은 주먹을 불끈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차오르는 고통이 혼탁했던 정신머리를 조금은 맑게 해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쓱 닦고 눈가에 잔인한 빛을 띠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야 했다.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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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심하온은 드레스룸 거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치마 끝을 정돈했다. 옅은 베이지색 원피스가 그녀의 피부를 더욱 하얗고 투명하게 표현해주었다.그녀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곧 소유영과 점심을 먹고, 이어서 정윤재와 데이트를 할 예정이니까.절친도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까지 할 생각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바로 그때, 침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드레스룸과 침실은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재빨리 침실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가씨.”전화 너머에는 심씨 저택 집사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님이 오셨는데 아가씨를 뵙고 싶다네요. 구씨 성의 남자분이에요. 들여보낼까요?”심하온은 순간 기분이 확 잡쳐서 차갑게 쏘아붙였다.“꺼지라고 해요!”구씨 성의 남자라, 누구인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강선우가 감히 심씨 저택까지 찾아오다니.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집사는 아마 평생 심하온의 이토록 냉랭한 말투를 들어본 적이 없을 터였다. 늘 차분하고 노련했던 집사마저 당황해하다가 이내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심하온은 심호흡을 하며 더 이상 그 불길한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휴대폰을 집어 들자 소유영이 방금 보낸 메시지가 떴다.[하온, 나 화장 다 했어. 지금 출발할까?][30분만 더 기다려줘.]심하온이 답장했다.지금 나가면 강선우와 마주칠지도 모른다.한편 소유영은 [OK] 이모티콘으로 답했다.그 시각, 강선우는 심씨 저택 입구에 서서 복잡한 심경을 달랬다.이 집안의 사위로서, 귀한 손님으로서 환대를 받으며 집안에 들어가야 할 텐데 정작 이렇게 대문 앞에 떡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한참 후, 경비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나와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저희 아가씨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니 이만 가주세요.”이미 충분히 강선우의 체면을 살려주는 말투였다.그럼에도 심장을 쿡 찌른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그럴 리 없어요. 하온이가 날 안 만나줄 리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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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30분 후, 심하온이 차에 올라탔다.기사가 차를 몰고 심씨 저택 대문 밖으로 나섰고 심하온은 한창 머리를 숙이고 소유영의 메시지에 답장했다.이때 갑자기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타이어가 땅에 마찰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심하온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탁하고 발밑 매트에 떨어졌다. 그녀는 하마터면 앞 좌석 등받이에 이마를 부딪칠 뻔했다.“무슨 일이에요?”심하온이 이마를 감싸 쥐고 고개를 들자 역겨운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강선우가 두 팔을 벌린 채 차 앞을 막아서고 눈빛에는 집착이 넘쳐흘렀다.기사가 화나서 경적을 울렸다.“당신 누구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심하온의 안색이 한없이 짙어졌다. 그녀는 차 문을 밀고 안에서 내렸다.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하이힐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지고 내딛는 걸음마다 강선우의 심장을 짓밟는 듯했다.“미쳤니?”그녀가 가차 없이 물었다.“죽고 싶으면 혼자 조용히 뒈져. 우리 집 대문 앞에서 행패 부리지 말고.”한편 강선우는 자신을 저격하는 그녀의 혐오스러운 말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단지 그녀가 입고 나온 옅은 베이지색 원피스만 빤히 쳐다보다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하온아, 이 원피스 정말 잘 어울리네.”그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심하온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가 질색하면서 피했다.“심하온 씨라고 불러주시지!”그녀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강 대표, 우린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 ‘하온아’라는 호칭은 너 따위가 부를 자격 없다고. 알아들어?”“우리가 왜 아무 사이 아니야?”강선우가 갑자기 흥분하며 오른손을 꽉 잡았다. 마치 걷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낚아채려는 듯이.“우린 5년을 만났어. 대학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다 잊었니? 우리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매년 네 생일을 함께 보냈잖아. 그 말 아직 기억하지? 네가 평생...”“닥쳐!”심하온이 날카롭게 그의 말을 끊었다. 과거의 일들은 다시 떠올릴수록 역겨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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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심하온이 갑자기 이 사실을 알아챌 줄은 몰랐고, 더욱이 자신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 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강선우는 별안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온아, 너 이러고 어디 가게? 설마... 정윤재 만나러 가는 거니?”“그럼 또 뭐?”심하온은 그의 질문을 전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답했다.“내가 누굴 만나든, 누구랑 데이트하든, 네가 알 바 아니야.”“넌 정윤재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아닐 거야... 아니라고.”강선우가 미친 듯이 포효했다.“하온이 넌 오직 나만 좋아해야 해. 우린 무려 5년을 만났다고, 심하온!”“그래, 5년을 만났지. 하지만 네가 강다인이랑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 5년간의 감정을 말끔히 지웠어 난.”심하온이 더할 나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리고 내가 누굴 좋아하고 누굴 싫어하건 다 나한테 달렸어. 전에는 눈이 멀어서 널 좋아했지만 이제 정신 차렸고 윤재 씨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야. 너 따위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은 없어!”강선우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걸음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서다가 가로등 기둥에 등을 세게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그는 곧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았다.심하온이 이별을 고할 때부터 단순히 투정을 부리는 거로 여겼고 그녀가 뭘 하든 전부 홧김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여전히 자신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지금 심하온은 그의 눈앞에서 친히 자신이 정윤재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이제 정말 그녀를 잃게 되는 걸까?이런 순간일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플래시백처럼 마구마구 스쳐 지나갔다.대학 도서관의 불빛, 생일 케이크 위의 흔들리는 촛불, 비 오는 날 함께 우산을 받쳐 썼던 순간...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강선우를 잠식시킬 것만 같았다.심하온은 그의 학생회장 자리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고, 회사의 프로젝트를 위해 눈이 충혈되도록 밤을 새웠다. 또한 그를 위해 술자리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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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강선우의 체격이 왜소한 편은 아니지만, 프로다운 두 경호원 앞에서 당연히 아무런 저항력도 없을 터였다.그는 눈앞에서 심하온이 차에 올라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차는 금세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두 명의 경호원이 계속해서 그를 뒤로 끌고 갔다. 마치 심씨 저택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려는 듯했다.“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강선우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너희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강...”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개를 끌고 근처를 지나던 귀부인 같은 여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이에 강선우는 재빨리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감히 한 글자도 더는 내뱉지 못했다.지금 이 몰골만으로도 충분히 창피한데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을 터였다....심하온은 소유영과 약속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소유영은 어느덧 테이블 앞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래 기다렸지?”심하온이 맞은편에 앉았다.“아니. 나도 방금 왔어.”소유영은 따뜻한 생과일주스를 그녀에게 건넸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별일 아니야. 그냥 미친개 한 마리 마주쳐서 시간이 좀 지체됐어.”소유영은 곧바로 알아맞혔다.“강선우?”“빙고.”심하온은 방금 일어난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다혈질인 소유영은 즉시 테이블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감히 너희 집 앞까지 찾아와? 뻔뻔하기 짝이 없네.”레스토랑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하나둘씩 이쪽을 쳐다봤다.“목소리 좀 낮춰.”심하온은 어쩔 바를 몰랐다.“일단 좀 앉아봐.”소유영 역시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건 그렇고 나 너한테 할 말 있어.”소유영은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심하온에게 건넸다.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사진 여러 장이 들어있었다.“어젯밤에 일이 있어서 민 회장님 회갑연에 지각했거든. 급한 마음에 지름길로 갔는데 그 길이 호텔 뒷문으로 통하는 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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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공씨 가문의 막내아들, 공재범.공 회장님에게는 아들 둘, 딸 한 명이 있는데 공재범이 가장 어리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매우 방탕하고 제멋대로 살아온 탓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안에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나마 최근 2년 동안 조금 차분해졌다.전에 심하온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 공씨 가문의 맏이와 둘째는 모두 훌륭하지만 유독 막내아들이 집안의 망신거리였다고 할머니께 전해 들은 바가 있다.“그런데 공재범이 왜 강다인 보러 갔지?”심하온이 그중 한 장을 보며 물었다.이 사진에서 공재범이 바로 강다인의 병실 입구에 서 있었다. 이제 막 들어가려는 듯한 모습이 찍혔다.“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지.”소유영이 말했다.“공재범이 강다인 병실에 들어간 후, 내가 보낸 사람들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과감하게 문 앞에 다가가 엿들었어. 그때 하도 긴장되고 문이 또 굳게 닫혀있어서 제대로 듣진 못하고 ‘내 씨’라거나 ‘친자확인’ 같은 단어들만 들었다고 하더라.”“그러니까 강다인 뱃속의 아이가 강선우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거네?”“맞아. 어쩌면 공재범의 애일 수도 있지.”소유영은 점점 더 흥분해서 말했다.“강선우 그 개자식, 널 그렇게 함부로 대하더니 결국 벌을 받나 봐. 아마 지금도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달콤한 꿈에 취해 있을걸. 이제 공재범이 친자확인 결과를 강선우 얼굴에 내던지는 날이 오면 얼마나 대성통곡할까? 생각만 해도 웃겨 진짜.”심하온은 사진을 거둬들이고 팔을 뻗어 소유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역시 우리 유영이가 짱이야.”“헤헤, 이걸로 지난번 실수에 대한 보상이 될까?”소유영이 배시시 웃었다.“걱정 마, 이번엔 절대 가짜 소식 아니야!”“하여튼 너는.”심하온이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었다.“나 진짜 너 원망한 적 없어.”“알아. 그래도 내가 항상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소유영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지난 몇 년간 해외에 있어서 절친인 너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잖아. 이제 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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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심하온은 소유영과 레스토랑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정윤재의 차에 오르자마자 이 남자가 프리지어 한 다발을 건넸다. 연한 황색 꽃잎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심하온은 꽃을 받아들며 환하게 웃었다.“갑자기 웬 꽃?”“데이트인데 당연히 꽃을 준비해야지.”정윤재가 말했다.“지난번 데이트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으니 이번엔 잊지 말아야지.”심하온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그냥 인형 뽑기 하러 가는 건데 뭘.”정윤재도 웃었다. 그의 눈가에 부드러움이 가득했다.“그래도 나름 데이트잖아. 인형을 뽑든, 다른 무언가를 하든 매 순간을 진지하게 대할 거야 난.”심하온은 잠시 멈칫했다.정윤재가 이 관계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번마다 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정윤재는 기사에게 백화점으로 출발하라고 지시했다.기사는 백미러로 정윤재를 슬쩍 훔쳐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5, 6년 동안 정윤재의 기사를 해오면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백화점에 그를 모시고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심지어 인형 뽑기를 하려고 가다니!기사는 속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중얼거렸다.한편 정윤재가 심하온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기사도 확연히 느꼈다. 정윤재가 이전보다 훨씬 생기 넘친다는 것을 말이다.이건 단연코 좋은 일이다.차는 곧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멈췄고, 두 사람은 직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게임센터로 올라갔다.이 게임센터는 규모가 크고 유명했기에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외에, 다른 이들은 심하온과 정윤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아마 오늘 인형 뽑기 하러 온 연유인지 정윤재는 평소처럼 정장을 차려입지 않고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고귀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한편 그의 곁에 선 심하온은 옅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꽃다발을 들고 떠들썩한 게임센터로 들어왔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 빗겨 난 요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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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젠장!”심하온이 작게 투덜거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윤재를 어떻게 벌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인형을 못 잡자 오히려 더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정윤재가 그녀를 돌아보며 눈가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괜찮아. 조급해하지 마.”그가 말했다.“나야 당연히 급할 거 없지.”말로는 이래도 손가락이 저도 몰래 움츠러들었고 시선은 동글동글한 판다 인형에게 고정된 채 숨결마저 무거워졌다.정윤재는 코인 두 개를 더 넣었다.이번에는 집게발이 판다 인형의 목에 달린 작은 나비넥타이를 낚아챘다.딸깍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집게발이 조여들며 판다 인형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심하온은 숨을 죽이고 인형이 출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쿵 하고 인형이 나오는 칸으로 떨어지자 그녀도 신나서 손뼉을 쳤다.“잡았다!”그녀는 정윤재를 돌아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정윤재의 눈가에 어린 웃음기는 전보다 더욱 짙어졌다. 그는 몸을 숙여 판다 인형을 집어서 심하온에게 건넸다.“이제 네 거야.”심하온은 판다 인형을 품에 안았다. 복슬복슬한 배가 그녀의 손바닥에 닿자 부드러운 촉감이 마음을 간지럽혔다.“인형 뽑기에 재능이 있네.”심하온이 그를 칭찬했다.“글쎄, 아마 운이 좋았던 거겠지.”정윤재가 겸손하게 말했다.“다시 해볼게.”그러나 이내 심하온의 말대로 ‘재능이 있는’ 듯 인형을 뽑는 실력이 점점 더 능숙해졌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률이 50%는 됐다.어느새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몇몇 아이들은 작은 몸을 기울여 기계 가장자리를 붙잡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봤다.“우와, 짱이다!”“아저씨, 비결이 뭐예요?”“인형을 저렇게 많이 뽑았어? 부럽다 진짜.”어느덧 인형들이 옆에 산더미를 쌓았고 이를 본 정윤재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그는 심하온의 품에 안은 판다 인형을 그윽하게 쳐다봤다.가장 먼저 뽑은 판다 인형을 그녀는 줄곧 품에 안고 있었다.한편 그녀도 이제 옆에 있는 아이들의 부러움과 갈망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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