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남편의 아내 / Chapter 111 - Chapter 120

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111 - Chapter 120

225 Chapters

제111화

정윤재가 속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 그렇게 신선놀음하는 사람 아니야...”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리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심하온과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다.“정말?”심하온이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렇게 보이지 않는데?”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 역시 부잣집 딸이라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정윤재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그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실컷 데이트하면서 내가 한 말을 검증하면 되겠네?”정윤재는 그녀와 함께 수많은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이 세상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차가 밤의 어둠 속에서 마지막 코너를 돌았다. 심하온이 문득 손을 뻗어 차창을 내렸다. 곧이어 서늘한 밤바람이 오동나무 잎사귀 냄새를 머금고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그녀는 안전벨트 버클을 쓸어내리더니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다음 데이트는 나랑 함께 인형 뽑기 하러 가자.”“좋아.”정윤재가 곧바로 대답했다.“못 뽑으면 나 엄청 화낼 거야.”그녀가 투정 부리듯이 말하자 정윤재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우리 하온이 화내지 않게 노력해야지.”어느덧 차가 심씨 저택의 문 앞에 멈춰 섰다.정윤재는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화나면 나 벌할 거야?”“당연하지.”심하온이 대답했다.“윤재 씨 양복 전부 만화 캐릭터 프린트 무늬로 바꿔버릴 거야. 그거 입고 회사 나가게 만들어야지.”“가혹하다 가혹해.”정윤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심하온은 그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그러니까 가십거리 기사에 실리고 싶지 않거든 힘내셔야죠, 정윤재 씨.”여기까지 말하던 그녀는 별안간 저번에 정윤재와 함께 가십거리 기사에 실린 일이 떠올랐다.그때의 심하온은 정윤재가 바로 자신의 약혼 상대일 거라곤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오케이. 하온이가 좋아하는 인형으로다가 꼭 많이 뽑아야지.”“기대가 커 아주!”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Read more

제112화

그 뒤에는 주소가 하나 찍혀져 있었는데 강선우가 강운에 소유한 부동산이었다.하지만 이 남자가 강다인에게 함께 머물자고 한 주소는 엄연히 다른 곳이었다.그렇다면 설마... 강다인을 먼저 안착시키고 심하온을 만나러 갈 셈인가?휴대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또한 휴대폰의 차가운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췄다.“오빠 진짜 너무 서두른다!”강다인은 휴대폰을 내던지며 야유를 날렸다.이에 강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강운에 왔으니 하온이 만나서 다시 데려가야지.”심하온은 그의 여자이니 언제까지 제멋대로 내버려 둘 순 없다.게다가 정민재라는 화가가 그녀를 넘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선우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데려가서 어쩌려고?”강다인이 비꼬는 투로 물었다.“우리 가족 ‘세 식구’를 똑똑히 구경시켜주게?”“다인아, 너 임신한 건 절대 하온이한테 말해선 안 돼.”강다인은 별안간 배를 감싸 쥐고 눈시울이 빨개졌다.“하온이가 알았다가 평생 오빠 곁에 안 돌아올까 봐 그런 거지?”그녀는 울먹이는 조로 말했지만, 눈가에는 계략이 번뜩였다.“하지만 이 뱃속의 아이는 오빠 애잖아.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야! 심하온한테 무조건 알릴 거야. 오빠 마음속에 나밖에 없다고, 걔는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줄 거라고!”강선우는 참 한심한 인간이다. 아직도 심하온을 속이려 하다니.강다인이 진작 그녀에게 문자해서 임신 사실을 알린 것도 모른 채...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문자를 보낸 지 꽤 됐지만 줄곧 답장이 없다.혹시 심하온이 못 본 걸까?아니! 분명 봤을 거다. 어쩌면 어느 구석에 숨어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다인아, 말 좀 듣자. 응?”강선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이미 충분히 골치 아픈데 너까지 왜 이래? 꼭 이럴 때 투정 부려야겠어? 왜 이렇게 하나같이 내 속만 썩이는 건데?”심하온이 들었으면 실소를 터트렸을 것이다.양다리를 걸치는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 걸까 이 남자는.“
Read more

제113화

남자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묻어났다.“다인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전에 사람 시켜서 심하온 어디 있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어. 꼭 마치 정보가 봉쇄된 것처럼 아무것도 조사할 수가 없더라. 그 뒤론 네가 그 여자 강운에 있다고 말해서 또다시 그리로 사람 보냈는데... 너도 알다시피 거긴 강운이야. 손 쓰기 힘들다고.”그의 부하들은 심하온의 얼굴조차 아직 보지 못했다.“이런 쓸모없는 것!”강다인이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쓸모없는 게 아니라 심하온 그 여자 신분이 보통이 아니야.”남자의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았다.“일반인이라면 금방 찾아냈을 거라고.”강다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별안간 그 끔찍한 추측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다.‘심하온, 너 정말 심씨 가문의 딸이야? 말도 안 돼!’“본인의 무능함에 토 달지 마!”강다인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렇게 고함을 지르면 마음속의 두려움을 커버할 수 있는 것처럼...“힘들다고? 알았어. 보름 시간 더 줄게. 그때도 못 찾으면 더는 나 만날 생각 마!”남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가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보통 신분이 아니긴, 본인이 무능해서 그런 거면서!이 인간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갑자기 누군가 침실 문을 두드렸다.“다인아, 왜 그래? 괜찮은 거 맞아?”강선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는데 약간의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방금 뭐라고 외쳤어?”방음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강다인이 그렇게 크게 소리쳤는데도 그는 흐릿하게만 들었다.“응. 나 괜찮아.”강다인은 손을 떨며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문은 왜 잠근 거야?”그녀는 재빨리 달려가 문을 열었다. 침실에 들어온 강선우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휴대폰은 또 왜 떨어트린 건데? 어디 불편해?”그는 말하면서 다가가 휴대폰을 주워 올렸다.바닥에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어 휴대폰 액정이 깨지지 않았다.“아니...
Read more

제114화

“우리 다인이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강선우는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달랬다.“이런 사적인 모임은 민 회장님 생신 연회와는 달라.”환갑연은 분명 격식 있는 자리라 금연도 철저히 돼 있을 것이다.재벌가 도련님들과의 사적인 모임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난잡하게 놀 수 있으니 임산부를 데려가는 건 적절치 않았다.“그래.”강다인도 뱃속 아이에게 무슨 일 생기길 원치 않았다.그녀는 강선우의 목을 감싸 안고 애교 조로 속삭였다.“그럼 일찍 돌아와. 밤에 혼자 못 자겠단 말이야.”“알았어.”강선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고 몇 마디 더 달랜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친구가 보내준 장소는 어느 한적한 곳에 자리한 타운하우스였다. 안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었고, 주로 부잣집 도련님들이 모여 즐기는 장소였다.집사들과 웨이터들은 연중무휴로 일했지만, 그들이 받는 급여 역시 상당한 금액이었다. 고정 급여 외에 부잣집 도련님들이 대충 던져주는 팁만 해도 역세권 아파트는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였다.타운하우스 입구에 차를 세우자 친구가 안에서 나와 그를 맞이했다.“드디어 왔네, 우리 강선우 도련님.”도준휘라는 이 친구는 전형적인 금수저였다. 운정에서 학교 다닐 때 강선우와 알게 되었고, 지난 몇 년간 계속 연락을 이어왔다.“미안,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지체됐네.”“쯧, 여자친구 달랬나 보구나.”도준휘는 이해한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같이 오지 왜?”도준휘는 지금 심하온을 말하고 있었다.강선우도 뻔히 알기에 어물쩍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벨보이에게 차 키를 건네고 도준휘와 함께 타운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1층에는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웃고 떠드는 중이었고 옆에는 예쁜 여자 웨이터들이 술병을 들고 술을 따라주었다.강선우가 들어오자 몇 사람들이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오랜만이야, 강 대표!”강씨 가문이 강운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정에서도 나름 명망 있는 가문이라 당연히 예를 갖추게 돼
Read more

제115화

“무려 정씨 가문 황태자라고!”도준휘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정씨 가문 몰라? 강운시 4대 명문가 중에서도 서열 1위잖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고는 하지 마라.”단지 돈만 많다고?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이 모든 것을 강선우도 당연히 알고 있다.그는 다만 억지로 모르쇠를 할 뿐이다.“가서 인사할래?”도준휘가 물었다.강선우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제자리에 서서 정윤재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옆에는 술에 취한 부잣집 도련님 한 명이 여자 웨이터를 희롱하고 있었다.여자 웨이터는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몹시 원치 않은 표정이었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몇몇 남자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뿐이었다.이때, 정윤재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을 흘겨봤다.“많이 마셨으면 가서 자. 웨이터나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그의 어조는 평온하고 흔들림이 없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실렸다.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 졸린 듯 표정이 굳어버렸다.술 취한 남자는 여전히 여자 웨이터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다가 정윤재의 말을 듣고 몸을 움찔거렸다. 술기운이 반쯤 달아나고 씁쓸하게 손을 거두었다.옆에 있던 집사는 상황을 잘 읽고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그 남자들에게 말했다.“아직 흥이 가시지 않았다면 영상실에 가서 노래 부르는 게 어떨까요? 이쪽 웨이터들은 남아서 계속 일을 해야 하거든요.”몇몇 남자들은 사색이 된 채 정윤재에게 연신 사과하고는 기가 죽어 쪼르르 떠나갔다.여자 웨이터는 붉어진 눈으로 정윤재에게 감사 인사를 했지만, 그가 대꾸도 없었다. 이에 그녀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강선우는 그곳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그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겉과 속이 다른 모습도 보았고, 운정의 재벌 2세들이 얼마나 거만한지도 다 지켜봤지만, 이토록 잔잔하게 위압감을 풍기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물었다.정윤재는 심지어 욕설 한마디 하지 않고도 거만했던 부잣
Read more

제116화

“저 사람은 송씨 가문의 도련님, 송서준이야.”도준휘는 강선우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소개했다.“정 대표랑 아주 친한 사이야. 오늘 정 대표를 불러낸 장본인이기도 하지.”“누구한테 감시받는 거야?”송서준은 정윤재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말투에는 익숙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대체 얼마나 큰 인물이길래 우리 정 대표님 모임 중에서도 넋을 잃게 만드는 거지?”주변에 귀를 기울이던 몇몇 남자들은 즉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강선우조차도 무심코 반걸음 앞으로 나섰고,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댔다.정윤재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송서준의 질문에 답할 생각도,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생각도 없었다.그가 아무 말 없자 송서준은 화내긴커녕 더 거리낌 없이 웃으며 말했다.“됐다, 됐어. 말 안 해도 다 알아... 심씨 가문의 그분이잖아!”심씨 가문이라니? 강선우는 순간 미간을 확 찌푸렸다.옆에서 누군가 끼어들었다.“설마 정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 정략 결혼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콜록콜록!”다른 누군가가 세게 기침을 하며 그에게 입방정을 떨지 말라고 경고했다.그 사람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한편 강선우도 미간이 조금 풀렸다.방금 정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정략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건 분명 강운시의 심씨 가문일 것이다.그러니까 송서준이 말한 ‘심씨 가문의 그분’도 강운시 심씨 가문의 딸일 가능성이 크다.만약 정윤재가 심씨 가문의 딸과 결혼할 예정이라면 심하온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심하온도 정윤재를 좋아할 리가 없다.그녀의 마음은 오롯이 강선우에게만 향해 있으니까.바로 그때, 정윤재의 시선이 갑자기 이쪽으로 쏠리더니 강선우에게 꽂혔다.두 남자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강선우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다만 정윤재는 단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마치 전혀 중요하지 않은 낯선 사람인 것처럼.강선우가 언제 이런 무시를 당해봤을까? 정윤재에게 공기 취급을 당했더니 심장이
Read more

제117화

“정 대표님은 우리 집안사에 꽤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강선우는 ‘집안사’ 세 글자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정윤재의 참견을 비꼬려 했다.하지만 정윤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집안사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쯧,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자 송서준이 상황을 수습하러 나섰다. 그는 정윤재와 강선우를 번갈아 보다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다들 놀러 나온 건데 뭘 그렇게 집안사니 뭐니 의논하고 있어, 재미없게.”그는 정윤재가 강선우를 싫어하는 걸 알아채고 더는 강선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정윤재의 팔꿈치를 가볍게 툭 쳤다.“당구 치러 가자.”“안 가.”곧이어 정윤재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문자에 답장했다.더는 강선우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다른 사람들도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즐겁게 노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계속 강선우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원래 강선우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강선우와 가까워지려고 정윤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너무 손해이니까.강선우는 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불빛이 그의 어깨 위에 드리워져 부서지는 잔영을 이루었고 꼭 마치 무수한 시선들이 그를 심문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도준휘도 줄곧 불안에 떨었지만, 오늘 강선우를 이리로 불러낸 사람이 본인인지라 이대로 홀로 내버려 두고 떠나는 건 너무 야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용기를 내서 가까이 다가가 강선우를 옆으로 끌고 갔다.“선우야... 너 정씨 가문 황태자랑 사이가 안 좋다고 말한 적 없잖아.”도준휘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대체 어쩌다가 정 대표 심기를 건드린 건데?”“나 그런 적 없어.”강선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 있었다.“쟤가 먼저 시비 건 거야.”정윤재가 전에 발로 걷어찬 일도 강선우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정윤재가 이따위 태도를 보이다니?도준휘는 감히 말을 뱉지 못했다.
Read more

제118화

소유영은 오늘 심씨 저택에 저녁 먹으러 왔다가 심하온의 상태만 물끄러미 지켜봤다. 밥 먹기 전에도 휴대폰만 잡고 누군가랑 문자하고, 밥을 다 먹었더니 침실에 돌아가서 계속 휴대폰만 만져댔다.눈가에는 웃음기를 가득 머금었고 입꼬리가 내려올 줄 몰랐다.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은 단 하나였다.질문을 받은 심하온이 잠시 멍해졌다.연애?두 남녀는 연애라고 정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요 며칠간 둘의 관계가 연인을 방불케 한 건 사실이다.“됐다. 말 안 해도 다 알겠어.”소유영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썸 타는 거지 뭐. 서로 호감은 있고 관계는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요 때가 가장 좋을 때지. 뭐든 아름답게 보이잖아.”심하온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지만, 절친 앞에서 딱히 숨길 마음도 없었다.“설렌 건 사실이야.”그녀가 이실직고했다.“하지만 아직은 내 마음을 잘 공제할 수 있어.”“그래. 당연하지.”소유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아무래도 네가 예전에... 됐다, 그런 불쾌한 일은 다시 얘기하지 말자.”5년간의 극도로 실패한 연애를 경험한 후, 그녀가 또다시 새로운 감정에 푹 빠져버린다는 것은... 그거야말로 이상한 거 아닐까?“하지만 나 지금 진심이야.”심하온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윤재 씨랑 이렇게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어머머! 얘 좀 봐.”소유영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너무 달달하잖아. 내가 다 연애하고 싶어지네.”다만 곧장 몸서리치며 고개를 저었다.“난 됐다. 내가 연애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안 가.”심하온이 웃으며 이제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바로 정윤재한테서 온 문자였다.[문 앞이야.]심하온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자신의 방에서 저택 대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 나갔다 올게.”소유영은 어디 가냐고 물으려다가 뭔가 깨달은 듯 씩 웃으며 말없이 과자만 먹었다.심
Read more

제119화

그녀가 괜찮다고 하자, 정윤재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뜻을 존중했다.심하온은 정윤재를 바라보며 문득 입을 열었다.“강선우한테는 이미 아무런 감정도 없어.”만약 있다면 오직 혐오감뿐이다.정윤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명확히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선우는 어쨌든 그녀와 5년을 만난 전 남친이니까.이런 일에 관해서는 똑똑히 말해두는 게 나을 듯싶었다.한편 정윤재는 잠시 멈칫하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알아.”심하온도 따라 웃었다.가벼운 바람이 살랑이는 밤, 정윤재는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온아.”심하온의 심장이 순식간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 동안, 그는 줄곧 심하온의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처음에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나중에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변했다.지금처럼 애틋하게 ‘하온아’라고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러줬지만, 정윤재한테 들으니 유독 더 부드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너의 과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정윤재가 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난 말이야, 과거에 왜 조금만 더 빨리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이야.”심하온이 평범하게 연애하고 평화롭게 헤어졌다면 그도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하필 이 여자가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그러니 정윤재가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심하혼은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밤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그녀는 정윤재의 눈동자에서 부서지는 달빛을 보았다.“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야.”심하온은 무심코 식기 상자 가장자리의 대나무 무늬를 쓸어내렸다. 심장 박동은 이미 리듬을 잃은 지 오래였다.정윤재의 목울대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그의 눈빛은 달빛보다 더 은은했다.“그러니 하온아, 넌 아무 걱정 할 필요 없어.”심하온은 눈가가 시큰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Read more

제120화

...민동준의 회갑 잔치는 모 호텔의 VIP 연회장에서 열렸다. 정성껏 치장한 강다인이 강선우의 팔짱을 끼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회갑연인 만큼 당연히 정성껏 준비되었고 수많은 하객들이 초대되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하객들이 와 있었다. 어떤 이는 강선우를 보고 다가와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옆 사람에게 제지당했다. 귓가에 뭐라 속삭였는지 그 사람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곧이어 강선우한테서 시선을 떼고 인사를 나눌 의사가 말끔하게 사라졌다.강선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저 사람... 왜 저래?”강다인도 눈치채고 불만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왜 저러긴...강선우가 정윤재와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을 들어서겠지.예전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부잣집 도련님들이라 이 소문이 재벌가 사이에 퍼지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강선우는 하객들을 쭉 훑어보다가 구석에 있는 도준휘를 발견했다.그에게 발각되자 도준휘는 마지못해 다가와 작게 인사를 건넸다.“선우야, 왔어? 어, 이분은... 네 동생 맞지?”도준휘는 강다인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자친구는 왜 안 데리고 왔어?”강선우는 손가락이 다 움찔거렸다. 그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강다인이 덥석 가로채고 애교 조로 물었다.“왜 그래요, 준휘 씨? 난 뭐 오면 안 되나요?”그녀는 이 악물고 강선우의 팔을 꼬집었다.강선우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그런 말씀을...”도준휘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그냥 대충 한번 물어본 거니 새겨두지 마세요.”강선우를 쳐다보며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오늘 정 대표님도 오실 거야.”“그래서? 내가 그 사람 피해야 해?”강선우가 차갑게 물었다.“민 회장님은 우리 아버지의 오랜 친구분이셔. 대표님이 친히 오늘 연회에 나를 초대하셨어.”“맞아요. 우리 오빠는 오늘 연회의 귀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강다인도 덧붙였다.“그렇고말고요.”
Read more
PREV
1
...
1011121314
...
2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