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괜찮다고 하자, 정윤재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뜻을 존중했다.심하온은 정윤재를 바라보며 문득 입을 열었다.“강선우한테는 이미 아무런 감정도 없어.”만약 있다면 오직 혐오감뿐이다.정윤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명확히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선우는 어쨌든 그녀와 5년을 만난 전 남친이니까.이런 일에 관해서는 똑똑히 말해두는 게 나을 듯싶었다.한편 정윤재는 잠시 멈칫하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알아.”심하온도 따라 웃었다.가벼운 바람이 살랑이는 밤, 정윤재는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온아.”심하온의 심장이 순식간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 동안, 그는 줄곧 심하온의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처음에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나중에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변했다.지금처럼 애틋하게 ‘하온아’라고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러줬지만, 정윤재한테 들으니 유독 더 부드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너의 과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정윤재가 다정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난 말이야, 과거에 왜 조금만 더 빨리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이야.”심하온이 평범하게 연애하고 평화롭게 헤어졌다면 그도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하필 이 여자가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그러니 정윤재가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심하혼은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밤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그녀는 정윤재의 눈동자에서 부서지는 달빛을 보았다.“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야.”심하온은 무심코 식기 상자 가장자리의 대나무 무늬를 쓸어내렸다. 심장 박동은 이미 리듬을 잃은 지 오래였다.정윤재의 목울대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그의 눈빛은 달빛보다 더 은은했다.“그러니 하온아, 넌 아무 걱정 할 필요 없어.”심하온은 눈가가 시큰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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