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의 아내: Bab 141 - Bab 150

225 Bab

제141화

“윤재 씨?”심하온이 그의 팔을 살짝 찔렀다.“왜 그래?”정윤재는 마침내 시선을 거두고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아이들이 너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나는 ‘아저씨’라고 부르길래 의아해서.”심하온은 잠시 멈칫하다가 입꼬리가 올라갔다.정윤재가 이런 문제를 생각할 줄이야!“윤재 씨.”심하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가끔 보면 윤재 씨 정말 유치하다니까.”이런 말을 들어도 정윤재는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네 앞에선 유치해질 수도 있지.”“그럼 나 화나게 하진 마.”그녀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안 그러면 윤재 씨 유치한 거 소문 다 낼 테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게임센터 출구 쪽으로 돌아섰다.정윤재도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감히 널 어떻게 화나게 하겠어?”“그건 장담 못 하지.”“하온아, 이제 어디 갈래?”“아직 시간이 이른데, 지난번에 봤던 영화 다시 보러 갈까?”“좋아.”두 사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좀 전에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서 있을 때, 게임센터 안의 누군가가 그들을 몰래 사진 찍고 있다는 것을.사진을 찍은 사람은 두 남녀와 일면식도 없고 단지 두 사람의 비쥬얼이 너무 뛰어나서 몰래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오늘 게임센터 왔다가 커플 한 쌍 봤는데 비주얼이 장난 아니더라. 같이 찍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어.]몰래 찍은 사진이라 각도도 별로지만 사진 속 두 남녀가 확실히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사진을 받은 친구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했고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열 사람, 열 사람에게서 백 사람으로 퍼져나갔다.결국 그 사진은 강선우의 손에까지 들어갔다.그는 방금 해외 고객과의 영상 회의를 마친 참이었다.물론 회의에 30분 늦었다.고객은 매우 불쾌해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그런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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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물론이지. 오빠가 아기 아빠잖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야.”“알았으니까 푹 쉬어. 금방 갈게.”“응,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강선우는 즉시 병원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무언가에 홀린 듯 또다시 심하온과 정윤재의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사진 속에서 심하온이 정윤재를 싫어한다는 일말의 흔적이라도 찾으려 애썼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 얼굴에 띤 미소가 너무 눈부셨다.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강선우는 대학 시절, 학생회 사람들과 함께 게임센터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그때 심하온은 이미 그의 여자친구였기에 그들과 함께 갔었다.게임센터에서 그녀는 인형 뽑기 기계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강선우는 그녀가 무척 놀고 싶고, 인형을 뽑고 싶어 하는 걸 뻔히 알지만 이런 게임이 유치하다고 생각해 끝내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지금 사진 속 정윤재와 심하온은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서 있었다.그녀의 품에 안은 판다 인형도 아마 거기서 뽑은 거겠지?“하온아...”강선우는 사진 속 심하온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갑자기 깊은 후회가 몰려왔다.애초에 심하온과 함께 인형 뽑기 하러 갔더라면, 그녀에게 인형을 뽑아주려고 노력했더라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까?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졌다. 강다인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고 나서야 그는 겨우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들어서자 강다인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고객한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얘기 좀 하느라고.”강선우가 대충 핑계를 둘러댔다.“오늘 좀 어때? 많이 나아졌어?”“응, 별일 없어. 단지 오빠가 너무 보고 싶네.”강다인이 두 팔을 벌리며 애교를 부렸다. 이에 강선우는 묵묵히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품에 닿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 사진들이 맴돌았다.‘정윤재... 네가 사랑하는 우리 하온이를 뺏어갔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잠시 후 그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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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어느 공씨긴? 당연히 강운시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공씨 가문이지.”말을 마친 강선우는 고개를 돌려 사색이 된 강다인을 보더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인아, 왜 그래? 어디 아파?”“아니... 그냥 오빠가 공씨 가문을 찾을 줄 몰라서. 그럼 그 집안 사람들과는 연락이 닿았어?”“아직.”강선우는 이마를 문질렀다.“그 집 맏아들과 연락을 취하는 중이야.”그제야 강다인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다행히 강선우가 찾는 사람은 공재범이 아니었다.하긴, 공재범처럼 술과 향락에만 빠져 사는 인간을 강선우가 뭣 하러 찾을까.“다인아.”문득 강선우의 눈가에 의심의 기운이 깃들었다.“너 진짜 수상해. 또 나한테 뭐 숨긴 거 아니야?”강다인이 심씨 가문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이후로 강선우는 그녀에게 신뢰가 금이 갔다.“당연히 없지!”강다인은 즉시 부인하며 찔린 듯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내가 또 뭘 숨기겠어?”그녀는 배를 감싸 안고 속상한 눈빛으로 강선우를 바라보았다.“난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고 뱃속엔 오빠 아이까지 임신했는데 아직도 날 의심해? 전에도 오빠 때문에 너무 놀라서 유산할 뻔했잖아!”강선우는 짜증이 치밀어서 몸을 일으켰다.“쉬고 있어. 난 잠깐 바람 쐬고 올게.”말을 마친 강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강다인은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공씨 가문을 언급한 것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떠나가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강선우가 부디 공재범과 엮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안 그랬다가 공재범 그 미친놈이 강선우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지껄일지 모른다....영화를 보고 난 후, 정윤재와 심하온은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에 함께 식사하러 갔다.두 사람이 이제 막 룸에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룸 문이 벌컥 열렸다.젊은 남자가 유유하게 안으로 들어왔고 뒤에는 그를 제지하려는 종업원이 따르고 있었다.“손님,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뭘 그렇게 당황해하고 있어?”젊은 남자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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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그는 일부러 말을 멈췄다가 비꼬는 투로 이어갔다.“하온 씨는 내 약혼녀가 될 뻔했잖아요.”순간 룸 안의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심하온은 집에 돌아온 후 가족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과거 공씨 가문도 그녀의 집안과 정략결혼을 맺을 의향이 있었지만 심기찬이 줄곧 승낙하지 않다가 마침내 정씨 가문을 택했다고 한다.할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아빠가 정씨 가문을 택한 이유는 그 집안이 4대 명문가 중 서열 1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윤재를 더 높게 평가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물론 심씨 가문에서 공씨 가문의 혼담을 거절하여 그 집안 사람들이 불쾌해할 게 뻔하지만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더 따지지 말아야 했다.안 그러면 양측 모두 얼굴을 붉힐 테니까.그런데 공재범이 이렇게 대놓고 말을 꺼낼 줄이야.이건 뭐 그냥 피차 껄끄러워지자는 기세였다.“공재범!”정윤재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 어떤 예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누가 감히 이딴 식으로 하온 씨 앞에서 말하래?”“쯧, 이딴 식이라니?”공재범은 손을 들어 눈썹을 긁적였다.“나 없는 말한 거 아니다? 애초에 우리 집안에서 얼마나 성의를 다해 심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도...”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윤재를 넘어 그의 뒤에 있는 심하온을 쳐다보는 듯했다.“심씨 가문에서 우리 집안을 별 볼 일 없다고 여겼지.”“공재범 씨 말이 너무 지나치네요.”심하온이 입을 열었다.“결혼은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어찌 ‘공씨 가문을 별 볼 일 없다고 여긴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어요?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정략결혼에 대해 공씨 가문에 어떠한 긍정적인 답변도 준 적이 없는데 제가 거의 약혼녀가 될 뻔했다는 말도 결코 옳지 않다고 봐요.”“하!”공재범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니까 하온 씨 뜻은 정 대표랑 꽤 잘 어울린다는 거겠네요?”“칭찬 감사합니다.”공재범은 말문이 막혔다.‘내가 언제 칭찬했는데?’“공재범, 이제 그만 나가보지 그래.”정윤재가 차갑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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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애초에 심씨 가문에서 공씨 가문의 혼담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심하온은 아마 그의 약혼녀가 돼 있겠지.그의 형은 일 중독이라 여자에게 관심이 없기에 심하온과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이 정략결혼의 ‘책임’은 자연스럽게 공재범에게 돌아온다.안타깝게도 심씨 가문의 영감탱이가 정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승낙해버렸다.이제 공재범은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심하온이 정윤재의 약혼녀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괜찮아. 자고로 내가 원하는 여자는 반드시 얻는 법이잖아.’공재범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꺼내 보니 발신자 표시에 [공씨 가문 희대의 망나니]라고 떴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어이, 바쁘신 분이 전화할 시간도 있나 보네. 또 무슨 설교라도 남은 거야?”전화 너머에서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강씨 가문에서 비서에게 연락이 왔는데 강선우가 날 만나고 싶어 하네. 네가 가서 처리해.”“누구?”공재범은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강선우? 걔가 형을 왜 만나?”“관심 없고, 나 지금 엄청 바빠.”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하지만 강씨 가문 체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니 네가 가서 만나봐.”“형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나한테 떠넘긴다고?”공재범은 매우 불쾌했다.“지금 날 뭐로 보는 거야?”“지난 몇 년간 네가 해온 짓거리들을 보면, 너 스스로도 자신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은데.”말을 마친 남자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공재범은 서서히 어두워지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방금 그에게 전화한 사람은 바로 그의 친형이다.그와 이야기할 때마다 늘 이런 식이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잘났는지 이해가 안 될 터였다.그나저나 형이 만나라고 한 사람은 바로 강선우였다.공재범은 이 점이 꽤 흥미로웠다....레스토랑을 나온 후, 심하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공재범의 말투와 태도에 그녀는 실로 역겨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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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심하온은 마지못해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다.프로젝터 화면에는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유화처럼 보이는 옛날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는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기면서 그녀를 정신이 들게 했다.엄청나게 풍미로운 향은 아니지만 소소한 가정의 온기가 가득했다.순간 심하온은 착각에 빠졌다. 마치 정윤재와 결혼한 지 오래되었고, 이것은 평범한 부부의 저녁 식사 같았다.정신을 차린 심하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부엌문으로 다가갔다.문을 살짝 열어젖히며 아무 소리도 안 냈으나 그녀를 등진 정윤재가 등 뒤에도 눈이 달린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하온아, 엿보는 건 좋지 않아.”그녀는 들켜버린 참에 더욱 당당해졌다.“엿보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보고 있었어!”정윤재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 그녀에게 물었다.“너무 배고프면 간식 좀 먹어둬.”식자재를 가져다주러 온 사람이 정윤재의 분부를 듣고 간식도 잔뜩 가져다주었다.“그럭저럭 참을 만해.”심하온이 부엌 문가에 기대 말했다.“그냥 윤재 씨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정씨 가문의 황태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터였다.“웍 돌리는 거 보고 싶은 거라면... 우리 하온이 실망할지도 몰라.”정윤재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이에 심하온이 대답했다.“난 과정 따위 신경 쓰지 않거든. 중요한 건 결과야.”그 결과는...정씨 가문 황태자의 요리 솜씨가 정말 별로였다는 점이다.하지만 이 또한 심하온의 예상 밖이 아니었고, 별로이지 맛이 없다는 건 아니었다.공재범 때문에 사라졌던 식욕이 순식간에 돌아왔다.그녀는 그다지 서두르지 않고 품위 있는 자세로 먹었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은 감출 수가 없었다.정윤재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 찼다.식사를 마친 후, 정윤재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심하온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강운 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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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나도 감히 네가 내 여자친구라고 말하진 않았어.”정윤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시 두 가문의 정략결혼이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곤란함을 해결하려고 심하온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잘했네.”심하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다음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정윤재의 옷깃을 잡아당겨 허리를 숙이게 하고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하지만 이제 달라. 윤재 씨는 언제 어디서든, 그 누구에게든 다 얘기할 수 있어.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다... 아니, 내 약혼녀다 라고 큰소리칠 수 있지.”정윤재는 잠깐 숨소리가 다 떨렸다.그는 눈앞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목울대가 쉴 새 없이 굴렀다.심하온의 눈가에는 웃음기와 진지함이 다 묻어났다.그녀는 정윤재가 외부에 둘의 관계를 당당하게 공개하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워서 그의 마음을 말랑하게 했다.“알았어.”정윤재의 눈빛이 서서히 깊어졌다.“그럼... 이제 약혼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도 될까?”심하온은 손가락 끝이 떨렸다.“하온아.”그의 목소리는 낮고 유혹적이었다.“그래도 될까?”심하온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며 무언의 초대를 보내는 듯했다.정윤재는 대뜸 숨결이 가벼워졌지만,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었다.입술이 닿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혼란스러운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둘의 심장 소리가 뒤섞이며 더욱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정윤재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딥키스를 퍼부었다.키스는 점차 뜨거워졌고 오랫동안 억눌렀던 갈망이 한순간 폭발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심하온의 숨결이 점차 거칠어지자 정윤재는 그제야 살짝 물러섰다.사실 그 역시 숨결이 몹시 거칠어졌다.통유리창 밖의 야경은 여전히 찬란했다. 거실의 옛날 영화는 어느새 끝나고, 화면에 엔딩 크레딧만 떠 있었다.심하온은 다리에 힘이 풀려 완전히 녹아내린 솜사탕처럼 정윤재의 품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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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비록 그도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 했지만, 끝내 참지 못했다.“괜찮아.”심하온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하지만...”그녀는 귓불이 살짝 빨개지더니 정윤재에게 바짝 다가가 귓속에 나직이 속삭였다.“윤재 씨 키스 실력은 확실히 좀 별로였어.”그렇게 말해도 정윤재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게 웃었다.“첫 키스라서 아직 많이 서툴러. 네가 좀... 봐줄 수 있지?”“그러니까 방금... 윤재 씨 첫키스라고?”“당연하지.”정윤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실은 심하온도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정윤재가 여자에게 관심이 없고 곁에 어떠한 여자도 두지 않는다는 것을.이제 보니 곁에 여자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정윤재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앞으로 더 많이 연습할게. 우리 하온이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지.”더 많이 연습한다고?심하온은 무언가 깨달은 듯 그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꿈도 야무지네.”순간 정윤재가 나직이 웃음을 터트렸다.휴대폰이 진동해서 열어 봤더니 아빠한테서 온 문자였다. 그녀에게 언제쯤 집에 돌아오냐고 묻는 아빠, 심하온은 곧장 정윤재에게 말했다.“시간이 늦었네. 이만 돌아가야겠다.”“데려다줄게.”정윤재는 일어나서 코트를 챙기더니 그녀에게 걸쳐주었다.“밤이라 많이 쌀쌀할 거야.”그는 직접 운전하여 심하온을 심씨 저택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심하온은 안전벨트를 풀고 고개를 돌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하지만 정윤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몸을 기울여 남자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고 ‘굿나잇’ 이 한마디만 남긴 채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정윤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웃었다.‘빨리도 도망치네!’그는 서둘러 떠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심하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잘 자라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그냥 가버렸네?]잠시 후, 심하온은 아마 침실에 도착했는지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지금이라도 말해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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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강선우의 망상을 깨뜨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공씨 가문 맏아들 공민규의 비서가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내일 오후 세 시, 월희 다옥.]내용은 이게 다였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강선우는 더 바랄 게 없었다.공민규가 자신을 만나주다니, 이거면 게임 끝나는 거 아닌가?이제 강선우에게도 드디어 조력자가 생긴다.생각을 마친 후 싸늘한 시선으로 멀어져가는 정윤재의 차를 쳐다보는 이 남자.‘정윤재, 딱 기다려. 널 빈털터리로 만들고 명성도 다 짓밟아버릴 거야. 그때 가서 뭐로 우리 하온이 뺏어갈지 지켜나 보자고!’비록 오후 세 시라고 했지만, 다음날 강선우는 30분이나 일찍 월희 다옥에 도착했다.이곳은 매우 고급스러운 찻집이라 프라이버시가 철저했다.강선우가 자신을 ‘강 대표’라고 소개하자 종업원이 공손하게 3층의 한 별실로 안내했다.“다른 손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강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마호가니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별실 안의 인테리어는 그윽하고 우아했지만, 그의 마음속 초조함을 달래주지는 못했다.그는 공민규 앞에서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하지만 3시가 되어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강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계를 보았다. 공민규의 비서에게 무슨 일인지 메시지를 보낼까 했지만, 이내 관두었다.어쨌거나 그는 지금 공씨 가문의 도움이 절실하니까.괜히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어쩌면 공민규에게 갑자기 다른 무슨 일이 생겨서 조금 늦는 거겠지.별거 아니니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하지만 강선우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길 줄이야.이제 곧 5시가 돼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강선우의 마음속에 분노가 서서히 타올랐다.‘지금 나 바람맞힌 거야? 너무하네! 만나고 싶지 않으면 거절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까지 희롱하고 난리냐고?’이제 막 몸을 일으켜 떠나려고 할 때, 별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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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강선우는 당연히 공재범을 깔보았다.아무리 강운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공씨 가문 출신이라도 종일 빈둥거리는 망나니일 뿐이니 얕잡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미래 공씨 가문의 후계자는 분명 그의 형이나 누나일 터였다.공재범은... 평생 허송세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속으론 이렇게 생각해도 겉으론 절대 드러낼 수 없었다.강선우는 마지못해 예를 갖추며 웃어 보였다.“괜한 생각 마세요, 재범 씨. 저는 그저 공민규 씨한테 아주 중요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그럴 뿐입니다.”“그 중요한 일이 뭔데요? 나한테 얘기해봐요.”공재범이 별안간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강 대표가 말 안 해도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강선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정말 예상치도 못했어요. 지난 5년간, 강 대표랑 만난 분이 심씨 가문 따님이셨더라고요.”공재범은 예전에 강다인과 어울릴 때, 그녀가 강선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땐 그저 웃어넘기며 강선우의 여자친구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도 않았다.그러다 어제 형이 강선우가 한번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을 때, 비로소 사람을 시켜 그를 조사했다.모르면 그만인 것을, 조사해보고 나니 공재범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선우의 여자친구가 심하온이었다니?그는 사진을 들고 여러 번 살펴보고 나서야 이 여자가 바로 심씨 가문의 딸임을 확신했다.“정말 안타깝게 됐네요.”공재범은 강선우의 험악한 표정을 보지 못한 듯, 계속 깨고소한 표정으로 입을 나불거렸다.“이제 심하온 씨는 강 대표의 전 여친이 돼버렸으니 말이죠.”강선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재범 씨, 그 얘긴 그만하시죠?”“왜 그만 해요? 우리 형 찾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잖아요. 제 여자를 정윤재한테 뺏겨서 그게 분해서 우리 집안과 손잡고 정윤재 무너뜨리려는 거 아니었나요?”공재범은 말하면서 강선우의 표정을 살폈는데 어느덧 돌처럼 굳어버렸다.“내가 맞혔나 보네요.”그가 맞힌 건 사실이지만 강선우가 협력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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