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의 아내: Bab 441 - Bab 450

461 Bab

제441화

“그래.”정윤재가 턱으로 슬며시 심하온의 머리를 쓸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했어.”“그럼 우리도 텔레파시가 통한 건가?”“우린 원래 마음이 잘 통했잖아.”괜히 마음이 간지러워진 심하온이 정윤재를 꽉 끌어안으며 그의 온기를 만끽했다.집으로 돌아온 심하온이 일 층에 있던 도우미에게 물었다.“아빠는요?”평소라면 서재나 안방에 있을 시간이었다.심하온은 심기찬과 회사와 관련해 할 얘기가 있었다.“대표님께서는 아직 들어오지 않으셨어요.”심하온이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지만 심기찬이 회사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 심하온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정윤재는 심하온을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야 본가로 돌아갔다.거실에 앉아 과일을 먹던 연미정은 들어오는 정윤재를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아들, 왔어? 와서 과일 좀 먹어... 너, 입이 왜 그래?”입술에 왜 상처가 났냐고 물으려던 연미정이 문득 뭔가를 알아차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젊은 애들이라 뜨겁네.’정윤재 역시 연미정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삼촌께서 오늘 오셨어요.”“오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더니 왜 갑자기 온 거야?”정윤재에게 묻던 연미정은 곧 알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 나한테서 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며칠 일찍 왔나 보네.”정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할아버지 댁에 가니까 할아버지와 싸우고 계시더라고요.”“그럴 줄 알았어.”연미정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쩌면 그녀는 연철민의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일지도 몰랐다.“넌 오늘 왜 갑자기 할아버지 댁에 간 거야?”연미정이 물었다.“또 그 일 때문에?”“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정윤재가 대답했다.“내일 하온이와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가려고 했거든요. 하온이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미리 말씀드리러 간 거예요.”연미정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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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그 얘기를 듣고도 자상하다는 말이 나와?”“그건 젊으셨을 때 얘기잖아요.”정윤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제 기억 속의 할아버지는 늘 자상하셨어요.”연미정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정윤재의 말에 연미정은 애써 정창호의 모습을 떠올렸다.정창호는 정윤재가 18살 때부터 산에서 지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이전 연미정이 봤었던 정창호는 언제나 웃음기 없는 얼굴에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가끔 정창호 앞에서 실수라도 하게 된 사람은 그의 눈빛 하나에 얼어버리곤 했었다.‘어딜 봐서 자상하다는 거야?’‘하긴, 그러니 다들 손주 사랑은 남다르다고 하는 거겠지.’연미정이 모르는 정창호는 어쩌면... 다정한 사람일지도 몰랐다.연미정이 계속 과일을 먹는 사이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정윤재가 몸을 일으켰다.“엄마, 저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어디 가는데?”연미정이 물었다.“시간도 이렇게 늦었는데.”정윤재는 연미정의 질문에 대답 대신 말했다.“일찍 쉬세요.”“저 자식이.”연미정이 멀어져가는 정윤재의 뒷모습을 보여 욕을 중얼거렸다.하지만 결혼할 사람까지 있는 다 큰 자식을 간섭할 필요는 없었다.연미정은 과일을 먹으며 다시 휴대폰에 열중했다....정윤재의 차가 한 별장으로 들어섰다.직원이 공손한 태도로 정윤재에게 길을 안내했다. VIP룸 앞에 선 직원이 문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정 대표님 오셨습니다.”“들어와.”안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직원이 곧 허리를 숙여 정윤재에게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들어가시죠.”정윤재가 문을 열고 VIP룸으로 들어갔다.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심기찬이었다.“아버님.”정윤재가 고개를 숙여 심기찬에게 인사를 건넸다.“왔나?”심기찬이 웃으며 말했다.“앉게.”정윤재가 심기찬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해.”“미안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괜찮아요.”정윤재가 얼른 대답했다.심기찬은 남도 아닌 장인어른이 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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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심기찬의 얼굴에는 감춰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피어올랐다. 꼿꼿이 펴고 있던 등은 조금씩 굽어졌고 눈시울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나는 하온이에게 미안한 게 많아. 하온이 엄마에게도 너무 미안하고.”정윤재 역시 심하온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심기찬은 정윤재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강선우 그놈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어. 심지어 그 고집스러운 성격에 힘든 일을 조금 겪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지. 고생 좀 하다 보면 더 일찍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거든.”하지만 그 대가가 이렇게 클 것이라는 건 전혀 예상한 적 없던 일이었다.결국 강선우의 인품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심기찬 역시도 그가 이렇게까지 악독한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심기찬의 빨갛게 달아오른 눈시울과 감춰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켜보던 정윤재가 무릎 위에 올려둔 주먹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아버님, 지난 일은 아버님 잘못이 아니에요.”낮지만 다정한 정윤재의 목소리가 울렸다.잘못을 한 사람은 강선우와 강다인이었다.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죄책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심하온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진정한 죄인은 강선우와 강다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깊은 자책과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심기찬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하온이는 아직도 어릴 때와 같아. 그런 상처를 입고도 우리를 걱정하느라 아직도 알려주지를 않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걸 모르겠어.”“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어머니 친구분인 최 교수님께 치료를 부탁했어요.”정윤재가 말했다.“하지만 최 교수님도 하온이 다리가 완전히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직은 하온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고요.”심기찬은 정윤재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사실 나도 줄곧 세계 각 곳의 유명한 의사에게 하온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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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그 말을 들은 심기찬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심기찬이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 기다리자 잠시 후 심하온이 국수를 들고 식탁으로 걸어왔다.“아빠.”심하온이 가져온 면을 심기찬 앞에 놓으며 젓가락을 손에 쥐여주었다.“일부러 유영에게 배운 거예요. 유영이가 국수를 정말 맛있게 끓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유영이가 한 것만큼 맛있게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서 드셔보세요.”심기찬은 곧바로 심하온이 만든 국수를 한 입 먹은 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우리 딸 역시 대단하네.”“정말요?”심하온이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그럼 많이 드세요. 부족하면 얘기하시고요. 더 있어요.”“그래. 너도 같이 먹어.”“괜찮아요. 전 저녁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윤재와 같이 먹었니?”심기찬이 물었다.“네.”고개를 끄덕인 심하온이 말을 이었다.“아, 아빠. 내일 윤재 씨와 윤재 씨네 외할아버님께 가기로 했어요.”그 말에 심기찬이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거길 왜 가. 그 영감이...”“아빠.”심기찬의 태도에 심하온이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그래도 윤재 씨 외할아버지잖아요.”비록 심하온 역시 연재덕이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연재덕과의 사이를 회복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심기찬 역시 연재덕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 화풀이를 딸에게 할 수는 없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웃는 얼굴로 심하온이 해준 국수를 먹었다.심기찬이 식사를 마치자 심하온이 물었다.“아빠, 오늘 이렇게 늦게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그냥 친구들 모임이 있었어.”심기찬은 심하온에게 정윤재를 만났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얘기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늦었던데.”“그랬구나.”심하온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하품하며 몸을 일으켰다.“아빠, 전 먼저 들어가서 잘래요. 아빠도 일찍 주무세요.”“그래.”심기찬은 의자에 앉아 심하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던 그는 갑자기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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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뒤로 넘길수록 춤을 추는 사진은 점점 더 많아졌다.그리고 사진 속 심하온의 어색하던 춤사위는 점차 자연스러워졌다.그녀의 표정도 단순한 호기심으로부터 진지하게 변해갔다. 무용을 향한 심하온의 열정을 사진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심하온은 무용을 진심으로 사랑했다.정윤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심장이 찌르르 저렸다.이때,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며 알람을 울렸다.휴대폰을 확인하자 심하온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귀여운 고양이 이모티콘과 함께 한 글자로 된 문자였다.[자?]정윤재가 웃으며 답장했다.[아직 안 자.]그리고 곧 심하온이 정윤재에게 전화했다.곧바로 전화를 받은 정윤재가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온아.”“왜 아직도 안 잤어?”침대에 누운 심하온은 한 손에는 휴대폰을, 다른 한 손에는 베개를 들고 있었다.“뭐해?”정윤재가 무릎 위에 올려둔 사진첩을 힐끔 쳐다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서류 보고 있어.”만약 지금 그녀의 어릴 적 사진이 담긴 사진첩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심하온은 부끄러움에 당장이라도 달려와 목을 조를지도 몰랐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면 하온이 볼 수 있겠네.’정윤재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서류 본다면서 왜 웃어?”심하온이 의아한 듯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정윤재가 곧 다시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넌 왜 아직 안 잤어?”“자려다가... 갑자기 윤재 씨가 보고 싶어서.”심하온이 말했다.“그래서 통화하고 싶었어.”괜스레 마음이 뜨거워진 정윤재가 입꼬리를 올리며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도 보고 싶어.”“하지만 우리 오늘 저녁에도 같이 밥 먹었잖아.”심하온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떨어진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벌써 보고 싶은 거지? 이래도 되는 건가?”“당연하지.”정윤재가 말했다.“네가 날 사랑하고, 나도 널 사랑하니까 보고 싶은 건 당연한 거야.”“... 난 윤재 씨가 드라마 대사라도 읊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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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물론 입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곧 정윤재와 심하온이 올 시간이었다.미간을 찌푸린 연재덕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금은 두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하지만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피할 수는 없었다.그런 연재덕의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가 몇 번이고 말을 삼키다 결국 입을 열었다.“어르신,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여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실 필요 없잖아요. 멀쩡히 잘 지내시다 그런 여자 하나 때문에 다른 가족분들도 어르신께 불만이 생겼고 또 어르신 마음도 안 좋으시잖아요.”연재덕이 미간을 찌푸렸다.“자네가 모르는 일들이 많아. 그러니 그만해.”바로 그때, 입구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 윤재 도련님과 심하온 씨가 오셨어요.”연재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그는 어느새 그늘졌던 표정을 지우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거실로 내려오자 정윤재와 심하온이 보였다.건장한 체격의 정윤재는 진중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 어깨로 늘어뜨린 심하온은 옅은 핑크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흰색 선물 박스가 들려있었다. 그 모습이 단아하고 당당해 보였다.두 사람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 같았다.“할아버지.”정윤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심하온도 정윤재를 따라 인사를 건넸다.“할아버님, 안녕하세요.”두 사람 앞으로 다가온 연재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왔니?”심하온이 미소 지으며 손에 있던 선물을 건넸다. 보기 좋은 미소였다.“서예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며칠 전에 친구에게 부탁해 먹과 한지 세트를 샀어요. 할아버님께서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이니 받아주세요.”선물 박스를 향한 연재덕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재덕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손을 뻗어 선물을 받은 연재덕은 마치 단 한 번도 정윤재와 심하온 사이를 방해하려 했던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뭘 이런 걸 다 준비했어, 고마워.”옆에 있던 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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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그 말에 연재덕의 입가에 걸렸던 가식적인 미소가 차갑게 식었다.‘정윤재, 이 자식이.’‘나더러 심하온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더니 네가 나를 저격해?’정윤재는 연재덕을 보며 말을 이었다.“할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요. 이젠 너무 많은 걸 신경 쓰시긴 어려운 나이가 되신 것 같아요.”연재덕은 정윤재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듣지 못한 척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어제 잠을 설쳐서 그래.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건 어쩔 수 없지. 너무 걱정하지 마.”연재덕은 더는 정윤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어두운 정윤재의 눈빛을 무시한 채 자애로운 어른인 척 연기하며 심하온에게 말을 걸었다.심하온은 예의 바른 태도로 연재덕의 질문에 대답했다.심하온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연재덕과의 만남과 그때 연재덕이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달라진 연재덕의 태도에 지난번의 만남은 꿈이었던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간단한 안부를 물은 연재덕은 또 두 사람의 결혼 얘기를 꺼냈다. 약혼식은 언제 올릴 건지,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됐는지를 묻는 연재덕의 말들에서 더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알 수 있었다.물론 심하온도 그 말을 꺼내는 연재덕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연재덕이 그날의 일은 기억에서 지운 듯 행동한다면 심하온도 그날은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었다. 얼마든지 오늘이 연재덕과의 첫 만남인 것처럼 집안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듯 행동할 수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 연재덕이 정윤재의 외할아버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연재덕이 한발 물러서 준다면 심하온 역시 그 일을 물고 늘어질 이유가 없었다.잠시 후, 정윤재가 슬며시 심하온의 손을 꾹 잡았다.정윤재의 뜻을 알아차린 심하온이 말했다.“할아버님께서 정원을 예쁘게 가꾸셨다고 윤재 씨에게 들었어요. 제가 구경해도 될까요?”“물론이지.”연재덕이 웃으며 대답했다.“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구경해.”말을 마친 연재덕이 정원으로 안내하라며 집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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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힘껏 밀쳤을 뿐이었다.그 사람은 곧바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히며 피가 새어 나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그때의 연재덕은 그 일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배상도 할 만큼 했고 그 일을 저지른 부하도 과실 치사로 실형을 선고받았다.연재덕은 피해자 가족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했다.그러니 그 일은 곧 연재덕의 머릿속에서 잊혔다.하지만 최근 들어 연재덕은 그때의 그 일을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잠이 들면 그때의 일이 꿈에 나타나기도 했다.한 생명이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연재덕이 직접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연재덕은 결국 그 사람의 죽음에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었다.연재덕은 가끔 눈물로 얼굴을 씻어내리며 자신을 비난하던 고현주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이미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연재덕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씻지 못한 죄를 품은 채로 눈을 감고 싶지는 않았다.그런 이유로 연재덕은 고현주의 부탁을 아무런 고민 없이 들어줄 수 있었다.연재덕에게 그건 속죄의 기회였다.“할아버지.”정윤재가 연재덕을 쳐다보았다.“그 사람이 고현주 씨 아버님이시죠.”의문형이 아니라 서술형이었다.긴 한숨을 내쉰 연재덕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고현주의 아버지는 어디에선가 연재덕이 고현주의 남자친구라는 얘기를 듣고는 몇 번이고 연재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소란을 피웠었다.많은 돈을 줬음에도 그 남자는 끝까지 만족을 몰랐다. 그는 한 번, 또 한 번 연재덕 앞에 나타났다.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연재덕은 부하에게 그 남자를 쫓아내라고 지시했다.하지만 그 지시에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그래서 할아버지께서는 제 반대편에 서는 방법으로, 저의 행복을 희생하는 방법으로 본인을 속죄하려고 하셨던 거네요. 그래요?”연재덕이 휙 고개를 들고 정윤재를 바라보았다.그 말을 꺼내는 정윤재의 눈빛은 덤덤하기만 했다.하지만 연재덕의 마음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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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정윤재의 그 한마디는 마치 비수처럼 연재덕의 마음 깊숙이 꽂혔다.멀어지는 정윤재의 뒷모습을 보는 연재덕의 마음이 찢어졌다.사실 연재덕도 알고 있었다.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속죄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때 여자에 눈이 멀어 아내를 배신하고 내연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은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이제 와서 자신의 속죄를 위해 손자에게 한걸음 물러서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국은 모두 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정윤재의 말이 맞았다.만약 그의 아내가 이 모든 일을 알게 된다면 연재덕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으며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할 게 뻔했다.연재덕은 아내를 만나러 갈 면목이 없었다.연재덕의 잔뜩 굽어진 등은 그를 더욱 노쇠해 보이게 했다.정윤재가 심하온을 찾으러 정원에 갔을 때 그녀는 꽃밭 앞에 서 있었고 심하온의 옆에는 조경원이 그녀에게 꽃을 설명하고 있었다.심하온은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들으며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이 정윤재에게는 귀엽기만 했다.걸음을 멈추고 심하온을 쳐다보는 정윤재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따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이렇게 귀여운 사람에게 강선우는 어떻게 그런 상처를 줄 수 있었던 걸까?’그래서 정윤재는 도무지 인간 같지도 않은 강선우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분노를 거둔 정윤재가 걸음을 옮겨 심하온 곁으로 다가갔다.정윤재를 본 조경원이 곧바로 설명을 멈추었다.“도련님, 심하온 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나지막이 인사를 건넨 조경사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 심하온은 다가오는 정윤재를 발견하고는 순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심하온이 정윤재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물었다.“할아버님과 얘기 다 했어?”정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심하온 역시 그때의 일에 관해 전부 알고 있었다.하지만 심하온은 연재덕과는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정윤재와 연재덕이 그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는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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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한 후에야 고현주는 연재덕은 그 일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고현주를 절망에 빠뜨렸다.태원 그룹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아내와 딸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연재덕은 수많은 돈과 정력을 들여 그 일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그리고 연재덕은 고현주에게 거금을 쥐여주며 떠날 것을 요구했다.그런 연재덕의 모습에 고현주는 그가 이제는 자신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음을 느꼈다.하지만 연재덕의 부하도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간 이상, 고현주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당시의 고현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연재덕이 주는 돈을 받고 강운시를 떠나는 것이었다.그렇게 고현주는 강운시를 떠나 운정에 자리 잡았다. 자신을 부잣집 딸로 포장해 순조롭게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다.결혼 후 대원 그룹에 위기가 부딪혀 수심이 가득한 남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고현주는 연재덕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그런 생각을 접어야 했다.연재덕이 그녀를 도울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며 떠나라고 했을 때, 연재덕에게 두 사람의 인연은 완전히 끊어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고현주가 연재덕을 찾아가는 건 부질 없는 짓이었다.하지만 심하온이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고현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연재덕에게 부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의 연재덕은 이미 80세가 되어가고 있었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은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었다.‘어쩌면... 재덕 씨도 그렇지 않을까?’고현주는 도박을 한 번 해보기로 결심했다.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완벽히 들어맞았다.기적적인 한 수였다. 연재덕이 아니었다면 강선우의 처지는 더 처참했을 테니까.“엄마.”강선우 목소리에 생각에 잠겼던 고현주가 고개를 들었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고현주의 시선이 외출하려는 강선우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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