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입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곧 정윤재와 심하온이 올 시간이었다.미간을 찌푸린 연재덕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금은 두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하지만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피할 수는 없었다.그런 연재덕의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가 몇 번이고 말을 삼키다 결국 입을 열었다.“어르신,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여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실 필요 없잖아요. 멀쩡히 잘 지내시다 그런 여자 하나 때문에 다른 가족분들도 어르신께 불만이 생겼고 또 어르신 마음도 안 좋으시잖아요.”연재덕이 미간을 찌푸렸다.“자네가 모르는 일들이 많아. 그러니 그만해.”바로 그때, 입구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 윤재 도련님과 심하온 씨가 오셨어요.”연재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그는 어느새 그늘졌던 표정을 지우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거실로 내려오자 정윤재와 심하온이 보였다.건장한 체격의 정윤재는 진중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 어깨로 늘어뜨린 심하온은 옅은 핑크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흰색 선물 박스가 들려있었다. 그 모습이 단아하고 당당해 보였다.두 사람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 같았다.“할아버지.”정윤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심하온도 정윤재를 따라 인사를 건넸다.“할아버님, 안녕하세요.”두 사람 앞으로 다가온 연재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왔니?”심하온이 미소 지으며 손에 있던 선물을 건넸다. 보기 좋은 미소였다.“서예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며칠 전에 친구에게 부탁해 먹과 한지 세트를 샀어요. 할아버님께서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이니 받아주세요.”선물 박스를 향한 연재덕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재덕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손을 뻗어 선물을 받은 연재덕은 마치 단 한 번도 정윤재와 심하온 사이를 방해하려 했던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뭘 이런 걸 다 준비했어, 고마워.”옆에 있던 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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