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온은 순간 멍해졌다가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그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 없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이었다.물론 사실이긴 했지만 곱씹어 보니 괜히 귀 끝이 달아올랐다.하필이면 정윤재라는 이 못된 남자는 그녀를 달래며 그 말을 다시 한번 해 달라고 졸라댔다.“안 해.”심하온은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며 말했다.“말 안 들을 거야.”정윤재는 가볍게 웃으며 계속 그녀를 달랬다.“한 번만 더 말해 주면 안 돼? 난 그 말이 너무 좋은데.”“싫어.”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은 심하온은 삐진 척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어 정윤재도 제발요라는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보내왔다.이번에도 역시 그녀에게서 슬쩍 가져간 것이었다.심하온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알았어, 이제 얼른 자.][하온 이 이 소원 안 들어주면, 오늘 밤 나 진짜 잠 못 잘 것 같은데.]지금은 정윤재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만약 그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면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속으로는 서운해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 같았다.왜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는 거지?탓하자면 이 남자가 사람 마음을 홀릴 만큼 치명적인 얼굴을 타고난 게 문제였다.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괜히 마음이 쓰이게 만드는 얼굴.결국 심하온은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그리고 연달아 세 번이나 말했다.[너는 내 남자야...][이제, 잘 잘 수 있겠지?]잠시 후 정윤재에게서 답장이 왔다.[그래. 하온 이도 일찍 자. 잘 자.][잘 자.]심하온은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워 잠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천천히 잠자리에 들었다.그녀는 알지 못했다.어느 한 남자가 서재에 앉아 그녀가 보낸 그 음성 메시지를 백 번도 넘게 반복해 듣고 있다는 사실을...오전 내내 회의가 이어졌지만 정진 그룹의 임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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