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너머의 정민재는 아주 차갑게 알겠다고 대답했다.“지시하신 그 일도 진행 중입니다.”남자는 또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잘하셨어요. 돈은 계좌로 보냈으니 알아서 나누세요.”그러자 남자의 목소리는 한층 밝아졌고 더 공손해졌다.“대표님을 도울 수 있는 건 저희의 영광입니다.”정민재는 별말 없이 핸드폰을 끊었다.같은 시간 정민재는 어느 고급 아파트 최상층에 자리한 통유리 창가에 서서, 붉은 와인 한 잔을 손에 든 채,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밤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화려한 풍경과는 달리 정민재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이던 착한 얼굴과는 딴판이었다.한참 밖을 지켜보던 정민재는 와인을 한 번에 삼켰다.그리고 자리에서 돌아서 정성껏 꾸민 거실을 바라보았다.사실 꾸몄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이, 거실에는 벽에 걸린 그림들이 전부였다.그리고 그 그림들의 주인공은 모두 심하온이었다.미소를 짓는 심하온, 멍때리는 심하온,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는 심하온, 춤추는 심하온, 밥 먹는 심하온...벽에 걸린 그림만큼 정민재가 심하온에 대한 마음은 깊었다.그리고 정민재의 시선이 한 그림 앞에 멈춰 섰다.그러자 수심 깊던 표정은 사라지고 다시 유하게 미소가 걸렸다.천천히 또 다른 한 폭의 그림으로 걸음을 옮겼고 정민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감히 너에게 그런 짓을 한다니. 이건 그 애가 응당 받아야 하는 죗값이야.”그림 속 심하온은 정민재에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정민재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림만을 쳐다봤다.“하온아, 넌 날 사랑하지 않고 곧 내 형과 결혼하게 될테지만...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도 한 번만 봐줘.”그 말을 마친 정민재는 쓴웃음을 지었다.“네 눈엔 한 번도 내가 담기지 않는걸.”정민재는 인터넷에서 정윤재와 심하온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보았다.정윤재를 바라보던 심하온의 눈이 얼마나 반짝이던지, 그를 향한 사랑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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