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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31 - チャプター 940

959 チャプター

제931화

또 헛된 상상을 하고 있었다.정민재는 쓴웃음을 지었다.비서는 그의 쓴웃음을 보고 또 놀라 조심스럽게 물었다.“괜찮으세요?”정민재는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시간도 늦었으니까 퇴근해.”“네.”비서는 정민재가 어딘가 이상해 보였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방금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정민재는 원래 퇴근하려던 계획을 접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리고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지금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 내가 좋아하던 일을 포기하고, 매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일에 매달려 있는 삶... 도대체 왜?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심하온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봐주길 바라서?’하지만 설령 올라간다 해도, 심하온이 자신에게 시선을 더 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그녀와 정윤재의 약혼식 날을 떠올랐다. 그녀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그의 생각이 끊겼다.정민재는 고개를 들고, 들어오는 정영훈을 보았다.“아직 퇴근 안 했다고 해서 와봤다.”정영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요즘은 좀 부지런해졌네. 그래야 내 아들이지.”정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달력을 바라봤다.잠시 후, 그는 손을 들어 특정 날짜 위를 천천히 짚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날은 제 개인전 여는 날이었어요.”정민재가 중얼거렸다.“지금 전 사무실에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전시 준비로 바빠야 하는데.”그 말을 듣자마자 정영훈의 표정이 굳었다.“아직도 그 그림 타령이냐?”정영훈이 불쾌하게 말했다.“지금까지 전시를 몇 번이나 했는데 아직도 모자라?”정민재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는 한 번도 그의 열정과 꿈을 이해해준 적이 없었다.예전에는 괴로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무감각해졌다.“전 그냥... 지금 이게 저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에요...”말을 끝내기도 전에, 정영훈이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인생에 무슨 의미가 그렇게 중요해!”정영훈이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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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하지만 지금 보니 정민재가 마음을 바꾼 건 전부 심하온 때문이었다.정민재는 부정하지 않았다.정영훈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나는 네가 드디어 정신 차린 줄 알았다. 결국 또 여자 때문이냐!”그는 이미 말해둔 적이 있었다.경쟁은 하되, 아직 완전히 관계를 틀어버릴 때는 아니라고.여자 하나 때문에 정윤재를 적으로 돌리는 건 전혀 이득이 아니었다.“아버지, 이 얘기는 그만하죠.”정민재가 한숨을 쉬었다.“저 좀 혼자 있게 해주세요.”정영훈은 한동안 그를 노려보다가 비웃듯 말했다.“그래, 마음대로 해. 하지만 섬에서 네가 했던 말 기억해. 어떤 이유로 이 길을 택했든,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잘 생각해.”정민재는 순간 몸이 굳었다.정영훈은 그 반응을 보고 자신의 말이 통했다는 걸 알고,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정민재는 자리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래. 후회하고 싶지 않아. 이미 이 길을 선택했잖아. 돌아갈 수 없어.’심하온이 정윤재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여전히 책상 앞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이미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과 밀크티가 준비되어 있었다.“먼저 좀 먹으면서 기다려.”정윤재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로 이끌었다.“아직 일이 조금 남아서 저녁 먹으러 가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알았어. 신경 쓰지 말고 일해.”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난 널 데리러 온 거지 방해하러 온 거 아니야.”정윤재는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넌 언제든 나한테 방해가 아니야.”“됐어. 얼른 일해.”정윤재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심하온이 그를 붙잡고 입에 간식을 하나 넣어줬다.“윤재 씨도 굶으면 안 돼.”정윤재는 간식을 먹으며 눈가에 부드러운 웃음을 띠었다.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심하온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밀크티를 조금씩 마시고, 가끔 간식을 집어 천천히 먹고 있었다.통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의 머리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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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평범한 안부처럼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발신자는 해외의 낯선 번호였다.‘강선우일까?’그는 지난번 심하온에게 전화했다가 지금 쫓기듯 숨어 지내고 있으니 이런 문자를 보낼 여유도, 배짱도 없을 것이다.‘그럼 대체 누구지? 아니면 그냥 잘못 보낸 문자일까?’“왜 그래?”심하온이 그의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별거 아니야.”정윤재는 방금 받은 문자를 그녀에게 보여줬다.심하온은 그 문자를 다 읽고 나서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그냥 평범한 문자 같은데... 해외에서 보낸 거네. 모르는 사람이야?”정윤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번호는 전혀 기억에 없어.”하지만 그는 이 문자에서 묘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함을 느꼈다.이유 없이 찾아온 이 느낌은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정윤재는 그 번호를 허도영에게 보내 조사해 보라고 했다.허도영은 금방 결과를 보내왔다.그런데 결과는 빈 번호였다.빈 번호라니 더 이상했다.이제는 심하온도 이상함을 느꼈다.마침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심하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강선우 아닐까? 일부러 문자 보내서 도발하는 거 아니야?”정윤재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아마 아닐 거야.”그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설마 그 사람일까? 갑자기 이런 문자를 보낸 이유는 뭘까?’방은혜는 두 사람이 돌아올 시간을 미리 물어보고, 그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식사가 막 준비된 상태였다.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손을 씻은 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심하온은 정윤재가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아 일부러 방해하지 않고, 그가 평소 좋아하는 반찬을 그의 접시에 담아주었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정윤재는 심하온이 여전히 열심히 그의 접시에 반찬을 담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됐어. 나 신경 쓰지 말고 너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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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정윤재의 형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던 걸까?’심하온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본 정윤재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일단 밥부터 먹자. 다 먹고 나서 얘기해 줄게.”심하온은 궁금증을 눌러두고 얌전히 식사하면서도, 정윤재가 잘 먹는지 계속 신경 썼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침실로 돌아갔다.정윤재는 심하온을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내 친형이야. 나보다 세 살 많고.”정윤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이름은 정윤택이라고 하지.”정씨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난 정윤택은 태어날 때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그리고 그는 실제로도 뛰어난 재능을 지녀, 어릴 때부터 어느 방면에서든 가족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문제가 생겼다.가장 먼저 이상함을 눈치챈 건 친구의 아버지였다.정윤택이 오랫동안 회색 지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그는 정윤택을 엄하게 경고했다.정윤택은 겉으로는 순순히 따르는 듯했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그들과 관계를 이어갔다.“나중에는 아예 그 사람들과 함께해서는 안 될 사업까지 시작했어. 정씨 가문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지. 그리고...”갑자기 정윤재의 목소리가 굳어졌다.“그 사람들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심하온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윤재 아버지의 사망 원인은 외부에 항상 미스터리였다.병사라는 말도 있었고, 사고라는 말도 있었고, 원한에 의한 살해라는 소문도 있었다.하지만 정씨 가문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누구도 감히 깊이 캐묻지 않았다.그 진실이 이렇게 잔혹할 줄은 몰랐다.“아버지는 계속 정윤택을 막으려고 했어.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고.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눈엣가시가 됐고, 결국 그자들이 계획적으로 아버지를 해친 거야.”아버지가 죽은 뒤, 정창호는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격노했다.가해자들은 체포었다.정윤택은 아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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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정씨 가문 내부에서도 그의 존재는 금기였으니 누가 괜히 문제를 만들겠는가.“오늘 갑자기 형 생각이 난 건 이 문자가 형이 보낸 거라고 느껴서야?”정윤재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 느낌이 들어.”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마음에 걸렸다.“만약 진짜라면 왜 갑자기 이런 문자를 보낸 걸까?”심하온이 물었다.“윤재 씨랑 형 관계는 어땠어?”“좋았어.”정윤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난 형을 많이 존경했거든.”어린 시절의 정윤재에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형은 존경할 만한 존재였다.정윤택 역시 그에게 잘해줬다.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 전도유망했던 사람이 왜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는지.“그럼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연락 없었어?”“없었어.”심하온도 점점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밤늦은 시간, 이 문제로 정윤재가 계속 신경 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문자 하나일 뿐이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심하온이 그의 턱에 머리를 살짝 기대며 말했다.“오늘 하루도 힘들었잖아. 이제 푹 쉬자. 무슨 일이든 내일 생각해도 늦지 않아.”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정윤재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걱정을 안 할 수는 없었다.이미 외조부의 죽음으로 마음이 무거운 상황에서, 이상한 문자까지 받았으니 말이다.정윤재가 아무리 이성적이라 해도 심하온에게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그를 이끌어 침대에 눕혔다.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한편, 어느 나라의 한 빌딩 최상층.한 남자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바깥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고용인이 다가와 레드와인을 한 잔 따라 공손히 건넸다.그는 잔을 받아 들었지만 바로 마시지는 않고 가볍게 흔들기만 했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사랑하는 우리 동생... 보아하니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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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갑자기 울린 전화를 받은 남자는 태연하게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강선우 쪽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주변에 베테랑급 인력을 대거 투입해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습니다.”수화기 너머의 보고에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음, 잘했군. 그들에게 전해. 이제 강선우를 설득해서 귀국시킬 때가 됐다고 말이야.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밖으로만 돌 순 없지 않겠나? 이제 든든한 조력자들도 생겼으니, 직접 돌아와서 원수들을 상대해야지.”“알겠습니다.”이른 아침, 정윤재가 정씨 가문 본가에 들어섰을 때 연미정은 기운 없는 안색으로 소파에 기대어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아들을 발견한 그녀가 그제야 기운을 내어 웃었다.“이제 오니? 하온이는?”“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고 바로 출근했어요.”“시간 나면 하온이 데리고 밥 먹으러 오렴. 내가 직접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네. 그럴게요.”정윤재는 연미정을 바라보며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정윤택과 간밤에 받은 문자 이야기를 꺼내려 했으나 아직도 눈이 붓고 지친 표정의 어머니를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어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여읜 슬픔에 여전히 깊이 잠겨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십수 년 전 가문에서 쫓겨난 형 이야기를 꺼낸다면 어머니의 마음은 더욱 미어질 것이 분명했다.그동안 연미정은 단 한 번도 정윤택을 입에 올린 적이 없지만, 아들인 정윤재는 알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형에게 머물러 있음을. 정윤택이 비록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을지언정, 결국 그녀의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던가.그러니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연미정은 정윤택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침실에 틀어박혀 끼니도 거른 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다.“윤재야? 왜 그러니?”연미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정윤재는 상념에서 깨어나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연미정은 아들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아침은 먹었니? 같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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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엄마...”“됐어, 나 괜찮아.” 연미정은 슬픔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바로 그때 정창호가 위층에서 내려왔다.“아버님, 좋은 아침이에요.”“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정창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정윤재를 보고도 특별한 반응 없이 용건만 담담하게 건넸다.“아침 먹고 내 서재로 오너라.”“알겠습니다.”아침 식사 후, 정윤재가 먼저 서재로 향했다.잠시 뒤 정창호가 들어왔고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 앉았다.“요즘은 별일 없었느냐?” 정창호가 먼저 침묵을 깼다.“네, 별일 없었습니다.”정창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가 아직도 힘들어하니 네가 위로를 많이 해줘야 할 게다.”“알고 있습니다.”도우미가 따뜻한 차를 내와 두 사람의 잔을 채우고는 공손히 물러났다.정창호는 서둘러 잔을 들지 않고 찻물에 뜬 찻잎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민재가 망친 프로젝트, 네가 맡아서 아주 훌륭하게 처리했더구나.”정윤재가 대답하려는 순간, 정창호가 덧붙였다.“네 작은아버지가 뒤에서 발목을 잡았음에도 아주 완벽했어.”“알고 계셨군요.”정윤재는 딱히 놀라운 기색도 없었다.이런 잔꾀가 정창호의 눈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 나이 먹도록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천진하게 구는 건 오로지 정영훈뿐이었다. “사람이 너무 미련해.” 정창호가 낮게 한숨 쉬었다. “걔는 네 아버지를 넘어서겠다는 집착이 너무 강했지. 그 마음이 결국 심마가 되어서 수십 년 세월 동안 그 굴레에 갇힌 채 나오질 못하고 있는 게야.”그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혼자 망하는 것도 모자라, 자식까지 그 진흙탕에 끌어들이려 들다니.”“민재랑 제대로 대화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 말을 들을 리가 없겠더라고요.”정윤재는 말을 아꼈으나 정창호는 그 속내를 이미 훤히 꿰뚫고 있었다. 젊은것들이 얽히고설킨 사정쯤이야 그에게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정창호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원래 하고 싶은 일 하며 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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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혹시... 형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정윤재의 물음에 정창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 해외로 내쫓을 때만 해도 사람들을 붙여서 지켜보게 했지만, 워낙 수완이 좋은 놈이라 다 따돌리고 잠적해 버렸어.”그 이후로 정창호 역시 그를 더는 찾지 않았다.정윤택이 저지른 잘못이 워낙 막대했기에 손자 하나쯤은 가계도에서 지워버린 셈 쳤던 것이다.하지만 실상은 연미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마음속에서 그 녀석을 진정으로 밀어내 본 적이 없었다.다만 그 감정을 완벽하게 은폐했기에 정윤재마저 속아 넘어갔을 뿐이었다.“만약 뵙고 싶으시다면, 사람을 시켜 한 번 찾아볼까요?”정윤재가 복잡한 심경으로 물었다.정윤택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실타래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그는 부정할 수 없는 혈육이었으나, 가문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지른 죄인이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했다.정창호는 긴 침묵 끝에 무겁게 입을 뗐다.“관두자꾸나. 내 정씨 가문에 그런 자는 없다고 이미 선언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 이제 와서 그를 다시 찾는다면 또 어떤 풍파가 일지 모를 일이다.”“하지만 할아버지, 실은 어젯밤에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정윤재는 휴대폰을 꺼내 어제 받은 메시지를 할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원래는 할아버지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싶어 꺼내지 않을 작정이었으나, 정창호가 먼저 정윤택의 이름을 올린 이상 더는 피할 이유가 없었다.정윤재가 미처 설명을 보태기도 전에 메시지를 확인한 정창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설마... 윤택이가 보낸 것이냐?”“할아버지도 그렇게 느끼시나요?”정윤재가 엄숙한 표정으로 답했다.“번호를 추적해 보았지만 없는 번호로 나왔어요.”정창호의 안색이 한층 더 굳어졌다.“진짜 그놈이라면, 대체 뭘 하려는 거지?”사실 해외에서 온 문자 한 통만으로 정윤택의 의중을 단정 짓는 것은 다소 무모한 일이었다.하지만 정창호와 정윤재는 마음 한구석에 남는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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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정창호와 대화를 마친 정윤재는 일 층으로 내려왔다.연미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도우미에게 물으니 후원으로 나갔다고 했다.정윤재는 무언가 짐작한 듯 후원으로 향했고 예상대로 나무 아래 그네에 앉아 멍하니 있는 연미정을 발견했다.그 나무는 정윤택이 태어난 해에 심어진 것이었고 그 옆에 있는 나무는 정윤재가 태어난 해에 심어진 것으로 3년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똑같이 높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과거 정윤택이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 정창호는 그의 흔적을 모두 지우라고 명령했으나 오직 이 나무만은 남겨두었다.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정윤재는 지난 세월 동안 연미정이 자주 이 나무 아래 앉아 상념에 잠기곤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연미정의 모습을 본 정윤재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연미정이 먼저 그를 발견했다.“윤재야.”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랑 이야기는 다 끝났어?”정윤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엄마,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담요 좀 가져오라고 할게요.”연미정은 고개를 젓고 그네에서 일어났다.“아니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곧 나가야 해.”“그러세요.”지금 같은 기분으로 집에만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기분 전환을 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두 사람이 함께 집 안으로 향하던 중, 연미정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나무들이 참 잘 자랐구나.”그녀가 중얼거렸다.“윤재야, 네 생각엔...”그녀의 말은 거기서 멈췄다.그녀는 허탈한 듯 두어 번 웃음을 터뜨리더니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정윤재는 복잡한 눈빛으로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어머니가 방금 무엇을 묻고 싶어 했는지 정윤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윤재야, 네 형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어느덧 나현아가 공민규가 마련해 준 작은 집에서 지낸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24시간 교대하는 보안 요원들의 철저한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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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도우미는 나현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바로 나현아 본인일 테니까.그래서 더 대꾸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나현아는 심심풀이로 볼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찾으려 휴대폰을 뒤적였다.그때, 연예 뉴스 알림 하나가 화면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뉴스였으나, 나현아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송서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송씨 가문의 후계자 송서준, 여자친구와 부모님의 오붓한 동반 식사]나현아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목을 훑어내렸다.시선이 멎었던 찰나의 정적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본 것인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날카로운 이명이 고막을 때리는 와중에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기사를 클릭했다.‘가짜일 거야. 송서준이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해 드린다고? 설마... 벌써 다른 여자가 생긴 건가?’기사 안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듯한 사진 속 장소는 어느 식당의 룸이었고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송서준은 창가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기에, 나현아는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곁에 앉은 여자 역시 눈에 들어왔다.그 바 사장이었다.나현아는 이를 악물었고 심장이 조여오는 통증을 느꼈다.맞은편에 등을 보이고 앉은 두 사람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송서준의 부모님임이 분명했다.그러니 기사는 사실이었다. 송서준은 정말로 새 여자친구를 데리고 부모님을 만난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 벌써 딴 여자가 생겼다고? 그것도 그 바 사장이라니, 분명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었는데!’“송서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나현아는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중얼거렸다.“넌 날 사랑했잖아.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으면서, 이제 그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안 돼...”나현아는 송서준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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