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던 공재범은 갑자기 비웃음을 흘렸다.“헐, 진짜 상상도 못 했네. 맨날 그렇게 점잖고 반듯한 척하던 형이 결국 이런 꼴이 될 줄이야. 이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도 ‘품격 있는 공씨 가문의 장남’이 아니라 ‘범죄자 숨겨준 진씨 가문 사람’으로 기억되겠지.”하지만 공민규는 공재범의 비꼼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오히려 차분하게 당부를 이어갔다.“아버지 쪽은 네가 잘 달래드려. 계속 그렇게 화내시게 두지 말고. 그리고 이사회 쪽에서도 틈타서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조심하고. 전에 진행하던 사업 건도...”공재범은 질서정연하게 이어지는 공민규의 당부를 들으며, 그의 침착한 표정을 바라봤다.마음이 너무 복잡했다.질투도 났고, 짜증도 났으며, 아주 조금은 안도감도 들었다.형은 여전히 그 형답게 무슨 일을 겪어도 이렇게 냉정하고 이성적일 수 있었다.‘혹시 형은 나현아를 도와주기로 한 그날부터 이미 오늘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예상했던 걸까?’공재범은 문득 생각했다.‘만약 나였다면 이렇게 침착할 수 있었을까? 아마 못 했겠지.’그래서 더 질투 나고, 더 짜증이 났다.“내가 한 말들 다 기억했어?”공재범은 정신을 차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형이 말 안 해도 다 알아. 형이나 잘 챙겨. 바깥일은 이제 형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응, 널 믿어.”공민규가 말했다.그 진지한 말투와 표정에 공재범은 순간 멍해졌다.그러고는 이상하게 더 짜증이 치밀어 올라, 더욱 비꼬고 싶어졌다.“형은 그렇게 할 말 다 하면서, 정작 목숨 걸고 지켜준 그 여자 얘긴 안 묻네? 나현아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안 궁금해? 나현아는 다시 체포됐고, 이제 다시 나올 가능성은 없어.”공민규는 평온하게 말했다.“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어.”“도대체 왜 구해준 거야? 진짜 감동이라도 받았어? 이제 심하온 씨를 안 좋아해?”공재범이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공민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공재범이 다시 말했다.“나 아까 여기 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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