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린은 엄선호를 말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구나린의 몸 상태가 문제였다. 구나린은 지금도 검사받으러 가고 싶지 않았다.“나린 씨, 당신이 아직도 날 걱정한다는 건, 마음속에 아직 내가 남아 있다는 뜻 아니야? 나도 내가 답답하고 재미없는 사람인 거 알아. 일도 늘 바쁘고, 당신 곁에 함께한 시간도 너무 적었지.”“그래도 나린 씨, 난 정말 당신 없이는 안 돼. 당신이 말만 하면,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난 다 할 수 있어...”“뭘 어떻게 하든, 다 할 수 있어?”“다 할 수 있어! 당신이 말만 하면!”“내가 당신한테 사표 내라고 하면?”“사, 사표?”“그거 할 수 있어?”사실 구나린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였다.엄선호쯤 되는 자리에 오른 사람이면, 자기 뜻만으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바로 내려올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엄선호가 맡은 일에는 얽혀 있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그는 입을 다물었다.엄선호는 자기 나이가 아직 매우 젊다고 여겼다. 의욕도 남아 있었고, 지금 자리에서 더 일하고 싶었다. 아직은 공직사회에서 더 힘을 보태고, 자기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그는 한 번도 조기 퇴직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물러나면 뭘 한단 말인가?날마다 연애만 하면서 살까?그게 정말 엄선호가 바라던 삶이었을까?“당신이 못 한다는 거, 나도 알아.” 구나린이 말했다. “나도 그냥 한번 던져 본 말이야. 다만 당신 마음속에서 내가 얼마나 큰 비중인지, 그걸 알게 해 주고 싶었어. 사실 나는 당신한테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중요해.” 엄선호가 구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린 씨, 내가 당장 그만두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그러니까 1년만... 아니, 반년만 시간을 주면 안 될까? 그 안에 내가 다 정리할게. 몸이 안 좋아서 더는 일을 못 한다고 하고, 뒤로 물러나는 식으로. 그렇게 하면 어떨까?”구나린은 크게 놀랐다. “지금 뭐라는 거야?”“내가 한발 물러나면 훨씬 여유로워질 거야. 일도 지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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