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641 - Chapter 650

759 Chapters

제641화

서하는 차에서 내린 뒤 엄선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은 채, 곧 구나린의 팔을 잡고 말했다.“엄 시장님, 저희 엄마 잘 부탁드릴게요.”“걱정하지 마.” 엄선호가 옅게 웃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야.”구나린은 엄선호를 한 번 바라보았다.서하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그럼 두 분 일찍 쉬세요. 아, 그리고 엄 시장님. 저희 엄마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서하가 떠나고 나자, 엄선호는 구나린의 어깨를 감싸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안 추워? 옷 얇게 입은 것 같은데.”구나린이 말했다.“그럼 내가 이불이라도 뒤집어쓰고 나왔어야 해? 이것도 많이 입은 거야.”“이게 어디가 많이 입은 거야?” 엄선호의 큰 손이 슬며시 구나린의 허리께로 내려갔다. “얇기만 한데.”구나린은 실제로 춥지 않았다. 다만 엄선호는 늘 할머니처럼 구나린의 옷차림을 챙겼고, 구나린이 내복을 안 입었다고 하면 괜히 성을 내곤 했다.구나린은 그럴 때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집 안으로 들어오자, 엄선호는 구나린이 소파에 앉는 걸 보더니 곧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구나린의 바짓단을 살짝 끌어 올렸다.“내복은?”구나린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표정으로 대꾸했다.“집에서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와서 바로 차 탔어. 차에서 내려서 여기까지도 몇 걸음밖에 안 걸었고. 정말 안 추웠다니까.”“발목이 차가워.”구나린은 손을 뻗어 엄선호를 잡아끌었다.“그만 좀 신경 써. 와서 앉아.”엄선호는 구나린 옆에 바짝 붙어 앉고 나서 바로 구나린의 다리를 들어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구나린의 발목을 감싸 쥐었다.금세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기분 좋을 만큼 포근했다.구나린은 고개를 기울여 엄선호를 바라보았다.“내가 와서 그렇게 좋아?”엄선호는 원래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쁜지 화가 났는지, 겉으로는 좀처럼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달랐다. 엄선
Read more

제642화

“그만해!” 엄선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잘못은 당신이 하고, 지금 당신이 오히려 큰소리칠 입장이야? 날 위해서? 나 생각해서? 그럼 내가 당신한테 고맙다고도 해야 해?”엄선호는 답답한 듯 셔츠 깃을 거칠게 풀어 젖혔다. 크게 숨을 두 번 내쉰 뒤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일단 병원부터 가. 나머지는... 나중에 따로 얘기해.”“안 가!”구나린은 엄선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소파로 가서 앉았다.엄선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돌아와 구나린 앞에 섰다.“제발 이런 때에 고집부리지 마.”“나 아직 몸 괜찮아.” 구나린이 말했다. “게다가 결과도 이틀 뒤에나 나온다는데, 지금 병원 가서 나더러 뭘 하라는 거야?”“지금 당신 상태로는 차라리 병원에 있어야 내가 마음이 놓여.” 엄선호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사람 시켜서 병실부터 잡아 둘게. 걱정하지 마. 최고급 병실로 할 거야. 집처럼 편하게 해 줄 수 있어.”“아무리 좋은 병원이라도 집만큼 편할 수는 없지.” 구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엄선호의 팔을 끌어안았다. “게다가 이렇게 오래됐는데, 당신은 나 안 보고 싶었어?”엄선호는 구나린의 의도를 몰라 몇 초쯤 반응을 못 했다가 그제야 구나린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구나린! 지금 이 상황에... 당신 머릿속엔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아니면 결과 나오고, 내가 정말 입원하게 되면 한동안은 못 하잖아...” 구나린은 몸을 틀어 엄선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엄선호, 난 당신 보고 싶었어. 당신은 안 그랬어?”엄선호는 코웃음을 쳤다.“날 보고 싶었어? 보고 싶은 사람이 헤어지자고 해?”“그건 내가... 어쩔 수 없었잖아?” 구나린이 말했다. “나도 이제 생각 정리했어. 정말 최악이 와 봐야 죽는 거지, 그게 뭐 그렇게 무섭다고...”“그만하라고!” 엄선호는 핸드폰을 꺼냈다. “전에 검사했던 결과... 전부 나한테 보내.”구나린은 더 버틸 수가 없어서 결국 엄선호에게 자료를
Read more

제643화

구나린도 엄선호를 바라보았다.“당신 정말 짐승이네. 내가 항암까지 하게 돼도 가만 안 두겠다는 거야?”엄선호는 구나린을 다시 제 품 안으로 꽉 눌러안았다.“자. 내일 할 일도 있어.”“무슨 일?”“구청 가야지.”“뭐?”구나린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엄선호를 올려다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그 뜻도 모르겠어? 그러면서 그 많은 재산은 어떻게 모았어?”“좋아, 엄선호. 지금 이 틈에 날 몰아붙이겠다는 거지? 내가 말하지만, 어림도 없어!”“나린 씨, 나랑 결혼해.”청혼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날아들었다.마치 화살 한 대가 날아와, 그대로 구나린의 가슴 한가운데 박힌 것 같았다.구나린은 엄선호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붉어진 눈가를 엄선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구나린이 말했다.“당신 혼자 좋은 생각 다 하네. 아무 준비한 것도 없이 청혼부터 해 놓고, 내가 덜컥 승낙할 줄 알았어? 꿈 깨.”엄선호는 구나린을 조금 더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위아래로 맞부딪쳤다.“뭐 하려고?” 구나린은 코를 훌쩍였다. “나 괴롭히지 마. 그러면 나 진짜 울어 버릴 거야.”“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엄선호는 구나린을 바라본 채, 눈가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 내 마음도 찢어진다는 생각은 안 했어? 만약 내가 아팠다면, 내가 곧 죽을지도 모르는 처지였다면, 그래서 당신한테 헤어지자고 했으면, 당신은 어땠을 것 같아?”“울지 마...”구나린은 처음으로 엄선호가 우는 모습을 봤다.너무 낯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 당신이 무슨... 다 큰 남자가...” 구나린은 다급히 말했다. “나 지금 멀쩡하잖아.”“구나린, 당신 진짜 너무해!”엄선호는 고개를 돌렸다. 구나린을 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구나린은 엄선호의 얼굴을 다시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러고는 엄선호의 눈물 맺힌 자리를 하나씩 입술로 쓸어냈다.“내가 잘못했다니까. 내가 사과하잖아. 한 번만 봐주면 안 돼?”“
Read more

제644화

엄선호는 몸을 뒤집어 구나린을 아래에 두고 내려다봤다.“이 결혼은... 당신이 하고 싶어서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해!”“그건 강요잖아!”“그래, 나 강요할게.” 엄선호가 말했다. “구나린, 당신 나 자꾸 건드리지 마. 나 진짜 화나면, 나도 내가 감당 안 돼.”구나린은 애써 버티고 있던 기운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결국 푸스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엄선호는 잠깐 멍해졌다가, 곧 한숨 섞인 표정으로 구나린의 볼을 한번 꼬집었다.“내가 당신을 어떻게 해야 하냐?”“어쨌든 난 당장은 결혼하고 싶지 않아.” 구나린이 말했다. “이렇게 하자. 검사 결과 나오고 나서...”“안 돼. 내일 결혼해.” 엄선호가 말했다. “나린 씨, 검사 결과가 어떻든,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아. 나도 생각해 봤어. 앞으로는 천천히 일의 중심도 좀 옮기고, 당신 곁에 더 오래 있어 주려고...”“또 뒤로 물러나겠다는 소리 하려고?”“만약... 정말 만약이야. 당신 몸에 진짜 무슨 문제가 있다면, 미안하지만 난 당신 두고 일하러 갈 수 없어. 나린 씨, 바꿔서 생각해 봐. 내가 아프면,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회사 가서 일할 수 있어?”구나린은 미간을 좁혔다.“왜 자꾸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올려? 그것도 그렇고, 결혼은 내가 당신 뜻 받아줄 수는 있어도, 내일은 안 돼.”“왜?”“난 내일이 싫어.” 구나린은 손을 들어 엄선호의 목울대를 가만히 쓸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정말 무슨 일 있더라도, 당신 그냥 두진 않을 거야. 머리가 다 빠진다고 해도, 난 당신한테 가장 예쁜 신부가 될 거니까.”“당신 지금 한 말 기억해. 결과 나오고 나서도 당신이 나랑 결혼 안 하겠다고 하면, 내가 묶어서라도 데려갈 거야!”“왜? 우리 엄 시장님이 이제 강제로라도 데려가시겠다?”“당신이 한번 해 봐.”구나린은 팔을 뻗어 엄선호의 목을 감아올렸다.“나 지금 해 보고 싶은데.”“장난치지 마...”구나린은 엄선호를 아래로 끌어당겼다.
Read more

제645화

엄선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나린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당신한테 졌다. 구청 몇 시에 문 열어?”그제야 엄선호가 고개를 들었다.구나린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엄선호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물 자국도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정말 말 바꾸는 일 없지?”구나린은 엄선호의 눈가에 남은 물기를 손으로 닦아주었다.“우리 혼인신고 하기 전, 먼저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야 하잖아! 눈이 퉁퉁 부으면 사진 찍을 때 안 예쁠 텐데. 그러면 내가 마음 바꿀지도 몰라.”엄선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나린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그러고는 곧장 욕실 쪽으로 큰 걸음으로 향했다.구나린도 뒤따라가 보니, 엄선호는 세수하고 있었다.얼굴을 씻고 나서 엄선호는 고개를 들었다. 양손으로 세면대를 짚은 채 거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안 부었어.”엄선호는 거울 너머로 구나린을 보았다.“절대 마음 바꾸지 마.”구나린은 다가가 엄선호를 끌어안았다.“그럼 당신도 약속한 거 어기면 안 돼. 오전에 혼인신고하고, 오후에는 나 예뻐해 주기로 한 거.”...서하는 구나린에게서 그런 메시지를 갑자기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구나린이 보낸 말은 짧았다.[딸아, 나 결혼했어.]그 뒤로 사진 한 장이 따라왔다.사진 속에서 구나린과 엄선호는 나란히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두 사람 입가에는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촬영 각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두 사람 다 눈가가 조금 붉어 보였다.서하는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았다. 한동안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서하는 곧바로 구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서하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한꺼번에 묻어 있었다.“진짜예요? 엄마랑 엄 시장님, 혼인신고 하신 거예요?”구나린은 웃으며 말했다.[사진까지 보냈는데, 가짜겠어? 내가 설마 혼인관계증명서까지 위조했겠니?]“너무 잘됐어요!” 서하는 환하게 웃었다.
Read more

제646화

[하 변호사님이 그걸 가만두신대?]“가만두지.”소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신 아들이면 마음대로 해도 되고, 딸이면 때리지 말라더라. 흥, 내가 그 말을 왜 들어. 아들이든 딸이든 난 다 한 대 때려줄 거야. 아, 맞다. 서하야, 내가 딸 낳으면 우리 사돈 맺을래?”서하가 웃었다.[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해?]“더 가깝게 지내면 좋잖아.”소진이 말했다. “내 대자 너무 괜찮단 말이야. 나중에 남의 집 사위 되는 거 생각하면 아까워. 그러니까 내가 딸 낳으면, 우리 집으로 데려와야지!”[좋지.] 서하가 말했다. [네가 그러고 싶으면 해. 어차피 네가 뭘 낳든, 난 다 좋으니까.]“됐어!” 소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머니가 결혼식 하시게 되면 꼭 나한테 말해 줘야 해!”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다. 소진은 한동안 기분이 들떠 있었다.선우는 일하다가 잠깐 짬을 내어 소진을 보러 나왔다가, 소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고 웃으며 물었다.“무슨 좋은 일 있어? 그렇게 신났어?”“있지. 내가 지금 말해 줄게. 서하 엄마 있잖아, 구 대표님. 오늘 혼인신고 하셨대!”“엄선호 시장님이랑?” 두 사람 이야기는 이미 아는 사람이 꽤 많았다.선우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이렇게 빨리?’“그럼, 아니면 누구겠어? 진짜 좋겠다.”소진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자, 선우는 소진 옆에 앉았다.“구 대표님도 혼인신고 하셨다는데, 우리도 이제...”“우리가 왜?” 소진은 선우를 흘겨보았다. “난 그런 생각 없어.”“너는 정말...” 선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부러워?”“그게 뭐가 부러워?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른 거지.”“그럼 나도 축하 선물은 하나 준비해야겠다. 나중에 보내 드리게.”“좋아.” 소진이 말했다. “아, 맞다. 나 방금 서하랑 애들 결혼 약속도 해 뒀어.”“애들 결혼 약속? 넌 벌써 딸인 줄 알고 있는 거야?”“혹시 모르잖아. 반반 확률은 되는데.”“지금 그런 얘길
Read more

제647화

소진이 말했다.“왜 안 돼? 가족관계 등록할 때도 결국 우리가 정한 이름으로 올리는 거잖아.”“그렇긴 하지.” 선우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인데, 네 성도 아니고 내 성도 아니면 좀 이상하지 않겠어?”“그게 뭐 어때서.” 소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만 보면 내 성도 꽤 예쁘단 말이야.”“그래, 맞아, 맞아.” 선우는 소진이 괜히 다른 쪽으로 생각이 튈까 봐 얼른 말을 받았다. 아들이든 딸이든, 자기 아이 성이 엉뚱하게 정해질까 봐 은근히 긴장이 됐다. “난 ‘한’ 씨도 예쁘다고 생각해. 아니면 뭐, 내 성도 나쁘지 않고.”소진은 웃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왜, 내가 아예 다른 성 붙일까 봐 그렇게 겁나?”선우는 거의 애원하듯 소진을 봤다.“이름은 네가 마음대로 지어도 돼. 그런데 성만큼은... 우리 좀 무난하게 가자. 남들이 들으면 괜히... 내가 딴 사람 애 키우는 줄 알 수도 있잖아.”소진은 선우를 밀어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생각할수록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다.선우는 소진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소진을 살살 끌어안아 자기 품에 앉혔다.“그만 웃어. 그러다 숨넘어가.”“알았어.” 소진은 얌전히 선우 품에 앉았다. 그러고는 다리를 살짝 흔들며 물었다. “지 대표는 요즘 어때?”“돈은 정말 잘 벌어.” 선우가 말했다. “돈 버는 재주는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즘 너무 소식도 없이 조용하더라.” 소진이 말했다. “서하한테 들었는데, 한동안 얼굴도 못 봤대.”“얼마 전까지 외국에 한 달 넘게 나가 있었어. 외국 가서 외국 돈 벌고 왔지. 거기다 희귀 금속 광산까지 하나 찾아냈다더라.” 선우가 말했다. “아마 서하 씨랑 배 대표가 다시 만나는 거 보고 자극받은 것 같아.”“지 대표는 서하 좋아한다고 말한 적 한 번도 없잖아.”“굳이 말해야 아나?” 선우가 말했다. “눈 달린 사람이면 다 보여.”소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나도 지 대표는 꽤 괜찮게 봐.
Read more

제648화

소진이 천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소진은 알지 못했다. 바로 오늘 천후도 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걸.그것도 소진과의 통화가 끝난 바로 뒤였다.서하는 처음엔 은혁이 자기 메시지를 보고 뒤늦게 전화한 줄 알았다.그런데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천후였다.서하는 얼른 전화받았다.[오랜만이다.]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과 다를 것 없이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서하는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이야. 아직도 그렇게 바빠? 또 외국 갔다 왔어?”[막 돌아왔어.]천후가 말했다. [이제는 전처럼 그렇게 바쁘진 않을 거야. 학교에 있지? 점심시간 괜찮으면 같이 밥 먹자.]서하는 그러자고 했다....은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건, 서하가 거의 퇴근할 무렵이었다.[어머니 혼인신고 하셨어?]은혁의 목소리에는 놀란 기색이 묻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회의 중이어서 핸드폰을 못 봤어.]“응.” 서하는 짐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엄마가 신고하고 바로 나한테 연락했어. 나도 그거 보자마자 당신한테 보낸 거고. 진짜 맞아.”[정말 큰 경사네.] 은혁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실려 있었다. [우리도 뭔가 축하해야 하지 않을까?]“나도 엄마랑 그 얘기까지는 못 했어. 오후에 내가 한번 물어볼게. 엄마랑 엄 시장님이 따로 보내실 시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좋아.]은혁이 물었다. [밥은 먹었어?]“지금 먹으러 가려던 참이야.”[내가 갈까? 같이 먹게.]“아니, 괜찮아.” 서하는 미리 말해 두었다. “오늘 점심은 천후 씨랑 먹기로 했어.”[지천후?]은혁은 바로 긴장했다.[왜 지천후랑 단둘이 밥을 먹어?]“우리 한동안 못 봤잖아. 천후 씨가 요즘은 덜 바쁘다면서, 점심 먹자고 했어.”[아...]서하가 웃었다.“왜, 기분 안 좋아졌어?”[아니.]은혁은 얼른 부인했다. [당신이 그냥 평범한 친구랑 밥 먹는 건데, 내가 왜 기분이 나빠?]서하는 금세 알아차렸다. 은혁이 일부러 ‘평범한’이라는 말을 더 또렷하게
Read more

제649화

서하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서하는 가방에 달린 금속 장식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괜히 어색해져,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한 번 정리했다.“약속해 놓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취소해. 오후만 지나면 금방이야.”은혁도 자기가 이렇게 속 좁게 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은혁이 말했다.[그럼 밥 먹을 때 어디 있는지 나한테 보내. 다 먹고 나서도 꼭 한 번 말해 주고.]서하의 마음은 달콤하게 풀어졌다.“알겠어.”천후와 약속한 곳은 학교 근처 식당이었다. 서하가 도착했을 때, 천후는 이미 먼저 와 있었다.“이렇게 일찍?” 서하는 룸 안으로 들어가 천후를 훑어보았다. “살 빠졌어?”천후는 몸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저 눈을 들어 서하를 바라보았다.“나도 방금 왔어. 너는 더 건강해졌네. 안색도 좋고.”서하는 자기 볼을 손으로 한번 만져 보고는, 천후 맞은편에 앉았다.“나 살찐 거야?”“그런 의미가 아니야.” 천후는 아주 자연스럽게 서하 앞에 과일차를 따라 주었다. “그냥 혈색이 좋아 보여. 잘 지내는 사람 같다고.”“그렇구나.” 서하는 잔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 천후 씨는? 너무 바빠서 그런 거 아니야?”“맞아. 좀 많이 바빴어.” 천후는 서하를 보며 물었다. “이한이는 잘 지내?”“천후 씨가 계속 안 보면, 이젠 천후 씨가 대디였던 것도 잊어버리겠다.”“이제 친아빠도 있는데, 대디까지 생각하겠어?”천후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서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뭐라고?”“아무것도 아니야.” 천후가 말했다. “그 녀석이 나 잊어버리기만 해 봐. 엉덩이 한 대 맞아야지.”“맞긴 해야 해. 요즘 좀 풀어졌어. 외국에 있을 때 잡아 놓았던 좋은 습관이 다 흐트러질까 봐서 걱정이야.”“왜? 무슨 일 있어?”두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었고, 식사도 거의 끝났다.서하가 물었다.“앞으로도 자주 외국 나가야 해? 회사 일 중심이 아예 그쪽으로 옮겨 가
Read more

제650화

은혁은 점심을 먹는 내내 마음이 들떠 있지 않았다.자꾸만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됐다. 혹시라도 서하에게서 온 메시지를 놓칠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그런데 서하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은혁은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오후에도 회의가 하나 있었다. 은혁은 사무실에 앉아, 한 손으로는 미간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 메시지를 뒤적였다.둘이 어디서 밥을 먹고 있을까?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서하는 천후 앞에서도 그렇게 웃고 있을까?천후는 원래 말에 선이 없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밥 먹자는 핑계로 서하한테 괜히 마음 쓰는 티를 내고 있는 건 아닐까?은혁은 자꾸만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비서실 직원이 들어와, 회의가 10분 뒤에 시작된다고 알렸다.은혁은 손짓으로 알겠다는 뜻만 보였다.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걸쳐 둔 재킷을 집어 들었다. 단추를 채우며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회의는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 내내 은혁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부하 직원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프로젝트에 대해 보고할 때도 감히 은혁과 눈을 맞추지 못했다.다행이라면, 은혁이 중간중간 딴생각에 잠겨 핸드폰만 바라볼 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보고를 마쳐도 은혁이 바로 반응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회의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거의 끝나 가던 때였다. 갑자기 회의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흠칫했다. 본능처럼 은혁의 잔뜩 굳은 얼굴부터 살폈다.이 시간에 누가 저렇게 불쑥 문을 두드린단 말인가?문과 가장 가까운 직원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문을 열러 가려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은혁의 눈치를 보았다.그때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나재도였다.재도는 다른 일 때문에 이번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었다.들어온 사람이 재도라는 걸 확인하자, 모두가 속으로 안도했다.적어도 재도가 오면, 은혁
Read more
PREV
1
...
6364656667
...
7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