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651 - Chapter 660

759 Chapters

제651화

“밥은 먹었어?” 서하가 물었다. “내가 와서 일에 방해되는 건 아니지?”“배고파.” 은혁은 일부러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연락 준다더니 결국 안 줬잖아. 그래서 입맛도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내가 깜빡했어.”“지천후 만나더니,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까먹은 거야?”서하는 손을 뻗어 은혁의 입술을 가볍게 꼬집었다.“쓸데없는 질투 좀 그만해. 당신이 괜히 혼자 생각할까 봐, 천후 만나고 나서 바로 당신 보러 온 거잖아. 그래도 당신 기분이 별로면, 나 지금 갈게.”은혁은 서하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안 돼.”서하는 은혁 품 안에 기대어, 두 팔로 은혁의 목을 감쌌다.“진짜 일하는 데 지장 없는 거 맞아? 내가 왔을 때 윤 비서가 당신 회의 중이라고 했는데.”“회의는 끝났고, 이제 다른 일 없어.” 은혁은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당신은? 오늘 오후에 웬일로 시간 났어?”“이게 다 누가 질투할까 봐 그런 거지. 낮에 못 한 일은, 오늘 밤에 집 가서 하면 돼.”“그럼...” 은혁이 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나한테 올래?”“오늘은 안 돼. 오늘이 엄마랑 엄 시장님 혼인신고 하신 날이잖아. 두 분이 어떻게 보내실지도 아직 모르는데.”“그럼 이제 어머니는 엄 시장님이랑 같이 사시게 되나?”“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두 분이 같이 살게 되면, 그럼 당신이랑 이한이는...” 은혁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나랑 같이 살면 안 돼?”“엄마랑 엄 시장님이 같이 사는 건, 두 분이 혼인신고를 했으니까 그런 거지. 정식으로 부부가 됐으니까 같이 사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우리는 그냥 연애하는 사이야. 가끔 같이 있는 건 몰라도, 아예 같이 사는 건... 난 생각해 본 적 없어.”“그럼 우리도 혼인신고...”“싫어.” 서하가 말했다. “너무 빨라.”“그럼 당신 생각엔, 어느 정도가 괜찮아?”“나도 모르겠어.” 서하가 말했다.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나랑 연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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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서하는 은혁이 또 괜히 엉뚱한 짓을 할까 봐 걱정됐다. 침대 위에서 두어 번 몸을 굴려 가장 안쪽까지 들어간 뒤, 먼저 못을 박았다.“진짜 잠만 자는 거야.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돼!”은혁은 넥타이를 풀어 느슨하게 풀어내며, 웃는 얼굴로 서하를 바라봤다.“나도 딱히 뭘 하겠다고는 안 했는데. 아니면 당신이 그런 걸 기대한 거야?”“전혀 아니거든!”다행히 은혁은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하를 품에 안고,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잠깐 눈만 붙였다.은혁에게 다른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은혁은 서하의 눈 밑에 내려앉은 옅은 다크서클을 봤다.구나린 일 때문에 서하는 어젯밤도 제대로 못 잤을 게 분명했다.그래서 은혁은 서하를 더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서하가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해 주고 싶었다.서하가 눈을 떴을 때는, 커튼 틈으로 저녁 빛이 기울고 있었다. 바깥은 이미 해가 거의 넘어가기 직전이었다.서하는 꼬박 두 시간을 잔 셈이었다.서하는 몸을 일으켜 잠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이 좀 돌아온 뒤에야 침대에서 내려왔다.휴게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때였다. 서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밖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쪽을 돌아봤다.은혁과 나재도, 거기에 두세 명 정도 더 있었는데, 전부 본부장급 인물들이었다.“일어났어?” 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물 마실래? 아니면 커피?”서하는 괜히 민망해졌다.“일하고 있었어? 괜찮아, 나 신경 안 써도 돼.”은혁은 서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안 바빠. 잘됐네. 마침 다들 있으니까 소개도 하고.”나재도는 은혁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고, 나머지 몇 사람도 회사 핵심 임원들이었다.은혁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서하를 하나하나 소개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아챘다. 은혁은 지금 대놓고 자랑하고 있었다.자기 여자친구가 서하라는 사실을.인사를 마친 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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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구나린은 한참 웃었다.“진짜 온 세상에 다 알릴 생각이야?”“이렇게 좋은 아내를 맞이했는데, 당연히 모두에게 알려야지.” 엄선호가 말했다. “다들 똑똑히 알게 해야 해.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 괜한 마음 품는 사람들 다 포기하게.”“무슨 사람들?” 구나린은 엄선호를 흘겨보았다. “없는 얘기 좀 만들지 마.”“내가 모를 줄 알아?” 엄선호가 말했다. “전에 어떤 직원이 당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부러 기다렸다가 우연인 척 마주쳤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즘 세상에는 편한 길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돈 많은 남자를 노리는 사람이 있으면, 돈 많은 여자를 노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젊은 여자들이 부자 남자 앞에서 쓰는 방식이 있다면, 젊은 남자들도 부유한 여자 앞에서 같은 식으로 굴 수 있었다.게다가 많은 부유한 여자들과 비교해도 구나린은 훨씬 젊고 아름다웠다.겉으로 보기엔 고작해야 서른 조금 넘은 여자처럼 보였다. 가진 재산을 다 빼고 봐도, 구나린을 좋아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았다.“대체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거야?” 구나린은 웃으며 말했다. “거래처 회사 직원이었어. 서류 전달하러 온 사람이었는데, 말이 돌고 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그래서 그 뒤엔, 나중에 당신 쫓아다니기라도 했어?”구나린은 그 질문은 슬쩍 넘겼다.“내가 말해 두는데, 내일 결과 나오고 나서야 결혼식 할지 말지 정할 거야.”“해.” 엄선호는 단번에 못 박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결혼식은 해.”“왜 이렇게까지 밀어붙여?”“내가 밀어붙인다고?” 엄선호는 구나린을 바라봤다. “난 오히려 내가 예전에 더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한 걸 후회해. 그랬으니까 당신이 감히 나한테 그런 걸 숨긴 거 아니야.”“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또 그 얘기야?” 구나린이 말했다. “결혼식은 정말 천천히 생각해야 해. 당신도 바쁘고, 예식이라는 게 준비할 게 엄청 많잖아...”“내가 결혼식 하나 치를 시간도 못 낼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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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서하는 서류를 받아 들고 훑어보았다. 그런데 첫머리만 읽었을 뿐인데도, 눈물이 금세 차올라 글자가 흐려졌다.“엄마, 이거 거의 유언장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서하는 울먹이며 말했다. “저 안 볼래요!”“바보 같긴, 그게 뭐가 어때서.” 구나린은 서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재산 진작 다 정리해 두셨어. 나중에 이런 문제로 괜한 다툼 생기지 말라고.”그래도 서하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구나린이 말했다.“엄마가 다른 뜻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예전에 자산 일부는 이미 네 앞으로 돌려놨고, 아직 내 손에 남아 있는 것도 있잖아.”“혹시라도 나중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셋으로 나누려고 했어. 하나는 너한테, 하나는 기부하고, 나머지 하나는 엄 시장한테.”서하는 훌쩍이며 물었다.“엄 시장님은 이거 아세요?”“몰라.”“왜 엄 시장님한테는 안 보여 주세요? 맨날 저만 붙잡고 그러세요...”구나린은 조금 머쓱해졌다. 사실 구나린은 엄선호에게 이걸 차마 보여주지 못했다. 엄선호 성격에 이런 걸 보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구나린을 몰아세웠을 게 분명했다.그렇다고 이 일을 아무도 모르게 둘 수도는 없었다.그래서 결국 서하에게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서하야, 엄마 몸이... 이번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까지 어찌 될지는 모르는 거잖아.”“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 안 그래? 그러니까 이걸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 아무튼 네가 기억해 둬. 나중에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서류는...”서하는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으이구, 이 바보야, 이제 그만 울어.” 구나린은 서하를 끌어안았다. “너랑 배 대표는 요즘 어때?”“잘 지내요.”“엄마가 자꾸 재촉하고 싶진 않은데, 그래도 엄마 생각엔 너희가 결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한이한테도 더 좋을 테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엄마, 무슨 뜻인지 알아요.”구나린도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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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평소 같으면, 이 사람들은 거의 한 식구처럼 지냈다. 함께 식사할 때도 분위기는 늘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오늘만큼은 누구도 평소처럼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다들 마음이 다른 데로 가 있었다. 몇 마디씩 주고받기는 했지만, 대화는 자꾸 끊겼다.그러다 병원장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병원장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검사 결과지가 들려 있었다.“결과 나왔습니다.”은혁과 서하는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구나린은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엄선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큰 걸음으로 병원장 쪽으로 다가갔다.“어떻습니까?”병원장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검사 수치가 전부 정상 범위예요. 앞으로는 정기검진만 잘 받으시면 됩니다.”서하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그럼 악성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거죠?”“거의 그렇다고 보셔도 됩니다.” 병원장이 말했다. “다만 안전하게 보려면, 앞으로 2년 정도는 3개월에 한 번씩 조영 CT를 찍고, 혈액검사도 함께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네, 저희 꼭 제때 검사 받겠습니다.”병원을 나설 때쯤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 있었다.다만 엄선호만은 달랐다. 웃고는 있었지만, 그 웃음은 아주 조용했다.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간 정도였다.서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해서 은혁이 데려다주기로 했다.두 사람이 떠나는 걸 끝까지 보고 나서야, 엄선호는 구나린의 손을 잡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 문이 닫히자마자, 기사까지 있는 것도 잊은 채 구나린을 품에 끌어안았다.구나린은 그런 엄선호가 조금 낯설었다.“왜 이래. 사람 있잖아...”기사는 눈치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비켜 주었다.“여보...”엄선호의 목소리에는 젖은 기운이 묻어 있었다.구나린은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저렸다.“이제 다 괜찮은데 뭘 또 울어. 다 큰 사람이, 창피하게.”엄선호가 울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엄선호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며칠 사이에 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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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엄선호의 아들 엄근동은 이미 가정을 꾸리고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지금은 외교부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내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기였다. 처가 쪽은 사업하는 집안이었다.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다.구나린은 엄근동 부부와 한 차례 자리를 함께했다. 그걸로 엄선호가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일 하나도 마무리된 셈이었다.한편 은혁 쪽에도 배효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내가 들은 게 맞아? 구나린 대표가 그 높은 분이랑 혼인신고 했다던데, 진짜냐?]은혁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게 아버지하고 무슨 상관입니까?”[나는 네 아버지다!]배효산은 화가 치밀었다. [지금 네 태도가 뭐냐?]“제가 아버지께 어떤 태도여야 합니까?” 은혁이 말했다. “아버지가 하신 일들을 다 겪고도, 제가 끝까지 깍듯해야 합니까?”[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서하를 한 번 찾아간 것 가지고, 아직까지 그렇게 품고 있냐? 게다가 나는 이제 너희 둘 만나는 것도 반대 안 하잖아...]“반대 안 하시는 이유가 구나린 대표님이 서하 어머님이라는 걸 알게 돼서 아닙니까?”배효산은 잠깐 은혁의 말끝이 걸렸지만, 이내 다시 억지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어쨌든 너희가 잘 지내면, 나도 어른으로서 마음이 놓이게 되는 거다.]“그 얘기 말고 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배효산이 말했다.[날 잡아서 서하 데리고 집에 한번 들어와라. 너희 다시 만난다면서, 그럼 나도 서하 엄마하고는 얼굴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냐.]“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나중은 무슨 나중이야!]배효산은 버럭했다. [빨리 정해!]은혁은 건성으로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답답한 듯 손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어찌 되었든 배효산은 은혁의 아버지였다.나중에 서하와 결혼하게 된다면, 결국은 배효산과 마주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배효산이 구나린을 보겠다고 하는 것 역시 겉으로만 보면 이상할 건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은혁은 주인정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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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은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효산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시 잘라 말했다.[그리고 만나게 되더라도, 구 대표님은 아버지만 따로 보실 겁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만납니다.]“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배효산은 곧장 성을 냈다. “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몇 년인데, 지금 네 어머니도 엄연히 네 손윗사람이야...”[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됩니다.]은혁이 말했다. [그게 싫으시면, 아예 만남 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은혁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배효산은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집어 던질 뻔했다.서하의 어머니가 하필 구나린이라는 사실 앞에서, 배효산이 아주 큰 욕심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배효산은 당연히 주인정이 낳은 배성우의 앞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배씨 집안의 실질적인 사업은 이미 전부 은혁의 손에 들어가 있었고, 배성우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그렇다고 해도 큰아들이나 작은아들이나 다 자기 자식이었다. 더구나 주인정이 곁에서 끊임없이 자기 아들 이야기를 하니, 배효산도 자연히 작은아들 쪽으로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구나린과 관계를 잘 만들어 두면, 다른 건 몰라도 나중에 구나린을 통해 배성우에게 괜찮은 집안 아가씨들을 소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 쪽으로도 몇 건만 엮이면, 작은아들의 앞길도 한결 나아질 수 있었다.배효산 나름대로는 머리를 잘 굴린 셈이었다. 그런데 정작 은혁은 그런 틈조차 내주지 않았다.사실 은혁은 배효산 속셈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주인정과 배성우가 싫었다. 그래서 양가가 얼굴을 본다 해도, 아버지인 배효산만 오게 하려고 했다.주인정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그 누구도 자기 어머니 자리를 대신하게 둘 수는 없었다....은혁은 배효산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다시 구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죄송합니다. 오늘 일은 제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어머니께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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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은혁은 서하의 목에 둘린 목도리를 한 번 더 가지런히 정리해 주고 물었다.“안 추워? 그냥 들어갈까, 아니면 좀 걸을까?”“당신이 산책하자고 했잖아.”“당신 추울까 봐.”“안 추워.”은혁은 서하의 손을 잡아 자기 코트 주머니 안에 넣었다.“그럼 조금 걷자.”서하는 은혁에게 기대어 걸었다. 그 짧은 시간이 서하에게는 더없이 충만했다.“전에 어머니께도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우리 아버지를 만나더라도, 아버지만 따로 뵙겠다고.” 은혁이 입을 열었다. “우리 나중에 결혼식을 하게 되더라도, 그 두 사람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서하가 말했다.“우리 결혼식이면, 당연히 우리가 정하는 거지.”“당신은 내 편이야?”“그럼.” 서하가 말했다.“당신이 싫은 사람은, 나도 싫어.”은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서하를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한동안 그대로 있고 싶었다.서하가 얼른 은혁을 밀었다.“이러지 마. 누가 보면 어떡해.”“연애하는 사람들이 서로 안아 보는 게 뭐 어때. 다른 짓 하는 것도 아닌데.”아무리 은혁의 말이 맞아도 서하는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무엇보다 이 근처에는 구나린과 안면이 있는 집이 여럿 살았다.그중에는 나이 많은 분들도 있었다. 구나린이 늘 서하더러 인사 잘하라고 했던 분들이었다.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볼까 봐, 서하는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그럼... 나랑 들어갈래?”은혁이 물었다.서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혁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서하의 손을 잡고 다른 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은 2분도 채 걷지 않아 도착했다.함께 위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혁은 기다렸다는 듯 서하의 입술을 붙잡았다.서하는 은혁에게 오래 붙들려 입술을 내주었다. 손끝에도 힘이 빠지고 다리에도 기운이 풀렸다.은혁은 한참 뒤에야 입술을 뗐다. 그러고는 서하를 그대로 안아 들어 안쪽으로 향했다.서하는 침대 위에 눕혀졌고, 은혁도 곧바로 그 위로 몸을 기울였다.서하의 숨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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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엄선호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나서 구나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자리에 들었다.한바탕 크게 놀라고 난 뒤라, 이제는 구나린도 자기 몸을 더 아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사실 구나린은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 정기검진도 꾸준히 받았다.그런데 이번 일만큼은 구나린에게도 적잖은 두려움을 남겼다.예전 같았으면 달랐을지도 몰랐다. 딸도 찾지 못했고, 엄선호와 다시 이어지지도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아쉬울 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다 손에 넣은 뒤였다. 이런 때에 그대로 삶이 끝나 버린다면, 구나린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다행히 하늘이 한 번은 눈감아 준 셈이었다. 큰일인 줄 알았던 일도 결국은 지나갔다.이제 앞으로 바빠질 일은 어쩌면 은혁과 딸의 결혼 준비일지도 몰랐다....선우도 소식을 들었다. 은혁과 서하가 다시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엄선호와 구나린은 새로 결혼했고, 은혁과 서하는 다시 부부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어째서 자기만, 아이까지 생겨 놓고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생각할수록 좀 처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 소진의 몸에는 더 이상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점이었다.그 지독했던 입덧의 시간은 선우에게도 차마 떠올리기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실제로 토하고 고생한 건 소진이었지만, 선우는 차라리 그 고통을 자기가 대신 겪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소진의 몸무게가 10킬로 넘게 빠졌고, 선우도 마찬가지였다.그래도 가장 힘든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그런 마당에 소진이 아직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겠는가?선우는 오로지 변호사가 되어 변호사로 일하는 것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길에서 충분히 성과를 냈다.하지만 소진과의 일 때문에 선우는 결국 집안과 타협했다. 그리고 조금씩 집안 사업을 맡아보기 시작했다.그건 선우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따져 본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변호사 일은 너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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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이맘때 들판이나 야외는 딱히 볼거리가 많은 시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선우는 소진이 바깥 공기를 더 자주 마셨으면 했다.조금이라도 걷고, 햇볕도 쬐고, 두 사람이 함께 바깥의 맑은 공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챙겨 온 짐을 정리해 두고, 선우는 소진의 어깨를 감싼 채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며칠째 선우는 소진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배 대표랑 서하 씨가 이번엔 결혼식을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네.” 선우가 말했다.“구 대표님이랑 엄선호 시장님도 그렇고... 아, 나 좀 기대되는데.”소진은 선우가 무슨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소진은 선우를 흘겨보며 말했다.“뭘 기대해. 본인이 신랑도 아닌데.”“좋아하는 사람들이 결국 같이 살게 되면, 나도 기분 좋지.”소진이 말했다.“응, 나도 좋긴 해.”“두 사람 다 얼른 식 올렸으면 좋겠다. 우리도 가서 보고 축하해주고.” 선우가 말했다. “너무 늦어지면, 그땐 우리 소진이 애 낳고 있을까 봐.”선우는 무엇보다 소진이 결혼식 분위기를 직접 한번 느껴 보길 바랐다.혹시라도 현장에서 마음이 흔들리면, 그 감동에 못 이겨 자기와 결혼하겠다고 할지도 몰랐다.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었다.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여자 몇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오늘 낮 최고기온도 10도를 넘지 못했다.집을 나설 때 선우는 소진을 빈틈없이 감쌌다. 내복도 입히고, 얇은 보온 바지도 챙겨 입혔다.소진은 평생 그런 걸 입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임신하고 나니, 결국 이런 것까지 입게 됐다.그런데 맞은편에서 오는 여자들은 달랐다. 다들 젊고 화사했다.이 날씨에도 짧은 치마에 트렌치코트, 앵클부츠 차림이었다.소진은 그 모습을 한 번 보고,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선우도 그 시선을 바로 알아챘다. 선우는 얼른 말했다.“지금 저렇게 입고 다니다가 나이 들면 분명 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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