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791 - Chapter 800

970 Chapters

제791화

서하가 눈을 떴을 때, 은혁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문서를 처리하고 있었다.서하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누운 채 일에 몰두하는 은혁을 바라봤다.푹 자고 일어난 덕분인지, 아까처럼 머리가 멍하고 몸이 가라앉는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서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눈만 뜨고 조용히 은혁을 보고 있었다.마음이 통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은혁이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서하가 눈을 뜨고 있는 걸 보자 웃었다.“깼어?”서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나 방금 일어났는데, 당신한테 딱 걸렸네.”은혁은 노트북을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왔다.“내가 자꾸 당신 쪽을 보게 되거든. 무슨 아기곰같이 그렇게 잘 자. 어떻게 이렇게 잠이 많아?”“나도 모르겠어.”서하는 은혁 다리에 엎드리듯 기대며 물었다.“지금 몇 시야?”“2시 넘었어.”은혁이 말했다.“원래는 점심 먹이려고 깨울까 했는데, 너무 잘 자길래 그냥 눈 뜨면 먹어야지 했지. 근데 진짜 한 번도 안 깨고 지금까지 잘 줄은 몰랐어.”“당신은 배 안 고파?”“난 괜찮아.”은혁이 말했다.“아침에 많이 먹었잖아. 당신은? 배고프지? 물 마실래?”“응.”은혁은 서하의 머리를 받쳐 침대에 다시 편하게 눕힌 뒤, 물을 가지러 갔다.“물에 흑설탕 조금 타 놨어.”은혁은 다시 돌아와 서하를 부축해 앉혔다.“마셔 봐.”서하는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물을 반쯤 마셨다.“많이 달지 않아서 딱 좋다.”“그럼 뭐 먹고 싶어?”은혁이 물었다.“밖에 나갈래, 아니면 여기로 갖다 달라고 할까?”“밖에 나가자.”서하가 말했다.“당신 계속 방에만 있으면 답답할까 봐.”“내가 왜 답답해.”은혁이 웃으며 말했다.“당신만 옆에 있으면 열흘을 갇혀 있어도 괜찮아.”은혁은 그러고도 다시 물었다.“그럼 지금 옷 갈아입을까?”“나 세수만 한 번 더 하고 올게.”서하가 말했다.“나 혼자 해도 되는데, 당신이 너무 챙겨 주니까 내가 무슨 혼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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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은혁은 차를 세웠고,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애매한 시간대라 식사 때도 아니었고, 주말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가게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사장님은 쉰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였는데, 마침 주방 안쪽을 정리하던 중이었다.이 시간에 손님이 들어오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들어온 두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는 더 놀랐다.이 도시 자체가 원래 관광지라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이 끊이지 않았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도 적지 않았다.그래도 이렇게 생김새도, 분위기도 눈에 띄는 사람들은 사장님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사장님이 곧 주방장이기도 해서 뭘 주문하든 바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서하는 대표 메뉴인 돼지국밥을 주문했고, 은혁은 곁들일 메뉴 두 가지를 더 시켰다.마지막에 은혁이 덧붙였다.“이 사람 국밥에는 부추 너무 많이 넣지 말아 주세요.”그러자 서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넣어 주세요. 조금만 넣어 주세요.”은혁이 서하를 돌아봤다.“부추 향 싫어하잖아.”“오늘은 괜찮을 것 같아.”서하가 말했다.“조금만 넣어 줘.”은혁은 결국 서하 뜻대로 했다.“그럼 조금만 넣어 주세요.”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은혁이 말했다.“있다가 정 못 먹겠으면, 나중에 부추는 나 줘.”“알았어.”그런데 사장님이 음식들을 내오고 나자, 은혁은 조금 놀랐다.서하가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와, 진짜 맛있다!”서하는 먹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감탄했다.맛은 괜찮았다. 은혁도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다.국물은 진하고 깊었고, 은혁이 평소 먹던 것과는 결이 다른 맛이었다.서하는 맛있다고는 했지만, 원래 식사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밖에서 밥을 먹으면 더 적게 먹는 편이었다.돼지국밥은 양도 꽤 많았다. 게다가 곁들인 음식까지 있었으니, 은혁은 속으로 서하가 남기면 자신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서하는 커다란 국밥 한 그릇을 끝까지 다 비웠다.은혁은 적잖이 놀랐다.“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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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결국 은혁은 서하를 깨우지 못했다.대신 핸드폰을 꺼내 메일 몇 개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다.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서하가 스스로 눈을 떴다.은혁이 조수석을 뒤로 젖혀 놔서 서하는 누운 채 꽤 편하게 자고 있었다.“왜 안 깨웠어?”서하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이렇게 오래 잤어?”“내가 당신더러 아까부터 아기곰 같다고 했잖아. 딱 맞네.”은혁은 몸을 숙여 서하에게 입을 맞췄다.“좀 개운해졌어?”“응, 훨씬 나아졌어.”서하는 창밖을 내다봤다.“여기가 식물원이야?”“응.”은혁은 조수석 등받이를 다시 세워주며 물었다.“내려서 좀 걸을까?”“걷자.”이 도시는 사계절 내내 봄 같았다.눈에 닿는 곳마다 초록이 가득했고, 여기저기 꽃도 한창 피어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삼십 분이 넘도록 천천히 걸었다.그러다가 서하가 발을 멈췄다.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또 졸려?”서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은혁이 말했다.“내가 그럴 줄 알...”서하가 은혁 말을 끊었다.“안 졸려. 근데 배고파.”“뭐?”은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배고프다고? 점심에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서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은혁을 봤다.“지금 많이 먹는다고 뭐라 하는 거야?”“아니, 그게 아니라...”은혁은 얼른 말을 고쳤다.“배탈 날까 봐 그러는 거지.”“내가 애도 아니고, 배 아프면 안 먹겠지.”서하는 은혁 팔에 매달리듯 붙었다.“우리 뭐 먹으러 갈까?”“진짜 배고픈 거야?”은혁이 다시 물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아까 주차장 옆에 간식 파는 데 엄청 많던데.”은혁은 잠깐 말이 없었다.서하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왜 그래?”“다 노점이던데.”은혁이 말했다.“그런 거 먹고 배 안 아프겠어?”“에이, 괜찮아.”서하가 말했다.“나 소떡소떡 먹고 싶어!”아까 차에서 내릴 때부터 고소한 냄새가 계속 났다.“소떡소떡?”은혁은 잠시 뜻을 곱씹더니 물었다.“막대기에 소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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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두 사람은 밥을 먹고 나서 또 한참 걸었고, 눈에 보이는 예쁜 것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조금 샀다. 호텔로 돌아왔을 때도 아직 겨우 여덟 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호텔에 들어오자 은혁은 서하를 끌어안고 한동안 입을 맞췄다. 서하는 땀이 나서 몸이 조금 끈적거렸다. 그래서 말했다.“먼저 씻고 싶어.”은혁이 바로 말했다.“같이 씻자.”“나 생리 중이잖아. 뭘 같이 씻어.”서하는 은혁을 한 대 툭 쳤다.“그거 잊은 거 아니지?”은혁은 서하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안 잊었어. 당신이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지. 난 그냥 당신 씻겨 주고 싶다는 뜻이야.”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었다.그래도 서하는 끝내 은혁을 밀어내지 못했다.두 사람은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생리 중이긴 했지만, 은혁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서하한테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게 요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인했다.욕실에서 나왔을 때 서하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은혁이 서하를 안아서 데리고 나올 정도였다.은혁이 서하의 머리를 말려 주다가 보니, 서하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드라이어 소리가 귓가에서 저렇게 들리는데도 잠들 수 있다니.정말 아기곰 같았다.은혁은 서하의 코를 살짝 건드리고, 서하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자신도 간단히 정리한 뒤 서하 옆에 누웠다.아직 9시를 조금 넘긴 때라 너무 일렀다. 은혁은 누운 채로 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이제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하가 몸을 조금 움직이더니 눈을 떴다.“깼어?”은혁은 조금 뜻밖이라는 얼굴이었다. 그는 서하가 이대로 아침까지 푹 잘 거라고 생각했다.서하는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어딘가 멍한 상태였다.“꿈꿨어?”은혁은 서하의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해 주었다.서하는 정말 꿈을 꿨다.소진과 선우가 나오는 꿈이었다.선우가 눈을 떴고, 금세 건강을 되찾았다. 소진은 너무 기뻐했다.서하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소진이한테 전화할래.”“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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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소진은 핸드폰을 거두며 말했다.“선우야, 너 진짜 이제 그만 일어나. 이러다 나중에 아들이 아빠도 못 알아보겠다.”그때 알람이 울렸다.소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우에게 마사지해 주러 갔다.최근에는 전문 마사지사에게 이것저것 많이 배워 둔 상태였다.마사지사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오고 있었다. 그 외 시간에도 보호자가 틈틈이 환자 몸을 주물러 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그래서 소진은 알람을 맞춰 두고 두 시간에 한 번씩 선우를 마사지해 줬다.소진은 선우의 팔과 손을 천천히 주무르며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자기를 못 건드렸잖아. 조금만 스쳐도 자기가 못 견뎌 했으면서. 지금은 꼼짝도 안 하네. 이제 남자로서 그쪽 일도 못 하는 거 아니냐?”“예전 그 기세는 다 어디 갔어? 그렇게 잘났었잖아.”“그리고 자기가 나중에 눈 뜨면 나한테 진짜 잘해야 돼. 자기한테 마사지해 준다고 내 손 다 거칠어지게 생겼어.”“...”소진은 매일 선우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애써 짜낼 필요도 없었다.원래 두 사람은 함께 있으면 끝도 없이 할 말이 많았다.지금은 선우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래도 소진에게는 선우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여전히 넘치도록 많았다.예전 같으면 꺼내지 않았을 말들까지, 이제는 선우에게 다 털어놓게 됐다.“사실 예전 일들, 나도 안 잊어. 그냥 이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그때 자기도 날 좋아했던 거, 나도 알아. 근데 자기도 알잖아. 나 성격 더러운 거. 나는 누가 나 속이는 걸 제일 싫어해.”“특히 가까운 사람이 나 속이면, 진짜 못 견뎌.”“그때 자기는 다른 사람들이랑 내기하고 날 좋아했다는 거 알았을 때, 나 진짜 자기를 죽이고 싶었어.”“아, 겁먹지 마. 나도 불법적인 짓은 안 해.”“근데 그때 내 마음은 진짜 그랬어. 평생 자기를 안 보고 살고 싶었어.”“그러니까 하선우, 내가 아직도 너랑 같이 있는 거 보면, 내가 진짜 보살이지.”“자기는 바보같이 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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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매일 선우 곁을 지키고 있으면, 오히려 소진은 마음이 놓였다.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소진과 선우는 그렇게 오래 얽혀 지내 왔다.입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소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우를 제 살과 뼈에 새겨 넣은 사람처럼 여기고 있었다.이제 와서는 도저히 떼어 낼 수 없었다.소진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선우를 사랑하는 자기 마음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었다는 걸.이제는 소진도 그렇게 생각했다.선우가 눈만 떠 준다면, 무슨 일이든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서하에게서 전화 왔을 때도, 소진은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소진은 원래 늦게 자는 걸 좋아했다.그 일 때문에 예전에는 선우와 다투기도 했다.소진은 늘 새벽 1시, 2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선우는 그게 너무 늦다며 몸에 안 좋다고 했다.하지만 소진은 누가 자기 생활 방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 싫어했다.선우는 결국 다른 방식으로 소진을 재웠다.직접 소진을 지치게 만들어서 더 못 버티고 잠들게 한 것이다.그 시절을 떠올리면, 선우는 늘 소진 곁에 달라붙어 있었고, 소진과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그 생각이 스치자, 소진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살짝 올렸다.지금은 선우가 병상에 누운 채 깨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소진은 여전히 늦게 자는 편이었다.그래도 예전처럼 새벽까지 버티지는 않았다.요즘은 대체로 12시쯤이면 잠자리에 누웠다....서하가 소진에게 전화했을 때, 소진은 선우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마무리만 하면 이제 소진도 쉬려던 참이었다.“아직 병원이야?”[응, 병원이지.]마침 거의 다 닦은 참이라 소진은 수건을 대야에 넣으며 말했다.[근데 왜 이렇게 늦게 전화했어?]“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꿈에 네가 나왔어.”소진이 웃었다.[왜, 내가 보고 싶었어?]“응, 보고 싶었어.”옆에서 듣고 있던 은혁은 괜히 속이 조금 쓰렸다.서하와 소진이 워낙 각별하다 보니, 은혁은 가끔 이런 사소한 걸로도 질투했다.결국 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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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은혁은 깜짝 놀랐다.“왜 그래? 어디 불편해?”“나...”서하는 막 입을 열려다가, 혹시 자기 착각이면 어쩌나 싶었다. 괜히 은혁까지 놀라게 하고 헛걸음만 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그래서 서하는 얼른 말을 바꿨다.“배가 조금 아픈 것 같아. 당신이랑 같이 병원에 가서 진료 좀 받아볼래.”“가자.”은혁은 바로 서하를 안아 들었다.“생리 때문에 그런 거야? 많이 아파? 겁먹지 마. 지금 바로 가자.”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라 응급실로밖에 갈 수 없었다.은혁이 접수하러 간 사이, 서하는 먼저 의사를 찾아가 자기 상태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리고 혹시 임신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도 같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은혁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검사 처방이 다 나와 있었다.그다음부터는 수납하고, 피를 뽑고, 초음파를 봤다.초음파 검사실에 들어갈 때, 서하는 은혁을 밖에 두고 혼자 들어갔다.침대에 누우니 차가운 젤이 아랫배에 발라졌다.이어서 탐촉자가 배 위를 천천히 오갔다.“교수님...”서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저... 임신한 건가요?”의사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보이는 걸로는... 네, 맞아요.”서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말요?”“움직이면 안 돼요.”의사는 서하를 한 번 보더니 물었다.“이렇게 긴장하신 거 보니까, 아기 가질 생각은 있으셨던 거죠?”“네, 있어요.”서하는 급히 대답했다.“아이는 괜찮은 거죠?”“지금 단계에서는 큰 이상은 보이지 않아요.”검사를 마친 의사는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배 닦으시고요. 결과지 가지고 나가서 외래 선생님한테 다시 설명 들으세요.”서하는 결과지를 손에 쥔 채 검사실에서 나왔다.밖에는 은혁이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어땠어?”서하가 보이자 은혁은 바로 다가왔다.서하는 조금 굼뜨게 손에 든 결과지를 은혁에게 내밀었다.은혁은 종이를 받아 들고 바로 아래쪽 진단란부터 훑었다.임신 6주라는 결과가 나왔다.‘임신?’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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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졸음이 몰려오자, 결국 먼저 잠든 건 서하였다.은혁은 끝내 잠들지 못했다.그저 서하를 바라보고, 서하를 품에 안은 채, 그렇게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서하는 배가 고파서 눈을 떴다.이제는 정말 확실했다.서하는 임신한 게 맞았다.이한을 가졌을 때도 그랬다.배가 고프면 당장이라도 입에 뭔가 넣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허기가 몰려왔다.그때 서하는 외국에 있었고, 임신 기간 내내 먹고 싶은 걸 제대로 못 먹은 적이 많았다. 한 번은 너무 서러워서 울기까지 했다.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외국에 있으니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게 많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서하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을 것이다.서하가 조금 몸을 움직이자, 은혁도 바로 눈을 떴다.애초에 깊이 잠든 것도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겨우 눈만 붙이고 있었다.“여보...”서하를 한 번 부른 뒤에야, 은혁은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른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 없어? 몸은 어때?”서하는 눈을 휘며 웃었다.“괜찮아. 나 배고파.”“배고파? 뭐 먹고 싶은데?”“어제 먹은 그 돼지국밥.”“지금?”“응.”은혁은 더 묻지 않았다.곧장 서하를 안아서 일으켜 세운 뒤, 씻으라고 욕실로 보냈다. 은혁도 다른 욕실에서 빠르게 씻고 나와, 바로 서하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그 집은 아침 장사를 하지 않았다.점심과 저녁때만 영업하는 곳이었다.서하가 그걸 보고는 바로 풀이 죽었다.은혁은 축 처진 서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가게 앞에 서서 핸드폰을 꺼냈다.“가자.”서하가 말했다.“다른 데 가서 찾아보자.”“사장님한테 전화해 볼게.”“그래도 돼?”은혁은 서하의 손을 잡은 채 번호를 눌렀다.사장님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은혁이 곧장 말했다.“사장님, 다름이 아니라 가게 앞인데 아직 문을 안 여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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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은혁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사람들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예전의 은혁은 늘 높이 있는 사람 같았다.너무 높아서 쉽게 닿을 수 없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꼭 하늘 위에 있는 신선처럼 귀하고 차갑고, 멀게만 느껴졌다.그런데 이제 은혁은 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이제 은혁은 서하와 사랑하고, 기뻐하고, 불안해하고, 욕심내는, 감정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시간을 보니, 이제 병원에 가도 될 때였다.가는 길에 서하가 말했다.“사장님 진짜 좋은 분이시다.”은혁이 운전대를 잡은 채 말했다.“좋은 사람은 결국 좋은 복 받게 돼.”“맞아.”서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사람은 복 받아.”그 돼지국밥집 사장님은 알지 못했다.그날 아무 생각 없이 맺은 작은 인연 하나가, 앞으로 자기 가족의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꿔 놓게 될지.사장님 아내는 어느 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경품 추첨에 응모했다.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1등에 당첨됐다.상품은 아파트 한 채였다.사장님 아들도 대학교를 졸업한 뒤, 그 지역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원래 지원자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했다.그런데 마지막에 사장님 아들은 수많은 지원자를 제치고, 최종 합격한 세 사람 중 한 명이 됐다.사실 사장님 아들은 애초에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다.학교도, 학력도, 스펙도 가장 뛰어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사장님 아들은 결국 운 좋게 들어간 세 사람 안에 포함됐다.그때는 이유를 몰랐다.사장님 가족도 물론 알지 못했다.사장님 아들은 입사한 뒤 자기 실력과 인품으로 차근차근 올라가, 세월이 흘러 나중에는 회사 중간 간부 자리까지 올랐다.그러고 나서야 주변 사람 입을 통해, 예전에 자기 채용 건에 누군가의 말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그 무렵이면 사장님 아들도 이미 사회적으로 꽤 자리를 잡은 뒤였다.그래도 자기 인생을 바꿔 놓은 일이었으니, 그때 자기를 도와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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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구나린은 그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두 사람이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좋아도 밖으로 돌아다니면 분명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구나린은 서하의 몸이 강행군 일정을 견뎌 낼 수 있을지 마음이 쓰였다.그래도 이미 병원에 다녀왔고, 가벼운 출혈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니, 그제야 구나린도 한숨 놓을 수 있었다.이한은 엄마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누구보다 더 들떴다.이한은 서하 배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이번에는 꼭 여동생이야?”그건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은혁이 옆에서 말했다.“당연히 여동생이지.”서하는 은혁을 흘겨봤다.“괜히 그런 말 하지 마.”“내가 뭘?”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조건 딸이야.”서하는 이제 은혁의 말을 정정할 기운도 없었다.그래서 집에 돌아와 하루 쉬고, 다음 날 바로 소진을 만나러 갔다.소진은 여전히 많이 말라 있었다. 겉보기엔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정신만큼은 생각보다 단단해 보였다.서하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자, 소진은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그러고는 또다시 두 집안 아이끼리 정혼하자는 얘기를 꺼냈다.“첫째는 둘 다 아들이잖아.”소진이 말했다.“근데 이번 둘째는 나도 좀 기대해 볼 만하지 않겠어? 설마 또 아들 낳는 건 아니겠지?”“아,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어.”서하 자신도 가능하면 딸을 바라고 있었다.아들 하나, 딸 하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근데 아들이어도 어쩔 수 없잖아.”서하가 말했다.“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뭐가 됐든 좋지.”소진이 웃으며 말했다.“딸이면 더 좋고, 아들이어도 좋고. 너무 미리 생각하지 마.”“응.”서하는 소진 손을 꼭 잡았다.“근데 너는 왜 아직도 이렇게 말랐어? 밥 제대로 안 먹는 거 아니지?”“아니거든.”소진이 말했다.“원래 살 빼고 싶어 했던 거 알잖아.”“지금도 충분히 말랐어. 뭘 더 빼.”서하는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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