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781 - Chapter 790

795 Chapters

제781화

병원장도 내려와 협의에 들어갔고, 함께 응급수술에 참여했다.선우는 수술실로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상태가 어떤지는 의료진이 소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선우의 부상은 심각했다. 특히 머리를 크게 부딪쳐 출혈이 있었다.수술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 여덟 시를 훌쩍 넘긴 뒤였다.머릿속에 생긴 혈종 하나가 큰 혈관과 신경에 너무 바짝 붙어 있어,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하지만 그 혈종이 신경을 압박하게 될 것은 분명했고, 그 압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현재로서는 다른 부위들은 치명상이라고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다만 선우가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둘째 날도, 셋째 날도 선우에게는 의식을 되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생명 징후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선우는 깊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의사들은 여러 차례 협진을 거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혈괴가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멍든 피가 천천히 흡수되고 압박이 사라지면, 선우가 깨어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었다.뇌의 구조는 너무 복잡했고, 인간이 뇌에 대해 아는 것은 아직도 너무 적었다.원래라면 선우와 소진은 갓 아이를 얻은 참이었다. 생명이 찾아온 기쁨으로 집안이 가득해야 했다.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불행을 소진과 선우는 그렇게 맞닥뜨리고 말았다.사고는 화물차 운전자의 전적인 과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때는 그 운전자를 당장 죽여 버린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사고가 난 날부터 소진은 병원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8월 말이 됐다.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소진은 병실을 지키며 선우의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겼다.그토록 자존심이 세고 예민하던 사람이, 이제는 선우를 위해 못 할 일이 없었다.돈 많은 사람들은 아프면 간병인을 붙이고, 입주 도우미를 두고, 곁에서 전담으로 돌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소진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았다.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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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이제 서하 앞에서까지 소진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할 필요는 없었다.서하는 소진을 꼭 끌어안았다.“하 변호사님은 곧 괜찮아질 것 같아. 소진아, 하 변호사님 믿어.”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선우 믿어. 그러니까 결혼식 미루지 마. 나도 갈 거야. 서하야, 네 결혼식이잖아. 나 때문에 어떤 아쉬움을 남기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소진이 끝까지 참석하겠다고 하니, 서하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서하가 돌아가고 나자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선우의 생체 신호를 체크하는 몇 개의 기계만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소진은 침대 곁에 앉아 선우의 손가락을 잡고 천천히 주물렀다.매일 전문 의료진이 와서 선우의 근육 마사지를 해 주고 있었다. 신경을 자극하는 의미도 있었고, 근육이 빠지는 걸 막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소진은 손끝에 힘을 주어 선우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눌러 주면서 말했다.“너 안 일어나면 말이야, 근육 다 빠진다. 그럼 바짝 말라서 살도 하나 없을 텐데, 안아 보면 얼마나 딱딱하겠어. 난 그런 거 싫어.”“하선우, 너 진짜 바보다.”“하선우, 너는 그냥 바보야.”“아마 전생에 네가 나한테 엄청 많이 빚졌나 봐. 그러니까 이번 생에 내 옆에 붙어서 몸 바쳐 마음 바쳐 다 해 주는 거겠지.”“근데 자기야, 사실 진작 지친 거 아니야? 그래서 이런 식으로... 몰래 쉬는 거야?”“자기가 깨어나기만 하면, 나도 이제 부리지 않을게.”“원래는 늘 자기가 나 챙겼잖아. 이번에는 자기가 눈 뜨면 내가 자기를 챙기면 되잖아.”“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이미 자기를 챙기고 있네.”“자기야, 누워서 호강만 하겠다는 거지?”“내가 말하는데, 나 진짜 참을성 별로 없어. 네가 계속 안 일어나면... 나 딴 데로 시집가 버릴지도 몰라. 내 말 믿어, 안 믿어?”“...”소진은 그렇게 조잘조잘 선우에게 한참을 말했다.원래 소진은 말 많은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그런데 오늘은 소진이 선우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의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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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서하는 결혼식에 이렇게 많은 절차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그런데 마지막에는 은혁이 말했다. 굳이 리허설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두 사람의 결혼식인데,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말이었다.은혁은 서하의 설렘이 리허설 때문에 미리 닳아 없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정작 결혼식 당일이 되면, 서하가 오히려 무덤덤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은혁이 서하를 미리 섬으로 데려온 건, 예행연습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섬에서 서하와 마음껏 함께 놀고 싶어서였다.구나린과 엄선호도 함께 일찍 들어왔다.이한은 도착하자마자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모래를 파러 갔다.바닷가였으니, 이한은 실컷 모래놀이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곳은 개인 소유의 섬이었다. 은혁이 따로 관리팀까지 붙여 둔 터라, 안전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반나절 동안 섬을 돌아다니는 내내 은혁은 마치 보물창고를 펼쳐 보이듯, 이 꽃은 이름이 뭔지, 저 풀은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하나하나 다 알려 주었다.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 해변을 걸었다.모래는 부드럽고 고왔다. 서하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지는 해의 빛이 길게 번지고, 노을은 짙고도 화려했다.이때만큼은 세상이 전부 아름답게만 보였다.은혁과 서하는 세상과 떨어져 있는 것처럼 평온했고, 더없이 행복했다.돌아가는 길에서야 서하가 입을 열었다.“소진이는 내일 들어와.”“알아.”은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하씨 집안에서 붙인 사람들 말고도, 나도 병원에 사람 두고 있어. 무슨 일 생기면...”“아무 일 없을 거야.”서하가 말했다.“그냥... 하 변호사님은 언제 깰지 모르니까.”“곧 깰 거야.”“나도 그랬으면 좋겠어.”“꼭 깰 거야.”“그렇게 확신해?”은혁이 웃었다.“하 변호사가 어떻게 포기하겠어? 가장 사랑하는 여자도 있고, 한 대표가 낳아 준 아이도 있잖아. 하 변호사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겠어?”“그러게...”서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근데 그때 진짜 너무 위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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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서하는 허리가 조금 굽어 보이기까지 하는 배효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은혁에게 물었다.“아버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은혁은 가볍게 웃었다.“뭐가 문제겠어? 아버지가 스스로 아무 능력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게다가 아버지가 낳은 다른 아들도 결국 답이 없다는 것까지 확인한 거고.”서하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그게 무슨 뜻이야?”은혁의 그룹이 어디 하루이틀에 만들어진 규모도 아니었다.고작 프로젝트 하나, 임원 몇 명만으로 은혁을 위협할 수 있다면, 그건 우스운 일일 것이다.배성우가 민씨 집안과 손잡고 예랑네 집안까지 끌어들여 벌인 일도, 은혁에게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다.민씨 집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계란으로 바위 치기였고, 앞으로는 업계에서 발붙이기도 어려울 것이다.예랑 쪽은 구나린에게까지 찾아와 사정을 했다.구나린은 원래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잘못은 예랑 쪽에 있었다. 잘못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다시 상대를 건드리려 했다.체급 차이가 뻔한데도, 끝내 상대에게 덤볐다가 너무 쉽게 나가떨어졌다.그 정도 머리로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한다 해도, 결국 망할 게 뻔했다.다만 은혁은 그 얘기를 듣고는 구나린이 난처해질까 싶어, 예랑네 집안에 아주 조금은 물러설 여지를 남겨 두었다.그래도 예랑네가 앞으로 다시 고개를 들 일은 없을 터였다.성우 역시 이번 일로 자기 주제를 똑똑히 알게 됐다.형 앞에서 성우가 쥐고 있던 재주라는 게 얼마나 보잘것없고 우스운 수준인지, 제대로 깨달은 것이다.성우가 그동안 품어 왔던 자신감도, 큰 뜻도, 야심도 전부 한바탕 우스운 소동이었다.이번 일은 성우에게 큰 타격이었다.성우는 이제 밖에 나가지도 못 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자기 방에만 있으면서, 씻거나 단정히 꾸미지도 않았다.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주인정에게는 아들 성우 하나뿐이었다.나중에 의지할 사람도 결국 성우뿐인데, 성우가 그렇게 나오니 주인정은 속이 타들어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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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섬에서 올리는 결혼식인 만큼, 평범한 예식 절차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은혁은 사람을 붙여 신부를 데리러 가는 순서를 따로 넣어 두었다.그저 하객들 앞에서 서약만 하고 끝내는 것으로는, 은혁이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서하의 들러리는 두 사람뿐이었다.한 사람은 소진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신애였다.은혁이 조금 못마땅하게 여긴 건, 강민도 왔다는 점이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강민이 눈치는 있었는지, 여자친구를 함께 데리고 왔다.그렇지 않았다면, 은혁은 강민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은혁이 속이 좁아서가 아니었다.결혼식에서만큼은 가장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었다.서하를 욕심냈거나, 한때라도 그런 마음을 품었던 사람들은 서하의 근처에도 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천후도 마찬가지였다.천후는 어젯밤에도 전화했다.천후를 결혼식에 초대할지 말지는, 서하가 예전부터 은혁과 상의했던 문제였다.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은혁이 단호하게 반대했다.그때 은혁이 예를 들며 말했었다.“그럼 내가 레나나 예랑이를 결혼식에 부르면, 당신은 좋겠어?”서하는 잠깐 생각해 보고는,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레나나 예랑과 천후를 같은 선에서 놓고 볼 수는 없었다.천후는 서하를 향한 마음이 있어도 늘 선을 지켰다.한 번도 예의에 어긋난 적이 없었다.은혁과 서하의 결혼을 깨뜨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혼인신고를 마친 뒤로는, 은혁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다.은혁은 서하에게 이렇게 말했다.“부르고 싶으면 불러. 어차피 지 대표가 당신을 데려갈 수도 없잖아.”서하는 은혁이 천후에게 묘한 견제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서하 생각에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그랬더니 은혁이 또 예를 들어서 말했다.“초원에서는 수사자에게 자기 구역 의식이 있잖아. 다른 수사자가 자기 구역에 들어오면 싸우는 거라고.”서하는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왜 동물에 비유하는 거야? 동물이랑 사람이 다른 건, 사람은 감정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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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서하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반색했다.“여자친구 생겼어?”천후가 말했다.[응. 지난달에 사귀기 시작했어. 너한테는 말할 틈이 없었고.]“와, 너무 잘됐다!”서하는 진심으로 기뻤다.“어디 출신이야? 무슨 일 해? 외국에 있어? 어떻게 만난 건데?”핸드폰 너머로도 서하의 들뜬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천후는 웃었다.[귀국하면 천천히 다 얘기해 줄게. 네 결혼식에는 못 가지만, 선물은 준비할 거야. 그리고 서하야, 꼭 행복해야 해.]“나 행복할 거야.”서하는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졌다.“천후 씨도 꼭 행복해야 해.”그날 통화를 끝낸 뒤로 두 사람은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대신 천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는 서하가 은혁에게 전했다.천후가 이제는 서하를 여자로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은혁도 알았으면 했다.그런데도 은혁은 천후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그러다 결혼식 전날이 되어서야, 서하는 다시 천후에게 전화받았다.천후가 말했다.[서하야, 네가 결혼식 올리는 그 섬 있잖아. 거기가 나 있는 데서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더라.]서하가 얼른 물었다.“그럼 올 수 있어?”[내가 가길 바라?]“올 수 있으면 당연히 좋지.”[나...]천후는 몇 초쯤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미안한데 난 못 가.]서하는 조금 아쉬웠다.“아, 괜찮아. 나중에 천후 씨가 귀국하면 그때 보자.”천후가 말했다.[내가 한 대표 편에 선물 맡겼어.]서하가 말했다.“전에 말했잖아. 선물 안 챙겨도 된다고. 현금 주는 건 너무 성의 없잖아.”천후가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나중에 소진이 결혼식때에도 따로 챙길 거야.]서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 변호사님 일은...”선우와 천후는 사촌 형제였다. 선우가 교통사고를 당한 일쯤은 천후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천후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선우 형도 분명 좋아질 거야.]“응. 괜찮아질 거야.”통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진이 도착했다.소진은 천후가 대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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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서하야, 내가 데리러 왔어.”서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풍성하게 퍼지는 드레스 자락이 침대 하나를 거의 다 덮을 정도로 컸다.서하는 꼭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 같았다. 은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서하의 손을 잡고 싶어졌다. 정말 서하가 여기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은혁이 마침내 서하를 품에 안자 둥둥 떠 있던 마음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그 뒤로 이어진 결혼식은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뭉클하면서도 낭만적이었다.하객들은 모두 은혁과 서하가 나란히 서서 서로를 선택하는 장면을 지켜봤다.수천 개의 알록달록한 풍선이 하늘로 올라갔다. 두 사람을 향한 축복을 한가득 실은 채, 풍선들은 멀리멀리 흩어져 갔다.축배를 돌리는 순서에서는 은혁이 결혼식에 와 준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사업 때문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나 거래처 사람들 가운데, 은혁이 그렇게까지 다정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듯 놀라는 사람도 많았다.오늘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은혁과 서하가 예전에 한 번 이혼했고 다시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예전에는 이런 말도 돌았다.은혁이 처음 서하를 버린 건 다른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그러다가 이제 서하가 구나린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뒤에 든든한 배경까지 생기자 은혁이 어쩔 수 없이 서하와 재결합한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그런데 오늘 모습을 보니, 다 헛소문이었다.은혁에게 조금이라도 억지로 하는 기색이 없었다.누가 봐도 은혁은 바라는 걸 다 이룬 사람 같았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은혁과 서하가 다시 함께하게 됐다고 알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다.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부러워한 건 이한이었다.이한은 정말 복도 타고났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아빠는 은혁이고, 엄마는 서하였다. 거기에 대단한 외할머니까지 있었다.게다가 외할머니가 다시 더 대단한 외할아버지까지 만들어 준 셈이었다.정말 태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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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절제가 될 리 없었다.평소라면 서하가 무슨 말을 하든 은혁은 어느 정도 들어줄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오늘 같은 날은 너무 특별했다.은혁은 이날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서하를 본 그때부터, 은혁의 머릿속에는 서하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원래 결혼식이 끝난 뒤, 먼저 돌아가야 하는 하객들을 위해서는 전용기가 따로 준비돼 있었다.시간만 괜찮다면 며칠 더 섬에 머물며 쉬다 가도 됐다.그래도 사흘째가 되자, 하객들은 거의 다 돌아갔다.구나린과 엄선호도 이한을 데리고 먼저 떠났다.넓은 섬에는 직원들을 빼고 나면, 은혁과 서하 두 사람만 남게 됐다.서하는 오히려 이곳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차들이 오가는 소리도 없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의 기운도 없었다. 매일 아침 파도 소리에 눈을 뜨고,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었다.모든 게 자연 그대로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누구와 다툴 일도 없었다. 서하는 차라리 이렇게 시간이 멈춘 듯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은혁과 서하는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원래 두 사람이 상의해 둔 신혼여행 기간은 있었는데, 은혁이 끝까지 밀어붙인 덕분에 겨우 보름의 휴가를 확보할 수 있었다.사실 은혁도 이 섬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완벽한 둘만의 시간은 흔치 않았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나니, 정말 하늘 아래 은혁과 서하 둘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특히 밤이면 더 그랬다. 직원들까지 다 쉬러 들어간 뒤의 해변은 파도 소리만 들릴 만큼 조용했다.은혁은 서하에게 입을 맞추다가도 이 자리에서 그대로 서하를 안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물론 직원들이 불쑥 나올 일은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따로 약속을 해 둔 상태였다. 은혁과 서하가 섬에 머무는 동안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그래도 서하는 밖에서 마음을 놓고 있지는 못했다.은혁도 그런 서하를 억지로 몰아붙이진 않았다.두 사람은 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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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안 가고 싶어.”서하가 말했다.“오늘 너무 피곤해. 그냥 자고 싶어.”“그래, 그럼 자자.”은혁은 서하를 끌어안고 함께 누웠다.“우리 며칠 동안 제대로...”“안 돼.”서하는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나 진짜 너무 졸려.”은혁은 그런 서하를 다시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럼 자. 당신 자.”서하는 금방 잠이 들었다.그런데 한밤중에 다시 눈을 떴다.목이 말라서 깬 것이었다.아무래도 저녁에 먹었던 묵은지 생선찜이 좀 짰던 모양이었다.눈을 뜨자마자 서하는 잠시 멍해졌다.방 안에는 아직 희미한 불빛이 남아 있었다. 서하가 몸을 돌리자 소파 쪽에 앉아 있는 은혁이 보였다.은혁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었고, 어두운 스탠드 하나가 은혁의 윤곽을 비추고 있었다.여전히 잘생겼다.그런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서하 쪽에서 기척이 나자, 은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깼어?”서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물었다.“왜 아직 안 자? 지금 몇 시야?”“해외 쪽이랑 화상회의 하나 있었어.”은혁이 말했다.“거의 두 시 다 돼 가. 왜 깼어?”은혁은 성큼성큼 걸어와 서하 앞에 섰다.“별거 아니야. 물 좀 마시고 싶어서.”서하는 은혁을 가볍게 안았다.“일해. 얼른 끝내고 빨리 자.”“이제 거의 끝났어.”은혁은 물 한 잔을 따라 서하에게 건넸다.“마셔.”서하는 정말 목이 말랐다.잔을 받아 들고 반쯤 마셨다.은혁이 다시 잔을 받아 들며 물었다.“더 안 마셔?”“응.”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서하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은혁은 이미 노트북을 덮은 뒤였다.“다 끝났어?”“응, 별일 아니었어.”은혁이 말했다.“이 시간이고, 내일 또 나가서 놀아야 하니까 나도 이제 자야지.”“다행이다.”서하가 말했다.“앞으로는 회의 시간 좀 되도록 일찍 잡아. 너무 늦잖아.”“알겠어. 당신 말 다 들을게. 우리 잘까?”서하는 아직도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한 상태에서 작게 응,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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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방금 서하가 한 행동은 거의 무의식에 가까웠다.그 모습이 어쩐지 은혁 눈에는 무척 귀여워 보였다.은혁이 다시 불렀다.“자기야. 이제 일어나야지.”서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데 눈꺼풀이 쉽게 올라오지 않는 사람처럼 힘겹게 물었다.“응...? 몇 시야?”“오전 9시.”은혁이 말했다.“오늘 또 나가서 놀기로 했잖아.”“9시라고?”서하는 깜짝 놀랐다.“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은혁은 서하가 곧장 일어날 줄 알았다.서하 입으로도 늦었다고 했으니, 당연히 그다음에는 몸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서하는 그렇게 말해 놓고는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됐어. 어차피 이렇게 늦었는데, 나 좀만 더 잘래. 오전에는 안 나가고 쉴래.”은혁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났다.“왜 안 나가. 그래도 일어나서 아침은 먹어야지. 어제 저녁도 5시쯤 먹었잖아.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배 안 고파?”은혁의 말을 듣고 보니, 서하도 조금 허기가 느껴졌다.그래도 몸을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눈도 여전히 잘 떠지지 않았다.“배고프긴 한데, 움직이기 싫어. 나 조금만 더 잘래...”은혁은 서하에게 입을 맞췄다.“세수도 안 할 거야? 그럼 내가 먹여 줄까?”은혁은 침대에서 내려와 작은 테이블을 끌어왔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그 위에 올려놓고, 정말로 서하에게 먹여 줄 생각까지 했다.서하는 비몽사몽인 얼굴로 겨우 몸을 일으켰다가, 고개를 저었다.“나 세수는 하고 올게.”“왜 이렇게 졸리지?”은혁은 서하의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해 주었다.“어젯밤에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아닌데.”예전에는 두세 번을 하고도 서하가 이렇게까지 기운 없어 하지는 않았다.서하는 욕실로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정신이 몽롱했다.잠옷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은 서하는,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그만 멈칫했다.‘그래서 이렇게 피곤하고 몸에 힘이 없었구나.’생리였다.예정일보다 아주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했다.그래도 며칠 차이 나는 정도였다.호텔 욕실에도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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