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은 하늘이 맑고 바람도 부드러워, 모처럼 덜 더운 편이었다.유난히 더운 여름이라 이한은 더위에 지쳐 바깥에 나가 노는 것도 싫어질 정도였다.이사 자체를 서하나 은혁이 직접 할 일은 없었지만, 짐을 옮기는 기사들이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걸 보고 있자니 서하도 괜히 마음이 쓰였다.너무 고생스러워 보였다.사실 옮길 짐이 아주 많은 건 아니었다.구나린 집 쪽에는 원래 갖춰진 게 거의 다 있었다.대부분은 이한의 짐이었다.장난감도 많았고, 이한이 조립해 둔 블록도 있었고, 책도 한가득이었다.서하도 책이 많은 편이었다.오후가 지나기도 전에 짐은 전부 옮겨졌다.아이와 함께 사는 집이라 그런지, 구나린은 입주하는 날도 꽤 정성스럽게 준비했다.가사도우미가 보기 좋게 음료와 과일을 잔뜩 내놓았고, 복이 들어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장식도 걸어 두었다.식구들이 집 안으로 들어설 때는 풍선에 리본 장식까지 더해져, 꽤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났다.구나린과 엄선호의 안방은 1층에 있었다.이한의 방과 놀이방도 모두 1층에 마련돼 있었다.2층에는 서재와 서하, 은혁의 안방이 있었다.손님방도 몇 개 더 있었다.3층에는 홈시어터실이랑 운동 기구실, 취미 공간이 있었고, 옥상에는 유리 온실이랑 야외 수영장까지 딸려 있었다.마당도 넓었다.구나린은 한쪽에는 채소를 심고, 다른 쪽에는 꽃을 심을 생각이라며 벌써 자리를 나눠 보고 있었다.사람 마음속에는 다들 텃밭 하나쯤 꿈꾸는 마음이 있는지도 몰랐다.무엇보다 구나린은 어린 외손자와 함께 씨를 뿌리고, 자라고, 거두는 기쁨을 같이 누리고 싶어 했다.집 전체 인테리어는 전부 서하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단정하고 시원한 분위기였고, 가족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구조였다.게다가 2층에는 서하와 은혁이 함께 쓰는 안방 말고도, 서하만을 위한 방이 따로 하나 더 있었다.크기도 제법 넓었다.드레스룸으로 써도 됐고, 서하 혼자 쉬는 공간으로 써도 충분했다.그 방은 전체적으로 조금 더 공주 방 같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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