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771 - Chapter 780

795 Chapters

제771화

배효산은 그 자리에서 바로 구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구나린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배 이사님이세요?]배효산이 얼른 말했다.“예, 접니다, 사부인.”구나린이 가볍게 웃었다.[네, 사돈어른.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은혁이랑 서하 결혼식 때문에요.”구나린이 말했다.[결혼식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런데 두 사람 결혼식은 제가 따로 나서서 챙기고 있진 않아요.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면 배 서방한테 직접 말씀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배효산이 급히 말을 이었다.“결혼식 준비 자체 때문은 아닙니다. 그게 말이죠... 하, 이런 얘기 드리는 것도 민망하긴 한데, 그냥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은혁이가 자기 결혼식에 저랑 제 아내를 오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사부인, 결혼은 인륜지대사인데 부모가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구나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배 서방이 직접... 사돈어른과 사부인이 오시면 안 된다고 했어요?]“제 느낌엔 그렇습니다. 저는 은혁이 아버지입니다. 세상에 아들 결혼식에 아버지가 못 가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그렇게 되면 남들 웃음거리 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은혁이는 들으려고도 안 해서요. 그래서 사돈께 전화했습니다. 사돈께서 한번 말씀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구나린도 섣불리 단정하지는 않았다.[그럼 제가 먼저 배 서방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좀 들어보겠습니다.]배효산이 말했다.“예, 예.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은 겉으로라도 모양이 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괜히 남들 입에 오르내려서 좋을 게 없잖아요.”구나린이 웃으며 말했다.[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친 구나린은 곧바로 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은혁은 바로 받았다.[장모님, 무슨 일이십니까?]은혁은 서하의 남편이 되고 나서부터 꽤 자연스럽게 구나린을 ‘장모님’이라 불렀다.서하보다도 더 자주 그렇게 부를 정도였다.구나린이 말했다.“조금 전에 배 이사님한테서 전화가 왔네. 배 서방이
Read more

제772화

은혁은 자기 주장이 확실했고, 아주 독립적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은혁은 배효산이라는 아버지를 꼭 필요로 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자랐다.배효산은 아들의 말을 듣고 화도 나고 서운하기도 했다.“내가 네 마음을 안 헤아렸다고? 집에서 누가 너를 홀대하기라도 했냐? 그렇게 큰 집안일도 지금 전부 네가 맡아서 하는 것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은혁이 차갑게 말했다.[제 마음을 헤아리셨다고요? 어머니 몸 상태는 안중에도 없이 다른 여자 만나고, 그때 이미 아이까지 있었잖습니까?][주 여사 몸이 약해서 첫째를 못 지킨 거지, 아니었으면 그때 바로 집에 들어와서 우리 어머니에게 자리 내놓으라고 했을 거 아닙니까?]“너, 너 그걸 어떻게 알아!”배효산은 그대로 놀라 굳어 버렸다.아무리 뭐라 해도 그 일만큼은 배효산이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결혼한 몸으로 바람을 피웠고, 아내한테도, 자식에게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숨기고 싶다고 숨겨지는 일이 아닙니다.]은혁 목소리는 더 싸늘해졌다.[그동안은 제가 그냥 따지지 않은 것뿐입니다. 마음먹고 하나씩 따지기 시작하면 할 말은 아주 많습니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버지가 누구보다 잘 아시잖습니까?]“허튼소리 하지 마!”배효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 엄마는 그냥 아팠던 거야. 병원 기록도 다 남아 있어!”[아버지가 바람피우지 않았으면, 제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무너지셨겠습니까?]은혁이 말했다.[아버지는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죽인 사람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아니야!”배효산은 원래도 아주 단단한 사람은 아니었다.은혁의 말이 쏟아질수록 배효산 머릿속에는 먼저 떠난 아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수척하게 마른 얼굴과 깊이 팬 볼이 선명하게 겹쳤다.“함부로 말하지 마!”배효산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내가 네 엄마한테 미안한 일은 맞아. 그건 인정해. 하지만 그때도 내가 말했잖아. 재산 절반 떼어주고 이혼하자고. 그런데 네 엄마가 안 받겠다고 한 거야..
Read more

제773화

배효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하나도 버거운데 둘로 쪼개진 것처럼 복잡했다.은혁이 저렇게 정면으로 밀어붙이면, 배효산으로서는 정말 손쓸 방법이 없었다.그 아들은 진작 자기 손에서 벗어나 있었다.아니, 애초에 한 번도 자기 통제 안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배효산은 그제야 젊은 시절의 자기가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걸 실감했다.아무것도 챙기지 않았고,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그저 즐기고 놀면서 편하게 사는 데만 익숙했다.그 사이 아들은 이미 제 날개를 다 키워서 훨훨 날고 있다.이제 와서 붙잡으려 해도 배효산에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주인정이 말을 꺼내자, 배효산이 물었다.“무슨 생각?”배효산은 알고 있었다.주인정은 겉으로 보기엔 여리고 온순해 보여도, 속이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다.물론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주인정은 늘 순진하고 깨끗한 여자처럼 굴었다.배효산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래서 더 믿기 쉬웠다.하지만 같이 산 세월이 쌓이면서, 배효산도 조금씩 알게 됐다.주인정은 마냥 순한 사람만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배효산도 나이가 들 만큼 들었고, 예전처럼 이것저것 따질 기운도 없었다.무엇보다 아들이 둘인데, 둘 다 손에서 놓칠 수는 없었다.주인정이 당시 이미 가정이 있던 배효산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보통 수완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주인정이 말했다.“당신도 알잖아요. 성우가 이번에 그 프로젝트 맡았잖아요. 제 생각엔, 이번 기회에 은혁을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그렇게만 되면 당신이 회장 맡으시고, 성우가 CEO 하면 되잖아요. 두 부자가 힘 합치시면 은혁이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그 말을 듣는 동안 배효산의 가슴도 괜히 뜨거워졌다.마치 이미 배씨 집안 사업이 자기 손으로 다시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자기 지휘 아래 회사가 더 크게 뻗어 나가는 장면까지 떠오를 정도였다.하지만 배효산은 곧 정신을 차렸다.“무슨 헛소리야
Read more

제774화

배효산이 보기에도 은혁은 그 높은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이제는 내려올 때도 됐다고 판단했다.“좋아!”배효산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받아들였다.“대신 이렇게 움직이려면 치밀하게 짜야 해!”주인정이 말했다.“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다 구상해 뒀어요. 당신만 동의하면 바로 민씨 집안이랑 만나서 같이 얘기 시작하면 돼요.”배효산은 평생 이렇게까지 가슴 속에서 욕심이 끓어오른 적이 없었다.“당장 약속 잡아!”은혁은 자기 아버지가 또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은혁은 요즘 하루하루가 마냥 좋았다.혼인신고를 마친 기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회사 임원들도 은혁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다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은혁이 왜 그렇게 들떠 있는지도 자연히 다 알게 됐다.혼인신고를 한 당일, 재무팀에서 바로 공지가 내려갔다.전 직원 이번 달 성과급 두 배 지급.이유는 단 하나였다.배 대표가 혼인신고를 했기 때문이었다.은혁은 키도 크고 잘생겼다.돈이 없어도 얼굴만으로 여자들 입에 자주 오르내릴 만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은혁은 집안, 능력, 재산까지 빠지는 게 없었다.그런 남자가 상사였으니 회사 안에도 은혁을 마음에 두고 있는 여직원이 적지 않았다.심지어 은혁 때문에 일부러 이 회사에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그런 기대는 금방 무너졌다.애초에 은혁의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그런데 결혼 소식까지 퍼져버리자, 다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 됐다.어쨌든 전에는 아주 조금이라도 기대할 여지가 있었다.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재벌 대표가 평범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도 해볼 수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대도 완전히 끝나버렸다.나재도 외에도, 회사 안에는 서하를 실제로 본 사람이 꽤 있었다.서하가 예전에 회사에 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더 많은 사람은 서하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다들 궁금했다.은혁이 결혼까지 결심
Read more

제775화

성우는 이제 알게 됐다.한번 욕심이 생기고 나니,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어머니한테 전화받자마자, 성우는 기다릴 것도 없이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이미 약속해 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그 시각 은혁은 서하를 데리러 학교로 가느라 마음이 급했다.서하를 차에 태우자마자 은혁은 키스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가끔 은혁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마치 피부로 느끼는 갈증이 생긴 사람처럼 하루 종일 서하한테 닿아 있고 싶었다.그렇게 붙어 있을 때 밀려오는 마음의 충만함과 기쁨은 다른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이었다.“아버님 쪽은 어떻게 됐어?”서하가 은혁을 밀어내며 물었다.“우리 아버지? 나도 생각하지 못했어. 아버지가 장모님께 전화했어.”은혁이 말했다.“엄마한테?”“응.”은혁이 말했다.“그래도 내가 말씀드렸어. 앞으로는 당신이랑 장모님한테 함부로 연락하지 마시라고.”“그래도 우리 결혼이고, 아무리 그래도 당신 아버지잖아...”“나는 분명히 말했어. 아버지는 오셔도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마시라고.”“응, 알겠어.”서하는 참지 못하고 몸을 기울여 은혁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여보, 난 언제나 당신 편이야.”짧은 입맞춤 하나에 다정한 ‘여보’까지 더해지자 은혁은 바로 흔들렸다.은혁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나 지금 운전해야 해.”그러고는 괜히 점잖은 얼굴로 덧붙였다.“이럴 때 그렇게 부르지 마. 집에 가서 다시 말해.”서하는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생리가 끝나자 은혁은 마치 눈이 벌게진 짐승처럼 서하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었다.하루 종일 시선이 따라붙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서하는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생리 끝나고 바로는 안전기라고 하잖아. 그때는 부부 관계를 해도 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대.”은혁이 말했다.“이상하네. 전에 누가 나한테 그랬잖아. 절대적으로 안전한 날은 없다고.”결국 예전에 서하가 했던 말이 되돌아와 서하 발목을 잡았다.서하는 슬쩍 말을 바꿨다
Read more

제776화

서하는 조금 민망했다.아무래도 본인이 없는 데서 엄선호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흉을 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썩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그런데 구나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남 얘기 좀 하면 어때. 누가 당신 보고 데려갈 사람 없다고 하길래, 내가 불쌍해서 거둔 거지.”서하가 얼른 말을 받았다.“시장님, 엄마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시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엄마가 자주 못 뵌다는 말씀이에요.”구나린이 바로 덧붙였다.“괜한 소리 하지 마. 내가 언제 당신 보고 싶다고 했어?”엄선호는 서하와 은혁 앞이라 더 길게 받아치지 않았다.서하와 몇 마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엄선호는 구나린을 끌어안았다.“안 보고 싶었어?”구나린이 말했다.“이 나이에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닭살 돋게.”“안 보고 싶으면 할 수 없지.”엄선호가 말했다.“이번 주말도 쉬지 말아야겠네. 원래 이틀 쉬려고 했는데...”그 말을 듣자 구나린은 바로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 주말에 쉰다고? 정말 신기한 일이네.”“그래서, 안 보고 싶었어?”엄선호는 구나린을 안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그리고 구나린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원래는 근교로 드라이브 갈 생각이었거든. 근데 당신이 별생각 없으면...”“당신도 참...”구나린은 엄선호 목을 감아 안았다.“보고 싶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 됐지? 진짜 이틀이나 쉬는 거야?”“응. 이번엔 제대로 당신이랑 같이 있으려고.”엄선호가 말했다.“아무도 안 데리고, 우리 둘만. 교외로 바람 좀 쐬러 가자.”구나린에게는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엄선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게다가 세상 풍경이야 구나린이 안 본 곳이 오히려 드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을 정한 뒤, 그 일을 서하에게도 말했다.주말 동안 서하와 은혁도 각자 잘 쉬고, 이한이랑 같이 어디 다녀오라고 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서하와 은혁, 이한 셋이
Read more

제777화

은혁은 재도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서하는 은혁이 통화하는 내용을 자세히 듣진 못했다.그래도 통화는 꽤 길었다.대충 5분 가까이 이어졌다.서하는 이한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물도 마시게 했다.그러다 이한이 소변 마렵다고 해서 서하는 이한의 손을 잡고 화장실까지 다녀왔다.둘이 돌아왔을 때도 은혁 통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은혁은 서하와 이한이 돌아온 걸 보고서야 말했다.“일단 그렇게 해.”그제야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렸다.서하가 물었다.“무슨 일 있어? 바쁘면 당신 먼저 가도 돼.”“그렇게 큰일은 아니야.”은혁이 웃으며 말했다.“회사에 사람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오늘 주말인데도 나 비서님 계속 일하시는 거야?”“원래는 쉬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회사로 갔어.”은혁이 말했다.“걱정 마. 수당은 확실히 챙겨주니까.”“나 비서님 정도면 연봉도 꽤 받을 텐데, 그런 분이 그 정도 수당에 흔들리겠어?”은혁은 서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왜, 나 비서까지 챙겨주려고?”“아니, 그냥 나도 같은 직장인의 관점에서 드는 생각이 있잖아.”“내가 무슨 악덕 사장인 줄 알아?”은혁이 말했다.“안심해. 나 비서는 자기가 하는 일만큼 충분히 받고 있어.”서하는 다시 물었다.“진짜 당신 안 가도 돼?”“응. 나 비서가 처리할 수 있어.”은혁이 그렇게 말하자 서하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이한은 아직 어려서 키 제한 때문에 못 타는 놀이기구도 있었다.그래도 탈 수 있는 건 거의 다 탔다.그리고 그때마다 은혁이 모두 함께 탔다.마지막에는 지난번처럼 포클레인 모래놀이 쪽으로 갔다.집에도 비슷한 장난감은 있었지만, 이런 놀이는 역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모여서 놀 때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북적거리는 재미는 집에서 흉내 낼 수 없었다.이한은 신나서 정신이 없었다.은혁과 서하, 그리고 다른 부모들은 바깥 그늘에 서서 아이들을 기다렸다.서하가 말했다.“이럴 때 보면 이한이도 아직 겨우
Read more

제778화

몇 마디도 채 나누지 않았는데, 남자가 금세 물러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서하가 너무 어려 보인 탓이었다.아이 엄마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만큼.그런데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남편이 나타났다.키도 크고, 잘생겼고, 분위기까지 단정하고 고급스러웠다.자기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차이가 났다.남자는 머쓱한 얼굴로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그제야 은혁의 차가운 시선이 그 남자에게서 떨어졌다.“괜찮아.”서하가 물었다.“회사에 무슨 일 있어? 왜 자꾸 전화 와.”은혁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아까 그 사람이 당신한테 뭐라고 했어?”“별말 안 했어.”서하가 말했다.“몇 마디 안 했는데 당신이 왔잖아.”“왜, 더 얘기하고 싶었어?”서하는 은혁을 흘겨봤다.“내가 먼저 말 건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저런 사람은 상대하지 마.”은혁이 말했다.“처음 보자마자 말 거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일 리 있겠어?”“알았어.”서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쉿, 다 들리겠어.”“들리면 뭐 어때? 내가 틀린 말 했어?”서하는 은혁 손을 끌고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은혁은 속이 괜히 불편했다.“잠깐만 한눈팔아도 누가 와서 당신한테 들러붙네. 당신이 진짜 작아질 수 있으면 좋겠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서하가 은혁의 팔에 팔짱을 꼈다.“앞으로는 내가 당신 인간 장식품이 될게. 당신이 어딜 가든 내가 다 따라다닐 거야.”은혁은 단번에 기분이 풀렸다.“좋지.”이한이 실컷 놀고 나서야, 세 사람은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갔다.그런데 뜻밖에도 거기서 선우와 소진을 마주쳤다.서하가 아이를 보러 가지 않은 지 이틀쯤 된 터라, 소진은 서하를 보자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너희도 밥 먹으러 왔어? 애는?”“너무 어려서 벌써 데리고 나오긴 무리지. 집에 있어. 어차피 집에 사람도 많고.”소진은 곧장 서하 팔짱을 꼈다.“와, 진짜 잘 만났다. 우리 같이 먹자.”두 집은 그대로 같은 룸으로 들어갔다.모유 수유를 하지 않아서, 산후조리가 끝난
Read more

제779화

선우는 소진 쪽을 흘끔 봤다.소진이 서하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둘이 붙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선우가 말했다.“제가 그걸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은혁은 그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힘내십시오.”선우가 웃었다.“숨 붙어 있는 동안은 계속해 봐야죠. 관 뚜껑 덮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결혼해야죠.”은혁은 전에 서하한테서 선우 칭찬을 몇 번 듣긴 했다.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야 비로소 은혁은 선우 처지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실감했다.‘만약 내가 하변이었으면... 진짜 못 견뎠을 텐데.’선우가 말했다.“그래도 따지고 보면 결국 형식이긴 합니다. 지금도 소진이랑 같이 있고. 아이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또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혼이라는 건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인정해 주는 형식이었다.혼인은 자유를 지켜주는 도구이기도 했다.그건 여자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대개는 여자 쪽이 더 불안해한다고들 하지만, 남자라고 해서 안전감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었다.밥을 다 먹고 나서, 서하는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소진과 아기를 보러 같이 가기로 이미 약속해 둔 상태였다.마침 이한이도 아기랑 좀 더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다섯 사람은 식당을 나와 각자 자기 차에 올랐다.은혁네는 세 식구가 같이 나온 터라 운전기사를 데리고 왔고, 선우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소진은 조수석에 앉았다.선우의 차가 앞서 나가고, 은혁의 차가 그 뒤로 따라붙었다.이한은 아직 자고 있었다.은혁은 굳이 이한을 카시트에 앉히지 않고, 그대로 품에 안고 있었다.오전 내내 신나게 놀았고, 방금 점심까지 먹은 탓인지 서하도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은혁은 서하 머리가 자꾸만 앞으로 툭툭 떨어지는 걸 보고 웃음이 날 뻔했다.이한을 안고 있으니 서하를 끌어안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한 손만 뻗어서, 자기 쪽으로 기대게 하려 했다.그런데 손을 내미는 바로 그때, 차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은혁과 서
Read more

제780화

화물차 앞부분이 정확히 조수석 쪽을 들이받은 상태였다.앞 유리와 차 앞부분이 거의 눌려 들어가서, 안쪽이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은혁은 급한 대로 화물차 쪽에 있던 공구 하나를 집어 들고, 힘껏 뒤쪽 창문을 내리쳤다.“한 대표! 하 변호사!”은혁은 두 사람 이름을 계속 불렀다.유리가 깨지고 나서야, 안에서 마침내 소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저는 괜찮아요!”소진 목소리는 무척 약하게 떨렸다.그제야 은혁도 차 안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소진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선우가 소진 위를 덮듯이 감싸고 있었다.그렇게 되면서 선우의 머리가 그대로 화물차가 들이민 방향과 맞닿아 버린 상태였다.소진은 몸에 닿는 축축하고 미끈한 감촉을 느꼈다.무엇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소진은 무서웠고, 정신이 아찔했다.살면서 이렇게까지 두려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선우야, 선우야, 말 좀 해!”선우가 몸을 덮고 있어서 소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래도 소진은 알았다.자기 몸은 괜찮다는 걸.그런데 선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귓가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자꾸 들렸다.소진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목소리도 심하게 떨렸다.“선우야, 제발... 대답 좀 해...”은혁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충격을 억눌렀다.그러고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겁먹지 마세요. 구조대 곧 도착합니다. 하 변호사님 괜찮을 겁니다.”그 말을 하면서도 은혁 목소리 끝은 조금씩 잠겼다.구급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달라붙어 도운 덕분에 화물차와 승용차를 조금 떼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조수석 문은 이미 심하게 찌그러져 열리지 않았다.결국 운전석 쪽에서 먼저 선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선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반면 끝까지 선우가 감싸고 있던 소진은,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거의 없었다.사람들이 소진을 끌어내렸을 때도 팔다리는 모두 멀쩡하게 움직였다.소
Read more
PREV
1
...
75767778798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