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아정은 잠깐 멍해졌다.정말 어이가 없었다.베이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 아는 사실이긴 했다. 의외로 한식보다 더 단순한 편이었다. 정해진 레시피대로만 정확하게 만들면, 결과가 크게 엇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물론 전제가 있었다.재료가 좋아야 했다.예를 들면 생크림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민석이 쓰는 건 누가 봐도 최상급 제품이었다.에그타르트는 막 구워져 나온 상태라 아직 뜨거웠다. 그래서 아정은 먼저 두리안 크레이프 케이크부터 맛봤다.아정은 디저트를 워낙 좋아했다. 맛있는 디저트도 꽤 많이 먹어서 맛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민석이 만든 맛은 아정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들어왔다.혀끝이 놀랄 정도였다.결국 아정은 거실에 앉아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도대체 왜 자기가 민석과 그런 내기를 했는지, 그걸 가만히 떠올리고 있었다.원래는 거의 이긴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자기가 졌다.‘유 대표님, 사실 셰프인가?’‘대표는 무슨, 원래 파티시에 아니야?’그런 생각까지 들었다.민석이 정리를 마치고 다가왔을 때, 아정은 이미 꽤 많이 먹은 뒤였다.생각이 잠깐 흔들리는 기분이어도 먹는 건 먹는 거였다.민석이 물었다.“어때? 맛은 마음에 들어?”아정은 테이블 가득 놓인 디저트들과 자기가 이미 먹어 치운 것들을 한번 내려다봤다. 마음 같아서는 별로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심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그래서 결국 이렇게 말했다.“맛있긴 해요.”“그럼 우리...”아정이 얼른 말을 잘랐다.“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졌으니까, 약속은 인정할게요.”민석은 웃으면서 아정에게 음료 한 잔을 건넸다.아정은 잔을 받아들며 반사적으로 말했다.“감사합니다.”한 모금 마시자마자 아정 눈이 밝아졌다.“이것도 맛있어요.”“마음에 들면 다음에도 해 줄게.”민석이 말했다.“밖에 잠깐 걸을래? 안 그러면 점심 못 먹을걸.”벌써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정은 아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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