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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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만약 강지유가 그런 멍청한 짓을 벌이지만 않았으면 양현주는 자기 집에서 문채아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는 일도 없었을 거고 이렇게 열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강지유는 원래도 참을성 없는 성격인 데다 지금은 체벌당한 것 때문에 아프기도 해 바로 고개를 들며 반박했다.“엄마, 나 지금 다친 거 안 보여요? 그리고 내가 문채아 그년이 M일 줄 알았어요? 애초에 누가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일 거라고 예상을 했겠냐고요!”“그리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올 거면 내가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제지하지 말지 그랬어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문채아 머리채를 잡고 다시는 그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을 거예요! 아니, 아예 얼굴을 할퀴고 또 할퀴어서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그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예요!”강지유는 손톱을 바짝 세우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을 자세히 보면 평소와 달리 독기가 한층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고 대신 그 자리에 슬픔이 조금 차 있었다.어제 죽을 만큼 아픈 체벌을 당한 후 곧장 박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온 건 통화 중이라는 기계음뿐이었다.박도윤이 누구와 통화하고 있었는지는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높은 확률로 문채아일 게 분명했기에 강지유는 지금 양현주보다 더 화가 나고 또 속상했다.양현주는 딸의 말에 머리가 더 지끈해 나는 것 같아 휴대폰을 들어 강지유 쪽에 홱 던져주었다.“됐으니까 그만해. 나는 이제 너를 보면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업보라도 진 건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들어. 그게 아니면 내 배에서 태어난 자식이 이렇게도 멍청할 리가 없잖아.”“생각을 해봐. 너희 아빠가 문채아를 좋게 보기 시작한 지금 이 상황에 네가 내려가서 문채아 머리채를 잡고 난동을 부리면 너희 아빠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이번에는 아예 걷지 못할 정도의 체벌을 너한테 가하겠지!”“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있으면 도윤이한테 전화나 해. 지금 네가 이 상황을 뒤집는 방법은 도윤이와 결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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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강지유는 박도윤을 제외하고는 다 하등 쓸모없고 하찮은 존재로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오혜정이 강재혁의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여자인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오혜정이 보낸 의도 가득한 문자 내용을 다 읽었으면서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특히 전시회 전까지는 문채아를 상대하는 데만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기에 오혜정 같은 여자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하지만 양현주는 강지유와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양현주는 할 수만 있다면 딸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 대체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 싶었다.그야 오혜정을 잘만 이용하면 문채아를 망가트리는 건 물론이고 강재혁까지 망가트릴 수도 있었으니까.오혜정은 5년이나 잠들어있었기에 그녀가 모르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채워주면서 유도하면 완전히 자기 수족처럼 부려 먹을 수 있었다.“오혜정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도윤이 일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전화를 안 받는데 뭐 어쩌겠어. 그냥 먼저 연락이 올 때까지 푹 쉬면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는 이따 저녁에 다시 올게.”양현주는 아주 간만에 활짝 웃으며 부드러운 엄마처럼 얘기했다. 그리고 말을 마친 뒤에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침실을 나가며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 시각, 문채아는 두 번째 날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몰린 탓에 전시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주연우와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그녀를 도와 이리저리 바삐 돌아쳐야만 했다.그러다 점심시간이 되고서야 비로소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주연우는 사실 문채아를 보자마자 어제 있었던 일을 묻고 싶었다. 그녀에게도 문영란이 살인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으니까.그런데 뭐라 질문하기도 전에 문채아가 태연한 얼굴로 문영란이 살인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입 밖으로 꺼냈다.“뭐, 뭐라고? 우리가 한탕 크게 챙기려고 하는 공갈범이라고 생각했던 오혜정이라는 여자가 강재혁 씨가 말한 식물인간 동생이었다고? 강재혁 씨가 너한테 동생이 여자라는 걸 처음부터 속였단 말이야?!”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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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꼭 겉으로 그저 작은 한 조각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얼음덩어리가 숨겨져 있는 거대한 빙산 같아 보였다.하지만 문채아가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혜정 일은 확실히 큰 문제가 맞으니까.“그 여자, 우리가 봤을 때는 그냥 정신이 온전치 못한 환자지만 강재혁 씨한테는 제일 힘들고 무력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잖아. 덕분에 목숨도 구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나는 아주 조금은 강재혁 씨가 너한테 솔직할 수 없었던 마음도 이해가 가...”“거짓말해버린 뒤에는 아마 계속 타이밍을 찾고 있었을 거야. 평화롭게 상황을 해결할 타이밍을 말이야. 강재혁 씨는 너를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오혜정과 연관된 것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너한테 쏟아지는 걸 원치 않았을 거야.”“오혜정 쪽은 너한테 모든 걸 다 털어놓기 전까지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고.”주연우는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강재혁이 오혜정을 아예 경찰서에 넘겨버리거나, 그게 아니면 적어도 오혜정 일가를 문채아의 앞에 끌고 와 모든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상황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야 이 상황이 마무리될 테니까.문채아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강재혁이 그렇게 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재혁 씨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사람이 아니야. 나를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분명 내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을 거야.”“응, 강재혁 씨는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지 분명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채아야. 왜 나는 네가 너 스스로한테 최면을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걸까?”방금 문채아가 ‘나를 사랑한다고 했으니까’라는 말을 했을 때 주연우는 문채아가 자기 스스로에게 그 말을 들려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문채아는 친구의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응, 맞아, 나 요즘 틈만 나면 그 말만 반복해. 그 말로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어. 솔직히 말하면 전혀 평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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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다행이네.”더없이 단호한 문채아의 눈을 본 주연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아까 문채아가 공허한 눈빛으로 세뇌하듯 말했을 때는 정말 식겁했었다. 박도윤 곁에 3년이나 묶여있었던 것처럼 강재혁과도 엉망으로 몇 년을 엮이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으니까.다행히 문채아는 꽤 이성적인 편이었다.주연우는 문채아를 위로하듯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채아야, 방금 한 말 잊지 마.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네 자유지만 널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하면 안 돼. 너를 제일 사랑해야 길을 안 잃어.”“응, 같은 실수 안 할 거야. 걱정하지 마.”문채아는 마치 고양이처럼 얌전히 주연우에게 만짐을 당하며 눈을 살짝 감았다.“남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어마나 공허하고 부질없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만 살 거야.”문채아는 박씨 가문에서 나온 뒤로 의도치 않게 버리고 비우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가장 처음으로 버린 건 십삼 년을 좋아했던 첫사랑이었고 두 번째로 버린 건 혈연으로 이어진 엄마였다. 세 번째는 아직 없지만 원래 인생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에 언제든지 또 생길 수 있었다.“채아야,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지는 마. 이건 어디까지나 강재혁 씨가 너한테 실망을 안겨줬을 때의 얘기니까. 솔직히 나도 강재혁 씨가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사람은 아니라고 봐.”“강재혁 씨는 박도윤이랑 다르니까. 박도윤은 아예 너를 배신하고 강지유를 선택한 것도 모자라 아무 말도 없이 강지유와의 연애 사실을 선언하고 강지유랑 한편이 되어서 너를 괴롭혔지만 강재혁 씨는 그러지 않았잖아.”“그때 병원에서 난간에 부딪혔을 때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강재혁 씨가 은인인 오혜정 가족을 앞에 두고도 네 편을 들어줬던 건 똑똑히 봤어. 그것만 봐도 강재혁 씨는 너를 실망하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보여.”주연우는 솔직히 문채아보다 자신의 처지가 훨씬 더 불쌍하다고 생각했다.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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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그런데 그랬던 남자가 자처해서 병간호한 뒤로 완전히 변해버렸다.주연우 앞에서 더 이상 연다정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연다정이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주연우 앞에서 통화하지도 않았으며 제일 중요하게는 전시회 전날, 연다정을 스태프 팀에서 빼내 그녀가 전시회의 인기에 올라타지 못하게 했을 뿐만이 아니라 전시회 스태프로 일했다는 경력을 이력서에 넣지 못하게 했다.그 일로 연다정은 울며불며 이제까지 중에서 제일 심한 난동을 부렸다.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전시회의 스태프로 일하며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2개월 가까이 성실하게 일을 했으니까.그런데 노력을 보답받기 바로 전날, 이무현이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를 스태프 팀에서 제외해 버렸다.그러니 연다정으로서는 난동을 부리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하지만 이무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연다정이 충격으로 다시 발작을 일으켰는데도 가차 없이 그녀를 끌어내라며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그 모습을 보며 주연우는 가뜩이나 고민이 되던 차에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밤을 꼴딱 새운 채 결국에는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이무현이 정말 변한 것 같았단 말이야...”“응, 네 말 들어보니까 확실히 변한 것 같긴 해.”문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연우의 생각에 동의했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전까지는 계속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이다가 연다정을 확실하게 쫓아내 버렸는데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지.”“그치...?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자연스러운 거지?”주연우는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진 채 문채아의 눈치를 봤다.“하지만 너무 줏대 없지 않아? 말만 하고 결국에는 이혼 얘기 못 했잖아.”더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바로 이혼하겠다고 했던 그녀였으니까.문채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연우야, 과거에 내뱉은 말을 전부 다 그대로 이행할 필요는 없어. 상황은 그때그때 달라지니까. 필요한 것만 지키면 돼.”“그런가...?”“응, 예를 들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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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박도윤이 오늘 드디어 퇴원했대.”주연우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드디어’라는 단어를 특히 더 강조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도윤이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로 장장 한 달이 지나버렸으니까.입원해 있는 동안 박도윤의 손상 처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느니, 강재혁이 그렇게 만들었다느니 하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많이 돌았지만 뭐가 됐든 손을 다쳐서 한 달이나 입원한 케이스는 많지 않았기에 퇴원했다는 소식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사실 주연우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박도윤이 일부러 병원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꼭 병실이 자기 집이라도 되는 양 한 달이나 박혀있었으니까.그런데 바로 오늘 아침, 박도윤이 퇴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하지만 퇴원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주연우는 여전히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타이밍부터 너무 이상하고 또 절묘했다.“문영란이 잡혀가자마자 바로 퇴원한 게 좀 이상해. 꼭 누군가가 걱정돼서 일부러 급하게 퇴원한 것 같잖아.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얘기 안 해도 잘 알지?”문채아가 피식 웃었다.“문영란과 관련이 있고 문영란이 잡힌 것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거의 대놓고 문채아라고 얘기한 수준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문채아는 주연우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안다는 듯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안 그래도 박도윤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어. 하지만 굳이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무시했어. 나 때문에 급히 퇴원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나 때문에 퇴원한 거라고 해도 알아서 잘 쳐낼 자신 있으니까.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있고.”“그럼 다행이고. 채아야, 거짓말한 건 강재혁 씨가 백번 잘못했지만 강재혁 씨는 박도윤과 다르니까 네 기회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생각해. 그러니까 절대 박도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열어두지 마.”주연우는 마지막 당부를 마친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식사도 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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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문채아는 주연우의 말에 저도 모르게 간밤의 일을 떠올리고는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말 잠자리 때문에 체력을 다 소모한 건지 얼마 안 가 다시 속도를 늦추고는 또 하품했다.‘오늘따라 유난히 더 피곤하네. 일을 다 마치고 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한숨 자야겠어. 내일은 경찰서도 가야 하니까.’...그 시각, 강재혁은 문채아에게 붙여뒀던 경호원들로부터 보고 전화를 받고 있었다.경호원들은 문채아의 오늘 일정을 아주 자세히 보고했다.“사모님께서는 오늘 잠에서 깨자마자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곧장 집에서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본가에서 얼마간 회장님과 얘기를 나눈 뒤에는 전시회장으로 가 2시간가량 주연우 씨의 일손을 도왔고요. 점심시간에는 식사하시면서 주연우 씨와 얘기를 나누셨습니다.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나눈 건지는 듣지 못했지만 사모님께서 사무실에서 다시 나왔을 때 매우 피곤해 보였습니다. 연달아 세 번을 하품하셨거든요. 주연우 씨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했고 사모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이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앞으로 걸어가셨습니다.”강재혁은 문채아가 피곤해했다는 말에 어젯밤에 그녀를 미친 듯이 몰아붙였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괜스레 민망해져 헛기침했다.“잠이 부족해서 그런 거 맞으니까 그에 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해. 그보다 채아가 본가에서는 얼마나 머물러 있었지?”“한 시간 정도 머무르셨습니다. 회장님과의 대화를 감히 엿들을 수는 없어 저희는 두 분이 대화를 나누실 동안 집사님과 함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나오셨을 때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던 거로 보아 괴롭힘 같은 건 당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강재혁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채아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양반이라 함부로 해코지 못 해. 오히려 채아가 내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준 덕에 회사에도 좋은 영향이 미쳐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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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형, 장미는 테이블 위에 세팅하면 돼?”강재혁이 전화를 끊자마자 뒤편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장미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좀처럼 어디에 세팅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무현이 있었다.강재혁은 빨간색 장미를 보더니 눈썹을 꿈틀거리며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이무현, 장미를 왜 사와? 이곳은 내가 채아한테 정중하게 사과하려고 예약한 곳이야. 결혼기념일을 보내려고 예약한 곳이 아니라고. 그런데 빨간 장미가 그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해?”강재혁은 어제 특별히 해외에서 맡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풀어지는 향수를 구매했다. 이유는 문채아가 조금이라도 화를 덜 내기를 바라서였다.그런데 이무현은 약속 장소를 꾸민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빨간색 장미부터 사 왔다. 짙은 빨간색 때문에 온화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이무현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역시 형은 형이네. 나는 형이 형수님한테 사과한다고 하니까 최대한 로맨틱하게만 꾸미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 형, 너무 걱정하지 마. 형이 이렇게도 사과에 진심인데 형수님도 형 마음을 알아채고 아마 금방 용서해 줄 거야.”“이무현, 여자를 쉽게 생각하지 마.”강재혁이 진지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고작 꽃이나 이런 오브제들로 여자들 마음이 풀릴 것 같아?”“쉽게 생각하다니!”이무현은 얼른 부인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나는 단 한 번도 여자를 쉽게 생각한 적 없어. 늘 존중하고 있다고. 나는 그냥 형이 약속 장소 꾸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길래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나 해서 그런 것뿐이야. 그런데 형, 설마 여기서 뭔가를 더 준비하기라도 한 거야?”강재혁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이내 가방에서 문서 하나를 꺼냈다.이무현은 호기심에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첫 번째 장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는 입을 떡하고 벌렸다.“재산 양도 문서?! 설마 형 재산을 전부 다 무상으로 양도할 생각인 거야?”이무현이 눈을 커다랗게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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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하지만 만약 문채아가 용서해 주면 그때는 그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강재혁은 문채아에게 용서받기 위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건 상태였다.이무현은 그런 강재혁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황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형이 어떻게 해서든지 꼭 용서를 받고 싶어 한다는 건 아주 잘 알겠어. 나도 감동할 정도니까 형수님도 분명 높은 확률로 용서해 줄 거야. 하지만 사과할 때 오혜정 일가를 부르는 건 좀 리스크가 있는 선택 아닐까?”“전시회 첫날에 형이 오혜정의 계략을 눈치채고 나를 병원에 보냈을 때 겉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나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형이 형수님 곁으로 간 걸 알게 된 오혜정이 하마터면 내 복부를 찌를 뻔했으니까!”문영란은 오혜정이 강재혁을 병실에 묶어두겠다고 했을 때 그저 단순히 떼쓰고 울면서 행패 부리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거 외에는 따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하지만 오혜정은 애초부터 그런 유치한 수단을 쓸 생각이 없었다.이무현은 전시회 당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렸다.“오혜정이 무슨 방법으로 형을 병원에 묶어두려고 했는지 알아? 형이 병실로 찾아오면 화장실로 가 몰래 숨겨뒀던 칼로 손목을 그을 생각이었어. 자기 목숨으로 형을 묶어둘 생각이었다고! 완전히 미쳤다니까?”오혜정은 5년이라는 긴 수면을 끝내고 얼마 전에 막 깨어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번 죽다 살아나면 보통은 목숨을 더 아낄 텐데 그녀는 강재혁이 어렵게 살려낸 목숨을 바로 수단으로 쓰려고 했다.“오혜정이 그런 미친년인 줄 알았으면 형이 그 여자를 살리겠다고 의사들을 불러 모았을 때 내가 제지하는 건데. 쯧. 차라리 그냥 영원히 식물인간 인간 상태로 지내게 하는 게 훨씬 더 나았어. 뭐...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겠지만.”이무현은 치를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강재혁도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채아한테 사과하고 나면 오혜정 일가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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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이무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싹 다 입 밖으로 내버렸다.사실 그는 이미 며칠 전부터 짜증이 한 가득 쌓인 상태였다. 강재혁이 오혜정 일가를 감시하는 일을 전부 그에게 일임해 버렸으니까.그래서 그는 전시회장으로 가 주연우에게 응원도 못 해주고 패악질을 부리는 오혜정과 전전긍긍하는 오혜정 부모의 모습만 보게 되었다.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그들이 강재혁이 평범한 집안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연기했을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이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봐도 강재혁을 구해주고 장장 7년이나 그를 무상으로 돌본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아니, 그럴 리 없어. 가문으로 돌아온 뒤에 내가 제일 먼저 한 게 그 사람들 뒷조사였으니까. 줄곧 산속에서 어렵게 살았던 사람들이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연기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리고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내 치료비 때문에 부업까지 해서 돈을 벌어왔던 모습이 나는 아직도 선해.”만약 오씨 일가가 정말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연기한 거라면 그야말로 연기대상감이었다.강재혁은 당시 아직 아이였지만 사람들의 호의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능력 정도는 있었다.오씨 일가는 줄곧 소박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변화가 생겼다고 하면 기억을 되찾은 강재혁이 그들에게 보답하기 시작한 뒤부터일 것이다.아마 그때부터 물질적인 것들에 눈을 뜨게 됐을 것이다.특히 오혜정은 제원시의 화려한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기 스스로를 아주 높은 위치에 두었다.그러니 오혜정은 원래 악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이제껏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하다가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라는 강재혁의 명령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어 이상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강재혁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내가 채아한테 모든 걸 다 고백하는 날, 오씨 일가가 이곳에 오지 않으려고 들면 그때는 밧줄에 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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