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아와 박도윤은 연인으로 지낸 지는 3년이었지만 알고 지낸 지는 13년이었다. 지난 13년 동안 박도윤은 문채아 말이라면 뭐든 믿어주었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다.강지유가 뭣 때문에 이런 허접한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채아는 박도윤이라면 이 일에 그녀의 잘못이 없다는 것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문영란은 몰라도 박도윤은 꼭 알아야만 했다.하지만 박도윤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계속해서 차가운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팔은 강지유를 더 세게 감싸안았다.“문채아, 마지막 경고야. 지유한테 구두 돌려주고 제대로 사과해.”박도윤의 단호한 태도에 잠시나마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은 금세 다시 생각을 바꾸며 문채아가 훔친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조용한 거실 안, 문채아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강지유의 편은 이토록 많은데 말이다.문채아는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게 다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했다.박도윤은 결국 그녀가 아닌 강지유를 선택했다.3년간의 사랑이, 3년간의 진심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강지유는 아마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작정하고 뒷조사하면 문채아와 박도윤의 사이쯤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 문채아에게 박도윤은 더 이상 네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주기 위해, 네가 졌으니 순순히 고개를 조아리라고 알려주기 위해.하지만 이대로 당할 문채아가 아니었다.문채아는 떨궈진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린 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러그 위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웠다. 그러고는 박도윤을 빤히 바라보며 직접 112를 눌렀다.“난 사과 안 해.”“...”박도윤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분노로 핏줄이 바짝 튀어나왔지만 문채아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똑같이 눈을 부릅뜨며 박도윤을 응시했다.두 사람이 팽팽한 눈싸움을 벌이고 있던 그때, 강지유는 얼른 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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