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는 안에서 고청산의 목소리가 들리자 잠시 망설이다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다투던 소리가 뚝 멈췄다.곧이어 사무실 문이 열리며 고청산이 걸어 나왔다. 얼굴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른의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하지만 신지아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기에 그의 눈빛 속에 스민 냉담함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었다.신지아는 못 본 척 공손히 인사했다.“아저씨, 죄송해요.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회사 일로 고 대표님과 상의할 게 있어서요.”고청산은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는 이렇게 말했다.“지아야, 그렇게 높은 곳에서 살아남다니 참 복이 많구나.”신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청산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진이도 너처럼 복이 많았으면 좋겠어.”고이진 이야기가 나오자 신지아는 손가락을 꽉 말아쥐었다. 마음속으로 수만 가지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입 밖으로는 차분하게 말을 뱉었다.“이진이도 분명히 그럴 거예요. 하지만 전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 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행복하게 사는 게 진정한 복이죠.”고청산은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고청산이 떠난 뒤에야 신지아는 안으로 들어갔다.고우빈은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방금 다투던 중 고청산이 던져버린 것들이었다.신지아는 몸을 굽혀 그와 함께 서류를 주운 뒤 책상 위로 가지런히 올려놓았다.“나 다 알아요. 서 상무님이 다 말해줬어요.”신지아가 말하는 건 고우빈이 그녀 몰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고씨 가문으로 돌아간 것이었다.그녀가 실종됐던 기간에 고우빈은 급한 마음에 고씨 가문의 힘까지 동원한 것 같았다.그게 아니면 고청산이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와 그를 협박하지도 않았을 테니까.“하여튼 서인호, 입이 참 가볍다니까.”고우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신지아가 솔직하게 말했다.“서인호 씨 탓할 것 없죠. 이건 선배가 잘못한 거니까.”고우빈 앞으로 다가간 신지아는 표정이 잔뜩 굳어진 채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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