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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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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그날 이후로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마침내 가라앉았다.신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윤형우와 변도영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기척을 죽인 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변도영이 추락했던 지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밤에는 어둠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밝아진 지금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위로 갈수록 지형은 급격히 가팔라졌고 돌벽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 비까지 내린 뒤라 표면은 몹시 미끄러워 보였다.구조대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도, 이곳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 번만 발을 헛디뎌도 변도영과 같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그녀는 만약 구조대에 고우빈이 포함돼 있었다면 변도영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구조를 중단하고 다른 경로를 택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결국은... 여길 떠나는 수밖에 없어. 다른 길을 찾아야 해.'신지아는 말없이 그렇게 결론지었다.그때 뒤쪽에서 가느다란 나뭇잎을 밟는 소리를 들려왔다. 신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윤형우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어제 그녀는 윤형우에게 화를 냈다. 그 뒤로는 변도영의 상황 때문에 정신이 없어 제대로 마주할 틈도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어색했다.돌이켜보면 윤형우는 그녀를 위해 나름대로 생각해 준 것이었다. 그런데도 신지아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모진 말부터 내뱉고 말았다.신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형우 씨, 괜찮아요?”“아침에 일어나니까 심장이 좀 아프네.”윤형우는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심장이요?”신지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섰다.“어떻게 아픈데요? 계속 그래요? 아니면 간헐적으로 아픈데요?”윤형우는 추락한 이후 줄곧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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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는 웃으며 말했다.“응. 우리 같이 먹으러 가자. 저기 브런치 가게, 맛 괜찮아. 30년 후에도 우리 손잡고 함께 먹으러 가자.”그는 몸을 숙여 신지아의 속눈썹에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의 숨결이 눈에 닿자 신지아는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참지 못하고 그의 가슴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신지아!”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멀지 않은 곳 동굴 안에서 갑자기 변도영의 다급하고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신지아는 이곳이 더 이상 둘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이 동굴에는 변도영도 있었다.두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더 머물지 않고 서둘러 안쪽으로 돌아갔다.신지아는 동굴 안에 들어서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변도영을 보았다.그는 한쪽 팔로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 땅을 짚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서려 애쓰고 있었다.또 방해된다고 생각했는지 부러진 다리에 묶여 있던 덩굴과 나뭇가지까지 내던진 상태였다.신지아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가만히 있어요!”그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윤형우가 먼저 변도영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비켜요!”어디서 나는 힘인지 변도영은 그를 힘껏 밀쳐내며 여전히 신지아 쪽으로 가려 했다.윤형우는 그의 움직임을 미리 예상한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영 씨 지금 다리 부러졌어요. 여기는 의사도 없으니까 계속 움직이면 다시는 제대로 걸을 수 없을 거예요.”그 말에 변도영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그는 몇 걸음도 못 가 다시 주저앉았고, 윤형우는 그의 팔을 부축해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변도영은 여전히 아쉬운 듯 신지아 쪽을 바라보았다. 예전처럼 오만하고 차가운 기색은 사라졌고 눈에는 억울함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신지아... 너 살아 있었어?”믿기 힘들다는 듯 묻는 그의 말에 신지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변도영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그는 아까 눈을 떴을 때 신지아가 보이지 않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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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그게 무슨 뜻이야?”변도영이 물었다.신지아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산쪽의 상황이 어떤지 등 현재까지의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해 주었다.그녀는 말을 마친 뒤, 다시 물었다.“도영 씨 쪽은요? 구조 상황은 어떻게 됐어요?”시종일관 신지아의 어조는 침착하고 냉정했다.마치 논의하는 것이 생사가 아니라 오늘 저녁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소한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변도영은 순간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겁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신지아는 예전에 신씨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눈시울을 붉히던 사람이었다. 그가 무심코 던진 몇 마디 말에도 혹은 변씨 가문에서 들은 욕설 몇 마디에도 억울해 코를 훌쩍이곤 했다.그런 그녀가 지금은 생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렇게 담담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변도영은 잠시 멍해졌다.분명 눈앞에 있는 신지아는 너무나 익숙한데 왠지 모르게 또 낯설었다.변도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도 더 묻지 않았다.신지아는 이미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구조가 순조로웠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을 리 없었으니까.게다가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찾은 사람이, 정황상 가장 구조에 나설 것 같지 않던 변도영이라는 사실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산 정상에서 고우빈은 새벽까지 변도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비가 막 그친 암벽이 여전히 미끄러워, 전문가를 아래로 내려보냈고 그 과정에서 변도영이 남겨둔 응급처치 키트를 발견했다.몇 미터 아래에는 실족해 미끄러진 흔적도 있었다.그러나 그 아래로 내려갈수록 지형은 급격히 험해져 더 이상 무리한 구조를 시도했다가는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결국 일부 인원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돌아갔다.“가방은 경사진 곳에 가만히 놓여 있었고 실족하여 미끄러진 흔적은 갑자기 발을 헛디딘 것처럼 보였습니다. 발버둥 친 흔적도 있고요...”현장 인원들의 설명을 들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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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빨리 사람을 찾고 구해야죠.”구조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변하늘에게 현재 구조 상황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더 안전한 구조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무슨 더 안전한 구조 지점이에요. 지금 당신들, 그냥 게으름 피우는 거잖아요.”그녀의 말에 구조원은 얼굴이 굳어졌지만 상대가 여자이고 방금 큰 충격을 겪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화를 누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변하늘은 초조한 얼굴로 고우빈의 팔을 잡고 눈을 붉혔다.“우빈 씨, 어떻게 해야 해요? 우리 오빠... 괜찮은 거죠? 그렇죠?”고우빈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때 이나은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눈 역시 붉어 있었지만 변하늘에 비하면 훨씬 침착해 보였다. 이나은은 나지막이 말했다.“고 대표님, 다시 한 번만 방법을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도영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조리 있고 절제된 말투였다..구조원은 이나은의 신분은 몰랐지만 그녀가 예의 바른 것을 보고 호감을 느꼈다.그래서 다시 한번 설명했다.“저희가 구조를 포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금 아래 지형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구조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변하늘이 분노를 더뜨렸다.“저는 그런 거 상관없어요. 당신들 모두의 목숨을 합쳐도 우리 오빠 한 사람 값도 안 돼요. 그리고 이건 원래 당신들 잘못이잖아요. 오빠 신분을 알면서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시킨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또다시 감정이 폭발한 듯 발을 쿵 구르며 소리쳤다.“신지아! 전부 다 빌어먹을 신지아 때문이야. 죽어서까지 우리 오빠를 해치다니!”고우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한층 차가워진 어조로 말했다.“누가 누구를 해친 건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그리고 지아가 이렇게 된 것도 당신 오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않은 불만이 담겨 있었다.변하늘은 화가 치밀었지만 선뜻 반박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고우빈이 신지아를 감싸며 자신에게 맞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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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저녁 무렵, 황금빛 석양이 벼랑 아래로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다.신지아와 윤형우는 나아갈 길을 찾느라 계속 밖을 돌아다니고 변도영은 골절 탓에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혼자 동굴 안에 머물러야 했다.거의 하루가 지나자 그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신지아를 찾긴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과 함께 이곳에 갇혀 버렸다는 혈실을 말이다.그는 마음이 복잡미묘했다.신지아를 찾은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이렇게 험악한 곳에 갇혀 야생 과일로 배를 채우는 생활이 익숙할 리 없었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그럼에도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신지아가 윤형우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그는 이미 오래전에 신지아가 자신과 이혼했고 윤형우와 함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받아들였다.하지만 그녀가 미소를 가득 담은 눈으로 윤형우를 바라볼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가슴속에서 올라왔다.사랑과 부드러움이 담긴 그런 눈빛은 원래는 자신을 향해 있던 것이었다.나중에는... 거의 보지 못했던 눈빛이기도 했다. 그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동굴 밖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신지아와 윤형우였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대화를 나누며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변도영에게는 귀에는 그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다.그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험담했다.‘형우 씨는 바람둥이야. 여자 기분 맞춰 주는 감언이설이나 할 줄 알지. 신지아도 마찬가지야. 몇 마디 말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그는 신지아의 안전이 걱정돼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악몽까지 꿨다.그런데 정작 와 보니 그들은 이곳에서도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그럴 바엔 차라리 오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변도영은 주먹을 벽에 쾅 하고 내리쳤다.돌로 된 단단한 벽은 현대의 시멘트나 콘크리트와는 완전히 달랐다.변도영의 손등과 손뼈는 바로 통증이 올라왔다.그는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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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신지아가 승낙하자 변도영은 득의양양한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윤형우를 바라보았다.윤형우는 그의 경쟁심과 과시욕을 단번에 알아챘다.그는 속으로 피식 웃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사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지나치게 유치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미 오래전에 신지아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기에 이런 사소한 일로 질투하지 않았다.신지아는 나간 뒤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밖에서 대나무 몇 개를 찾아 간단한 찜기를 만들었다.요리를 시작하기 전 그녀는 변도영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가 재차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신지아는 생선 살을 찜기에 올렸다.그리고 어렵게 구한 민트와 생강을 조미료 삼아 조금 곁들였다.생선이 익자 변도영이 먼저 한입을 떼어 먹었다.생선찜은 매우 신선하고 부드러워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신지아가 비리다고 과장해서 말한 줄 알았다니까.'“가시 다 발라냈으니까 한번 먹어 봐.”그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옆에 있던 윤형우가 손으로 막 구운 생선 살을 찢어 신지아의 입가로 가져갔다.신지아는 손이 바쁜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다가온 생선 살을 입에 물고 씹었다.“나쁘지 않네요. 다만 불 조절이 조금 아쉬워서 제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요.”“그래?”“네. 한번 먹어 봐요.”말이 끝나자마자 신지아도 자연스럽게 한 조각을 떼어 가시를 발라낸 뒤 윤형우의 입에 넣어 주었다.“정말 맛있네.”윤형우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흘렸다.신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구운 생선을 윤형우가 들고 있던 것과 바꿔 들며 웃었다.“야외 생존 경험은 당신만큼 많지 않지만, 요리 경험은 제가 더 많아요.”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윤형우는 그 체면을 살려 주듯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변도영은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왜 이렇게 사소한 일로 즐거워하는 걸까?'입안에서는 분명 괜찮았던 생선 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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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미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신지아와 윤형우는 생존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하루 종일 길을 찾고 떠날 경로를 정하며 주변의 위험 요소를 살폈다.밤이 되자 두 사람은 깊이 잠들었다.윤형우는 큰 병을 앓고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로를 이기지 못한 채 곧장 잠들어 버렸다.그 탓에 두 사람은 변도영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변도영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신지아의 다른 쪽 옆자리에 앉았다.그의 마음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리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꿍꿍이가 남아 있었다.신지아는 비록 그의 전 부인이었지만 한때 감정을 나눈 사이였다.예전에는 친밀한 행동을 할 때 굳이 그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됐다.그 기억이 그를 착각하게 만들었다.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받치려고 했다.그러나 신지아는 잠결에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살짝 윤형우 쪽으로 돌렸다.잠들기 전 두 사람은 몸을 바싹 붙이고 있었지만 머리는 각각 벽에 기대고 있던 상태였다.그렇게 방향이 바뀌자 신지아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윤형우의 어깨에 기대게 되었다.마치 반응하듯 윤형우의 머리도 그녀 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단순하고 가벼운 동작이라 당사자들은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변도영은 마치 마치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굳어 버렸다.그는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폭발하고 싶었지만 목이 꽉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때 변도영은 신지아의 얼굴과 목에 남아 있는 작은 찰과상들을 발견했다.아까 저녁 식사 때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상처들이었다.그제야 그는 신지아가 자신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것이 생각났다.신지아가 지금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얼마 전 그녀는 자신 때문에 납치되었고 또 자신때문에 벼랑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다.‘지아는 나를 몹시 증오하고 있을 거야.'조금 전까지 그를 휘감고 있던 충동은 사그라지고 대신 무거운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변도영은 입술을 꽉 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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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신지아의 말투는 차분했고 태도도 아까와 완전히 달랐다.변도영은 속으로 툴툴거렸다.‘하... 저희라니.’그녀 입에서 나온 ‘저희’는 그녀와 윤형우를 가리키고 있었다.‘하긴.’지금 그는 다리뼈가 부러진 상태였다.이런 몸으로 함께 움직이면 결국 짐처럼 여겨져 귀찮아질 게 뻔했다.그렇게 변도영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그럼 너희 먼저 가. 난 여기서 구조를 기다릴게. 행운을 빌어.”신지아가 그의 비꼬는 말투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변도영이 아침부터 왜 이러는지 몰라 어쩔 수 없이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며 이곳은 구조가 어렵다고 알려주었다.그러나 변도영은 제대로 안 들은 듯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말했다.“부성 그룹 사람들이 찾아올 거야. 너희는 가. 나 신경 쓰지 않아도 돼.”신지아는 난감해졌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윤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아야, 너는 먼저 나가 있어. 내가 변 대표님과 얘기 좀 해볼게.”신지아는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지 못했다.다만 몇 분 뒤 변도영이 굳은 얼굴로 굵은 나뭇가지를 짚으며 절뚝거리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귀하고 냉담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신지아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묻지 않았다.그저 채집해 둔 야생 과일과 쓸 만하다고 판단한 다른 물건들을 챙긴 뒤, 등나무로 엮은 간이 침대를 끌어냈다.침대의 네 바퀴는 굵은 기둥을 파서 만들었고 침대 몸체는 나뭇가지를 나란히 묶어 만들었다. 매우 조잡하고 투박했지만 성인 남자가 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그녀는 예전에 윤형우가 아팠을 때 자신이 짐이 될까 봐 남으려 했던 그의 마음을 떠올리며 이 침대를 만들었다.지금 변도영의 다리뼈가 부러졌으니 쓸모가 있게 된 셈이다.“다리가 아파서 오래 걷기 힘들 거예요. 힘들면 여기 누워요.”하지만 변도영은 그 침대를 쳐다보며 약간의 혐오감을 느꼈다.앉아 있는 것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마치 폐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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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신지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곧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봤어요?”납치되었을 당시, 그녀의 휴대폰은 그들에 의해 어디에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증거들은 휴대폰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신지아는 그것들을 아주 은밀하게 따로 보관해 왔고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변도영이 그것을 발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놀란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신지아는 순간 긴장했다.혹시 그가 예전처럼 이나은을 옹호하며 또다시 방해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곧,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이 떠올랐다.이곳에서 무사히 살아 나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그 생각에 마음속의 경계는 빠르게 가라앉았다.“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적어도 당신에게는요. 이미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으니 진실 여부는 그들이 알아서 조사할 거예요.”그녀는 자신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상대는 부성 그룹이었고 이나은은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그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건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억울하게 죽는 일을 결코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신지아는 변도영이 또다시 자신을 믿지 않고 예전처럼 이나은을 감싸며 따질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변도영은 윤형우가 돌아올 때까지 침묵을 유지했다.세 사람은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출구를 찾아 나섰다....그들이 알지 못한 사이, 같은 시각 연성시에서는 큰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고우빈은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한 뒤 이나은이 신지아를 모함하려 했던 일련의 증거를 제출하고 그녀를 법정에 고소했다.이 소식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그 첫번째 이유는 지난번 부성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된 뉴스로 인해 모두가 이나은이 변도영의 약혼녀로 알고 있었고 곧 약혼이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대중의 눈에 이나은은 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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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그는 연성시에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활용해 어렵게 윤씨 가문과 변씨 가문을 끌어들였고 그 덕분에 고씨 가문의 연성시 내 입지를 간신히 안정시킬 수 있었다.고씨 가문에는 열댓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가문을 물려받을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고우빈을 다시 불러들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고우빈은 이미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아버지가 저더러 돌아오라고 했을때 가문에 불가피한 손실만 끼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하든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죠.”고청산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분명 고우빈에게 그렇게 약속했었다.‘하지만...’“너는 지금 변씨 가문을 적으로 돌렸어!”고청산은 분노하며 말했다.“이나은 씨는 변 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하지만 이나은은 곧 변도영과 결혼할 거고 뱃속에는 변도영의 아이도 있어.”이번 일에서 변씨 가문이 거액을 들여 이나은을 데려갔다. 또 이처럼 큰 뉴스를 강제로 덮은 것만 봐도 이미 그녀를 며느리로 인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너 당장 나랑 변씨 가문에 가서 사과하고 모든 게 오해였다고 대중에게 설명해.”“오해요?”고우빈은 피식 웃었다.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그 행동 자체가 그의 선택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애초에 사과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폭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너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고씨 가문에서의 네 권리를 바로 회수할 거야!”고청산은 말이 통하지 않자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그는 고우빈이 이번에 극단적으로 행동한 이유가 신지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신지아가 죽은 뒤, 고우빈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이번 일 역시 그녀의 죽음에서 비롯된 분노가 이나은을 향한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였다.더구나 아직 신지아의 유골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고청산에게 그것은 고우빈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이었다.고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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