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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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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고청산은 고우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가 방금 했던 말을 되새기며 입꼬리를 서서히 올렸다.곁에 있던 집사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 고청산의 선택을 대략 이해했다.이전에는 변씨 가문의 세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달랐다. 변씨 가문이 곧 큰 화를 입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 욕보일 필요가 없었다.상황을 빠르게 가늠한 집사는 조용히 물었다.“대표님, 변씨 가문 쪽에는 저희가 직접 가야 할까요?”고청산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고씨 가문을 대표해서 가. 요즘 일이 많아서 우빈이가 사람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해.”'사람을 찾는다'는 말에는 당연히 변도영을 찾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그 이유라면, 그들도 더는 따질 말이 없을 것이다.“알겠습니다.”집사는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잠깐.”고청산은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말했다.집사는 의아해했다.“돈을 더 준비해서 우빈이에게 전해. 동시에 장원에 있는 보디가드도 전부 우빈이에게 붙여서 우빈이와 함께 사람을 찾으라고 해.”집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대표님, 어째서입니까? 이미 우빈 도련님께 넘기신 권한도 충분합니다. 게다가 보디가드를 모두 파견하시면 대표님 신변이 위험해지지 않습니까?”고청산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이는 지금 인력이 부족해. 어려울 때 돕는 게 어른이 할 일이야.”그의 웃음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이번에 고우빈이 극단적으로 행동해 변씨 가문을 적으로 돌린 것에 대한 그의 처벌은 두 가지였다.첫째는 경고를 주기 위함이고 둘째는 고우빈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지금 그는 이미 답을 얻었다.아들은 고씨 가문을 완전히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를 회유하고 기꺼이 남도록 해야 했다.설령 자신의 안전을 희생하더라도, 고우빈이 신지아를 찾는 데 힘을 보태면 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고우빈은 이 은혜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하지만 고청산은 여전히 신지아가 살아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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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파편이 윤재혁의 피부를 찢으며 순식간에 그의 이마에서 피가 솟아올랐다.피 한 방울이 그의 입술에 떨어지자 윤재혁은 무심하게 혀로 그것을 핥았다.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기운이 입안 가득 번졌다.그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닦았다.붉은 피는 그의 잘생긴 얼굴에 깃든 사악한 기운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며, 요염한 분위기를 더했다.윤세은은 안타까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와 손수건을 건넸다.윤재혁은 힐끗 보기만 했을 뿐, 끝내 받지 않았다.“지난 몇 년 동안 죽은 동생들이 적었어요?”그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밟고 올라선 시체만 해도 백은 넘겠죠. 예전엔 윤씨 가문의 지위를 굳힌다며, 당신들도 다 눈감아주지 않았습니까. 왜요? 윤형우가 당신들이 가장 아끼던 손자라서, 걔 죽음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드신 겁니까?”윤경수의 얼굴이 분노로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나가. 당장 나가라고!”윤재혁은 오히려 그 분노를 즐기는 듯, 더 활짝 웃었다.“물론 나가야죠. 하지만 그룹 최고재무책임자 자리는 윤형우의 자리였습니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누군가는 즉시 그 공백을 메워야겠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이런 일까지 겪으셨으니 슬픔에 잠겨 판단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러니 그 자리의 부임은 제가 부득이하게 먼저 결정하겠습니다.”차선화는 분노에 몸을 떨며 또 다른 찻잔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그녀가 던지기도 전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보디가드 몇 명이 재빠르게 윤재혁 앞을 막아섰다.몇몇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위압적인 기세에 방금 전까지 팽팽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윤재혁의 일방적인 승리로 바뀌었다.윤재혁도 어른인 그들을 직접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가해질 압박과 공포까지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그래서 윤경수와 차선화는 아무리 분노해도 결국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십시오.”이를 악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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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여기서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식당으로 달려가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잔뜩 시켜야지. 소금 오리구이, 닭강정, 솥밥, 수프...”신지아는 지친 몸과 배고픔을 달래듯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돌아간 뒤 따뜻한 음식이 식탁 위에 가득 차려진 모습을 상상했다.최근 며칠 동안 그들은 밤낮없이 길을 재촉했다. 처음에는 호수에서 물고기 한두 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지만 점점 멀어지면서 물조차 구할 수 없게 되었다.배가 고프면 야생 열매로 끼니를 때워야 했고 때로는 그마저도 찾지 못해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버텨야 했다.굶주림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상상에 잠긴 신지아는 눈앞에 따뜻한 음식이 실제로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침을 꿀꺽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그러다 발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아...”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며칠이 흐르며 변도영의 다리 골절은 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져, 걷는 데 큰 무리는 없는 상태였다.신지아가 넘어지는 것을 본 그는 본능적으로 다가가려 했다.그러나 윤형우가 그보다 먼저 그녀 곁으로 달려가 심지아를 부축했다.“괜찮아?”윤형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신지아는 넘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릎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올라왔지만 여기에는 의사도 없고 말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계속 가요.”윤형우는 더 묻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의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멀찍이 서 있던 변도영은 깜짝 놀라, 그가 혹시 무례한 짓이라도 하려는 줄 알고 막으려 했다.그러나 윤형우는 무릎까지만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가늘고 하얀 다리는 야외를 헤맨 탓에 여기저기 찰과상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상처는 무릎이었다.그녀의 무릎은 피범벅이었고 가운데에는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변도영은 그 끔찍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곧 초조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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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멀리서 수수한 옷차림에 삿갓을 눌러쓴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의아함과 경계가 뒤섞인 눈빛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남자는 체격이 크고 다부졌으며 젊어 보였다. 대략 스무 살 안팎으로 보였지만 오랜 세월 햇볕과 비를 맞아온 듯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세 사람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위험해 보이는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서자 마치 구원의 동아줄을 붙잡은 듯 서둘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당신들은 정말 운이 좋군요.”남자가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이곳의 사정을 알려주었다.그제야 신지아는 이 숲이 자기장이 뒤틀려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들어오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쉽고 심지어 탐험대조차 길을 헤매는 위험한 장소였다.다행히 이 남자는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 주변 지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숲을 빠져나가는 길 역시 알고 있다고 했다.신지아는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저희를 데리고 나가주실 수 있나요?”남자는 신지아를 힐끗 바라본 뒤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했다.“여기서 나가려면 제법 걸어야 합니다. 하루이틀은 더 걸릴 겁니다. 오늘 밤은 우선 제 집에서 쉬었다 가시죠.”신지아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남자의 시선이 몇 번씩이나 자신의 얼굴에 머무는 것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를 계산하거나 가늠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윤형우와 변도영 역시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그녀 앞쪽으로 한 발 나서 남자의 시선을 가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그들 역시 남자가 신지아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예전의 변도영은 신지아가 얼마나 예쁜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하지만 며칠을 함께 지내는 동안 그의 시선은 점점 더 자주 그녀에게 머물렀고, 그녀가 자신이 막연히 떠올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그는 신지아를 속셈 많고 계산적인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그녀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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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거의 6년 만의 재회였기에 신지아의 기억 속에서 고이진의 얼굴은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그래서 한때는 훗날 고이진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혹시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었다.슬픔과 외로움을 꾹 눌러 담은 채,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수없이 들여다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얼굴은 점점 낯설어졌다.정말로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혼자서 슬프게 결론지었다.하지만 고이진이 눈앞에 서자 그런 걱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몸짓 하나, 눈빛 하나, 눈가에 찍힌 작은 눈물점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신지아는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릎의 통증도 잊은 채 고이진에게 달려갔다.고이진도 역시 이곳에서 신지아를 마주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러나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달려드는 신지아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네가 어떻게 여기에... 나는 네가...”신지아는 목이 메어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겨우 말을 이었다.“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 보여서.”입으로는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눈물은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내렸고,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이진도 눈가가 조금 붉어졌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신지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눈물 많은 건 여전하네. 계속 울면 예쁜 얼굴 다 망가질 거야.”그녀는 손으로 신지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하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뜨거운 눈물과 애처롭게 우는 친구의 모습을 보자 고이진 역시 끝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두 사람은 현관 앞에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소리를 내어 울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형우와 변도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시선이 마주치자, 변도영은 즉시 눈을 피했다.“저 사람이 고이진 씨입니까? 고이진 씨는 이미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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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신들을 여기로 데려오진 않았을 거예요.”애초에 고이진이 이곳에 머물기로 한 것도 이곳은 평소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고 자신을 노리는 원수들에게 들킬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윤형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가 고이진 씨가 말한 그 원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그 말을 들은 양민석은 순간 멈칫하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설마 당신들이 그 사람들이에요?”“당연히 아니죠. 따지고 보면 제가 고이진 씨를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해요.”잔뜩 긴장했던 양민석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또다시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변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누구예요?”변도영은 잠시 멈칫했다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멀지 않은 곳에서 감정을 추스른 신지아와 고이진이 그들을 불렀다.신지아는 윤형우에게 손짓하며 빨리 오라고 신호했다.고이진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저 눈가가 조금 붉어졌을 뿐,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고 누군가를 경계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그 모습을 본 양민석은 변도영 역시 위협적인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갔다.그들이 입고 있던 옷은 얇은 데다가 여기저기 찢기고 더러워진 상태였다.양민석은 먼저 그들을 데려가 옷을 갈아입게 했고 고이진은 신지아를 방으로 데리고 가 무릎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고 약간의 찰과상에 불과했다.고이진은 소독과 지혈을 한 뒤 붕대를 감아 주었고 큰 문제는 없었다.이어 옷장에서 깨끗하고 따뜻한 옷을 꺼내 그녀에게 갈아입으라고 했다.“옷이 이렇게나 얇은데, 그동안 어떻게 버틴 거야.”고이진은 신지아가 입고 있는 긴 치마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추위를 막아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상체에 걸쳐 있는 윤형우의 외투뿐이었다. 이곳의 극심한 일교차를 생각한 고이진은 안쓰러운 마음에 다시금 눈물이 핑 돌았다.신지아도 역시 처음에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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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고이진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윤형우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저 힐끗 쳐다본 뒤 신지아의 손을 잡고 식탁 앞에 앉았다.반면 양민석은 변도영의 정체도 이들 사이의 관계도 알지 못했다.만약 본가에 있었다면 양쪽이 이렇게 불편해진 상황에서 중재에 나섰을 법했지만, 고이진의 신분이 워낙 복잡한 데다가 그녀가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중재하지 않았다.방 안의 그 누구도 나서지 않자, 변도영은 무의식적으로 신지아를 바라보았다.신지아도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지만, 이내 고이진이 갑자기 변도영을 몰아세우는 것은 자신을 대신해 화풀이해 주는 것임을 눈치챘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신지아는 변도영의 시선을 못 본 척하며 윤형우 옆에 앉아 식탁 앞에 자리했다.“변 대표님, 나가주세요.”변도영이 움직이지 않자 고이진은 다시 한번 완곡한 말투로 그에게 나가라고 말했다.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역시 호랑이도 땅에 떨어지면 개한테 쫓기는 신세가 되는구나.’연성시에 있었다면 그 누구도 감히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이런 난처한 상황은 그 역시 처음이었다.하지만 변도영도 염치없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변도영은 문밖으로 물러나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두어 걸음 옮기기도 전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치밀었다.그는 몸을 돌려 낮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고아진 씨, 저도 당신이 신지아랑 사이가 좋다는 걸 알고 있어요. 신지아를 대신해 화풀이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런 수단을 쓰는 게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변도영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고이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유치하다고요? 그럼 변씨 가문이 그런 유치한 수단으로 지아를 얼마나 오랫동안 괴롭혀 왔는지 알아요?”“변씨 가문이 신지아를 괴롭혔다고요?”변도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신지아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건 인정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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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사실 변도영 씨는 나랑 윤형우 씨를 찾으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야. 게다가 다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예전 일들은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고이진은 그녀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신기해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아야, 네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아. 그래서 내가 더 신경 써야 하는 거야. 나도 어릴 땐 내 기분이나 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 그래야 철들었다고 남들에게 더 사랑받을 줄 알았지.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포기한다는 뜻이야. 일단 자신조차 자신을 포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대할 때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져.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남게 되거든. 그래서 아무런 가책 없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내지는 거야.”고이진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신지아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그녀가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과거 고청산이 그녀를 선물 취급하며 윤재혁의 침대로 내던졌던 그날, 고이진의 악몽은 시작되었다.과거를 떠올리자 신지아는 고이진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리려 했다.하지만 고이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했는지 가볍게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사실 이것도 예전에 성훈 씨가 가르쳐준 거야.”‘성훈’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고이진의 눈빛은 저절로 부드러워졌고 심지어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성훈은 윤씨 가문의 양자이자 고이진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신지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무의식중에 걱정스러운 눈길로 고이진을 바라보았다.고이진은 신지아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안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그녀는 손을 닦고 신지아의 손가락 끝을 가볍게 잡았다.방금 물에 닿았던 고이진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녀의 말투와 미소는 따뜻했다.“지아야, 나는 슬프지 않아. 오히려 꽤 행복해. 지난 몇 년 동안 성훈 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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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윤형우는 신지아가 슬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도 모르게 신지아를 향한 그의 감정은 점차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갔다.윤형우는 혹여나 그녀가 자신의 당혹스러운 신체 변화를 눈치챌까 봐, 감히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그녀가 안겨 있는 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신지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를 놓아주었다.눈가가 붉어진 그녀는 잔뜩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형우 씨가 준 반지를 잃어버렸어요.”그 말에 긴장했던 윤형우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겨우 그것 때문이야? 괜찮아.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든 다시 찾아낼 방법을 찾으면 되지. 잃어버린 것들은 전부 다 돌아올 거야.”말을 마친 윤형우는 신지아의 옆에 앉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옷을 정리하고 천천히 말했다.“돌아가서 고이진 씨를 만났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이것은 신지아가 계속 걱정하고 있던 일이었다.윤형우와 그녀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그는 윤씨 가문의 사람이었고 윤재혁과도 깊이 얽혀 있었다.신지아는 그가 자신을 도와줄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과 윤재혁 사이에서 그가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직접 물어보자니 그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 될 것 같았다.그녀는 윤형우와 감정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의심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어찌 됐든 앞으로 UME의 미래를 위해서나 윤재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나 윤형우가 필요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변도영은 아까 신지아가 문밖으로 나온 후부터 계속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나란히 앉아 다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심장이 마치 누군가의 손에 세게 움켜쥐어진 것처럼 조여 왔고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한쪽 손으로 나무줄기를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끝이 쓸려 상처가 났는데도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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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변도영은 양민석을 한번 쳐다보았고 그가 자신의 신분과 그들의 관계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양민석이 넉살 좋게 말을 붙였다.“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못 했네요? 무슨 일 하는 사람이에요? 고이진 씨와는 어떤 관계죠? 예전부터 꽤 친했죠?”변도영은 낯선 사람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양민석에게서 풍기는 소탈하고 꾸밈없는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섞어 대답했다.“그냥 작은 사업이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모두 꽤 친합니다.”그 말에 양민석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저한테 고이진 씨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그 말을 들은 변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당신...”“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한번 물어본 거예요.”양민석은 멋쩍게 웃었다.‘그냥 물어본 거라고? 다 같은 남자인데, 내가 그런 거짓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변도영은 속으로 비웃으며 찬물을 끼얹었다.“고이진 씨에게는 약혼자가 있습니다.”변도영은 혹여 양민석이 고이진에게 딴마음을 품을까 봐 친절하게 쐐기를 박았다.“고이진 씨의 약혼자는 윤재혁이라는 사람이에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고이진 씨를 찾고 있죠. 고이진 씨가 언제 돌아갈지 모르니, 당신도 너무 큰 희망을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양민석은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변도영이 그렇게 말하자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눈빛이 곧바로 흐려졌다.그러나 그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감추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것도 당연하죠. 고이진 씨는 너무 예쁘고 너무 훌륭하니까요. 한눈에 봐도 저 같은 사람은 넘볼 수 없는 사람이에요. 약혼자가 있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일이죠.”말로는 당연하다고 했지만, 변도영은 양민석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변도영은 참지 못하고 위로했다.“당신도 나쁘지 않아요. 나중에 고이진 씨의 가족이 찾아오면, 돈도 좀 받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예쁜 여자 만나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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