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혁은 굵직한 대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솔직히 덩치가 다 가려지는 건 아니었지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한 한밤중이었기에 대나무숲 안에서 굳이 숨지 않고 대놓고 서 있어도 누가 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잠시 뒤, 멀지 않은 곳에서 서경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 안 나와서 얼굴 한번 안 볼 거냐?”그가 낮게 웃었다.“그래도 우리 부자 사이인데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서지혁 옆에는 같이 움직이던 사람들이 있었다.그들은 바로 서지혁을 말렸다.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서경민 쪽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독한 놈들이었고 전부 총까지 들고 있었다. 지금 나가는 건 스스로 표적이 되겠다는 소리였다.그 정도는 서지혁도 알고 있었다.그는 재빨리 겉옷을 벗더니 바닥에 쌓인 썩은 대나뭇잎들을 한가득 긁어 담았다.제법 묵직해지자 손으로 한번 무게를 가늠하고는 입을 열었다.“알았어요. 나갑니다.”말이 끝나자 그는 몸을 살짝 옮긴 뒤, 옷 뭉치를 먼 쪽으로 던졌다.툭.소리가 나자마자 총성이 터졌다.탕! 탕!옷 안에 썩은 낙엽이 한가득 들어 있던 탓에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사람 쓰러지는 소리처럼 묵직했다.그쪽 놈들도 잔뼈 굵은 인간들이라 곧바로 호들갑 섞인 목소리가 터졌다.“대표님! 대표님 괜찮으십니까!”그 소리를 들은 건지 서경민이 다시 외쳤다.“지혁아, 지혁아.”서지혁이 차갑게 받아쳤다.“이게 당신이 말한 마지막 인사예요?”그는 다시 뒤쪽으로 몸을 뺐다.서경민은 서지혁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느긋하게 말했다.“지혁아, 이 바닥에선 방심하는 순간 끝이야. 그걸 이제야 배우네.”그리고 일부러 한숨까지 섞었다.“부자끼리 왜 꼭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 우린 그냥 조용히 살 수도 있었어. 그런데 넌 굳이 다른 길을 골랐지.”이어서 그는 성문영의 이야기를 꺼냈다.성문영이 죽기 전까지도 서지혁과 서인준 이름을 부르며 후회했다고, 가족답게 살 걸 그랬다고 계속 말했다고.“후회한 건 성문영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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