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551 - Chapter 560

563 Chapters

제551화 그렇게 살걸

서지혁은 정말로 하시윤과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지금 서씨 가문 본가에 와 있었다.하시윤은 오늘 일부러 쇼핑몰을 몇 바퀴나 돌았다. 사람들 틈에 섞여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빠져나왔고 뒤따르는 차가 없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야 본가 쪽으로 차를 돌렸다.서지혁은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시윤이 도착했을 때, 서지혁은 뒷마당 연못가에 서서 물고기 밥을 뿌려주고 있었다.하시윤은 뒤에서 가만히 그를 끌어안았다.“왜 여기 와 있었어?”서지혁이 손에 든 사료를 털어내며 말했다.“전에 사람 불러서 정리 좀 시켰는데 덜 끝났더라고. 오늘 다시 불러서 마저 치우게 했어.”하시윤은 조금 전 본채 앞을 지나오며 안쪽을 힐끗 봤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는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가구도 전부 빠져나가 휑했다.“여기 팔려고?”“안 팔아.”서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애초에 살 사람도 없을 거고.”저택 규모가 워낙 컸기에 대가족이 아닌 이상 굳이 이런 집에서 살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하강의 오래된 명문가들은 이미 다들 자기들 터전을 따로 잡아둔 상태였다.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냥 비워두게?”“당분간은.”서지혁은 연못 안을 바라보며 말했다.“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자산 하나 남겨둔다 생각하려고.”하시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나 여기 좀 둘러보고 올게. 예전에는 제대로 구경해본 적이 없어서.”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렇게 느릿하게 걷다 보니 예전에 불타버린 2층 건물 앞까지 오게 됐다.잔해는 이미 대부분 치워진 상태였다. 다만 바닥을 파헤쳤던 커다란 구덩이만 아직 메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하시윤은 발끝으로 작은 돌멩이 하나를 툭 차 넣었다.예전에 이곳에 뭘 해뒀는지는 직접 본 적 없었다. 귀신 막는다고 쇠로 된 검을 꽂아두고 빨간 실을 둘러놓고 요상한 동상까지 세워놨다고 들었다.아마 그 한효진이 시킨 일이었을 거다.나쁜 짓은 있는 대로 다 하면서 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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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틈을 타서

경찰은 성문영의 시신을 발견한 뒤, 곧바로 서인준에게 신원 확인을 해달라고 연락했다.서인준은 밤늦게 호텔로 돌아와 겨우 잠이 들 무렵이었는데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뭐라고요?”경찰은 최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인준 씨,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우선 신원 확인만 부탁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그 뒤로도 무슨 말을 더 했지만 서인준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윙윙 울릴 뿐이었다.한참 굳어 있던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급히 문 쪽으로 가다가 그제야 신발도 안 신었다는 걸 깨달았다.다시 돌아가 신발을 구겨 신고 이번에는 외투를 안 챙겼다는 걸 떠올리고 또 뒤돌아갔다.그렇게 정신없이 옷까지 챙겨 입은 뒤에야 서인준은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차를 몰고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이른 시간이라 거리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길가의 국밥집이나 김밥집만 분주하게 문을 열 준비 중이었다.서인준은 거의 밟다시피 속도를 올려 경찰서까지 달려갔다.로비에는 이미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서인준을 보자 바로 안쪽으로 안내했다.“전에 제보해 주셨던 위치를 수색했습니다. 산 뒤쪽에 있는 양철 건물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고요. 외형상으로는 성문영 씨로 추정됩니다. 절차상 확인이 필요합니다.”서인준은 아무 말 없이 따라 들어갔다.심태진 신원 확인을 했던 그 방이었다.차가운 철제 침대 위에는 이번에도 시신 하나가 누워 있었고 흰 천이 끝까지 덮여 있었다.심태진 때는 경찰이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해줬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말조차 없었다.서인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곧바로 천을 들춰냈다. 그리고 그대로 멈춰 섰다.그는 철제 침대 위에 누운 성문영을 오랫동안 말없이 내려다봤다.경찰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기다릴 뿐이었다.서인준은 멍하니 성문영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심태진이 묵을 병원을 옮기겠다던 성문영의 부탁에 병원을 연결해 주러 갔던 날이었는데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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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다이아몬드 반지

성문영의 사인은 부검 결과로 드러났다. 위장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다이아몬드 반지였다.꽃 모양으로 세공된 커다란 다이아였는데 크기도 컸고 모서리도 날카로워서 삼키는 과정에서 목구멍과 식도를 죄다 긁어놓은 데다가 위장까지 뚫어버렸다.서인준은 부검 보고서를 받아 들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과다 출혈로 사망했다고요?”법의관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실 때... 많이 괴로우셨나요?”법의관은 잠시 망설이다 설명했다.“위 안에서 다른 음식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제대로 식사를 못 하신 상태였고 마지막에는 거의 반혼수 상태에 가까웠던 걸로 보입니다.”그래서 고통이 심했는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저희 경험상으로는... 아주 극심한 고통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서인준은 침묵을 지키면서 그저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만 내려다봤다.성문영의 위장에서 발견된 반지는 그녀와 서경민의 결혼반지였다.당시 그 반지는 하강시에서도 꽤 유명했었다. 해외 경매에서 원석을 들여오고 유명 디자이너까지 붙여 특별 제작했다는 얘기가 돌았으니까.그 시절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문영의 팔자가 폈다고 했다.평범한 집안 출신이 하루아침에 재벌가 안주인이 됐으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까지 나왔었다.하강시 명문가끼리 체면 세워가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도 저 정도 규모는 쉽게 못 나온다는 말이 많았다.그 반지는 한때 신분과 계급의 벽을 뛰어넘은 사랑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또한 서씨 가문이 성문영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자 증표였다.그런데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그 반지가 성문영의 목숨을 끊었다.부검 결과,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은 성문영의 죽음을 자살 쪽으로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성문영과 심태진은 함께 실종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태진은 성문영 손에 죽었다. 그리고 성문영은 결혼반지를 삼켰다.두 사람의 과거도 자연스럽게 조사됐다.한때는 둘 다 재벌가에 들어갔지만 결국 이혼했고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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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돈 달라고

하시윤은 서정우와 서시은을 데리고 위층에 있는 서정우 방으로 들어갔다.서시은을 침대 위에 눕혀놓고 보니 얼마 못 본 사이인데도 애가 꽤 달라져 있었다. 뒤집기도 하고 짧은 다리로 버둥거리며 자리도 슬슬 옮겼다.하시윤은 수건에 물을 적셔 두 아이 얼굴이랑 손부터 닦아줬다. 그러고는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서정우가 자연스럽게 하시윤 옆에 붙었다.“엄마, 그동안 어디 있었어요?”“엄마 호텔에 있었어. 처리할 일이 좀 있었거든.”서정우는 그녀의 팔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저 엄마 엄청 보고 싶었어요.”그 사이 서시은도 낑낑거리며 하시윤 쪽으로 기어 왔다.하시윤은 얼른 아이를 안아 들고 볼을 연달아 쪽쪽 맞췄다.“우리 딸도 엄마 보고 싶었나 보네.”그때 문이 열리더니 살구가 들어왔다.손에는 과일 접시가 들려 있었는데 정우를 주려고 가져온 모양이었다.요 며칠 살구는 서시은도 봐줬고 서정우도 거의 같이 챙기다시피 했다.살구는 의자를 끌어와 한쪽에 털썩 앉더니 하시윤의 품에 안긴 서시은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모한테 안길래?”서시은이 쳐다보지도 않자 살구는 바로 입을 삐죽였다.“야, 진짜 너무하네. 며칠 동안 내가 업고 먹이고 다 했는데 눈길 한번 안 주냐?”그러고는 다시 하시윤을 봤다.“오는 길 별일 없었어요?”뒤쫓는 사람은 없었는지, 근처에 수상한 놈들이 붙어 있진 않았는지 묻는 거였다.하시윤은 담담하게 답했다.“지혁 씨가 괜찮다고 했어요. 그럼 괜찮은 거겠죠.”살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지개를 켰다.“그런데 이제 그 아저씨도 예전만큼 힘은 없는 것 같던데요? 들켜도 뭐 크게 못 할걸요?”하지만 하시윤은 그 가능성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성문영이랑 심태진까지 직접 처리한 사람이 하시윤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게다가 하시윤이 또 뒤에서 딴생각 품고 있는 걸 알게 되면 어차피 갈 데까지 간 인간이 홧김에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하시윤은 서시은의 보들보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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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고마워

하시윤은 몸을 홱 돌려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다리를 까딱거리며 물었다.“정경란 씨 쪽은 아무 소식도 없네. 심태진 씨 장례식도 안 치른 거야?”“응.”서지혁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하시윤 옆에 서 있었다. 하시윤의 발끝이 그의 종아리를 톡톡 건드렸는데 세게 차는 것도 아니고 괜히 사람 마음 간질이는 장난에 가까웠다.서지혁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어들 듯 섰다.“심태진 씨 유골은 본가로 보내졌대. 나머지 일은 가족들이 처리하고 정경란 씨 쪽은 손 뗐고.”둘은 이미 이혼한 사이였다. 정경란에게 심태진은 남이나 다름없었고 장례식까지 책임질 이유도 없었다.장례식을 따로 치른다고 해도 심연정 정도만 얼굴 비칠 가능성이 있었다.하시윤은 뒤로 몸을 기대며 서지혁을 올려다봤다.“두 사람은 심태진 씨 죽은 거 알고 어떤 반응이었는데?”서지혁이 그녀의 양옆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였다.“반응이라... 어디 보자.”두 사람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거리였는데도 서지혁은 끝내 키스하지 않았다.“정경란 씨는 별 반응 없었고. 심연정은... 힘들었겠지. 직접 본 건 아니라 추측이지만.”정경란의 반응은 꽤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경찰에게서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을 땐 한낮이었다. 정경란은 밖에서 일 보는 중이라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나중에도 다시 걸지 않은 걸 보면 대수롭지 않게 넘긴 듯했다.그러다 저녁 무렵 경찰이 다시 연락했다. 심태진의 시신을 확인하러 와 달라는 전화였다.그때도 정경란은 외부 일정 중이었다.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식사가 막 시작된 참이라 주변에 사람도 많았다.전화를 받은 정경란은 눈썹을 찌푸렸다. 장난 전화라고 생각한 건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뭐라고요? 다시 말씀해 보세요. 누가 죽어서 제가 가야 한다고요?”경찰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정경란은 한참 뒤에야 짧게 알겠다고 말했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고 자리를 비우거나 누구를 대신 보내지도 않았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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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당연히 사랑하지

하시윤은 원래 사랑이니 뭐니 하는 말을 입 밖으로 잘 못 꺼냈다.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괜히 그런 말 하면 얼굴부터 뜨거워지는 성격이었다.그런데도 서지혁은 틈만 나면 물었다.자기를 사랑하냐고.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니 이제는 거의 집착처럼 느껴질 정도였다.하시윤은 몸을 돌려 세면대 위에 걸터앉았다. 두 다리로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감싸고 양손으로 서지혁의 얼굴을 감쌌다.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사랑하지.”그녀는 눈을 맞춘 채 웃었다.“안 사랑했으면 여기까지 왔겠어?”서경민 같은 인간은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여기까지 버텨 온 건 마음이 없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서지혁은 아무 말 없이 하시윤만 바라봤다.몇 초쯤 지났을까.그는 갑자기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무슨 말을 해야 지금 자기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결국 답은 행동뿐이었다.하시윤이 입고 있던 얇은 끈은 끝내 벗겨지지 않았다.평소의 서지혁이라면 거추장스럽다고 진작 치워 버렸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건 하시윤이 자기를 위해 준비한 마음이었으니까.두 사람은 욕실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다시 침대로 옮겨 갔다.하시윤은 솔직히 조금 걱정했었다. 지금 서지혁의 상태라면 평소보다 더 거칠어질 줄 알았다.그런데 의외였다.서지혁은 끝까지 힘 조절을 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하시윤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계속 입을 맞췄다.“괜찮아. 나 버틸 수 있어.”...다시 눈을 떴을 때 밖은 이미 깜깜했다.하시윤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깜짝 놀랐다. 침대 옆에 조그만 머리통 하나가 딱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서정우였다.녀석은 눈도 안 깜빡이고 하시윤의 얼굴만 빤히 보면서 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하시윤은 화들짝 놀라 이불부터 끌어당겼다.“정우야, 여기서 뭐 해?”“엄청 기다렸는데요.”서정우가 입을 삐죽였다.“엄마, 왜 이렇게 오래 자요? 저보다 더 오래 잤어요.”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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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속 좁은 남자

다음 날, 하시윤은 점심이 다 돼서야 눈을 떴다.어제 몸 좀 썼다고 잠이 어찌나 잘 오던지, 오랜만에 푹 잔 기분이었다.침대 위에서 한참 뒹굴거리다 시간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씻고 내려가 간단히 밥을 먹은 뒤, 하시윤은 택시를 타고 백화점으로 향했다.지윤정이 예전에 눈여겨봤던 그 목걸이를 결국 샀다.어제 통화하면서 케이크는 최예원이 맡기로 했고, 하시윤은 과일이랑 간식거리를 사 가기로 했었다.천천히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약속 시간에 맞춰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지윤정의 집으로 갔다.지윤정이 사는 곳은 투룸 짜리 월세였다. 크진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도착했을 땐 이미 최예원이 와 있었다.최예원이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시윤 씨, 얼른 들어와.”하시윤은 들고 온 짐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주방에서는 지윤정이 분주하게 요리 중이었다.하시윤이 다가가 물었다.“도와드릴까요?”“아니에요.”지윤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제가 초대한 거잖아요. 손님들한테 일을 시키면 안 되죠. 두 분은 그냥 앉아서 TV 보세요.”말을 마친 지윤정은 슬쩍 하시윤을 보더니 다시 최예원 쪽을 힐끗 봤다.최예원은 이미 거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그제야 지윤정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승우 씨도 오시기로 했어요.”하시윤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윤정이 괜히 눈치를 보며 설명했다.“제가 예원 씨한테 전화했을 때 마침 승우 씨가 옆에 계셨거든요. 그래서 안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같이 오시겠냐고 했는데 승우 씨 입장에서도 거절하기 애매했을 거예요.”“괜찮아요.”하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모르는 사람도 아닌데요.”지윤정은 안도한 듯 웃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저번에 제가 괜한 소리를 해서... 솔직히 좀 후회했어요. 혹시 시윤 씨가 마음 불편해할까 봐요. 그런데 제가 나중에 좀 지켜보니까, 승우 씨는 딱히 다른 마음은 없는 것 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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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뻔뻔함도 정도껏 해야지

최승우의 차도 단지 밖에 세워져 있어서 다 같이 걸어 나갔다.최예원이 먼저 하시윤을 보며 말했다.“시윤 씨 호텔로 가는 거지? 우리 오빠 차 타. 데려다줄게.”“아니에요, 괜찮아요.”하시윤이 손사래를 쳤다.“저는 알아서 갈게요. 먼저 가세요.”“택시 잡으려고?”최예원이 바로 말을 이었다.“그거 귀찮잖아. 우리도 급한 일 없는데 그냥 태워다주면 되지.”“진짜 괜찮아요.”하시윤이 웃으며 말했다.“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지 밖에서 어디선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아이가 냅다 달려와 하시윤의 다리에 철썩 매달렸다.“엄마, 여기 있었어요?”하시윤은 얼른 서정우를 안아 올렸다. 찬 바람 들까 싶어 옷깃을 여며주고 벗겨진 모자도 다시 씌워줬다. 밤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탓이었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서시은을 안고 걸어오는 서지혁을 노려봤다.“애들 이렇게 데리고 나오면 어떡해.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서시은은 하시윤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술을 삐죽이더니 곧 두 팔을 뻗으며 칭얼댔다.“엄마... 엄마.”서지혁은 순순히 딸아이를 하시윤 품에 넘겼다. 그리고 서정우를 다시 자기 쪽으로 안아 들며 말했다.“나오기 전에 옷 다 단단히 입혔어. 걱정 안 해도 돼.”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최승우를 바라봤다.“승우 씨, 이렇게 또 만나게 되네요.”최예원은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제대로 본 듯 눈을 깜빡였다.“아, 지혁 씨였네.”그러더니 웃으며 말했다.“여기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시윤 씨 택시 타고 갈 줄 알고 저희가 데려다주려 했거든요.”“애들이 엄마 찾느라 난리여서요.”서지혁이 능청스럽게 답했다.“특히 얘가요. 아무리 달래도 안 돼서 그냥 데리고 왔습니다.”최예원은 서정우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서지혁의 넥타이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그 시선이 몇 초쯤 더 머무르더니 최예원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정우야.”“네.”“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네. 엄청요.”서정우는 하시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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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떠났어요?

하시윤은 결국 그날 밤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혹시 모르니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였다.이번에는 서지혁이 직접 데려다줬다. 차도 바꿔 타고 왔고 운전도 직접 했다.차에서 내리던 하시윤은 괜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뒤를 한 번 더 돌아봤다.서지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손을 두어 번 흔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시윤은 그대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방으로 올라가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지혁은 아직도 그 자리에 차를 세워둔 채 있었다.하시윤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서지혁이 먼저 말했다.“얼른 자.”하시윤은 창틀에 기대선 채 물었다.“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서지혁이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는 하시윤이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 말을 이었다.“아빠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 그런데 느낌이 안 좋아. 돌아왔는데 조용히 있을 인간은 아니잖아.”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낮게 덧붙였다.“당분간은 조심해. 나도 조심할 거고. 우리 둘, 며칠은 안 만나는 게 좋겠다.”확실히 최근 며칠은 좀 풀어진 상태였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굴었으니 다시 경계심을 가지는 게 좋을 듯했다.“알겠어.”그렇게 답한 뒤, 하시윤은 서지혁에게 조심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통화가 끊기고 나서야 서지혁의 차도 천천히 호텔 앞을 떠났다.하시윤은 씻고 침대에 누웠다.막 잠들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무심코 화면을 봤다가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경민이었다.서지혁이 방금 자신을 데려다주고 갔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전화가 걸려 오니 하시윤은 괜히 등골이 서늘했다.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숨기는 게 있으면 괜히 작은 일에도 움찔하게 된다.하시윤은 서경민이 자신과 서지혁의 관계를 눈치챈 줄 알고 가슴이 쿵쾅거렸다.일부러 몇 초 뜸을 들인 뒤에야 전화를 받고는 억지로 잠에서 깬 척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뭐야? 미쳤어요? 이 시간에 왜 전화해요.”다행히 서경민은 서지혁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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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변고

하시윤은 반사적으로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 했다.그런데 문손잡이를 잡은 순간,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녀는 얼른 몸을 돌려 옷부터 챙겨 입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이 채 다 울리기도 전에 문밖에서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터졌다.“하시윤 씨! 하시윤 씨! 일어나셨어요?”익숙한 목소리였다.서지혁이 붙여 둔 직원이었다.하시윤은 급히 문 앞으로 가서 먼저 도어뷰로 밖을 확인했다.정말 그 직원이 맞았다. 그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하시윤 씨! 빨리 나오셔야 해요! 불났습니다! 지금 바로 대피해야 합니다!”하시윤은 곧장 문을 열었다.복도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직원은 아래층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순식간에 번져 올라왔다며, 늦으면 위험하다고 재촉했다.그때 마침 전화가 연결됐다.“시윤아.”서지혁 쪽에서는 바람 소리가 섞여 들렸다. 집 밖인 듯했다.하시윤이 급하게 말했다.“호텔에 불났어.”직원도 옆에서 목청껏 외쳤다.“대표님! 호텔 화재입니다! 지금 바로 내려가야 해요!”순간 서지혁의 목소리가 확 긴장됐다.“불 많이 커졌어?”“엄청 큽니다. 아래층 하나가 통째로 붙었어요. 빨리 빠져야 합니다.”“알았어. 바로 내려가. 무조건 시윤이부터 챙겨.”그는 곧바로 다시 물었다.“다른 애들은?”서지혁이 배치해 둔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직원이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다들 흩어져서 계단 정리 중입니다. 불길이 너무 커서 통로 막힐까 봐요.”“나 지금 갈게. 빨리 내려가.”그러고는 하시윤에게 낮게 말했다.“전화 끊지 마. 계속 연결해 둬.”“응.”하시윤은 욕실로 뛰어 들어가 욕실 수건을 물에 흠뻑 적셨다. 그걸 그대로 몸에 둘렀다.직원에게도 젖은 수건 하나를 건넨 뒤, 둘은 다시 수건을 적셔 입과 코를 막고는 복도로 뛰쳐나갔다.불길은 생각보다 훨씬 심했다.엘리베이터는 이미 못 쓰는 상태였다. 계단밖에 방법이 없었다.이 층에 묵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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