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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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재윤 씨가 좋아서요

하시윤은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일어났다. 먼저 서정우의 방에 들러 안을 살폈다.녀석은 못생긴 인형을 품에 꼭 안은 채 쿨쿨 단잠에 빠져 있었다.하시윤은 아이의 잠자리를 바르게 고쳐주고 이불도 야무지게 덮어준 뒤, 서시은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이는 두 손을 머리 양옆으로 올린 채 입술을 삐죽 내밀고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앙증맞고 예뻤다.가만히 곁에 앉아 지켜보던 하시윤은 문득 서지혁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라면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아이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몸을 뒤척이다가 슬며시 눈을 떴다.아직 잠이 덜 깨서인지 어리둥절한 눈으로 하시윤을 바라보던 아이가 배시시 웃었다.“엄마.”그러고는 꼬물꼬물 기어와 하시윤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편한 자세를 잡고는 다시 한번 나직하게 불렀다.“엄마.”자다 깨서 머리가 사방으로 부스스하게 뻗친 모습이 무척이나 깜찍했다.하시윤은 고개를 숙여 아이의 얼굴에 몇 번이나 뽀뽀를 해준 뒤 결국 침대 위로 올라가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통통하고 말랑한 몸이 따스해서 품에 안고 있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원래는 잠깐만 같이 누워 있으려던 참이었는데 그렇게 누워 있다 보니 그만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다시 깨어난 건 품 안이 허전해진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시윤이 눈을 뜨자 이미 잠에서 깬 아이가 품에서 빠져나가 침대 위에 꿇어앉아 있었다.아이는 침대맡에 서 있는 서지혁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아빠, 안아.”서지혁이 아이를 안아 올리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시은이, 어쩜 이렇게 착할까?”“착해.”서시은이 아빠 품에 기대어 하시윤을 돌아보았다.“엄마도 착해.”하시윤은 서둘러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리 늦지는 않았다.그녀가 말했다.“얼른 준비하고 밥 먹은 다음에 출발해야겠어.”연재윤을 배웅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연재윤이랑 통화했는데 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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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성지윤

세 시간 남짓한 비행 끝에 방성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쯤이 되었다.마중 나온 사람은 연재윤을 보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형님!”그러고는 시선을 주서연에게 돌렸다.“형수님, 안녕하세요!”주서연은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상대방은 캐리어를 대신 밀어주며 그들을 밖으로 안내했다.“차가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터미널을 나서자 널찍한 비즈니스 밴 한 대가 서 있었다. 공간이 넉넉해 짐을 다 싣고도 남았다.그들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조민석 교수 팀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던 덕에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입원 수속이 진행되었다.VIP 병동은 당장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생필품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주태섭은 침대에 앉아 깊은 상념에 잠긴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연재윤과 주서연이 의사 면담을 하러 진료실로 가고 병실에는 주태섭 부부만 남았다.강선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정말 신경 많이 썼네요. 우리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게끔 전부 다 알아서 준비해 놨어요.”주태섭은 문 쪽을 슥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애는 참 괜찮아. 흠이 좀 있긴 한데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강선영은 남편이 말한 ‘흠’이 연재윤의 출신을 뜻하는 줄 알고 한마디 보탰다.“그거야 재윤 씨 탓도 아니잖아요. 윗세대가 잘못을 저지른 거잖아요.”그러자 주태섭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직장 얘기하는 거잖아 직장. 번듯한 일자리도 없이 저러고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려서 그래.”그 말에 강선영이 피식 웃었다.“일자리야 서두를 거 없어요. 차차 구하면 되지.”잠시 후 연재윤과 주서연이 병실로 돌아와 의사 쪽에서 검사 일정을 잡았고 진료의뢰서도 다 발급되었으니 곧 간호사가 부르러 올 거라고 일러주었다.주서연은 한쪽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생각보다 되게 순조롭네요.”연재윤이 주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곧 간병인 오실 겁니다. 병원 일은 간병인한테 맡겨두고 난 아버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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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서연 씨가 너보다 훨씬 나아

주서연이 고개를 돌려 연재윤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무슨 상황이에요, 재윤 씨?”연재윤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며 성지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말이 안 될 거 없어. 이쪽이 내 여자친구 맞아.”그가 덧붙였다.“못 믿겠으면 건우한테 가서 물어보든가. 걔도 다 아니까.”건우는 오늘 공항에 마중 나왔던 동생이었다.성지윤은 입을 벙긋거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더니 한참 만에 다시 한마디를 내뱉었다.“말도 안 돼.”이번에는 목소리가 꽉 메어 있었고 눈시울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잠시 후, 그녀는 연재윤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오빠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그 모습을 본 주서연이 얼른 연재윤을 끌어당기고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성지윤을 노려보았다.“그쪽은 누군데 이래요?”성지윤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연재윤만 노려보았다.연재윤은 주서연 너머로 성지윤과 마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과 다름없이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눈빛이었다.성지윤은 기어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고개를 돌려 주서연을 향해서는 곧장 두 눈을 부릅떴다.“비켜. 당신이랑 상관없으니까 저리 가.”주서연은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렸다.“내 남자친구한테 들러붙어 놓고 나랑 상관이 없다니요?”그녀 역시 성지윤이 했던 것처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녀의 말투를 똑같이 따라 했다.“그쪽이나 저리 가요.”주서연은 성지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주도윤이 연재윤의 뒷조사를 하긴 했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꼬리표까지 다 캐냈을 리 만무했다.성지윤이 두 눈을 부릅떴다.“내가 왜 가! 나는 재윤 오빠...”하지만 뒷말을 잇지 못했다.연재윤에게 있어서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바로 그때, 조민석 교수가 간호사를 동행한 채 복도로 나오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오던 조 교수는 성지윤을 발견하고 짐짓 놀란 눈치였다.“어, 성지윤 씨?”성지윤은 조민석 교수를 보자마자 마치 든든한 빽이라도 찾은 것처럼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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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남자친구 사귄 적 있어요?

주태섭은 해가 저물 무렵부터 링거를 맞으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연재윤은 주서연과 함께 줄곧 곁을 지켰다. 약물이 다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주태섭의 상태는 다행히 괜찮았고 별다른 부작용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두 사람은 시름을 놓았다.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주태섭은 쉬고 싶다며 모두 돌아가고 간병인만 남겨두라고 했다. 강선영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렸다. 하지만 밤에는 회장님도 잠만 잘 텐데 보호자가 병실에 남아 있어 봐야 고생만 한다며,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라는 간병인의 만류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단지 정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연재윤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았다.“어, 웬일이야?”곁에 서 있던 주서연의 귀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흥분 섞인 목소리가 똑똑히 박혔다.“형님! 일 다 끝났어요? 얼른 나와요. 우리 다 형님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연재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좀 피곤해서 들어가서 자야겠어.”그러자 상대방이 놀리듯 킥킥 웃어댔다.“나와서 딱 두 잔만 해요. 그럼 집에 가서 더 푹 잘 걸요?”연재윤이 고개를 돌리자 주서연이 아무런 표정 없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에 정신이 번뜩 들었는지 연재윤이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안 가, 안 가.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패스야.”잠시 생각하던 그가 얼른 한마디를 덧붙였다.“이틀 뒤에 시간 낼 테니까 그때 너희 형수 데리고 같이 갈게.”너희 형수라니...그 단어가 너무 낯설었던 주서연은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버렸다.상대방이 몇 마디 더 붙잡아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자 결국 포기하고 전화를 끊었다.연재윤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단지 안으로 따라 들어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집 앞에 도착했는데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두 분 얼른 쉬세요. 전 이만 가보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습니다.”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주서연이 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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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정말 좋아해요

전남자친구 유무를 묻는 이 질문에 대해 주서연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연재윤이 대답했다.“직접 듣고 싶어서 물었어요.”주서연도 딱히 뜸을 들이며 애태우지 않고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없어요.”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래서 가끔은 어떻게 맞춰가고 연애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표현하는 것도 서툴러서 재윤 씨를 불편하게 만들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전혀요.”연재윤이 말을 마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서연 씨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요. 오히려 제가 걱정해야 하죠.”그가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나면 서연 씨가 그때 내린 결정을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돼요.”그는 스스로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조금은 엉망인 구석이 있다고 여겼다. 또한 주서연 역시 성지윤처럼 그저 제 도움을 받은 것에 고마움을 느껴 순간적인 충동으로 호감을 품은 게 아닐까 내심 두렵기도 했다.화면 속의 연재윤을 바라보던 주서연은 가슴 한구석이 걷잡을 수 없이 말랑해졌다.“순간적인 충동 같은 거 아니에요. 만약 그런 충동이었다면 왜 지난 그 오랜 세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겠어요?”그녀는 한층 진지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재윤 씨, 저 재윤 씨 좋아하는 거 정말 깊이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에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고 거기에는 그 어떤 다른 계산도 섞여 있지 않아요.”연재윤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고백을 받아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성지윤도 그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하민지 역시 술기운을 빌려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성지윤의 호감은 호기심이나 일시적인 흥미에 더 가까웠고 하민지의 고백은 말할 가치도 없을 만큼 가벼운 부류였다.그 두 사람의 고백을 마주했을 때 연재윤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고 그저 귀찮고 성가실 뿐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로맨스 체질이 아니라 이런 감정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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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정말 미워요

아침 식사는 병원 근처의 소박한 밥집에서 해결했다. 식당 분위기도, 마주 앉은 이들의 태도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원보라는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주태섭의 일을 두고 몇 마디 위로를 건넸을 뿐 식사 내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연재윤이 계산을 끝내자 세 사람은 함께 가게 밖으로 나왔다.하늘은 여전히 흐려 있었고 비는 멈췄지만 금방이라도 억수같이 쏟아질 기세였다.원보라가 말했다.“난 병원까지 같이 안 갈 거야. 오늘 비행기 타느라 새벽에 일어났더니 피곤해서 말이지. 들어가서 잠이나 좀 자야겠다.”연재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그가 뒷말을 채 잇기도 전에 원보라가 말을 가로챘다.“택시 타고 가면 되니까 굳이 데려다줄 필요 없다.”마침 길가로 택시 한 대가 지나가기에 그녀가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웠다.택시가 멈춰 서고 원보라가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창문을 아래로 내린 채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주서연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줄 알고 기다렸으나 원보라는 차가 출발할 때까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택시가 도로 저편으로 사라지자 주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몸을 돌려 연재윤을 품에 꼭 안았다.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한 연재윤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왜 그래요?”주서연도 제 감정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지 주춤한 모습이었다.“어머니와 지내는 모습이 생각보다 되게 조심스러워 보여서요.”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도 연재윤이 반찬을 건네자 원보라는 즉시 고맙다며, 알아서 먹을 테니 번거롭게 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연재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원보라와 함께 있을 때면 늘 이런 식이었다. 모자 관계라기에는 남처럼 서먹하고 조심스러운 순간이 너무 많았다.지난 세월 동안 두 사람이 함께 살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가족이니 애정이야 당연히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겠지만 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거대한 마음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원보라는 문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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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찾을 능력

서인준은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서지혁의 집을 찾았다. 그는 곧장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양사 간에 합작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 결재 서류를 들고 정식 업무차 방문한 것이었다.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서정우는 삼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힐끔 보더니 그저 반갑게 인사를 한 번 건넬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후 꼬마 정우는 장난감 삽을 손에 쥐고 거실로 쪼르르 들어왔다.“엄마.”하시윤은 소파에 앉아 서시은과 놀아주는 중이었다.“응, 왜 그래?”서정우가 물었다.“재윤 삼촌은 왜 요즘 며칠 동안 안 와요?”하시윤은 짐짓 놀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재윤 삼촌 멀리 출장 간 거 몰랐어?”전혀 몰랐던 서정우는 얼른 다가와 소파 위로 기어오르며 물었다.“그럼 언제 돌아와요?”“한참 걸릴 거야.”하시윤이 다정하게 타이르며 물었다.“왜, 삼촌이 보고 싶어?”서정우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보고 싶어요.”“삼촌이 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삼촌이 사다 주는 장난감이 갖고 싶은 거야?”“삼촌이 보고 싶은 거예요.”서정우가 아주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삼촌은 오면 항상 나랑 같이 놀아줬단 말이에요.”하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연재윤은 매번 이 집에 올 때마다 바쁜 업무가 있든 없든 마당에서 서정우와 먼저 한바탕 놀아주곤 했다.가끔은 돕는답시고 훼방을 놓아 서정우를 곤란하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이 집에 와서 서정우와 가장 많이 놀아준 사람은 단연 연재윤이었다.하시윤이 서정우를 보며 제안했다.“그럼 삼촌한테 영상 통화 한번 걸어볼까? 얼굴 보게.”“네!”서정우는 신이 나서 잽싸게 마당으로 달려가 장난감 삽을 제자리에 둔 뒤 다시 쪼르르 들어와 소파 위로 올라왔다.엄마를 빤히 바라보던 서시은도 오빠의 말을 흉내 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오빠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라 하겠다는 듯 제법 다부진 목소리였다.“네!”말을 마친 서시은은 오빠를 돌아보며 눈꼬리가 휘어지게 활짝 웃었다.“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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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누가 내 여자를 넘보래?

서정우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첫날 아침, 하시윤은 아주 일찍부터 눈을 떴다.아이가 유치원에 가져갈 짐이야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우의 가방을 열어보고 또 열어보았다. 간식거리와 물병, 그리고 여벌 옷 한 벌이 전부인 가방 속을 대여섯 번도 넘게 확인하는 중이었다.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서지혁이 풋 웃음을 터뜨렸다.“유치원에서 허락만 해 준다면 너도 같이 입학시키고 싶어.”하시윤은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농담임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불안해서 그래. 평소에도 집에서 늘 내 시야 안에 두고 키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는 돌봐줄 사람이 항상 있었잖아. 그런데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을 다 보셔야 하니까 아무래도 손길이 덜 미치지 않을까 싶어서.”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서지혁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네.”서지혁이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점심때 경순 아주머니가 바로 데려올 거니까 걱정 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올 거야.”정우가 다닐 유치원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직 아이의 식단을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준 것은 아니었기에 점심은 집에 데려와 먹이기로 조인경과 미리 이야기를 끝내둔 터였다.하시윤은 서지혁의 품에 쏙 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서지혁은 품에 안긴 하시윤을 바라보다가 마당에서 김인순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막내 시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나중에 우리 공주님 유치원 보낼 때는 아주 밤잠도 못 자겠군.”그 말에 하시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마당 쪽을 내다보았다.“아휴, 생각하기도 싫어.”서시은은 워낙 낯가림도 없고 아무에게나 방긋방긋 잘 웃어주는 데다 겁도 없어서 나중에 유치원으로 내보낼 생각을 하면 정우 때보다 훨씬 더 애가 탈 것이 분명했다.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마친 뒤 서지혁과 하시윤은 조인경,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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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달콤한 휴식

식사를 마쳤을 때쯤에는 이미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연재윤은 서인준을 바래다주고 쉬게 할 생각이었다.서인준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병원에 한 번 가보자. 가볍게 문안이라도 드려야지.”그 말에 주서연이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먼저 들어가서 쉬고 내일 가도 돼요.”“안 피곤해요.”서인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도 도리는 지켜야지요.”서인준이 고집을 부리자 주서연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고 세 사람은 다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입원 병동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자마자 주태섭 병실 문 앞에 웬 사람 하나가 도둑처럼 기웃거리고 있었다.주서연은 흠칫 놀라며 연재윤을 바라보았다.“성지윤 씨 같은데요?”성지윤이었다.그녀는 병실 문 유리에 바짝 얼굴을 대고 안을 훔쳐보느라 뒤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주서연이 다가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거기서 뭘 그렇게 봐요?”“쉿, 목소리 좀 낮춰.”성지윤이 깜짝 놀라며 속삭였다.“들키면 안 된단 말이야.”주서연은 대답 없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성지윤은 어찌나 몰두했는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참다못한 연재윤이 결국 굳은 얼굴로 나섰다.“성지윤.”성지윤은 짜증스럽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내가 목소리 좀 낮추라고 했지...”순간 성지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두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얼굴에 당황스러움과 짐짓 태연한 척하려는 기색이 교차하며 꽤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연출되었다.주서연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아빠, 엄마.”서인준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주 회장님, 저 왔어요.”주태섭은 서인준이 방성에 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병원까지 찾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병상에 맥없이 기대어 누워 있던 그는 서인준을 보자마자 얼른 허리를 곧게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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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지나간 날들

해 질 무렵, 연재윤에게서 식당을 예약해 두었으니 바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마침 채비를 마쳤던 서인준은 알겠다고 답한 뒤 호텔을 나서 알려준 위치대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연재윤과 주서연뿐만 아니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서인준은 순간 주춤했으나 이내 연재윤의 친구들일 것이라 짐작했다.그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답게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아주 시끌벅적하네.”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성격이 더 활달하고 싹싹했다.“형! 얼른 이리 와서 재윤이 형님 옆에 앉으세요.”서인준이 가던 걸음을 멈칫했다.“왜 연재윤은 형님이고, 나는 형이에요?”그는 다가가 자리를 잡으며 핀잔을 주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내가 연재윤보다 나이가 많은데.”연재윤은 서인준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메뉴판을 건네주며 그 무리를 향해 쐐기를 박았다.“너희는 그런 거 신경 쓸 거 없어. 그냥 형이라고 불러.”서인준도 굳이 그 자리에서 따지지 않고 메뉴판을 훑어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 두 가지를 주문했다.종업원이 물러가자 연재윤이 정식으로 주서연과 서인준을 소개했다. 주서연은 제 여자친구이고 서인준은 제 동생이라는 식이었다.친구들은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형수님, 안녕하세요! 인준이 형, 안녕하세요!”서인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얼굴이 붉어진 주서연과 뻔뻔하게 웃는 연재윤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그는 나지막이 한마디를 덧붙였다.“내가 형님이라니까.”이윽고 시원한 냉채 요리와 함께 주문한 술이 상 위로 올라왔다. 가볍게 맛만 볼 요량으로 조금만 시켰던 터라 잔을 하나씩 채우고 나자 금방 술병 바닥이 보였다. 모두 기분 좋게 첫 잔을 부딪쳐 술을 비운 뒤 본격적으로 음식을 맛보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화제는 자연스럽게 연재윤의 과거 시절로 흘러갔다. 연재윤 역시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 그가 머물렀던 보육원 이야기를 꺼내자 연재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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