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어둠이 짙게 드리운 도로 위, 누런 털을 가진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차들 사이를 위태롭게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뒷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안쓰러웠다.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잔뜩 겁먹은 강아지는 도로 한복판에 멈춰 꼼짝도 하지 못했다.주다현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차 세워요.”운전기사는 즉시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배준기는 눈을 뜨고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요?”“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 한가운데 있는데 너무 위험해요.”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사모님!”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소리치며 급히 뒤따라 나갔다.주다현은 조심스럽게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내가 널 구해줄게.”주다현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손을 내밀었다.강아지는 크고 둥근 눈에 공포를 가득 담은 채, 계속 뒷걸음질 쳤지만 다리 부상 때문에 움직임이 느렸다.그녀가 강아지를 구하러 뛰어내린 데에는 쇼를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하지만 강아지의 불쌍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찡했다.주다현은 천천히 몸을 낮춰 웅크리고 손짓하며 말했다.“멍멍아, 이리 오렴.”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 강아지가 겁에 질려 허둥지둥 차도로 뛰어들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사모님,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위험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오지 마세요. 지금은 너무 겁먹어서 낯선 사람이 가까이 가면 놀랄 수 있어요.”주다현은 운전기사의 행동을 막으며 말했다.“차에 가서 담요 한 장 가져다주세요.”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갔다.주다현은 천천히 강아지와의 거리를 좁히며 계속 부드럽게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난 널 해치지 않을 거야.”눈앞의 강아지는 어릴 적 그녀가 몰래 키우던 똥개 누렁이와 똑 닮았다.누렁이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녀가 죽을 고비에서 구해낸 강아지이자,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누렁이는 돈에 눈이 먼 숙모 때문에 개장수에게 팔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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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한라 플라자에 들어와 SVIP 통로에 멈춰 섰다.“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쇼핑몰 매니저가 곧바로 달려왔고 그 뒤에는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주다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에르메스 버킨 백을 다가오는 사람에게 건네주었다.김지안은 이런 광경을 처음 봐서,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주다현의 뒤쪽에 반걸음 정도 떨어져 서 있었다.그녀는 몇천 원짜리 옷을 입고 있었기에 럭셔리한 공간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지배인의 시선이 김지안에게 잠시 머무르며 놀라움이 스쳤지만 이내 프로다운 능숙함으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맞이했다.SVIP 라운지의 문이 소리 없이 스르륵 열렸다.거의 1000제곱미터에 육박하는 넓고 쾌적한 공간은 최상위 고객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프라이빗 쇼핑 공간이었다.김지안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편안하게 쇼핑을 즐기는구나. 일반 손님들과 마주칠 일조차 없다니.'주다현은 김지안의 반응을 슬쩍 훔쳐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시즌 신상품은 다 준비됐나요?”그녀는 소파 가운데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네, 모두 준비되었습니다.”점장은 정장을 입고 몸을 반쯤 굽힌 채, 아이패드 화면을 스크롤 했다.“이번 시즌에 새로 나온 신상품들입니다. 사모님의 취향에 맞춰 몇 가지를 엄선하여 준비했습니다.”주다현은 점장이 건네는 아이패드를 받아 들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휘휘 저었다.김지안은 주다현의 행동을 관찰하며 조용히 따라 했다. 그래야 자신이 좀 더 여유 있어 보일 테니까.주다현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지안 씨,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편하게 고르세요. 말씀만 하시면 바로 가져다드릴 겁니다.”“와, 이 원피스들 진짜 예쁘네요.”김지안은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겼다.하지만 가격표를 본 순간 숨을 들이켰다.“가격이 너무 비싸요.”평범한 드레스 한 벌 가격이 몇백만 원을 호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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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말을 마친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려 탈의실로 향하려 했다. 그때 주다현이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하죠. 안 어울리면 억지로 입을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예뻐 보여도 정작 자신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말을 마친 주다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다행히 이건 그냥 원피스니까 안 어울리면 다른 걸 입으면 되지만 사람이 그렇다면...”김지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쏘아보았다.그 순간, 주다현이 자신을 향해 경고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하지만 주다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슬쩍 화제를 돌렸다.“제가 보기에 지안 씨에게 잘 어울릴 만한 옷들이 몇 벌 있더라고요. 나중에 한 번 입어보는 게 어때요?”김지안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탈의실로 쏜살같이 달려가 문을 세차게 닫았다.쾅!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그 후 한 시간 동안 김지안은 쇼핑에 푹 빠져 어울리든 말든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옷부터 액세서리, 가방부터 신발까지, 닥치는 대로 쓸어 담다시피 했다.주다현은 옆에서 그저 차를 마시거나 패션 잡지를 넘기며 지켜볼 뿐이었다. 어차피 나가는 돈은 배씨 가문 돈이니까.그녀는 배씨 가문이라는 새장 속에 갇힌 카나리아에 불과했다. 겉으로는 영화로워 보이지만, 정작 자기 몫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없었다.재정권이 시어머니가 될 서경희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그녀가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건 고작 몇백만 원의 용돈, 사치품을 사려면 어쩔 수 없이 배씨 가문의 공금 계좌를 써야 했다.서경희는 그녀의 모든 소비 내역을 샅샅이 꿰뚫고 있었다.주다현은 사치품을 구입한 뒤 슬쩍 되팔아 현금으로 바꾸거나, 짝퉁으로 바꿔치기할 궁리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집안 곳곳에는 서경희가 심어 놓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의 사치품과 보석은 따로 전문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손을 써 비자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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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일찍 문을 닫은 한적한 바 안.주다현은 칸막이 좌석의 소파에 매끈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 다리를 살짝 흔들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배어 나왔다.그녀는 오른손에 와인 잔을 들고 몽롱한 눈빛으로 붉은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오늘따라 좀 이상하네.”임시은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주다현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는 조금 풀려있었고 입가에는 억지웃음이 걸려 있었다.“안 보여? 나 지금 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잖아.”임시은은 농담조로 말했다.“어머, 부자 마님도 고민이 다 있네.”주다현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며 자조적인 어조로 말했다.“내가 무슨 부자 마님이야? 그냥 돈 많은 집에서 돈이나 받아 쓰는 팔자지.”임시은은 그녀가 괜히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담뱃갑에서 가느다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애도 있고 돈도 많고 남편에게 시달릴 일도 없는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래? 네 팔자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줄 알아?”주다현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배준기가 돌아왔어.”“어머!”임시은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 사람 3년 전에 비행기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은 거 아니었어?”배씨 가문은 아직 배준기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아마 그가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기자회견을 열어 대대적으로 알릴 모양이었다.그래서 바깥세상 사람들은 배준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주다현은 묵묵히 와인 잔을 매만지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어떤 어부 부녀가 그를 구해줬대. 월영도라는 섬에서 3년 동안 살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어.”짧은 말에 엄청난 정보가 담겨 있어 임시은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내용을 곱씹었다.“진짜야?”“당연히 진짜지. 내가 그런 거짓말을 지어낼 만큼 한가해 보이니?”그녀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지만 임시은에게는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임시은은 감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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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다르지. 내가 왜 너한테까지 와서 술을 마시는지 알아? 형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도 잘 알잖아. 나랑 배준기는 감정 따윈 없어.”말을 하면서 그녀는 3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한라 그룹 최고층 사무실에서.주다현은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대표님, 저 임신했어요. 당신 아이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일부러 떨리는 듯했다.말이 끝나자 시간은 멈춘 듯했다.배준기는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지워.”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라고요?”주다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아이잖아요. 아이를 원하지 않으세요?”“우리 아이?”배준기는 비웃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주 비서, 네가 무슨 속셈으로 내게 접근했는지 뻔히 보여. 순진한 척 능숙하게 꼬리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걸 보니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모양이던데.”주다현은 분노에 휩싸여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대표님도 그날 밤이 저의 첫날밤이었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배준기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그건 수술로도 복구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나는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제 첫 남자이고 유일한 남자예요. 맹세할 수 있어요.”“그래? 그럼 영광이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이 아이를 지워야 한다는 결말은 바뀌지 않아.”주다현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렇게 매정하시면 안 돼요.”“왜 안 돼?”배준기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고 뼈가 부서질 듯 힘을 주었다.“아파요.”주다현은 두 손으로 남자의 손목을 잡고 그의 손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잘 들어.”남자는 몸을 굽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침 9시에 수술받을 수 있도록 사람을 준비해놓을게.”주다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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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임시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기억을 되찾은 후에, 너를 내쫓을까 봐?”“날 내쫓는다고?”주다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죽이려 들지도 몰라.”그가 탐탁지 않아 하는 핏줄을 낳았으니까.“설마, 네가 그렇게 예쁜 아들을 낳아줬는데 아무리 그래도 죽이기야 하겠어?”주다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스스로가 좀 변태 같다고 생각했다. 배준기가 배형주를 안고 뽀뽀하고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임시은은 담배를 비벼 끄며 말했다.“애초에 배준기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재벌가가 그렇게 쉽게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너는 얼굴도 예쁘고 명문대까지 나왔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뭐라도 해낼 수 있었을 텐데...”‘노력?’주다현은 속으로 되물었다.‘내가 노력을 안 했던가? 노력해서 쓸모가 있었던가?’끔찍한 기억들이 썰물처럼 밀려들었다.어머니는 그녀를 낳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버지는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아 헤매느라 젖먹이였던 그녀를 삼촌 부부에게 맡겨두고 떠돌았다.그 후 몇 년, 아버지는 밖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돈을 부쳤지만 단 한 번도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부모 없는 잡종이라고 손가락질받았다.그러다 일곱 살 되던 해,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결국 그녀는 완전히 버려진 아이가 되어 마지막 기댈 곳마저 잃었다.삼촌 부부는 아버지의 사망 보상금 1억을 가로챘을 뿐만 아니라 짐승처럼 그녀를 학대했다.빛조차 들지 않는 어둡고 습한 작은 집에서 그녀는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끝없이 일해야 했다.숙모의 모진 학대와 폭언, 술에 취한 삼촌의 폭력, 그리고 사촌 오빠의 끈적하고 소름 끼치는 시선에 서서히 그녀의 심리는 비틀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영악해졌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으며 상황에 따라 능글맞게 처신했다. 심지어 숙모의 모진 구박에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가끔씩 그런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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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 신분은 그 누구도 알아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조작된 과거를 담고 있었다.그 후 그녀는 아무런 가책 없이 명문대를 졸업한 부유한 해외 유학생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그리고 그녀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채우기 위한 질주가 시작되었다.배준기는 그녀의 첫 번째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순결을 앗아간 첫 번째 남자였다.주다현은 자신이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그녀는 확실히 계략과 거짓말로 자신의 삶을 점점 더 윤택하게 만들었으니까.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감히 배씨 가문과 같은 초호화 재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다현아?”임시은이 걱정스러운 듯 그녀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혹시 취한 거니?”“아니, 멀쩡해.”주다현은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잠시 끊겼던 말을 이어나갔다.“만약이라는 건 없어.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난 여전히 이 길을 택할 거야.”왜냐하면 배형주는 그녀 인생의 한 줄기 햇살이자 그녀가 가장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주다현은 집으로 돌아왔다.아이 방 앞을 지나가는데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배준기는 배형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배형주는 잠옷을 입고 신이 나서 새 장난감 비행기를 흔들었다.김지안은 배형주의 다른 쪽에 앉아 손에 든 케이크 조각을 그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형주야, 한 입 더 먹자.”배형주는 순순히 한 입 먹고는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 비행기 모형을 들고 뛰어다녔다.“비행기 날아간다!”아늑한 분위기의 아이 방에서 그들 세 사람은 함께 웃고 떠들며 마치 행복한 가족의 모습처럼 보였다.주다현은 김지안의 손에 들린 케이크를 쏘아보며 예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어린아이에게 케이크를 먹이다니.주다현은 문을 활짝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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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배씨 가문 저택의 테라스에서는 소규모 개인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현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배준기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들이었다.모두 부유하거나 귀한 집 자제들이었다.윤명휘, 그린 테크놀로지의 외아들. 키 186cm에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조예준, 조인 에너지의 차남, 키 187cm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전형적인 바람둥이였다.진도윤, 진흥 모빌리티의 장남, 키 187cm에 혼혈 외모를 가진 과묵한 성격이었다.배준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윤명휘는 소파에서 튕겨 나가듯 달려와 배준기의 뺨을 잡아 늘였다“대박, 진짜 살아 돌아왔네! 혹시 딴 놈이 성형해서 사칭하는 건 아니겠지?”배준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윤명휘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 꺾어 테이블에 엎어버릴 뻔했다.“으악! 아파, 아파, 아파!”윤명휘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젠장, 기억을 잃어도 사나운 건 여전하네!”진도윤은 무심하게 말했다.“저 반응 보니까 배준기 맞아.”배준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우리 잘 아는 사이야?”세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당연하지!”윤명휘는 아픈 팔목을 감싸 쥐며 투덜거렸다.“우리는 빤스도 같이 입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라고!”배준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예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준기야, 너 왜 이렇게 까매졌냐? 3년 동안 탄광에라도 갔었어?”윤명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듣자 하니 얹혀살면서 매일 물고기 잡고 파는 일을 했다던데, 안 탈 수가 있겠어?”조예준도 농담조로 말했다.“간이 배밖에 나왔나? 어떻게 감히 한라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한테 생선을 팔라고 시켰대?”“틀렸어, 물고기도 잡았지.”윤명휘가 짓궂게 덧붙였다.사람들은 2초 동안 침묵하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고 웃음소리가 테라스 전체에 울려 퍼졌다.배준기는 별다른 표정 없이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살아 있으면 된 거지.”“그러게 말이야.”조예준은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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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사진 속 네 사람은 풋풋한 소년의 모습으로 헬기 앞에 서 있었고 뒤로는 알미스산맥의 설산이 펼쳐져 있었다.“그때 누가 제일 빨리 슬로프 아래까지 내려가는지 내기를 했었지. 상금도 어마어마했는데, 넌 괜히 허세 부리며 전 세계에 단 세 대뿐인 슈퍼카를 내걸었다가 결국 보기 좋게 넘어져서 다리까지 부러졌잖아.”배준기는 사진 속에서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에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그래서 그 차는 지금 어디 있는데?”“당연히...”윤명휘는 깃을 다듬으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내 차고에 있지.”배준기는 이제 거의 확신했다. 이 녀석들은 분명히 자신을 놀려먹는 게 취미인 악동들이고 자신이 기억을 잃은 틈을 타 신나게 과거 흑역사를 폭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나는 빛나는 업적이 하나도 없어?”“물론 있지.”윤명휘가 대답했다.“준기 도련님의 위풍당당한 업적은 셀 수도 없이 많지.”“그런데 왜 말 안 해.”윤명휘는 입꼬리를 올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생각에는 창피한 일이 너를 더 자극해서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우리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너를 위해 애쓰는데 감동은커녕 짜증만 낼 거야!”그 작은 눈빛은 마치 서운함에 젖은 새색시 같았다.배준기는 불편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그럼 계속 얘기해 봐.”결국 세 명의 친구들의 기억 폭격 속에서 그는 자신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어렸을 때는 성격이 괴팍하고 강압적이었으며 폭주와 같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했다.성인이 된 후에는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냉철한 인물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간단히 말해, 그는 절대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될 위험한 인물이었고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되갚아주는 잔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이는 어머니가 묘사했던 품행이 바르고 온순한 모범생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는 어머니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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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호화 저택의 어느 숨겨진 방.주다현은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테라스의 감시 카메라 화면을 불러왔다.배준기가 집에 돌아온 첫날부터 그녀는 이 저택 곳곳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다.그녀는 항상 배준기의 동향을 주시해야 했다.주다현은 감시 카메라 화면을 보면서 이어폰으로 네 남자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고 모든 단어가 또렷하게 들렸다.그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두 손은 점점 더 격렬하게 주먹을 쥐었다.‘감히, 이 녀석들이 배준기를 부추겨 돈으로 나를 쫓아내려고 하다니! 천만에!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쉽게 놓아줄 내가 아니지!’형주를 낳기 전이였다면, 수많은 난관 앞에서 돈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택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형주가 있기에,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아들을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만약 그녀가 비굴하게 물러난다면 배 씨 가문은 결코 그녀가 아들을 데려가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기적으로 아이를 빼앗아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파렴치한 짓은 할 수 없었다.배준기는 십중팔구 자신과 어울리는 배경을 가진 여자와 정략결혼을 하고 그들의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삼을 것이다.그렇다면 배형주는 그 아이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잊히거나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비극을 막아야만 했다.주다현은 천천히 컴퓨터를 덮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눈빛을 단단히 굳혔다.“아들, 걱정 마. 엄마는 영원히 네 엄마일 거야. 엄마가 네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치워버리고 네가 배씨 가문의 적장손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해줄게.”...주다현은 넓고 밝은 드레스룸으로 와서 하얀 손가락으로 다양한 종류의 잠옷이 걸린 옷걸이를 훑어보더니 슬립 원피스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꺼내서 갈아입었다.물론 외모로 남자를 붙잡는 게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면 이 방법뿐이었다.욕실 문이 열리며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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