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김지안은 고개를 숙여 거칠고 타서 까만 피부와 주황빛 곱슬머리를 보았다. 귓가에는 배준기가 했던 말이 맴돌고 있었다.‘안 어울려.'심지어 주다현의 경멸 어린 눈빛과 피팅룸에서 직원들이 웃음을 참던 모습까지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차가 마침내 다시 출발하자 김지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모두가 자신을 얕본다면 반드시 연예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리라 다짐했다.여예나처럼 찬란한 빛을 내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만들겠다며 말이다.결심을 굳힌 김지안은 핸드폰을 꺼내 일반인이 어떻게 대스타가 되는지에 관한 글을 검색했고 많은 인기 스타들이 무명 시절에는 별로 예쁘지 않았고 유명해진 뒤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 사실은 그녀에게 아주 큰 용기를 주었다.그렇게 김지안은 서둘러 배준기에게 전화를 걸었고 십여 초 후에야 전화가 연결되었다.“무슨 일인데?”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무척 차가웠던지라 김지안은 마음속의 씁쓸함을 눌러 담으며 말했다.“오빠, 전에 한 말 아직 유효해요?”“내가 무슨 말 했는데?”“내가 하고 싶은 거 전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했었잖아요.”전화기 너머는 잠시 침묵했다.“그래. 하고 싶은 건 찾았어?”“네. 찾았어요.”김지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연예인이 될 거예요.”배준기는 다소 놀라며 말했다.“하지만 넌...”“저한테 안 어울린다고 말하지 마세요.”김지안이 먼저 그의 말을 끊었다.“연예인은 전부 이미지 포장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제 조건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좋은 회사가 절 잘 포장만 해주면 반드시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배준기는 몇 초간 다시 침묵하다가 더는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그래. 약속하지.”“정말요?”김지안의 두 눈이 반짝였다.“말했잖아.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김지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역시 오빠는 여전히 날 신경 쓰고 있을 줄 알았어요.”“너무 기뻐하지는 마. 연예인은 쉽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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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어느 한 화려한 피부과 VVIP 룸 안.주다현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은 채 미용사의 관리를 즐기고 있었고 옆 침대에는 임시은이 누워 있었다.임시은은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주다현을 불렀다.“다현아.”“왜?”주다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부드럽게 대답했다.“네가 원하는 진단서는 해결했어.”임시은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 말에 주다현은 천천히 눈을 뜨며 손짓해 미용사에게 자리를 피해달라고 했다.문이 닫히자 주다현은 마스크팩을 붙인 채로 몸을 일으켰다.“시은아, 고마워.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임시은은 그런 그녀를 힐끗 보았다.“우린 친구잖아. 친구 사이에 그런 말이 필요해?”“친구니까 계산은 더 정확히 해야 하는 거지. 내 소중한 친구를 막 부려먹을 수는 없잖아. 이 진단서 위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알아.”“알았어.”임시은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말할게. 이제 솔직하게 말해봐. 이 우울증 진단서를 어디다 쓰려고?”주다현은 숨김없이 말했다.“더 불쌍하게 보이려고 그래. 내가 배준기를 안쓰럽게 여기는 것만으로는 안 돼. 배준기도 날 안쓰럽게 여기게 만들어야지.”“안쓰럽게 여기게 만들겠다고?”임시은은 의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그게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 그 사람이 널 사랑하지 않으면 네가 코앞에서 죽어도 꿈쩍하지 않을걸.”주다현의 시선이 내려가고 막 받은 화려한 네일은 감상하며 무심하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어.”“그동안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어. 매달리는 거로 어떻게든 배준기와 관계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날 완전히 믿지는 않아. 요즘 계속 나한테 들쑥날쑥한 걸 보면 알아. 그래서 얼른 날 완전히 믿을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해.”임시은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쯧쯧, 애까지 낳아주고 같이 자기도 했는데 아직도 널 경계하는 거야? 너만큼 비참한 사람은 없을 거야.”임시은의 말에 주다현은 임시은을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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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돈만 있으면 넌 뭐든 할 수 있잖아. 그냥 편히 누워서 지내도 되고 시댁 눈치도 안 봐도 되고 얼마나 자유로워!”주다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형주가 있으니까 그렇게 내버려 두고 갈 순 없어. 형주를 위해서라도 계획을 세워야 해. 나 혼자 떠나는 건 안 돼.”“내가 보기엔 넌 생각이 너무 많아. 형주는 배씨 가문의 유일한 장손인데 누가 감히 그 아이를 괴롭히겠어?”“그건 모르는 일이야. 나중에 배준기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형주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어. 재벌가에서는 친형제끼리도 이익 때문에 서로 죽이고 죽이는 판이야. 하물며 배다른 형제는 오죽하겠어.”“어차피 문제의 근원은 배준기니까 배준기를 없애면 되는 거 아닌가?”임시은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을 들어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어때?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주다현은 임시은은 힐끗 보았다.“별로야. 배준기를 없앤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떠나서 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나랑 형주한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배준기가 아무리 그래도 배형주의 아버지였다.그녀는 시아버지에게 두 명의 혼외자식, 신유성과 신유나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둘이야말로 배형주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물론 배준기가 기억을 되찾으면 자신을 버리고 배형주에게 배다른 형제를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배준기를 없애는 건 제정신이 아닌 짓이었다.임시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간단하지. 문제가 될만한 사람들을 다 없애버리면 형주도 안전해지지 않겠어?”주다현은 임시은이 농담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내가 왜 이제야 알았을까. 네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임시은은 웃으며 말했다.“그야 네가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거 같아서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그런 거잖아.”그러면서 가방을 집어 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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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한라 그룹 56층 대표실.배준기는 책상 앞에 앉아 깊고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똑똑.짧은 노크 후 지성우가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왔다.“대표님, 이건 요청하신 자료입니다.”그는 잘 밀봉한 서류 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지만 배준기는 바로 집어 들지 않았다.“전부 다 확인했어요?”배준기는 낮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기 힘들었다.“네, 모두 확인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주다현 씨는 정말로 해니다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성함은 주영태, 대학교수였고 어머니 성함은 홍은정, 개인 병원 의사였습니다. 지금은 모두 해니다에 정착했습니다...”지성우는 조사한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여기 보시면 주다현 씨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사진과 성적표가 있습니다.”배준기는 서류 봉투를 열어 사진 뭉치를 꺼냈다.사진 속에는 주다현을 아주 닮은 어린 소녀가 자동차 장난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이 사진들은 감정해봤어요?”지성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네, 감정해봤습니다. 전부 본인이었습니다.”배준기는 지성우를 스치듯 보고는 말했다.“그래요. 나가봐요.”지성우가 나간 뒤 배준기는 사진을 옆에 두고 더는 들여다보지 않았다....그날 밤.주다현은 실크 가운을 걸치고 목선이 살짝 드러난 채 과일과 수제 다과가 담긴 쟁반을 들고 서재 문 앞에 섰다.똑똑.가벼운 노크 소리가 끝나고 주다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들어가도 돼요?”“들어와요.”배준기의 낮고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주다현은 어깨로 문을 밀며 들어오면서 일부러 가운 깃이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했다.배준기의 시선이 모니터에서 그녀에게로 옮겨간 순간 멈칫했다.“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주다현은 적당한 미안함이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뇨.”배준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아 그녀가 든 쟁반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 마침 출출했는데.”주다현은 자연스럽게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우아하게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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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배준기는 간식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요.”주다현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예전부터 당신이 이걸 좋아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주방에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배준기는 순간 멈칫하며 기억을 더듬었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히 내 입맛에는 맞네요.”“좋아한다니 다행이에요. 혹시나 당신 입맛이 변했을까 봐 걱정했거든요.”배준기는 포크를 내려놓았다.“다현 씨, 사실 뭐든 나한테 맞추지 않아도 돼요. 먹는 거, 입는 거... 난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월영도에서 3년 넘게 고생한 그는 예전의 사치 따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기뻐하는 걸 보면 나도 행복해져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게 되는 거예요.”배준기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고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여보, 왜 그렇게 봐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아뇨.”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다현 씨, 그동안 쭉 궁금했던 게 있어요.”“뭔데요?”“우리... 정말로 사랑한 적 있었어요?”그 말에 주다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여보, 왜 그런 걸 묻는 거예요? 혹시 내가 싫어진 거예요?”주다현의 목소리에는 서러움이 묻어나 있었고 배준기는 그런 그녀를 꿰뚫어 보듯 빤히 보았다.“싫어한 적 없어요. 당신은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이니까요. 어떤 남자라도 당신을 거부하지 못할 거예요.”“그럼 당신은요?”주다현은 숨을 고르며 매혹적인 눈빛에 기대를 담아 물었다.“난 다른 남자 말고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배준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나도 예외는 아니죠.”주다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부러 감격한 듯 말했다.“여보, 진짜예요? 정말로 날 좋아해요?”“네, 좋아해요.”“기뻐요!”주다현은 바로 남자의 품에 파고들었고 실크 가운이 어깨에서 절반쯤 흘러내렸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은 기억을 잃어도 여전히 날 좋아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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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아침이 밝았다.배준기는 천천히 눈을 뜨며 습관처럼 옆을 더듬었지만 익숙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을 번쩍 뜨고 옆을 보니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고 은은한 향기만 남아 있어 마음이 어딘가 허전했다.몸을 일으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으려 했다.핸드폰은 침대 머리맡 협탁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고 다소 허공에 떠 있었다.손끝이 기기에 닿자마자 갑자기 기울더니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배준기는 그제야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몸을 숙여 핸드폰을 주울 때 우연히 협탁 서랍이 조금 열려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침실의 서랍들은 늘 주다현이 쓰는 것이라 가끔 여는 걸 본 적 있기도 했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괜히 열어보고 싶어졌고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서랍을 열자 잡동사니와 함께 병원 진단서 한 장이 들어있었다.배준기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 위에는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이름: 주다현, 나이: 23세 진단 결과: 우울증 중증 단계, 불안 상태도 동반...]전문 용어가 적힌 것을 보아 진짜 같았고 진단 날짜는 3년 전이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끈 한 문장이 있었다.[상담한 결과 사랑하는 이의 사망과 산후 우울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된 것으로 여겨짐. 가벼운 자해 행동이 있으니 관찰이 필요한 상태.]진단서 뒤에는 몇 가지 약 이름과 복용법이 적힌 처방전도 붙어 있었던지라 배준기의 미간이 점점 더 좁혀졌다.‘자해?'주다현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 함께 지면서도 그는 주다현에게서 우울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때 안방 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배준기는 얼른 진단서를 제자리에 넣고 서랍을 닫은 뒤 막 깨어난 것처럼 행동했다.“여보, 일어났군요.”주다현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불렀다.그는 주다현의 얼굴을 빤히 보며 무심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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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배준기는 주다현을 보며 얼굴에 담긴 부담을 읽고 주다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보아하니 주다현은 배씨 가문에서도 잘 지내지 못한 것 같았다. 아이의 중요한 순간에도 참석하지 못했으니까.그는 요즘 자신이 주다현에게 보인 소원함과 의심, 그리고 지난 3년간의 부재를 떠올리며 마음속에 죄책감을 느꼈다.“그래요. 그럼 형주랜드로 가요.”“여보, 정말 기뻐요.”주다현은 행복한 얼굴로 남편 얼굴에 뽀뽀했다.배준기는 놀이공원 한 번 가는 것으로 주다현이 이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던지라 원래 우울증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 했지만 그 말은 다시 꾹 삼켜버렸다.‘됐어. 그냥 넘어가자.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굳이 지금 그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지.'...그들의 차는 천천히 형주랜드의 VIP 주차장에 들어섰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문을 열어주며 말하자 배준기가 먼저 내린 뒤 손을 내밀어 주다현을 부축하고 배형주를 안아 나왔다.놀이공원 매니저는 이미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빠르게 다가왔다.“대표님, 형주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이미 대표님과 가족들을 위해 최적의 놀이 코스를 짜놓았고 전용 가이드가 안내할 테니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 측 가이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거고 대표님과 가족분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배준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가이드는 필요 없어요. 그냥 우리끼리 다닐게요.”“네, 알겠습니다.”매니저는 센스 있게 VIP 팔찌를 세 개 건넸다.“대표님, 이건 무제한 이용권입니다. 팔에 착용하시면 모든 시설을 대기 없이 이용이 가능하며 전용 휴식 공간과 식사 서비스도 포함됩니다...”주다현은 팔찌를 받으며 말했다.“매니저님은 참 꼼꼼하신 분이시네요.”“별말씀을요. 이건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매니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말했다.놀이공원에 들어서자 배형주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아빠, 회전목마 타요!”배형주는 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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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배준기는 거실로 나오니 주다현은 이미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아무래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주다현은 넓은 가죽 소파에 옆으로 누워 있었고 원피스가 밀착되어 우아한 몸매 곡선을 드러냈다. 옆으로 누운 자세 때문인지 치맛자락이 말려 올라가 하얀 허벅지가 드러나 너무도 유혹적이었다.배준기는 소리 없이 다가가 소파 옆에 서서 어딘가 충동적인 눈길로 주다현을 보았다.가느다란 발목에서 아름다운 종아리, 날씬한 허리선에서 하얀 어깨와 목까지 전부 훑어보았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다현은 정말로 아름다웠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미모의 소유자였다.그래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자신이 처음 주다현을 좋아하게 된 건 단순히 그녀가 아름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배준기는 그녀의 옆 빈자리에 앉아 조용히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다.하지만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 좀처럼 걷히지 않았고 흐릿한 기억은 잘 보이지도 않아 답답하게 만들었다.요 며칠 주다현이 의도적으로 애쓰며 자신에게 맞춰주던 모습과 그 우울증 진단서, 그리고 배씨 가문에서 주다현을 배척하고 경계하던 일이 떠올랐다.이렇게까지 자신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이유가 혹시 그가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의 가슴속을 일렁이게 했다.주다현은 갑자기 가볍게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고 팔을 교차해 잡으며 어딘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정신이 든 배준기는 다시 주다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었다.담요가 주다현의 어깨에 닿자 주다현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작은 신음이 났다.몇 초 후 주다현은 천천히 눈을 떴고 잠에서 막 깬 듯한 눈에는 아직 어리둥절함이 담겨 있었다.“내가 깨운 거예요?”배준기는 나직하게 물었다.“아니에요.”주다현은 소파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원래 잠깐 눈 붙이려고 한 건데 이렇게 깊이 잠들 줄은 몰랐네요.”사실 그녀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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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때의 난 오로지 아이를 위해 억지로 밥을 먹고 잠을 청했었어요. 원래는 혼자 우리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준기 씨 어머니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서야 당신이 떠난 거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난 그래도 우리 형주가 있어서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어머님께는 없었으니까 그 고통은 상상도 못 하겠죠.”“그래서 여러 번 고민한 끝에 다섯 달쯤 되었을 때 임신한 몸으로 배씨 가문으로 찾아갔어요... 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모두가 날 돈에 눈이 먼 여자로 여길 거라는 거.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당신이 떠나고 힘들어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난 모든 오해를 묵묵히 혼자 감수하기로 했고 언젠가 모두가 나를 살갑게 받아줄 거라 믿었어요. 사람들이 내가 그런 여자가 아님을 알게 되리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내가 틀렸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난 그 집안에서 외부인이었을 뿐이었죠. 마침 그 시기에 형주를 낳아서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산후 우울증에 걸렸죠.”마지막에 주다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준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난 1년 전부터 약을 끊었고 이젠 마음도 아프지 않아요. 특히 당신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내가 우울증이었다는 걸 잊을 정도였어요.”비록 그녀가 그의 죄책감을 이용해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싶었지만 과유불급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 병은 그저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는 정도여야지 지금도 있다고 하면 그와 결혼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었으니까.그녀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주다현을 보는 배준기의 눈빛이 복잡해졌다.“미안해요. 내가 당신이랑 형주를 지켜주지 못했네요...”주다현은 불쑥 손을 들어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살짝 대며 막았다.“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난 당신이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나와 형주에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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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오늘은 주다현이 배형주를 데리고 전시회를 보러 왔다.그녀는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고 뒤에는 베이비시터가 따라왔다. 전시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몇 점 그림마다 겨우 한두 명의 관람객이 서 있을 뿐이었다.전시장 전체는 아주 조용했다.“엄마, 이 그림 너무 예뻐요.”배형주는 시골 풍경을 그린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림 속에는 황금빛 밀밭과 이어진 푸른 산, 그리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었다. 너무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주다현은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다정하게 물었다.“형주야, 이 그림이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면 엄마가 사줄게.”여기 있는 그림은 극히 일부 화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매할 수 있었다.배형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저었던지라 주다현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사고 싶다는 거니, 싫다는 거니?”배형주는 어린아이의 특유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이 그림이 좋아요, 예뻐요. 저는 그냥 저 그림 속에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뛰어놀고 싶어요.”주다현은 바로 아이의 말을 이해했다. 아들이 원하는 건 가족 나들이였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그래. 아빠가 시간이 날 때 우리 가족도 저 그림 같은 곳으로 놀러 가자.”“네!”배형주는 아주 기쁜 듯 몇 번 깡충 뛰며 말했다.“놀러 가요!”주다현은 몸을 일으켜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몇 걸음도 걷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낮고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사악한 뱀이 귀를 스치는 듯한 기분 나쁨을 안겼다.주다현은 발걸음을 멈추긴 했으나 곧바로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배씨 가문의 ‘유명한' 혼외자식인 신유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형수님, 왜 저를 모른 척하세요?”남자는 긴 다리를 뻗어 단숨에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주다현은 재빨리 표정 관리를 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공손하지만 차갑게 말했다.“신유성 씨, 여기서 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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