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사모님, 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가정부 김명숙이 숨 가쁘게 뛰어 들어와 외쳤다.주다현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섰고 그녀의 손톱을 칠해주던 네일 아티스트도 손을 멈췄다.“뭐... 뭐라고요?”“큰 도련님이 안 죽고 살아 돌아오셨대요!”김명숙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말했다.주다현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지만 다행히 곁에 있던 가정부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주었다.‘이제 끝장이구나!’배준기가 돌아왔다. 만약 그녀가 멋대로 아이를 낳고 그의 애인인 척하며 그의 집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과거에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준기의 침대에 올라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4개월째 되던 날, 그녀는 당당하게 배준기를 찾아가 임신을 무기로 그와 결혼하려 했지만 배준기는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녀를 비웃으며 10억짜리 수표를 그녀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그리고 아이를 지우라고 하며 그의 말을 어기고 몰래 아이를 낳는다면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겠다고 경고했다.뼛속까지 스며드는 그의 잔혹한 눈빛을 주다현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배준기는 한라 그룹의 후계자로 냉혹하고 냉철하며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었다.그의 비서로 일하던 시절부터 주다현은 그의 인간미 없는 잔인한 면모를 숱하게 목격해왔다.그런데 그녀는 지금 제멋대로 아이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배준기의 숨겨진 애인인 척하며 배씨 가문 별장에 들어와 살고 있으니...주다현은 공포에 질려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헬기 추락 사고로 죽었어야 할 남자가 어떻게 살아서 돌아온 거야?’“사모님, 안색이 너무 안 좋으신데요. 혹시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니세요?”김명숙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주다현은 정신을 차리고는 금세 격앙되고 기쁜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아니에요, 너무 기뻐서 갑자기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 아줌마, 정말 준기 씨가 돌아온 거 확실하죠?”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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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3년 전, 배준기는 개인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했다.추락 지점은 바다였다.구조대는 반 달 넘게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헬기 잔해와 일부 승무원의 시신만 건져 올렸을 뿐이었다.비록 배준기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지만 광활한 바다에서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다.결국 배씨 가문은 배준기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다.사실 추락당일, 중상을 입은 배준기는 고기잡이하던 김 씨 부녀에게 구조되었던 것이었고 부녀는 그를 월영도로 데려갔다.월영도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외딴 섬이라 통신과 교통이 극히 불편하여 외부 소식이 늦게 전달되는 곳이었다.김지안의 아버지 김덕길은 배준기를 극진히 간호하며 섬마을 의원을 불러 치료를 받게 했다.다행히 배준기는 몸이 튼튼하여 반 달 넘게 휴식을 취한 후 완전히 회복되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매일 김씨 집안 일을 도우며 그들의 가족처럼 지냈다.김덕길은 그의 모습에 매우 만족하며 김민천이라는 새 이름까지 지어주며 거의 사위처럼 여겼다.그는 배준기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을 뿐만 아니라 목공 기술과 어업 기술을 전수하며 섬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6개월 전, 김덕길은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배준기의 손을 꼭 잡고 그의 딸 지안을 잘 보살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그리고 몇 달 후. 배준기는 육지로 나가 장사를 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주다현이 배준기의 말을 토대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재구성한 것이다.배준기의 설명은 그저 김 씨 부녀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도왔다는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김 씨 부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배준기가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주다현은 김지안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지안 씨, 우리 준기 씨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두 분은 준기 씨의 생명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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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배형주는 곧 배준기를 발견하고 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 이 아저씨는 누구예요?”어디선가 본 듯 낯익었지만,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주다현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주야, 이분은 네 아빠야. 사진으로 많이 봤잖아. 네가 칭얼거릴 때마다 아빠 사진을 꼭 껴안고 계속 아빠라고 불렀잖아.”그녀는 의도적으로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언급하며 배준기의 반응을 살폈다.배형주는 배준기를 계속 쳐다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아빠라고요?”배준기 또한 아이를 바라봤다.‘눈앞에 있는 나와 꼭 닮은 이 꼬마가 내 아들이란 말인가?’부자는 서로 마주 보며 눈을 크게 떴지만 상상했던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배형주는 작은 눈썹을 찡그리며 2초 동안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사진에 있는 아빠는 하얀데, 이 아저씨는 까만데요.”그 말에 배준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그는 주로 바다에서 일해서 햇볕에 많이 그을린 탓이었다.주다현은 배형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아빠가 햇볕에 조금 타서 그래. 시간 지나면 다시 하얗게 될 거고 그러면 사진이랑 똑같을 거야.”“정말요?”“당연하지.”“그런데 엄마는 아빠가 우주에서 우주비행사라고 했잖아요? 왜 햇볕에 타요?”주다현은 순간 말문이 막힌 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두 돌 반밖에 안 된 아들을 바라봤다.겨우 이 나이의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왜 우주에서는 햇볕에 안 탄다고 생각했어?”배형주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제가 봤는데요, 우주비행사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햇볕에 탈 리가 없어요.”주다현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들의 지능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하긴 그녀도 명문대 출신이고 아이 아빠는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이니 그런 부모를 둔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쉽게 속아 넘어갈 리가 없었다.그녀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아이 아빠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로 했다.“당신이 설명해주는 게 어때요?”배준기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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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녀는 자신의 출신이 너무나 보잘것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만한 배경을 날조해야 했다.현재 그녀의 설정은 명문대를 졸업한 부잣집 딸로, 부모님은 해외에 거주하며 각각 대학교수와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녀가 사장 비서라는 직책에 지원한 이유는 그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였다.주다현은 당연히 그런 평범한 배경으로는 재벌가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렇다고 너무 화려한 배경을 만들어내기에는 당시 그녀에게 그럴 만한 역량이 부족했다.게다가 배씨 가문의 인맥을 고려했을 때 너무 과장된 배경을 내세우면 금세 정체가 탄로 날 위험이 있었다.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눈에 띄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라하게 보이지도 않는 적절한 배경을 선택했다.배준기는 손에 들린 사진들을 묵묵히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도 일지 않았다.그는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당신은 내 비서였고 그러다가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가요?”주다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우리는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신분 차이 때문에 관계를 공개할 수 없었어요.”배준기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봤다.주다현은 이미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빤히 쳐다봐도 조금의 동요도 없이 태연하게 대처하며 오히려 물었다.“준기 씨, 우리가 함께했던 소소한 추억들이 기억나세요?”배준기는 사진첩을 넘기던 손을 멈칫하며 말했다.“미안하지만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주다현은 일부러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깔았지만 금세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되찾으면 돼요.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언젠가는 기억나겠죠.”배준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주다현은 냉담한 반응에도 화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준기 씨, 저는 준기 씨가 지난 3년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정말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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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음 날 아침 일찍.주다현은 천천히 눈을 뜨고 옆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손끝에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공기뿐, 그는 이미 떠난 지 꽤 된 듯했다.‘쳇, 역시 정나미 떨어지는 남자라니!’그녀는 그저 살짝 그를 꼬드겨서 두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었을 뿐이었다.같은 집에 그의 지안이라는 여동생도 있으니 배준기가 그녀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욕망을 과소평가했다.사랑과 육체적 관계는 별개의 문제였다.어젯밤, 배준기는 마치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남자처럼 맹렬하게 그녀를 탐했다.그녀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배준기가 마침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온몸에서 물기를 뚝뚝 흘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주다현은 무심결에 그의 몸을 훑어보았다.남자는 키가 크고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며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를 가진 완벽한 체형이었다. 그의 모든 근육은 단단하고 힘이 넘쳐 보였고 강렬한 남성미를 풍기고 있었다.예전의 그는 하얀 피부를 자랑했으며 탄탄한 복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귀티가 흐르는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냉정해 보이는 구석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뱃일을 많이 해서 햇볕에 그을린 탓인지 오히려 야성적인 매력이 더해졌다.특히 그 부분에서 더욱 그랬다.“침 닦아요.”갑자기 남자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준기는 말을 마치고 왠지 모를 낯선 기분에 휩싸여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그는 자신이 어떻게 저렇게 경박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월영도에서 그는 답답이 김민천으로 통했으며 주변 사람들은 그를 답답하게 여겼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다현만 만나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혹시 이것이 기억을 잃기 전의 나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걸까?’주다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방금 그의 우람한 자태에 넋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수줍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여보, 당신 지금 더 남자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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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식탁 앞에서.주다현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물었다.“지안 씨, 어젯밤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어요?”김지안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는 여자마저도 시선을 빼앗길 만큼 눈부셨다.‘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다현 언니. 어젯밤에는 그럭저럭 잘 잤어요.”사실 그녀는 자신의 방이 오빠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잠을 설쳤고 속으로 주다현을 수백 번도 더 욕했다.그녀는 이 여자가 일부러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낯선 곳에 갓 도착한 데다 얹혀사는 처지였기에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그래요, 다행이네요.”주다현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참, 나를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요.”김지안은 일부러 순진한 척하며 말했다.“하지만 아주머니가 언니랑 준기 오빠는 아직 혼인신고를 안 했다고 하던데요. 결혼도 안 했는데 새언니라고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김지안의 표정이 너무나 순진하고 꾸밈이 없어서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주다현은 스스로가 여우 같은 여자였기에, 이 어린 아가씨의 속셈을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얼굴에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며 윗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배준기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지안아, 다현 씨는 네 새언니가 맞아.”주다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김지안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오빠 말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주다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새언니, 안녕하세요. 이제 됐죠?”주다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안 씨, 새언니라는 호칭이 어색하면 계속 언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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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김덕길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안아,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자.”“아빠, 저 사람 좀 구해줘요.”“안 돼!”“흥, 아빠가 안 구해주면 내가 구할 거예요.”김지안은 그렇게 말하며 바다에 뛰어들어 그를 구하려고 했다.“에휴!”김덕길은 바로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알았다 알았어. 내가 구할 테니까, 넌 여기서 가만히 있어.”그는 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구명 튜브를 가져와 바다에 뛰어들어 그에게 헤엄쳐 갔다.잠시 후, 김덕길은 그 남자를 어선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두 사람의 응급처치 덕분에 남자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콜록콜록!”남자는 격렬하게 기침하며 바닷물을 토해내고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눈을 떴다.김지안은 갑판에 앉아 큰 눈을 뜨고 그를 빤히 쳐다보며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세상에 저렇게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니!’창백한 낯빛에 온몸이 물에 흠뻑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빛나는 용모와 고고한 분위기는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다.“좀 괜찮으세요?”김지안이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하자 김덕길이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아빠, 왜 끌어당겨요?”“넌 뒤에 얌전히 있어. 내가 이 녀석한테 물어볼 게 있으니까.”“아빠.”김지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조용히 해!”김덕길은 목소리를 높였다.김지안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순순히 아버지 뒤에 섰다.김덕길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너 도대체 누구야? 어쩌다가 바다에 떠 있었던 거야?”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저는... 기억이 안 나요...”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힘이 없었다.“기억이 안 난다고?”김덕길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너 설마 연기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경고하는데 딴 마음 먹으면 가만 안 둬.”“아빠, 이제 막 깨어났으니 정신이 없을 거예요.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김지안은 잽싸게 아버지 뒤에서 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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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김지안은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아!”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버지 돌아가신 후, 그녀는 오빠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지금 그녀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뼈저리게 후회되었다.아버지께서는 임종 직전에 김민천을 절대로 월영도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다.그렇지 않으면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을 것이라고.그녀는 아버지의 말씀을 흘려들었고 오빠는 절대 월영도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처음으로 섬을 떠난 오빠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고 한라 그룹의 후계자 배준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식까지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비록 오빠와 그 여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지만, 아들이 있는 만큼 결혼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아, 진작 아빠 말씀을 듣고 평생 섬에서 나오지 말걸.’지금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김지안은 목에 걸린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이것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매번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마다 그녀는 이것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위안을 얻곤 했다.그때, 귓가에 아버지께서 임종 직전에 하신 말씀이 맴돌았다.“절대로 이 펜던트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와 김민천의 인연은 끊어질 것이야.”똑똑똑!“김지안 씨, 방 청소하러 왔는데요. 들어가도 될까요?”집 안의 청소 아주머니들은 모두 아침 식사 시간 틈을 타서 청소하러 들어오는데 청소를 하다가 도구를 가지러 잠시 나간 사이에 문이 닫혀 버린 것이었다. 김지안은 소리를 듣고 황급히 소매로 얼굴을 훔치고 쿠션을 아무렇게나 등 뒤에 밀어 넣은 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조용히 열리고 제복을 입은 중년 부인이 청소 도구를 들고 들어왔다.그녀의 시선은 김지안의 살짝 붉어진 눈가에 잠시 머물렀다가 곧 아래로 향했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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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엄마, 풀어줘요.”주다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차 세우면 엄마가 풀어줄게.”배형주는 얌전히 기다렸다.배준기는 저택의 풍경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을 느꼈다.듣자 하니 어릴 적 이곳에서 지내며 진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졌지만 나중에 할아버지가 배씨 가문으로 데려왔다고 했다.어제 어머니는 그를 그가 살았던 방으로 데려가,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왠지 모르게 분명 모두 따뜻하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인데도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이 치밀었다.어머니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분명 현실은 어머니의 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학을 택하며 일찍이 이 집을 떠나지 않았을 터였다. 이야기를 이어 어머니는 그에게 집안 사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그의 할아버지 배용식은 자수성가하여 배씨 가문의 제국을 건설한 사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중년에 이르러서야 결혼했는데, 상대는 역시 사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진씨 가문의 외동딸 진미경이었다. 그녀가 바로 잠시 후 만나게 될 그의 친할머니였다.두 사람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안끼리의 결합이었고 결혼 후 서로 협력하여 사업을 크게 번창시켰다.현재 배씨 가문과 진씨 가문은 모두 손꼽히는 재벌이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 10년 만에 갑자기 이혼을 발표했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이혼 사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어머니 또한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성격이 너무 강해서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두 사업가형이었고, 결혼 10년 동안 아들 하나만 낳았는데, 그 아들이 바로 그의 아버지 배지원이었다.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략결혼을 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어머니는 그의 손을 잡고 이를 악물고 아버지의 온갖 죄악을 낱낱이 열거했다.알고 보니 아버지에게는 정부와 사생아 두 명이 딸린 또 다른 가정이 있었고 그 사실은 재벌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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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할머니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빠 엄마랑 같이?”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손자가 서 있었다.“준기야... 네가 정말 돌아온 것이냐?”노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배준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노인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주다현은 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준기 씨, 이분이 할머님이세요.”배준기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했다.“할머니, 저 돌아왔습니다.”진미경은 주름투성이의 손을 뻗어 배준기의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지난 3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포기하지 않았어. 마침내 돌아왔구나...”배준기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할머니. 제가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그는 비행기 사고로 바다에 추락했다가 구조되었으며 기억을 잃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진미경은 안쓰러운 듯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괜찮다, 돌아왔으면 된 게야.”그러고는 그의 손을 잡고 차 탁자 옆으로 이끌어 앉혔다.“어디 좀 보자.”주다현은 배형주를 안아 들고 묵묵히 옆으로 비켜서서 두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었다.“준기야, 살이 빠졌구나. 얼굴도 까맣게 탔고.”진미경은 자세히 살펴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지난 3년 동안, 잘 지냈니?”배준기는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했다.“할머니, 저는 잘 지냈어요.”“다행이구나.”진미경은 그의 손을 잡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자가 그 3년의 경험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더 깊이 캐묻지 않았다.그러고 나서 집사에게 사진첩을 가져오라고 시켰다.“이것들이 네가 과거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사진첩이 펼쳐지자, 배준기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주다현은 배형주를 안고 옆으로 다가갔다.배형주는 작은 손을 뻗어 사진 속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이거 아빠 어릴 때예요?”진미경은 어린 증손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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