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21 - Bab 30

100 Bab

제21화

“술은 왜 마셨어요?”배준기는 목이 바싹 마른 채 물었다.“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주다현은 수건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그의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어 넘겼다.그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거의 그의 등에 바짝 붙을 듯했다.“다현 씨...”그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녀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껴안았다.그녀의 팔은 그의 허리를 감쌌고 손바닥은 그의 탄탄한 복근에 닿았다.배준기는 그녀의 뺨이 자신의 어깨뼈에 닿아 따뜻한 숨결이 그 작은 피부 조각을 극도로 민감하게 만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가만히 있어 줘요!”주다현은 작은 목소리로 간청했다.“준기 씨, 오늘따라 너무 슬퍼요. 그냥 안고 있고 싶어요. 잠시면 돼요.”“무슨 일 있었어요?”배준기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와 와인의 깊은 향이 섞여 마치 치명적인 유혹처럼 느껴졌다.“당신, 요즘 나를 피하는 것 같아요.”그녀는 더욱 꽉 껴안으며 말했다.“그래서 너무 슬퍼요. 내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배준기는 드디어 몸을 돌려 주다현의 손목을 잡았지만 떼어내야 할지 더 가까이 당겨야 할지 망설여졌다.“당신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예요.”“그럼 지금은 다 끝났어요?”주다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배준기를 올려다봤다. 붉게 물든 입술이 와인에 젖어 더욱 붉게 빛나고 있었다.‘젠장!’배준기는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내쉬며 주다현을 번쩍 안아 올려 재빨리 침실로 향했다....배준기는 천장을 바라보며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욕망이 남아있었다.그는 주변의 모든 것에 익숙함을 느꼈지만 곁에 있는 여인에게는 아무런 익숙함도 느끼지 못했다.비록 두 사람은 조금 전에 더없이 친밀한 일을 겪었고 그의 몸에는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남아있지만 말이다.‘나는 정말 주다현을 사랑했던 걸까? 하지만 왜 똑같이 잊어버린 사람들이건만, 다시 만났을 때 가족들에게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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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이른 아침.침실 문이 통통한 작은 손에 의해 쿵 하고 열렸다.배형주는 곰 인형을 안고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다가 불룩 솟아오른 이불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배준기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었고 그의 몸은 규칙적인 숨소리에 맞춰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했다.곧 배형주는 앙증맞은 다리로 총총 달려가 푹신한 이불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아빠, 어서 일어나세요! 해님이 엉덩이 쬐고 있어요!”배준기는 몸 위에 무언가가 덮쳐오는 듯한 느낌에 으음 하는 짧은 신음 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배형주는 아빠의 눈매를 그대로 물려받아 어린 나이에도 뚜렷한 윤곽과 늠름한 자태를 엿볼 수 있었다.“아빠, 늦잠 자면 안 돼요. 선생님이 늦잠 자면...”아이는 아빠 몸 위에 엎드려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며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나쁜 사람이 잡아간댔어요!”배형주는 아직 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전문적인 선생님에게 특별 교육을 받고 있었다.그 순간, 봉긋 솟아오른 이불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배형주는 아빠가 늦잠을 자기로 작정한 것을 보고 작은 눈썹을 찡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작은 손을 뻗어 아빠가 머리 위로 덮고 있는 이불을 들치며 말했다.“아빠, 이러면 나쁜 사람이 잡아간대요!”“알았어, 알았어, 아빠 일어날게.”배형주의 성화에 배준기는 어쩔 수 없이 타협하며 잠에 덜 깬 탓에 살짝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아들,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까?”“일찍 일어나긴요! 해님이 벌써 엉덩이까지 쬐고 있는데요.”배준기는 긴 팔을 뻗어 아이를 통째로 끌어안고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어쩐지 엉덩이가 뜨겁더라. 해님이 쬐고 있었구나. 아빠를 구해줘서 고마워, 아들.”“히히~”배형주는 고개를 젖히며 자랑스러워했다.배준기는 고개를 숙여 통통한 볼을 바라보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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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엄마~”배형주는 주다현의 부름에 재빨리 배준기에게서 떨어져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갔다.“형주는 엄마와도 세상에서 제일 친하게 지낼 거예요!”주다현은 아들을 와락 껴안고 고개를 숙여 그의 젖 냄새가 나는 작은 볼에 입을 맞췄다.“그래, 그럼 엄마랑 아빠랑 형주 모두 세상에서 제일 친한 거야.”배준기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정한 모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따뜻하고 벅찬 느낌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그런 느낌은 매우 낯설었지만 그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거실에서.“오빠, 내 머리 예뻐요?”김지안은 지난번에 샀던 명품 드레스를 입고 찰랑거리는 긴 흑발을 빈티지 오렌지색 웨이브 머리로 바꿨다.그녀는 마치 동화 속 공주가 된 듯 신이 나서 빙글빙글 돌았다.배준기는 완전히 스타일이 바뀐 ‘여동생'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별로 안 어울려.”“그럴 리가 없는데?”김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스타일리스트가 이 머리가 저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어요. 특히 이 머리 색깔이 피부를 엄청 하얗게 보이게 한다고요. 다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오빠는 정말 별로예요?”김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귀여운 척하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별로야.”배준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바꿔, 그건 정말 안 어울려.”김지안은 아버지를 따라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피부가 까무잡잡한 편이라 오렌지색은 오히려 그녀를 더 거무스름하게 보이게 했다. 화장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촌스러운 느낌도 강했다.“싫어요!”김지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몇 시간이나 공들인 머린데, 아직 즐기지도 못했어요. 절대 안 바꿔요!”“맘대로 해.”“흥. 오빠는 융통성도 없어요! 예쁘다고 한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칭찬할 만한 구석이 있어야 칭찬을 하지.”김지안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억울함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주다현은 소파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이들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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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마음대로 해.”배준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는 어차피 밖에 나가서 사람 만날 일도 없고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일도 없잖아. 마음대로 꾸며. 네가 좋으면 그걸로 된 거야.”김지안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오빠,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왜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일이 없다는 거예요?”그녀는 배씨 가문 같은 재벌가에서는 앞으로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일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재벌가 연회에서 자신감 있게 오빠 옆에 서기 위해서였다.“설마 앞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겠다는 거예요?”배준기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널 왜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그야... 굳이 물어봐야 해요? 우리 사이라면 당연히 오빠가 가는 곳에 나도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월영도에서 3년 동안, 김지안은 배준기의 그림자처럼 어디든 따라다녔다.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는 그녀와 오빠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특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녀의 세상에는 오빠밖에 남지 않았다.“지안아, 지금은 상황이 달라.” “뭐가 다른데요? 오빠는 여전히 내 오빠잖아요.”“나는 당연히 네 오빠야. 그건 변하지 않아. 하지만 우린 예전처럼 지낼 수는 없어.”주다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바로 세우고 귀를 쫑긋 세워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그녀는 배준기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사실 그동안 김지안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도 안 되는 짓을 많이 했다.예를 들어, 한밤중에 굳이 멀리 떨어진 객실에서 자다가 몽유병 환자처럼 비틀거리며 그들의 방 앞으로 찾아온다거나. 다행히 주다현은 문을 잠그는 습관이 있어서 김지안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김지안은 언제나 훼방꾼처럼 틈만 나면 나타나 그녀와 배준기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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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오빠...”김지안은 울먹였다.하지만 배준기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그녀는 겁에 질려 즉시 입을 다물었다.“해외 대학을 알아봐 줄게. 쉬운 전공으로 골라서 거기서 몇 년 동안 공부하고 와.”김지안을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것은 배 씨 가문에게는 기부금을 내는 정도의 일로 식은 죽 먹기였다.김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오빠도 알다시피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니잖아요.”김지안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지 않았고 성적도 좋지 않아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다.그러니 지금 그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것은 낯선 곳에서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배준기는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김지안의 모습에 결국 마음이 약해져 나지막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부담 가질 필요 없어. 그냥 가서 시야를 넓히고 친구도 사귀면서 몇 년 놀다 오면 돼.”“오빠, 싫어요. 난 오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배준기는 얼굴색이 굳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구나. 지금 네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하나는 해외로 유학 가서 공부하는 것이고 둘째는 여기서 독립해서 사는 거야.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람을 보내서 널 돌봐줄 테니 넌 그냥 취미를 찾아서 즐겁게 지내면 돼.”배준기는 김지안이 그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다.주다현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배준기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김지안은 배준기에게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했다.정작 자신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버거울 텐데 김지안의 미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으니 말이다.특히 두 번째 선택지는 돈 많은 백수나 다름없는 완벽한 삶이었다.자신은 그런 삶을 손에 넣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배지원과 서경희 앞에서 굽실거려야 하지만 김지안은 너무나 쉽게 얻어냈다.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또 어쩌겠는가?어릴 때부터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쟁취해야만 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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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주다현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웃음을 감추며 말했다.“아니요, 없는데요.”김지안은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거짓말! 아까 분명히 당신이 웃는 걸 봤어요!”“그래요? 잘못 본 거겠죠.”주다현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시치미를 뗐다.얄미운 말투에 김지안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잘못 본 게 아니에요. 방금 분명 비웃고 있었어요. 당신... 어떻게 그렇게 능글맞을 수 있어요? 아... 알겠다.”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가락으로 주다현을 가리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분명히 당신이 뒤에서 끊임없이 오빠에게 험담하고 이간질을 해서 오빠가 나를 내쫓으려 하는 게 틀림없어요. 정말 음흉한 여자네요!”“김지안 씨, 그런 의심이 든다면 준기 씨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여기서 저를 함부로 추측할 필요는 없잖아요.”그녀는 더 이상 지안 씨라고 부르지 않고 김지안 씨라고 불렀다.“그... 그걸 어떻게 물어봐요? 오빠는 분명 당신 편을 들 텐데!”주다현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겼다.“그럼 어떻게 하죠? 내가 설명해도 안 믿고 오빠 말도 안 믿잖아요.”그녀의 눈빛은 마치 개구쟁이 아이를 보는 듯했다.김지안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고 자신이 조금 전에 본 것이 착각이었는지 혼란스러워졌다.‘설마 주다현이 정말 고소해하지 않은 걸까?’하지만 그녀는 곧 이 추측을 부정했다.본능은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저 여자는 절대로 착하지 않아. 겉으로는 천사인 척 연기하는 데 선수라고!’“흥,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저는 제 눈과 직감을 믿을 거예요. 당신은 나쁜 여자예요.”주다현은 표정에 변화 없이 살짝 몸을 뒤로 젖히고 다리를 꼬았다.길고 하얀 다리가 공중에서 몇 번 흔들리며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선을 그렸다.주다현의 모든 몸짓은 마치 숙련된 조각가의 손길을 거친 듯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했다.김지안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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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무슨 해명을 했다는 거예요?”김지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끝까지 발뺌했을 뿐이지. 아까 얄밉게 웃는 걸 다 봤거든요. 내가 오빠한테 당신 위선적인 본성을 폭로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주다현은 적절한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다.“김지안 씨, 분명히 말하지만 난 웃지 않았어요.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할 수는 없어요. 이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대체 뭘 하려는 거죠?” 김지안은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하고 그리고 준기 오빠한테 당신의 그 나쁜 속셈을 솔직히 털어놓으세요.”“사과하고 털어놓으라고요?”주다현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죠? 그리고 뭘 털어놓아야 하는데요?”“그건 당연히...”“김지안 씨!”주다현은 딴소리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당신은 너무 버릇없네요. 어쨌든 나는 당신의 올케예요. 준기 씨 체면 봐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오히려 더 기세등등하게 나오고 윗사람을 무시하다니요. 설마 부모님께서 그런 식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셨나요?”김지안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우리 부모님 욕하지 마! 너는 그럴 자격 없어! 그리고 너는 내 올케가 아니야. 너희는 혼인신고도 안 했잖아, 부부가 아니라고.”주다현은 숨을 멈추고 몸을 옆으로 돌려 모퉁이에 서 있는 사람이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볼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김지안은 자신이 약점을 찔렀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더욱 기세등등해졌다.“주다현, 가까운 사이로 따지면 넌 나한테 상대도 안 돼. 넌 준기 오빠랑 몇 달, 아니 몇 달도 안 되는 시간을 함께했을 뿐이지만, 나는...”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3년 동안 오빠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어! 그런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올케인 척 굴어, 어쩌면 조만간 쫓겨날지도...”“그만해!”그때,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배준기가 잔뜩 굳어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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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내가 생떼를 부린다고?”김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내가 억지를 부린 게 아니라, 분명히...”“됐어!”배준기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너 아무래도 빨리 여기서 나가는 게 좋겠다. 아까 말했던 두 가지 선택지는 생각해보고 언제든 전화해.”말을 마친 그는 뒤따라온 집사에게 시선을 던졌다.“사람을 시켜 짐을 정리하고 만월 쪽에 있는 집으로 데려다줘요.”그건 그의 명의로 된 바다 전망의 고급 아파트였다.김지안은 완전히 당황했다.“오빠, 이렇게 빨리 나를 내쫓고 싶은 거예요?”배준기는 그녀를 외면하고 주다현의 손을 잡고 거실을 나가려 했다.“오빠!”김지안은 그들 앞으로 달려가 두 팔을 벌려 막아섰다.“싫어요. 나 안 가요. 평생 나를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게 말이 돼요? 아빠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시겠어요!”주다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얘를 어쩌면 좋아. 이런 상황에서도 은혜를 들먹이며 윽박지르다니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텐데.’아니나 다를까 배준기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자꾸 상기시킬 필요 없어. 약속한 건 지킬 테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건 덕길 삼촌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거니까 나는 부끄러울 게 없어!”김지안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고 온몸을 떨었다.그건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낯설고 두려웠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그냥 너무 불안해서 그랬어요. 이 낯선 환경에서 나는 오빠밖에 없어서 오빠가 나를 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배준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으니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아. 도대체 사과할 거야 말 거야?”“난...”김지안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크게 말해!”배준기는 분명 마음에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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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주다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 듯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그래서 당신은 내가 일부러 그 여자한테 그랬다는 거예요?”주다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결국 나쁜 사람이 나라는 거죠?”배준기는 주다현을 빤히 보다가 한참 뒤에야 말했다.“아니길 바라요.”그 말에 주다현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배준기의 머리를 얕잡아본 듯했다. 하긴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지는 건 아니었으니까.게다가 배준기는 경영 쪽으로 머리가 비상해 생선 장사도 탁월하게 해내서 거의 공급망까지 만들 지경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 어찌 그녀의 말에 바보처럼 속아 넘어가겠는가. 아무래도 앞으로 더 신중해야 할 듯했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주다현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고 분홍빛 입술은 파르르 떨리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 여자한테 심한 말 한마디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그 여자가 나한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고요! 그 적대감이 어디서 온 건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도 알고 있을 거라 믿어요.”말을 마친 주다현은 코를 훌쩍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는 낮은 목소리로 하소연했다.“당신은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무조건 맞춰주니까 그래서 나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거의 들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고요한 방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배준기는 순간 멍해지며 당황한 듯한 눈빛을 했다.“주다현 씨, 난...”그의 목소리는 무의식적으로 부드러워졌다.“난 요금 회사 일로 바빠서 예민해서 그런 걸 거예요. 그래서 말이 좀 심하게 나왔을지도 모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알겠죠?”주다현은 고개를 떨군 채 말없이 다시 흐느꼈고 이번에는 더욱 분명하게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배준기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갑자기 확신을 잃었고 자신이 정말로 그녀를 오해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지안이가 나 때문에 주가현을 적대시하게 된 건가? 그래서 그렇게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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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주다현은 힘이 빠진 듯 소파에 주저앉아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았다.‘역시 남자들은 다 똑같아. 다 알면서 모른 척, 못 들은 척. 김지안이 몇 번이나 나한테 혼인신고도 안 했다고 했는데 배준기는 여전히 못 들은 척하고 있잖아. 거봐, 배준기는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아니면 아직도 내가 애인이라는 게 의심스러운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는 건가?'며칠간 관찰했을 때 배준기는 김지안에게 다른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월영도에서도 다른 여자 친구가 없었던 것 같았다.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두 가지. 그녀를 좋아하지 않거나, 그녀를 의심하는 것이다.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조금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그녀도 분간할 수 있었다.현재로서는 적어도 배준기가 그런 방면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랬기에 지금 배준기는 자신을 의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만약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갑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그녀 역시 그 남자의 신분과 의도를 의심했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배준기의 의심을 지우는 것이다.주다현은 눈을 뜨고 쿠션 하나를 끌어안으며 머릿속에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그 순간 발치에 무언가가 살짝 스치는 것을 느껴 고개를 숙여 보니 어제 막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강아지가 그녀의 발 옆에 다가왔다.강아지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주다현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꼬리를 마치 프로펠러처럼 흔들고 있었다.“어떻게 나온 거야?”놀란 주다현은 이내 자신이 케이지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떠올렸고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배고파?”강아지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계속 그녀만 바라보았다.주다현은 순간 열 살 때 키웠던 강아지 누렁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고 손을 내밀자 강아지는 금세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넌 정말 그 아이랑 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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