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아빠 국수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아주 매운데, 그래도 먹어보고 싶어?”남자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네!”꼬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먹고 싶어요! 저도 매운 거 잘 먹을 수 있어요!”맞은편에 앉은 엄마가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조금만 맛보게 해요. 먹고 울지만 않으면 되죠.”아빠는 고춧가루가 덜 묻은 쪽을 골라내 딸 입 앞으로 가져다 댔다.“자, 아.”꼬마는 기쁘게 한 입 먹더니 곧 매워서 혀를 쑥 내밀며 소리쳤다.“아아, 매워! 아아!”부모는 웃기면서도 안쓰러워 얼른 우유를 먹여주며 놀려대기 바빴다.“아빠가 맵다고 했잖아. 그래도 먹겠다고 하더니 얼굴이 빨간 사과가 됐네.”“맛있어요!”소녀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전 매운 거 안 무서워요! 다음에는 크게 한 입 먹을 수 있어요!”부부는 딸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주다현의 시선이 너무도 노골적이었는지 부부는 결국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는 들킨 듯한 민망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아이가 참 귀엽네요.”젊은 부부도 경계를 풀고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고마워요.”주다현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느꼈다. 만약 자신의 부모가 모두 살아 있었다면 아마 자신도 저 아이처럼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그런 비현실적인 상상을 부정했다.왜냐하면 그녀가 태어난 게 잘못이었으니까. 그때의 아버지는 큰 도시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동시에 어머니를 찾아 헤맸다.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어머니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7년 동안이나 자신을 보러 오지 않을 수 있는지.그러다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혼외자식이라고 욕하고 숙모가 대놓고 어머니를 천한 사람이며 욕하는 걸 듣고서야 서서히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이 죽일 년이. 감히 어디서 그런 눈으로 날 노려봐? 이리와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이고 만다!”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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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윤호야, 우리 이거 먹자. 오늘따라 바비큐가 너무 먹고 싶네.”강우정은 주윤호를 끌고 바비큐 가게로 가려고 했지만 주윤호는 갑자기 여자 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그 실루엣을 쫓아갔다.“윤호야, 어디 가!”강우정이 뒤에서 다급하게 외쳤다.그러나 주윤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하며 인파를 밀쳐 길을 뚫었다.“비켜! 내 길 막지 마!”“꺼지라고!”그는 팔을 휘두르다가 마주 오던 행인을 거칠게 밀쳐냈다.다만 사람들은 주윤호의 사납고 폭력적인 기세에 속으로만 화를 낼 뿐 어쩌지 못했다.“아야!”이때 한 꼬마가 부딪혀 바닥에 주저앉으며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꼬마는 바로 입을 크게 열고 울음을 터뜨렸다.주윤호는 그런 꼬마를 싸늘하게 한 번 쳐다보더니 못 본 체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으나 누군가 그의 옷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이봐, 내 아들을 이렇게 쳐놓고 도망치려고?”한 덩치 크고 눈빛이 매서운 스포츠머리의 근육질 남자가 말했다. 한눈에 봐도 건드리면 안 될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주윤호는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었고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를 보자 괜히 긴장하게 되었다.자신의 옷깃을 잡은 남자의 손을 필사적으로 떨쳐내려고 했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아이고, 형님. 오해예요. 도망치려던 게 아니라 정말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그는 그 실루엣이 골목 모퉁이에서 사라지는 걸 보며 속이 타들어 갔다.“저기, 형님. 제가 얼른 확인만 하고 오면 안 될까요?”“하, 될 것 같아?!”꼬마의 아버지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주윤호를 보자 분노가 치밀어 바로 주먹을 꽂았고 순간 주윤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분명히 말해두는데 내 아들이 조금이라도 다쳤다면 넌 그 백 배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을 안아 올려 꼼꼼히 몸 상태를 확인했다.한편 멀리서 주다현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그 무리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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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배준기는 고개를 숙여 주다현과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네, 기억나요.”이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을 덧붙였다.“내가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데 당신은 기쁘지 않아요?”“난...”주다현은 입술이 파르르 덜렸다. 결국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당연히 기쁘죠. 근데 이렇게 기억할 정도면 임소이 씨가 당신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었나 보네요. 분명 좋았던 추억도 많았겠어요.”‘흥, 부모님도 기억 못 하면서 하필 소꿉친구만 기억하다니.'주다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은근한 질투가 담겨 있었고 본인조차도 이게 연기인지 진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배준기는 그녀가 기죽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며 나직하게 웃었다.“장난이에요. 사실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어릴 적 앨범을 보면서 인간관계를 정리하다가 알게 된 사람일 뿐이에요.”주다현은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일부러 실망한 척했다.“난 당신이 기억을 되찾은 줄 알고 방금 기뻤는데.”배준기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하는 말과 속이 다른 것 같군요. 내가 다른 여자를 기억한다고 했을 때 당신이 서운해서 거의 울 뻔했잖아요.”주다현은 남자의 갑작스러운 애정행각에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평소에는 그녀가 먼저 다가가 농담을 했고 배준기가 받아주는 식이었다.그런데 배준기가 먼저 다가오고 농담을 하자 주다현은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져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부끄러운 척하며 말했다.“내가 뭐요? 난 분명 기뻐하고 있었다고요.”배준기는 대꾸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칼을 천천히 빗듯 쓰다듬었다.“참, 달력을 보니까 다음 주 수요일이 당신 어머니 생신 같더군요.”주다현의 눈동자에 잠시 당황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놀란 듯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준기 씨, 우리 가족 생일까지 기억하는 거예요?”“네.”배준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위로서 당연히 이런 중요한 날은 기억해야죠.”‘사위?'주다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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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주윤호의 오른쪽 눈가가 퍼렇게 멍들었고 옷은 몇 군데 찢겼으며 그 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붉게 부어 피가 새어 나왔다.한눈에 봐도 누군가에게 바닥에 눌려 짓이겨진 흔적이었다.강우정은 입술을 살짝 틀어 물며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었다.“여기 아직 아파?”“그걸 말이라고 해? 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안 아프겠어!”주윤호는 미간을 구긴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강우정은 못마땅하다는 듯 주윤호를 흘겨보았다.“그러게. 아픈 거 알면서 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비를 걸었어? 그리고 사람을 먼저 친 것도 너잖아. 사과도 안 하고 정말...”“됐어, 그만 말해. 약도 그만 발라.”주윤호는 강우정의 손을 쳐냈다.“맨날 잔소리지. 내가 다쳤다는 데도 또 잔소리네.”그는 사람도 놓치고 매까지 맞았으니 기분이 엉망이었다. 그런데 강우정이 옆에서 끝없이 잔소리해대니 너무도 짜증이 났다.강우정은 손등에서 전해지는 화끈한 통증에 면봉을 든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말없이 소독약 병뚜껑을 힘주어 닫았다.“흥, 나도 이젠 신경 안 쓸 거야.”오늘은 그녀의 생일인데 케이크도 못 먹은 건 둘째치고 주윤호에게 화풀이만 받으니 속상하지 그지없었다.이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윤호야,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걸 사왔...”하희진의 목소리가 뚝 끊기고 시선이 아들의 멍든 눈과 이리저리 찢어진 옷, 마지막으로 강우정이 들고 있는 소독약에서 멈추었다.“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하희진은 깜짝 놀라며 성큼 다가와 아들 앞에 섰다.아들의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똑똑히 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해졌다.“윤호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누가 널 때린 건데?”강우정은 주윤호의 입술이 터져 말을 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대신 설명했다.“윤호가 먹자골목에서 한 아이를 실수로 밀쳤는데 그 아이 아빠한테 얻어맞은 거예요.”그러자 하희진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세상에! 어떻게 그딴 인간도 다 있어! 아이가 넘어졌으면 일으켜주면 되는 거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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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리고 이 집도 제가...”“강우정!”이때 주윤호가 갑자기 소리치며 강우정의 말을 끊었다.“지금 우리 엄마 앞에서 그게 다 무슨 소리야?”아들이 편을 들어주자 하희진은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며 강우정을 노려보았다.“흥, 역시 가정 교육받지 못한 애들은 저렇다니까.”강우정은 바로 고개를 돌려 주윤호를 보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날 이렇게 모욕하고 있는데 넌 그냥 보고만 있는 거야?”주윤호는 강우정의 시선을 피하며 대충 얼버무렸다.“엄마도 그만 하세요. 머리 아프니까.”“그래, 그래. 엄마가 우리 아들 힘들게 할 수 없지. 내가 달걀 몇 개 삶아서 얼굴 멍 좀 풀어줄게. 누구처럼 남자친구가 맞아도 남의 편을 들어주면 안 되지. 그건 정말...”“엄마!”주윤호는 미간을 구겼다.“알았어, 알았어.”허희진은 마지못해 부엌으로 걸어갔다.강우정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물이 맺힌 채 말했다.“너 지금 내 편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너도 그만 좀 할래?”주윤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내가 이미 엄마를 부엌으로 보냈잖아. 그걸로는 만족 못 해? 나 지금 다쳤어. 근데 넌 자꾸 날 귀찮게만 하네. 하, 짜증 나.”둘 사이에 침묵이 십여 초 이어졌다.강우정은 입술을 틀어 물고 돌아서서 안방으로 들어가 캐리어를 끌어내어 옷을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눈물이 금세 시야를 흐리게 했고 그녀는 움직임을 느리게 하며 주윤호가 와서 막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녀가 캐리어를 끌고 거실로 나왔을 때 하희진은 주윤호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달걀 껍데기를 까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마음이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린 강우정은 캐리어를 끌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집을 나왔다.하희진은 쾅 닫힌 현관문을 보며 투덜댔다.“쯧, 버르장머리 없는 년. 문까지 부숴버릴 기세네.”“엄마, 좀 그만하시면 안 돼요?”“너...”하희진은 계속 말하려다가 아들의 사나운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한참 후 주윤호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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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다음 날 아침.주다현은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어젯밤 밤을 새워 생긴 다크서클을 가렸다. 배준기가 다이닝룸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얼굴에는 바로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좋은 아침이에요, 여보.”배준기는 주다현의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말했다.“오늘 일정 있어요?”주다현은 늘 집에서는 생얼로 있었고 어디 외출할 때만 연한 화장을 했다. 그러니 지금 이 모습은 아마 외출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그의 말에 주다현은 웃으며 말했다.“네. 오늘 친구 만나기로 했어요.”배준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에 앉아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마주 보고 있었고 다이닝룸에는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만 들렸다.“참.”배준기가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님이랑 아버님이 휴가 어디로 갈지 결정했대요?”주다현은 계단을 자르던 손을 잠시 멈추고 온화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아뇨. 아직 안 물어봤어요. 나중에 적당한 시간대에 영상통화 하려고요.”말을 마치고도 주다현은 계속 배준기를 보았다.“왜 그렇게 봐요?”배준기는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나한테 할 말 있어요?”주다현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아뇨. 그냥 조금 감동이어서요.”“감동이라고요?”배준기가 의아한 표정을 하자 주다현이 설명했다.“어젯밤부터 당신의 마음이 온통 나한테 있었으니까요. 우리 가족 생일을 챙기고, 휴가 일정까지 묻고, 나를 위해 뭔가 하려는 마음이 감동이었어요.”“당신은 참 쉽게 감동하네요. 이런 건 원래 내가 해야 할 일이었어요.”말을 마친 배준기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오늘 오전 회의가 있어서 먼저 나갈게요.”주다현도 일어나 평소처럼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었고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배준기는 고개를 숙여 한껏 집중한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주다현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 배준기를 다정한 눈길로 보았다. 한참 뒤 배준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에는 식사 자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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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남자친구는 무슨 남자친구야. 어젯밤에 막 알게 된 키 190에 식스팩 있는 강아지 같은 연하남이지.”전화기 너머에서 임시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옅은 회색의 연기를 천천히 뿜어냈다.주다현은 미간을 구겼다. 임시은이 그런 쪽에서 개방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금방 알게 된 사람과 바로 밤을 보낼 줄은 몰랐다...그녀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러는 거 위험해. 상대가 나쁜 놈이면 어떻게 하려고.”“어젯밤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평소에는 안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다시는 이러는 일도 없을 거야.”“시은아, 너...”“아, 아, 알았어. 내 얘기는 그만하고 네 얘기 좀 해봐. 이렇게 아침부터 전화한 거 네 그 부자 남편 때문이지?”막 셔츠를 입던 남자는 ‘부자 남편'이라는 말에 손길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았다.임시은도 남자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돌려 매혹적인 눈짓을 했다.“자기야, 나 배고파. 얼른 내려가서 아침에 먹을 것 좀 사 와. 난 아침이면 두유에 삶은 달걀, 그리고 샌드위치도 먹고 싶어. 지갑은 테이블 위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임시은은 대충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남자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초승달 같은 눈으로 임시은을 보았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아침 식사 정도는 제가 사드릴 수 있어요.”“에이, 그건 안 되지. 누나가 널 키워주겠다고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지. 네 돈은 넣어둬. 한 푼도 쓰면 안 돼.”“누나 정말 최고예요.”남자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돈을 챙겨 나가면서 나가기 전 인사까지 잊지 않았다.“누나, 잘 있어.”“그래, 쪽.”임시은은 손 키스를 날리며 손을 흔들었다.“다녀와.”주다현은 전화기 너머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시은아, 그 사람 몇 살이야?”임시은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열여덟인가, 열아홉이랬나. 그쯤이랬어. 아무튼 나보다 일곱, 여덟 살은 어리고 집에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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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주다현은 고개를 저었다.“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아. 나랑 대화하는 내내 나를 떠보는 것 같았어. 다행히 내가 빠르게 대처하긴 했지. 아니었으면 그 사람이 판 함정에 빠졌을 거야.”임시은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신경 쓰지 마. 떠본다는 건 아직 증거가 없다는 거잖아. 증거도 없는데 뭘 그렇게 두려워해?”“당연히 두렵지. 그 사람이 정말로 날 죽이고 싶어 한다면 개미 하나 밟는 것보다 쉬울 거야.”“그렇게 위험한 사람인 줄 알면서 왜 건드린 거야? 그것도 그렇게 애써 가면서. 차라리 다루기 쉬운 남자를 골랐으면 네 끈기로 지금쯤 이미 결혼해서 이런 문제 따위로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임시은의 말에 주다현은 가볍게 웃었다.“재벌 중에 다루기 쉬운 남자가 어디 있어? 다들 무서운 사람이지. 내가 준기 씨를 잡을 수 있었던 건 하늘이 도와준 결과야. 아니었으면 내 힘만으로 배씨 가문 문턱에도 닿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준기 씨는 얼굴도 잘생겼지, 건장하지, 여자 문제도 깔끔하잖아.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드문 조건인데 하물며 준기 씨는 재벌이잖아.”“하이고, 칭찬까지 다 하네.”임시은은 놀리듯 말했다.“보아하니 꽤 만족하는 모양인데, 너 설마 배준기한테 마음마저 준 건 아니지?”“내가 어떻게 감히 그래.”주다현은 품에 안은 쿠션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난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임시은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다현아, 널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하기엔 거짓말을 좋아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가끔 보면 꽤 바른 생각을 하더라.”주다현은 누군가 자신더러 도덕적이라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내가 바른 사람이라고?”“그래, 아주 바르지. 내가 최면 스프레이도 줬는데 안 썼잖아. 그 사람 몸 상할까 봐. 심지어 기대려는 상대를 고를 때도 그 사람이 독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혹시라도 내연녀라도 될까 봐 두려워하잖아.”“가끔은 정말 이해가 안 돼. 이미 재벌 집안에 들어갔으면서 왜 이런 선을 지키려는 거야? 왜 고생을 사서 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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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주다현은 미간을 구겼다.“돈을 더 주고 한 번만 더 협조해달라고도 할 수 없는 거야?”“내가 이미 얘기했는데 죽어도 안 하겠대. 요즘은 아내랑 세계 일주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임시은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이 자식은 의리도 없네. 어쩔 수 없지. 이번에 붙잡은 부자 아내가 꽤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우리가 너무 몰아붙이면 오히려 우리를 물어뜯을 수도 있을 거야.”이런 계약 자체가 애초에 사기성이 있으니 법적으로도 두 사람에게 불리했다.“다현아, 차라리 그 배역은 교통사고로 처리하자. 그러면 앞으로 등장할 일도 없잖아.”주다현은 곧바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안 돼. 그 사람이 죽으면 난 3년 정도는 결혼도 못 할 거야. 부모가 사망했는데 바로 결혼하는 건 이상하잖아.”“아, 그렇네. 그런 문제가 있네.”임시은은 가출한 지 너무 오래된 탓에 그간 부모님에 관한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냈다.순간 주다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고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괜찮아. 오히려 잘 됐어.”...어느덧 밤.주다현은 안방에서 CCTV를 지켜보고 있었다.화면 속에서 배준기의 차가 천천히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2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 모습을 본 주다현은 얼른 다른 핸드폰을 들어 영상통화를 걸었다.핸드폰 화면 속에는 온화한 인상을 가진, 주다현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바로 주다현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홍은정이었다.물론 이건 가명이었다.두 사람은 눈빛만 교환했을 뿐 말을 하지 않아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이미 대본을 맞춰보았기에 이제 곧 배준기 앞에서 연기할 일만 남았다.배준기가 안방에서 불과 10미터도 남기지 않았을 때 주다현은 화면 속 인물을 향해 왼쪽 눈을 깜빡였다.연기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엄마, 아빠는 아직도 절 용서하지 않으시는 거예요?”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흐느끼듯 말했다.홍은정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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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주다현은 홍은정의 연기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어머니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너무나도 생동하게 연기해 자신조차도 조금 흔들릴 정도였다.“엄마, 설마 엄마도 제가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다고 배씨 가문에 억지로 붙어 있다고 생각하세요?”주다현은 흐느끼며 말하면서 거울을 통해 배준기의 반응을 살폈지만 아쉽게도 거리가 너무 멀어 배준기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홍은정은 계속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네 아빠랑 나는 네가 배준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안다고 되는 게 아니잖니. 우리 집안과 배준기 집안은 차이가 커도 너무 커. 네가 그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분명 고생 많이 하고 살 거야.”“다현아, 엄마 말 들어. 이제 그만 포기하자. 뭐하러 그 고생을 해, 응?”“싫어요!”주다현은 울며 고개를 저었다.“전 절대 준기 씨랑 형주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여기가 제집이에요! 엄마, 사실 준기 씨도 절 엄청 신경 쓰고 두 분도 존경하고 있어요. 어젯밤에 준기 씨가 엄마 생신 축하해주러 해니다에 가겠다고 했어요. 다만... 아빠 기분을 생각해서 제가 대충 얼버무렸을 뿐이에요.“그래도 부모님 여행만큼은 모든 걸 책임지고 신경 써주겠다고 계속 어디로 가고 싶은지 여쭤보라고 했어요.”이 말을 들은 배준기는 오른쪽 눈썹이 꿈틀거렸다.홍은정은 주다현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다현아, 넌 아직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구나. 됐다. 넌 그놈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아이인데 내 말 몇 마디로 설득될 리가 없지. 여행 문제도 됐다. 네 아빠도 안 받으실 거고, 나도 그래. 우린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니잖니.”“엄마...”주다현은 흐느끼며 애원했지만 계속 영상 속 홍은정을 향해 살짝 윙크했다. 이것은 두 사람만 아는 신호였고 이제 끊어도 된다는 의미였다.“됐어.”신호를 받은 홍은정이 마무리하기 시작했다.“이 길은 네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우린 존중할 수밖에. 그래도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오렴. 우린 언제나 네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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