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연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딸의 사진을 눌러 보여주었다.“경희야, 봐봐. 우리 소이가 지난주에 찍은 사진이야.”서경희는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이가 점점 더 예뻐지네.”“아이고, 모든 게 평화로웠다면 우리 준기랑도 잘...”서경희는 일부러 말끝을 흐려 듣는 사람이 이상한 오해를 할 수 있도록 했다.이어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암묵적으로 합의라도 한 듯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주다현은 두 사람에게 외면당한 채 홀로 남겨졌다.“그런데 말이야.”오혜연은 일부러 뒤에서도 잘 들릴 정도로만 목소리를 낮췄다.“준기 결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서경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그 얘길 하자면 길어.”이내 뒤에 있는 주다현을 흘깃 보며 말했다.“처음에는 나도 준기가 죽었을 거로 생각했었어. 그래도 어쨌든 우리 준기 아이만 남기면 되겠다 싶어서...”그녀는 말을 하마 말며, 행여나 누군가 들을까 봐 두려운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알아, 알아.”오혜연은 서경희의 손등을 토닥였다.“하지만 이젠 준기가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생각할 건 다시 생각해야지. 어쨌든 결혼은 큰일이잖아. 결국은 비슷한 집안끼리 하는 거지...”서경희는 일부러 가볍게 헛기침을 두 번 했다.“그건 나중에 얘기하자.”주다현은 둘의 모습을 연극처럼 지켜보았고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차 안에서.서경희는 곁에 앉은 주다현을 흘깃 보았다.“아까 한 말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마.”주다현은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조금 전까지 자기 앞에서 대놓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니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얼굴에 조금의 불쾌한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 지었다.“어머님, 두 분이 얘기하실 때 제가 딴생각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서경희는 잠시 멈칫했다.“그러니. 그럼 됐어.”차는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주다현은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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