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뚝 끊겼다.주다현은 살짝 감은 눈을 움직였지만 뜨지는 않았다.두 시간 후.두 사람이 탄 차는 요트 클럽 회원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주다현은 배준기를 따라 부두로 걸어갔고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을 스쳤다.호화로운 초대형 요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한 손으로 레이스 장식이 달린 챙 넓은 모자를 누르며 고개를 들어 요트를 보았다.“여보, 오늘 여기서 우리 4주년을 보내는 거예요?”“네, 가요.”배준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요트에 오르며 무심하게 말했다.“지난주에 당신이 잡지 속 요트를 빤히 보던 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마침 내 명의로 된 요트가 있어서 기념일에 딱 맞겠다 싶었죠.”주다현은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걸음을 멈추며 놀란 듯 물었다.“여보, 내가 본 잡지 내용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배준기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내가 서재에서 일하고 있을 때 당신이 옆에서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그랬잖아요. 오히려 모르는 게 더 어렵죠.”주다현은 남자의 약간 긴장된 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분명 일부러 기억한 것이면서 굳이 무심한 척하지 않는가. 그녀는 당연히 배준기의 이런 새침한 면을 모를 리가 없었다.보아하니 배준기가 드디어 자신에게 마음을 쏟아붓기 시작한 듯했던지라 마침내 기다린 끝에 빛을 본 기분이었다.“가요. 여기 서 있지 말고.”배준기는 그녀를 재촉했다.“네, 여보오오.”주다현은 다정하게 그를 부르며 단단한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요트에 오른 후 그녀는 곧바로 갑판 위를 몇 바퀴 돌며 말했다.“여보, 여긴 너무 예뻐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배준기는 주다현의 들뜬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까지 기뻐할 일이에요?”그는 늘 주다현이 감정을 표현할 때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다소 오바스럽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니 이런 표현도 이해가 갔다.“전혀 과장 아니에요.”몸을 돌린 주다현의 눈은 촉촉하게 빛났다.“이건 당신이 기억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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