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주다현은 몇 번 흐느끼더니 마치 애써 감정을 가다듬으려는 듯했다.“요즘 당신이 너무 바쁘니까 이런 일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들키고 말았네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마지막에는 거의 속삭임처럼 변했다.배준기는 그런 그녀를 단번에 끌어안았다.“당신은 바보 같은 여자예요.”배준기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당신 일이 어떻게 나한테 귀찮은 일이겠어요. 나도 알아요. 요즘 내가 당신한테 소원했다는 거. 그러니 당신이 불안감을 느꼈을 테죠.”주다현은 그의 가슴에 기대며 남몰래 입가에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한 성취의 미소를 그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땐 얼굴엔 감동만 남아 있었다.“아니에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요.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나와 형주를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했잖아요. 당신도 분명 두렵고 혼란스러웠을 텐데... 내가 당신 입장이었어도 지금보다 잘하긴 힘들었을 거예요.”배준기는 주다현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치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다현 씨, 우리 결혼해요.”주다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하마터면 흥분을 억누르지 못 할 뻔했지만 겨우 억누른 채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여보... 그 말... 진심이에요?”“이미 여보라고 부르고 있는데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배준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주다현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올라 굵은 방울들이 뚝뚝 흘러내렸다.“흑.. 흑흑...”“왜 또 울어요?”배준기는 다소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주다현은 더 세게 울었다.“난... 난 그냥...”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그래요. 당신의 아내가 되는 거니까요. 여보, 그거 알아요? 난 꿈속에서도 늘 당신의 아내가 되길 바랐어요. 당당하게 당신의 곁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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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환하고 깔끔한 주방에서.“사모님, 정말 직접 요리하시려고요?”장순자가 주방 문가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네.”주다현은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허리에 예쁜 리본 매듭을 지었다.“오늘은 저와 남편이 만난 지 4주년 되는 날이거든요. 제가 직접 요리해서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요.”그녀는 긴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리며 하얀 목덜미를 드러냈다.“대표님은 참 복이 많으시네요. 호호호.”장순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재료 준비를 도와드릴까요?”“괜찮아요. 냉장고에 다 있을 거예요.”주다현은 양문형 스마트 냉장고로 다가가 능숙하게 재료들을 꺼냈다. 최상급 스테이크 한 덩이, 신선한 트러플, 푸른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그녀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대리석 조리대에 올려 꼼꼼히 씻은 뒤 칼을 들어 썰기 시작했다.배씨 가문에 기대어 살게 된 이후로 의식주를 챙겨주는 이들이 따로 있었기에 그녀를 오랫동안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았다. 칼질은 조금 서툴렀지만 큰 문제는 없었고 솜씨는 여전했다.장순자는 옆에서 그녀의 칼질을 지켜보다가 말했다.“사모님, 제가 하는 게 어떨까요?”“아니요. 괜찮아요. 나가 계세요.”주다현은 장순자를 돌려보냈다.장순자는 조금 걱정됐지만 주다현이 그렇게 말하니 더 고집을 부릴 수 없어 몇 마디 당부를 남기고 물러났다.주방 안에서 주다현은 점점 감을 찾아가고 있었고 동작이 갈수록 능숙해졌다.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기름이 달아오르자 다진 마늘을 넣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퍼져나갔다.그녀는 팬을 가볍게 흔들어 마늘이 고르게 익게 한 뒤 썰어둔 버섯을 넣었다. 팬이 적절하게 달궈지자 화이트 와인을 약간 부었고 불꽃이 순식간에 치솟았다.주다현은 능숙하게 팬을 흔들며 불꽃이 팬 가장자리를 핥듯 스치게 했고 알코올은 완벽히 날아갔다.한 시간 분주히 움직인 끝에 그녀는 반찬 네 가지와 국 한 가지를 완성해 정성껏 보온 도시락에 담았다.배준기가 요즘 유난히도 바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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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지성우는 거의 달리듯 주다현의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떠보듯 불렀다.“사모님?”주다현은 살풋 웃었다.“저 아직 준기 씨랑 결혼 안 했어요. 그냥 다현 씨라고 불러주세요.”지성우의 눈 속에 담겼던 작은 기대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투가 훨씬 공손해졌다.“다현 씨, 바로 위로 모시겠습니다.”주다현은 그의 변화를 눈치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안내 데스크에 있던 세 명의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주다현이 대표님 비서에게 직접 안내를 받는 모습을 보았다. 게다가 주다현이 탄 건 회사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이지 않은가.“저 사람 누굴까요?”손하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모르죠. 아마 대표님 찾아온 것 같은데... 손에 들고 있던 거 도시락 가방 아니었어요?”유효정이 목을 쭉 빼며 중얼거렸다.“그럼 밥 심부름 온 걸까요?”장민주는 놀란 어투로 말했다.“밥 심부름이면... 혹시 대표님 댁 가정부 아니에요?”“에이, 말도 안 돼요. 온몸에 명품 걸치고 저렇게 예쁜 가정부가 어디 있어요?”“아, 그럼 대표님 아내분일까요?”“대표님 미혼이지 않아요? 하지만 아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어요.”“맞아요. 돌잔치 때 회장님 부부가 그 아이를 데리고 공개석상에 오셨잖아요.”“그래요? 전 왜 몰랐죠?”“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배씨 가문은 원래부터 조용하게 지내잖아요. 관련 뉴스도 거의 없고.”“그럼 저분이 그 꼬마 도련님의 엄마라는 거예요?”“아마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참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그들은 한참 수다를 떨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떠들어댔다.엘리베이터 안.지성우는 옆에 선 주다현을 몇 번이나 흘깃 보며 말을 꺼내려다가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주다현은 그런 그의 시선을 못 본 척하며 그저 차분히 점점 바뀌는 층수를 바라보았다.예전에 함께 일할 때 두 사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지성우는 그녀에게 호감을 품은 적도 있었지만 들킨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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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오빠, 나 정말 그 매니저가 날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뭐만 하면 이건 안 된다, 저건 안 된다고만 한다고요.”김지안은 테이블 앞에 서서 씩씩대며 불만을 털어냈다.“그리고 나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이런저런 수업 듣다 보면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나요. 그 선생님들도 엄청 엄격하고 늘 나만 혼내요. 이건 지난번에 아빠랑 바다 나갔을 때보다 더 힘들어요. 그때는 그대로 배 위에서 쉴 수도 있었고 아빠도 날 혼내지 않으셨는데...”배준기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바쁘게 일하며 가끔 건성으로 몇 마디만 대답했다.“오빠! 내 말 듣고 있어요?”김지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듣고 있어.”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연예인은 다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너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한 건 더 힘들고.”“하지만...”김지안은 바로 반박했다.“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꽤 있는데 인기가 많았어요.”배준기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최대한 인내심을 유지했다.“다른 사람의 단점만 보지 마. 사랑받는 사람은 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사랑받는 거야. 정말 견딜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해.”“난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김지안은 마음이 급해졌다.“그냥 매니저를 바꾸고 싶을 뿐이에요. 너무 허술한 것 같아요.”배준기는 미간을 확 구겼다.“그 매니저는 인기 배우들과 대스타들을 키워낸 에이스야. 그런 사람이 허술하게 느껴진다면 너한테 적합한 매니저는 없겠네.”김지안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근데 그 사람 말투가 너무 거칠단 말이에요. 항상 내가 평범하게 생겼다고 하고, 대사 발음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잖아요... 어쨌든 날 완전히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요.”이내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그런 사람한테까지 혼나니까 자존감이고 뭐고 다 사라지는 것 같다고요!”배준기는 고개를 들어 김지안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충고는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지. 앞으로 연예계 데뷔하면 악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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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김지안은 바로 눈을 뒤집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구내식당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꼭 직접 점심을 가져와야 하나?”‘분명 점심을 가져온다는 핑계로 준기 오빠한테 접근하려는 치사한 속셈일 거야.'배준기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아 주다현에게 다가간 뒤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받았다.“왜 갑자기 나한테 점심을 가져다준 거예요?”“오늘은 우리가 만난 지 4주년이거든요. 그래서 직접 요리해서 가져왔어요.”“미안해요. 잊고 있었어요.”배준기의 눈에 미안함이 담겼다.“괜찮아요.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되죠.”배준기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하며 말했다.“수고했어요.”“지안 씨가 보고 있어요.”주다현은 얼굴을 붉히며 살짝 배준기를 밀어냈지만 힘을 주지는 않았고 지켜보던 김지안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저 여자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야!'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악의를 숨기고 물었다.“언니가 직접 요리하신 거예요?”“네.”주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와, 정말 대단해요! 전 살면서 직접 요리해본 적이 없거든요. 항상 아빠랑 오빠가 해줬어요.”주다현은 일부러 난처한 척하며 입술을 살짝 짓이겼다.이런 행동은 배준기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속으로 조금 놀라고 말았다. 배준기가 김지안에게 직접 요리를 해준 적도 있었다니.배준기의 표정이 굳어지고 김지안을 보며 말했다.“할 일 없으면 돌아가.”“오빠아아.”김지안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나도 배고파요. 밥 먹고 싶어요.”“12층에 식당 있으니까 혼자 가서 먹어.”“식당 밥은 먹고 싶지 않아요. 언니가 만든 걸 먹고 싶어요.”그녀는 이내 주다현을 보았다.“언니, 설마 제가 먹는 게 아까운 건 아니죠?”주다현은 당장이라도 김지안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여전히 품위 있는 미소를 유지했다.“그냥 한 끼 식사일 뿐인데 아깝고 말고가 뭐가 있겠어요. 그래도 지안 씨가 여기 있는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준비했을 텐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2인분만 준비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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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배준기는 운전석에 앉아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데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주다현은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옆모습과 창밖 풍경을 번갈아 보았다.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배준기는 정말 잘생겼다.옆모습은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게 보였고 눈썹마저 빠지는 것 없이 잘생겼다. 콧대는 또 얼마나 높은지 입술을 굳게 다문 그의 모습은 고귀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에 배준기를 타깃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뛰어난 얼굴 때문이었다.설령 재벌가에 시집가지 못해도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잠깐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겠다고 생각했으니까.다행히도 그녀는 이성을 잃지 않았고 그 음흉한 감독이 연예계에 데려가 연기를 마음껏 시켜주겠다고, 대스타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속지 않았다.주다현은 그런 거짓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밑바닥에서 수년을 버텨오며 온갖 괴상한 인간들을 다 보았던지라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외모만 있고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이 연예계에 발을 들이면 든든한 버팀목이 없이는 반드시 다 쫓겨난다는 것을.물론 원칙을 지키며 버티는 길도 있겠지만 그러면 영원히 뜨지 못할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노려 속임수로 상류층에 끼어드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위험한 방법이긴 하지만 보상이 큰 데다 실제로 그것이 그녀를 이곳까지 올려주지 않았는가.주다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여보, 우리 어디 가요?”배준기는 그녀를 쓱 한 번 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비밀인 거예요?”그녀는 속으로 의아했다.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길가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어?'‘이 길 좀 익숙한데? 저 앞이 구청 같은데? 설마 배준기의 깜짝 선물이 혼인신고인가?'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 떠올린 주다현의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차가 부드럽게 좌회전해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 도로로 들어서자 구청으로 가는 게 분명해 보였다.그녀는 급히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화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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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음악이 뚝 끊겼다.주다현은 살짝 감은 눈을 움직였지만 뜨지는 않았다.두 시간 후.두 사람이 탄 차는 요트 클럽 회원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주다현은 배준기를 따라 부두로 걸어갔고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을 스쳤다.호화로운 초대형 요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한 손으로 레이스 장식이 달린 챙 넓은 모자를 누르며 고개를 들어 요트를 보았다.“여보, 오늘 여기서 우리 4주년을 보내는 거예요?”“네, 가요.”배준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요트에 오르며 무심하게 말했다.“지난주에 당신이 잡지 속 요트를 빤히 보던 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마침 내 명의로 된 요트가 있어서 기념일에 딱 맞겠다 싶었죠.”주다현은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걸음을 멈추며 놀란 듯 물었다.“여보, 내가 본 잡지 내용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배준기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내가 서재에서 일하고 있을 때 당신이 옆에서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그랬잖아요. 오히려 모르는 게 더 어렵죠.”주다현은 남자의 약간 긴장된 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분명 일부러 기억한 것이면서 굳이 무심한 척하지 않는가. 그녀는 당연히 배준기의 이런 새침한 면을 모를 리가 없었다.보아하니 배준기가 드디어 자신에게 마음을 쏟아붓기 시작한 듯했던지라 마침내 기다린 끝에 빛을 본 기분이었다.“가요. 여기 서 있지 말고.”배준기는 그녀를 재촉했다.“네, 여보오오.”주다현은 다정하게 그를 부르며 단단한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요트에 오른 후 그녀는 곧바로 갑판 위를 몇 바퀴 돌며 말했다.“여보, 여긴 너무 예뻐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배준기는 주다현의 들뜬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까지 기뻐할 일이에요?”그는 늘 주다현이 감정을 표현할 때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다소 오바스럽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니 이런 표현도 이해가 갔다.“전혀 과장 아니에요.”몸을 돌린 주다현의 눈은 촉촉하게 빛났다.“이건 당신이 기억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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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반 시간 뒤 요트는 잔잔한 해역에 멈춰 섰고 배준기는 창고에서 전문 낚시 장비를 두 세트 꺼냈다.“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낚시해요.”“좋아요. 전 낚시를 좋아하거든요.”주다현은 환히 웃으며 낚싯대를 받았다.수백억짜리 선물을 받은 뒤로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적 없었고 온몸에서 기쁨이 흘러넘쳤다.배준기는 낚싯대를 정리하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낚싯줄을 다루더니 순식간에 복잡한 매듭을 완성했다.“여보, 이건 무슨 매듭이에요?”주다현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갔다.“이건 어부 매듭이라고 하는데 5톤의 장력에서 풀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요.”주다현은 너무도 의아했다. 그런 튼튼한 매듭을 하다니. 상어라도 잡으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존경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저도 가르쳐줘요.”배준기는 줄을 그녀의 손바닥에 올려주며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였다.“먼저 이렇게 두 바퀴 감고, 그다음은 이 구멍으로 이 실을 넣는 거예요...”주다현은 배준기의 동작을 금세 익혔지만 일부러 작은 실수를 하며 그와 스킨십을 이어갔다.“여보, 이 매듭은 좀 어렵네요. 천천히 설명해주면 안 돼요?”한번 애교의 달콤함을 맛본 뒤로 그녀는 이 길에서 돌아올 줄을 몰랐다.배준기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림을 참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평소엔 엄청나게 똑똑하면서 매듭은 왜 하나도 못 묶어요?”“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 거죠. 여보처럼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아부 잘하네요.”배준기는 입으로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지만 직접 주다현의 손을 잡고 천천히 가르쳤다.주다현은 기억을 잃은 뒤의 배준기가 꽤 달래기 쉽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만약 진작 알았다면 괜히 현모양처 흉내 낼 필요도 없었을 거고 그냥 옆에 붙어서 아부꾼이 되는 게 훨씬 이들이었다.반짝이는 바다 위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갑판 끝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난간 밖으로 내밀고 가볍게 흔들었다.“다현 씨.”배준기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월영도에서 겪은 일 듣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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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주다현은 그 말을 들은 후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그게 3년 동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인가요?”“맞아요. 웃기죠?”“음... 아니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배준기는 주다현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그 이후로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어요.”“점차 극단적인 생각이 줄어들었고 마음도 한결 평온해졌어요.”주다현은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기억을 잃고 사람이 아예 바뀐 거구나. 그전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으면...’배준기가 기억을 되찾으면 다시 원래의 차갑고 무정한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그가 평생 기억을 되찾지 않길 바랐다.주다현은 잠시 우울한 기분에 빠졌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은 비관할 때가 아니니까.“여보, 3년 동안 정말 잠깐이라도 뭔가 기억이 떠오른 적은 없었어요?”주다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없었어요.”배준기는 고개를 흔들었다.“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그런지 모든 기억이 사라졌어요.”“원래 알고 있던 상식이나 사고력은 달라진 게 없어요. 감정도 느끼지만 관련된 사람이나 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요.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랄까요?”주다현은 턱을 괴고 생각했으나 도무지 그게 어떤 기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자신이 배준기가 된다면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 싶을 것 같았다. 특히 그 나쁜 과거는 더더욱.“여보, 그럼 배 타서 고기잡은 거랑 생선 팔았던 경험에 대해 좀 더 말해줘요. 궁금해요.”배준기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껏 편안해진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별거 없어요. 엄청 지루했거든요.”배준기는 고개를 돌려 주다현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왜 그렇게 쳐다봐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만약 내가 평범한 생선 장수라도 계속 사랑해 줄 거예요?”그 진지한 질문에 주다현은 말문이 막혔다.속으로는 절대 눈길 한번조차 안 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깊은 사랑을 담아 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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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밤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은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바람 좀 쐬고 올게요.”자리에서 일어난 배준기는 뒤돌아보며 말을 덧붙였다.“밖에 바람이 세니까 나가지 말고 여기 있어요.”주다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배준기가 갑판 쪽으로 향하는 걸 지켜봤다.소파에 앉은 주다현은 유리창 너머로 배준기가 가장자리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밤바람이 세차게 불며 요트는 미세하게 흔들렸다.사실 주다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가 음침하고 소름 끼친다는 느낌이 들어 밤바다를 무서워했다.요트 내부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지 않았다면 바다가 주는 위압감에 이곳에서 두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두려웠을지도 모른다.턱을 괴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주다현은 갑작스러운 강한 흔들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뭐지?’‘점점 더 세게 흔들리는 것 같은데...’‘내 착각인가?’순간 경계심이 생긴 주다현은 소파를 짚고 일어섰다.밤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더니 순식간에 장대 같은 비가 갑판을 내리쳤다.거센 파도가 밀려오며 요트는 심하게 흔들렸고 주다현은 거의 넘어질 듯 휘청거렸다.‘어떻게 날씨가 이렇게 갑자기 바뀔 수가 있지?’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니 배준기가 힘겹게 선실로 돌아오려 하고 있었다.길이가 백 미터 넘는 큰 요트에서 하필 가장 끝 쪽에 있었던 터라 선실까지는 수십 미터 거리였다.거리 자체는 멀지 않지만 요트가 심하게 흔들리고 파도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들다. 하물며 수십 미터나 되는 거리라면 말할 것도 없다.주다현은 짧은 고민 끝에 아주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배준기를 구하러 가기로 했다.지금이야말로 배준기의 마음에 들어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고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기에 때로는 위험 속에서 부와 사랑을 찾아야만 한다.이를 악문 주다현은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배준기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왜 나왔어요?”배준기는 주다현을 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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