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은 부담, 돈은 환영이에요: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강우정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캐리어를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에르메스 손수건이 보이지 않아 초조함에 혼잣말을 늘어놓았다.“왜 없지...”“내가 분명히 에코백에 넣어뒀는데...”그날 강우정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짐을 쌌다. 다른 짐들은 대충 캐리어에 쑤셔 넣었지만 그래도 그 손수건만큼은 특별히 따로 정리하여 에코백에 넣어두었다.강우정은 캐리어에 들어 있는 모든 물건을 쏟아내 바닥 위에 펼쳐놓았다.실크 잠옷, 몇 벌의 정장, 속옷, 여러 액세서리들...모든 물건이 조명 아래 드러났지만 유독 그 손수건만은 보이지 않았다.강우정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집 떠나기 전 며칠간의 일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손수건을 주운 다음 날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것을 기억해 냈다.그 게시물은 그녀가 올린 사진 중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고 사람들의 관심에 기분이 좋아진 강우정은 손수건을 소중히 보관해 두었다.“내가 손수건을 꺼낸 적이 있었나?”기억이 갑자기 흐릿해졌다.“사진 찍고 나서 바로 넣어뒀는데... 아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놨나? 설마 그때...”달칵.이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우정아, 나 왔어.”곧이어 지예진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이제 막 데이트가 끝났는지 신난 기색이 역력했다.“오늘 내가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알아?”그녀는 손에 든 루이뷔통 가방을 흔들며 말했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강우정은 안방 앞에 서 있던 지예진과 두 눈이 마주쳤다.“이게 다 뭐야. 설마 집에 도둑 들었어?”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지예진의 얼굴에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하지만 이내 곧 친구가 뭔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뭐 찾고 있어?”그제야 방이 어지러워진걸 알아 챈 강우정은 주변을 둘러봤고 물건들은 마치 토네이도에 휘말린 듯 전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미안해. 손수건 찾으면 금방 다 치울게.”그 말을 들은 지예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고작 손수건 하나 때문에 이렇게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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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병실에서.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쪼그린 주다현은 이마를 배준기의 목덜미에 기댔다. 넓은 병상 위에 누워있는 두 사람의 자세는 매우 친밀해 보였다.새벽이 되자 배준기는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얕은 잠을 자고 있던 주다현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선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배준기의 얼굴은 찡그러져 있었고 두 뺨은 비정상적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주다현은 그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고 뜨겁게 달궈진 이마에서 열기가 전해졌다.“왜 이렇게 뜨거워요?”주다현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혹시 열나는 거 아니에요?”그때 배준기가 입을 벙끗하며 나지막이 뭔가를 중얼거렸다.주다현은 몸을 굽혀 가까이 다가갔고 간신히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꺼져. 다 꺼지라고.”비록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위압감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주다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도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이렇게 험한 말을 하는 거지?’주다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배준기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준기 씨, 괜찮아요? 악몽 꿨어요?”그러자 배준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숨을 헐떡였다.마치 죽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했고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다현 씨…”배준기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저 여기 있어요. 혹시 악몽 꾼 거예요?”주다현은 배준기를 달래며 병상 침대 옆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조용히 몸을 일으키려던 배준기는 팔로 간신히 상체를 버텼으나 어지러움에 의해 힘없이 침대에 다시 쓰러졌다.“열나는 것 같으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주다현은 배준기의 어깨를 누르며 일어나지 말라고 타일렀다.“의사 선생님이 금방 오실 거예요. 편하게 누워있어요.”배준기가 입고 있는 환자복은 식은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여전히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목이...”“네?”“목말라요.”배준기는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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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주다현은 따뜻한 물을 가져와 수건을 적신 후 배준기의 환자복 단추를 풀고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그 손길은 매우 섬세했다. 수건은 그의 가슴에서부터 천천히 배꼽으로 내려갔고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오른손을 피해서 닦았다.왼손은 골절되고 오른손은 주삿바늘이 꽂혀 있어 더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배준기는 집중하는 주다현의 옆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이 밀려왔다.“옆으로 돌아요.”주다현이 부드럽게 말하자 배준기는 그 말에 맞춰 옆으로 돌아누웠고 수건은 그의 등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어쩜 이렇게 사람을 잘 돌봐줄 수 있죠? 설마 예전에 간병인으로 일했던 건 아니죠?”주다현은 멈칫하더니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자원봉사를 많이 나가서 사람을 돌보는 게 익숙해요.”배준기는 주다현이 목숨 걸고 작은 강아지를 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다현 씨는 참 착한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주다현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사실 그녀가 이렇게 사람을 잘 돌볼 수 있게 된 건 전혀 다른 일에서 비롯됐다.주다현은 배준기의 몸을 다 닦아준 후 단추를 채우려 했다.“단추는 안 채워도 돼요. 이참에 옷 좀 갈아입으려고요.”“지금 링거 맞고 있잖아요. 옷 갈아입기 힘들 거예요.”주다현은 옷을 갈아입지 않도록 설득하려 했다.그러나 배준기는 굳게 마음을 먹은 듯 옷을 갈아입으려고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됐어요. 제가 할게요.”혼자서 낑낑거리는 배준기를 보며 참다못한 주다현이 나섰다.“움직이지 마요.”배준기는 최대한 빨리 갈아입기 위해 주다현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과정은 다소 번거로웠지만 결국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땀에 흠뻑 젖은 환자복을 벗어던지니 배준기의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다현 씨, 수고 많았어요.”고개를 돌린 주다현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깨끗한 온수를 다시 준비하고 수건을 적셔 배준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마에서부터 코, 그리고 볼과 턱까지.마지막으로 수건을 짜서 그의 이마에 얹어두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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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주다현은 거의 한시도 빠짐없이 배준기의 곁을 지켰다.체온을 기록하고 링거의 잔량과 주입 속도를 확인하며 배준기가 목마르면 물을 떠다 주고 추워하면 이불을 덮어주는 등, 그야말로 세심하게 돌봤다.그 사이 간호사들이 몇 번 들렀고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렇게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배준기의 체온이 겨우 38도로 내려갔다.아직 완전히 열이 내린 건 아니었지만 상태는 눈에 띄게 훨씬 좋아졌다.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주다현이 잠시 눈을 붙이려는 순간 배준기의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다현 씨...”주다현은 곧장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왜요? 어디 불편해요?”배준기는 몸을 조금 옆으로 옮기더니 링거를 맞고 있는 손으로 침대를 톡톡 내리쳤다.“여기 와서 같이 자요.”“안 졸려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해요.”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지만 끝내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이를 본 배준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차피 간호사가 수시로 와서 확인하잖아요. 계속 옆에서 지켜볼 필요는 없어요.”“알겠어요.”결국 몇 초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배준기의 옆에 누웠다.배준기는 팔을 뻗어 주다현을 끌어안더니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살포시 기댔다.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잠시 후, 주다현이 입을 열었는데 그 목소리는 매우 나지막하고 흐릿했다.“어렸을 때 몸이 아플 때마다 엄마가 저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면서 자장가를 불러줬어요.”사실 주다현은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물론 이러한 이야기 모두 가장 연약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상상이었다.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도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고 한편으로는 배준기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도 있었다.병실을 비운 동안, 배씨 가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로 인해 마음 한편이 늘 불안했고 그들의 대화에 자신이 얽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서경희가 병실을 나설 때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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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전의 주다현은 너무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사람 같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그래서 모든 애정 표현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둘 사이에 벽 하나가 있는 듯 끝내 완전히 가까워질 수 없었다.주다현은 멍하니 배준기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달라고? 막상 보여주면 이런 반응이 아닐 거면서...’주다현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늘 자신을 꽁꽁 숨겨왔다.두 사람은 한동안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주다현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고 결국 말소리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배준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 넘기며 가볍게 말했다.“다현 씨, 자요?”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병실 안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다.“네?”주다현은 눈을 감은 채 의아해하며 대답했지만 고개는 들지 않았다.그러자 또 정적이 흘렀다.주다현이 막 잠에 빠져들기 직전 배준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우리 날 잡고 혼인신고 할까요?”단번에 잠이 확 달아난 주다현은 벌떡 고개를 들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행여나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되물었다.배준기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앉더니 주다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진지하고 단호함이 깃든 그의 시선에 주다현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갑자기 왜 그래요?”‘혼인 신고를 하자고? 설마 환청이었나?’배준기는 손으로 주다현의 얼굴을 감싸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피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아까 말했잖아요. 날 잡아서 혼인신고 하자고요. 다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두 눈이 휘둥그레진 주다현은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진심이에요?”“맞아요. 다현 씨도 혼인 신고 빨리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잖아요.”“당연히 하고 싶죠. 그런데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날을 정하겠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두 분이 허락하신 거예요?”주다현은 치솟는 흥분을 억누르며 애써 침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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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다음 날 점심.배준기는 병상에 앉아 작은 탁자 위에 놓인 노트북과 몇 장의 계약서를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조금 기운을 차리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고 이미 한 시간 넘게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아무리 말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는 주다현은 그저 조용히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배준기의 비서로 일하던 시절부터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잘 알고 있었다.약 먹을 시간이 되자 주다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준기 씨, 일 그만하고 일단 약부터 먹어요.”그녀는 약을 배준기에게 건넨 후 따뜻한 물 한 잔을 준비했다.그러자 배준기는 손도 움직이지 않은 채 고개만 돌리고 입을 반쯤 벌리며 말했다.“먹여줘요.”“왜 이렇게 게을러요?”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몸은 어느새 배준기에게 약을 먹어주며 물까지 건넸다.“천천히 마셔요.”그러고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줬다.똑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곧 지성우가 파일을 들고 들어왔는데 그의 시선은 잠시 주다현의 얼굴에 멈췄다.어제 회사에서 마주친 사람을 오늘 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게다가 배준기가 다쳤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대표님, 이건 요청하신 요트 양도 계약서입니다.”배준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고마워요. 여기에 놓으면 돼요.”그 말을 끝으로 추가 지시가 없자 지성우는 인사를 건넨 후 곧바로 병실을 나섰다.배준기는 양도 계약서를 주다현에게 건넸다.“이거 서명하고 변호사에게 맡겨요. 이 요트의 주인은 이제부터 다현 씨예요.”주다현은 계약서를 받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서명하지 않았다.“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배준기가 물었다.“아니요. 전 그냥...”주다현은 잠시 고민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요트는 필요 없어요. 대신 요트랑 비슷한 가치의 뭔가를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사업을 배우고 싶어요.”이건 어제부터 계속 고민한 결과였다.수백억짜리 요트는 누가 봐도 대단한 선물이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면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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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세 사람은 멍하니 그들의 애정행각을 지켜보고 있었다.주다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 바로 배준기의 목을 감고 있던 손을 풀었다.“안녕하세요.”주다현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러자 세 사람은 동시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바로 웃으며 맞인사를 했다.“형수님, 오랜만이네요.”“갑자기 여긴 왜 왔어?”배준기는 환영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어젯밤에 바다에 빠질뻔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 당연히 보러와야지.”윤명휘는 웃으며 침대 앞으로 다가가 과일 바구니를 옆 탁자에 놓고 주다현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사실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나는 게 아니다.3년 전, 주다현이 대표 비서일 때 서로 만난 적이 있었다.“형수님,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감사합니다.”이때 배준기가 먼저 소개했다.“다현 씨, 여긴 제 친구 윤명휘라고 해요.”“소개 안 해도 돼. 난 형수님이랑 여러 번 만났었어. 형수님도 분명히 날 기억할걸?”윤명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다현을 바라봤다.“맞죠?”주다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명휘 님은 제가 기억하고 있어요.”“봐봐, 형수님은 무조건 날 기억하고 있다니까?”윤명휘는 기세등등해하며 말했다.“님이라는 호칭이 너무 어색하네요. 그냥 이름으로 불러줘요.”주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다소 거리를 두며 예의 바르게 호응했다.이때 진도윤을 손을 내밀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진도윤이라고 합니다. 준기 친구예요.”주다현은 악수하며 답했다.“안녕하세요.”“그리고 저도 있어요.”조예준이 질투한 듯 재빨리 끼어들었다.“형수님, 저는 조예준이라고 합니다.”“만나서 반가워요.”“형수님은 사진보다 훨씬 더 예쁘시네요.”“고마워요.”앞서 인사를 나눈 두 사람보다, 주다현은 조예준에게 다소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왜냐하면 조예준이 옆에서 배준기를 설득하며 돈으로 그녀를 내쫓으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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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병실에서 쫓겨난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복도를 걸어갔다.이때 윤명휘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설마 준기가 진짜 다현 씨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겠지?”진도윤은 평범한 어조로 대답했다.“그럴지도? 솔직히 준기가 여자 눈치를 보는 게 처음 아니냐?”윤명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저 병실 안에 있는 준기가 진짜 준기일까?”“그게 무슨 말이야?”진도윤과 조예준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선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유독 윤명휘만이 아주 진지했다.“누군가 준기를 사칭하는 걸 수도 있어. 준기랑 엄청 닮은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거지.”진도윤과 조예준은 몇 초간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명휘야, 너 드라마 너무 많이본 거 아니냐? 사칭이라니.”“준기가 돌아온 날 검사까지 했잖아. 사칭이면 애초에 검사조차 못 받지.”“그리고 처음 우리를 만났을 때 네 손가락 부러뜨릴 뻔한 거 잊었어? 그런 반응은 아무나 흉내 내는 게 아니잖아.”“맞는 말이네.”윤명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뭔가 좀 찝찝하게 있어.”진도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뭔가 신경 쓰이는 건데?”“기억을 잃은 사람이 저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거야? 준기가 어떤 성격인지 우린 다 알잖아. 지금은 너무...”“너무 뭐?”“흠...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윤명희는 머리를 쥐어짜며 말하자 진도윤이 천천히 금테 안경을 올리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인간미가 생겼다는 거지?”그 말에 윤명휘의 눈이 반짝였다.“맞아, 딱 그거야. 인간미뿐만 아니라 심지어 얼굴에서 온화함이 느껴져.”“배준기의 얼굴에 담긴 온화함과 상냥함을 봤을 때 얼마나 등골이 오싹했는지 알아?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풉. 그러든 말든 네가 흥분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조예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따지고 보면 다현 씨한테만 온화한 거잖아. 내가 봤을 때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기억을 잃기 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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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윤명휘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비록 조예준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깊게 파고들기 귀찮아서 대충 얼버무렸다.“알았으니까 빨리 얘기해. 도대체 뭔데?”그제야 윤명휘도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준기가 다현 씨한테 꽤 엄격했어. 이성으로서 대하는 그런 느낌은 아예 없었다고.”말을 이어가던 윤명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덧붙였다.“뭔지 알겠지?”그러자 조예준이 물었다.“엄격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한번은 내가 준기 사무실에 가는 길이었는데 멀리서 다현 씨를 혼내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평범하게 꾸짖는 수준이라서 말이 그렇게 심한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상사와 부하 관계였어.”“두 사람이 썸타는 기류는 없었다니까?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둘이 비밀 연애를 했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았어.”사실 비밀 연애라는건 주다현의 일방적인 주장이었기에 윤명휘는 그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조예준은 다시 한번 비웃었다.“뭔가 유용한 정보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너도 추측에 불과하네. 그동안 준기가 아무리 여자를 밀어냈어도 결국 남자야.”“더구나 다현 씨가 좀 예뻐? 아무 감정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너도 알잖아, 남자 세계에서는 사랑과 욕구가 별개라는 거.”여자에 환장하는 플레이보이 조예준은 이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서로에 대한 진심은 의심했어도 배준기와 주다현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아들이 생길리가 있겠는가?그 말이 끝나자 3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세 사람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이때 윤명휘가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바로 이거야. 그런 관계일 수도 있다고.”어차피 기억을 잃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니 남 보기 부끄러운 그들의 관계를 주다현이 사랑으로 포장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조예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으면 그때 바로 얘기하지.”윤명휘는 그저 억울했다.“그냥 내 추측이었으니까, 확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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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병실 안.배준기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긴 손가락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집중하고 있었고 주다현은 옆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똑똑똑.들어와도 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형, 병원에 계신다길래 병문안 왔어요.”신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백합꽃 한 다발을 손에 들고 당당하게 들어왔다.‘병문안에 백합꽃을 들고 온 거야?’‘이건 누가 봐도 병문안이 아니라 깽판 치러 온 거지.’주다현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뭉친 눈앞의 남자를 말없이 훑어보았다.배준기가 기억을 잃고 성격이 온순해져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밖으로 쫓겨났을 것이다.배준기는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말했다.“신 대표? 해외 프로젝트로 바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가하네?”신유성은 살짝 웃으며 답했다.“솔직히 정말 한가해지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그룹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바람에 쉴 틈도 없네요.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병문안은 와야죠. 형이 다쳤는데 얼굴조차 안 비추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그는 병상 옆으로 걸어가더니 손에 들고 있던 백합꽃을 침대 머리맡의 꽃병에 꽂으며 노트북 화면을 훑었다.“손을 다쳤는데도 일을 한다니, 참 본보기다운 모습을 보이시네요. 저도 한 수 배웠어요.”“말 다했어?”마침내 고개를 든 배준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했으면 꺼져.”신유성은 잠깐 흠칫하며 얼어붙었으나 이내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막 왔는데 벌써 내쫓으면 저 정말 서운해요. 마음이 아프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형님이 절 두려워하는 줄 알겠네요.”“신 대표는 여전히 얼굴이 두껍고 뻔뻔하네.”배준기는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엄마를 닮아서 그런가?”주다현은 순간 눈썹을 살짝 떨며 긴장했다.‘여전히? 설마 기억을 찾은 건가?’안색이 어두워진 신유성은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몸이 불편하니까 기분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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