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01 - チャプター 310

435 チャプター

제301화

소휘는 여전히 기침을 하고 있었다.“불과 두 시간도 안 되어 내쫓겼다고?”조급함이 묻어난 말투가 다시 연달은 기침을 유발했고 경 총관이 윤폐지해(润肺止咳: 폐를 적셔 주고 기침을 멎게 하는)의 탕약을 들고 와서는 소휘 앞에 놓았다.“우선 약부터 드시옵소서.”소휘는 약그릇을 그러쥐어 탁자 위에 그대로 내던졌다. 그릇은 산산조각 나고, 약탕은 사방으로 튀었다. 손가락이 도자기 조각에 그슬리듯 베여 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의 눈동자엔 오로지 노여움만 가득했다.“그 자가 나한테 뭐라 말했었느냐!”경 총관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주 세자께서 혼자 열 명을 상대하여 주부의 관병들을 이끌고 그들을 몰아냈다 하옵니다.”소휘는 미동조차 없었다. 방 안의 장작불은 충분히 뜨거운데도 그의 존재는 사람을 경외하게 만들 만큼 냉혹했다. 그는 손을 들어 그 위에 묻은 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 속의 분노가 그제야 서서히 가라앉더니 이내 입꼬리를 들어올려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이번엔 본왕이 성급했지. 본왕이 주종현을 얕봤던 탓이기도 하다. 본왕은 이미 우주에 도착했으니 실패를 두어 번 하는 것이야 별일이 아니지. 기회는 아직 얼마든지 있다.”그의 목소리는 쉰 듯 탁했고 어투도 가벼웠으나 경 총관은 오히려 서늘한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양아버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 소녀의 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거라.”소휘는 자리에 앉으며 다친 손을 소매 속으로 슬며시 감췄다. 경 총관이 급히 앞으로 나서서는 난장판이 된 자리를 재빨리 치웠다. 연아가 손에 당면인을 들고 들어왔다.“양아버지, 아직도 아파요?”연아는 어제 양아버지가 괴로워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손에 쥔 당면인을 그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어머니가 말했어요. 쓴 약일수록 몸에 좋다고. 너무 쓰면 단 것도 조금 먹으래요.”쓴 약이 몸에 좋다라. 소휘는 연아의 순진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조심스레 당면인을 받아 들었다.“네 어머니의 말이 옳구나.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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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정현의 별미인 누룽지 죽입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잊지 말고 현재의 행복과 발전을 소중히 여기자는 의미에서 주방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했다 합니다. 보기엔 좀 그렇지만, 맛은 아주 좋답니다.”아람이 극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연아 역시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정말 맛있어요!”소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친 왼손을 슬쩍 들어 보였다.“본왕도 맛을 보고 싶구나. 한데 그러려면 람이가 직접 먹여 주어야겠다.”“어디 다치셨어요?”아람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오른손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멀쩡한 손 있잖아요!”그는 손을 뻗어 보였다. 손바닥 위엔 정교한 손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것을 살짝 들어 올리는 손짓은 마치 이 손은 비워둘 수 없지라고 말하는 듯했다.“어머니가 그랬어요. 밥 먹을 때는 얌전히 먹어야지 장난치면 안 된다고요.”연아가 재빠르게 난로를 낚아채고는 그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 주었다.소휘가 연아를 돌아보자 작은 아이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어머니의 말씀은 잘 들어야 해요.”숟가락을 움켜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더니 눈 밑 깊은 곳에서 감정이 번듯 스쳤다.“좋…”좋다는 말이 끝나기 전에 연아가 옆에서 밥을 먹던 아전들에게도 외쳤다.“어머니의 말씀을 잘 듣고 얌전히 먹어야 돼요!”소휘의 눈꼬리가 툭 하고 씰룩거리더니 손을 들어서는 연아의 작은 머리를 돌려세웠다.“먹을 때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빨리 먹어라.”이제 이른 봄추위가 다시 엄습하는 때였다. 연아는 밥을 먹고 금세 다른 아전들의 아이들과 뛰놀러 나가버렸다. 온종일 뛰어다니는 아이에게선 추위란 티끌도 보이지 않았다. 아람은 틈을 봐 아설에게 줄 무언가를 사러 나가고 싶었지만…“전하, 제발 저를 따라다니지 마시옵소서!”식당에서부터 후당, 거기서 다시 잡동사니 방까지. 그녀가 가는 곳마다 소휘가 따라다녔다. 연아조차 이렇게 달라붙진 않았는데. 그건 그렇고, 왜 하필 이 순간 생각난 단어가 달라붙는다 인지...아람은 고개를 흔들며 그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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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아람은 밖에 나가 식사하기는커녕 연아 역시 나가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유모를 시켜 몇 사람의 식사를 전부 방으로 들여오게 했을 뿐이었다. 유모가 저녁을 들고 들어오면서 또 얘기를 꺼냈다.“오늘은 이상하네요. 식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아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요즘 발생한 일들을 생각하는 중이었다. 소휘와 자신은 그저 서로 이용하는 관계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왕야나 된다는 사람이, 무슨 절세미인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자신에게 마음을 준다는 말인가? 그나마 말이 되는 것은 딱 하나였다. 주종현을 위협하기 위해서라는 것.주종현은 경성에서 우주까지 쫓아온 셈이었다. 권력도 병력도 아무것도 없는 성왕에게 있어서 천자의 측근인 주종현을 견제하려면 아람 하나로 충분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아람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내쉬었다. 한 나라의 종실 친왕이 직접 미인계를 쓸 정도로 궁핍하다니. 그녀는 그제야 자기 자신을 설득이라도 했다는 듯이 확신에 차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이라도 호전의 기운이 보이던 소휘가 그 순간 재채기를 연달아 두번이나 해댔다. 경 총관이 묵묵히 지켜보다가는 연탄 두 덩이를 불에 더 넣었다.아람은 아문에서 사흘 내내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라버니가 돌아와도 마주하지 않았다. 연아는 한창 활발할 때인지라 아람이 한눈을 팔고 있을 때면 밖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복동이는 손이 거의 가지 않는 아기였고 유모가 잘 보살폈기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마님, 복동이라는 이름은 태명으로만 쓰셔야지요. 훗날 서당에 들어가면 진짜 이름이 필요합니다.”아람은 며칠째 복동이에게 새 속옷을 지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바늘과 실을 정리하며 말했다.“아직 어리니 서두를 것 없다. 내일 오라버니에게 몇 개 지어보라 할게.”“어머니!”연아가 밖에서 뛰어들어왔다.“양아버지께서 우주로 돌아간대요!”고작 반나절 만에 연아의 치마는 벌써 온통 흙투성이였다. 아람은 그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저 소휘가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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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아람 마님.”위심은 이제 별탈이 없어 보였다.“다 나았나 보구나.”아설의 눈가엔 기쁨이 가득했다.“아직은 아니에요. 그래도 손 어르신의 말씀으론 거의 다 나았고 조금만 더 조리하면 된다고 하셨어요.”아람도 웃었다.“위심, 우리 설이가 아니었으면 넌 진작에 염라대왕 만나러 갔을 거다.”위심은 옆에 서있는 아설을 한 번 보고 나서 말했다.“맞습니다. 설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심은 없었을 겁니다.”그는 고개를 돌려 정색하고 말했다.“아람 마님께서는 설이의 언니 되시는 분입니다. 전 설이를 맞고 싶습니다.”아설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아람은 눈앞의 두 사람을 보았다. 서로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두 사람을 바라보노라니 왠지 기분이 감개무량해졌다. 위심은 좋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목숨을 거는 일을 해야 했다.“위심, 비록 네가 두 번이나 중독에서 살아났다고 한다지만 다음번에도 이렇게 운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위심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기억을 되찾았을 때 이미 결심했습니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저는 사직할 겁니다. 정현에 남든, 경성에 돌아가 평범한 정찰병이 되든, 저는 아설에게 안정된 가정을 주고 싶습니다.”“설아, 너는 마음을 정했니?”“네, 저희는 정현에 남고 싶어요.”아설은 여전히 두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아람의 물음에 피하지 않고 말했다. 기회는 많지 않은 법이었다. 이번에도 놓친다면 한 평생을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아람은 둘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쉬이 평생을 결정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생사를 함께 겪은 사이인데 다른 말이 더 필요해 보이지도 않았다.“위심, 혼사를 대충 차릴 생각은 하지 말거라. 삼서육례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아설이 급히 아람의 팔을 잡았다.“심은 돈도 없어요. 삼서육례 같은 건 없어도 됩니다.”아람은 그녀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시댁 편이니? 결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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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연아의 친아버지는 결국 현청에 머무르지 못하고는 현청이 있는 거리 끝자락의 객점에서 머물게 되었다. 연아에게 있어서는 갈 곳이 하나 더 생겼으니 좋은 셈이었다.“아버지!”연아는 이제 부쩍 영리해졌다. 간식을 사고 싶을 때면 아버지를 찾으면 되고, 장난감을 사고 싶을 때도 아버지를 찾으면 되고, 큰 애들한테 당해도 아버지를 찾으면 된다. 어머니는 항상 바쁘지만 아버지는 통이 클 뿐만 아니라 돈도 많지, 제일 중요한 것은 한가했다. 경성만 벗어나면 아버지들은 더 좋은 사람이 된다.연아는 경성이 결코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주종현은 딸을 안아 들었다. 한때는 손바닥에 놓일 만큼 작디작은 아이가 경성을 떠난 뒤 또 훌쩍 커있었다. 게다가 영악하고 앙큼한 것은 덤이었다. 툭툭 내던지는 말 한 마디 마디마다 사람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게 한다.“연아야, 네 어머니는 어디에 있느냐?”“어머니는 일단 신경 쓰지 말아요.”연아는 아버지의 머리를 수동으로 방향을 돌려서는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노는 작은 나무 수레를 가리켰다.“아버지, 저도 저 수레가 갖고 싶어요.”그 수레는 한 명은 타고, 다른 한 명은 끌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2인용 장난감이었다. 애들 한무리가 모여서는 돌아가면서 수레를 타고 끌고 했다.“같이 놀지 그러니?”연아의 작은 입술이 삐죽 올라왔다.“그 수레는 동근 거예요. 전 그 애랑은 같이 안 놀아요.”“그럼 누구랑 놀고 싶은데?”“다 같이.”연아가 팔을 크게 벌리며 한 마디를 보충했다. “동근만 빼고요.”“왜?”주종현은 이렇게까지 아이 마음속을 깊게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연아가 울먹이며 말했다.“동근이 오라버니가 다른 아이들더러 저랑 놀지 말래요. 아까도 동근이 수레를 끌고 나와서는 저랑 안 놀면 자기랑 놀 수 있다 그랬어요.”주종현의 눈썹이 확 치켜올랐다.“전날 네 돈을 속여 뺏은 그 녀석이냐?”연아가 군것질을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람은 매일 연아에게 동전을 서너 푼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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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정말요?”동근의 눈이 단번에 반짝이더니 방금 얻은 작은 수레마저도 내팽개치고 곧장 집 쪽으로 냅다 달려갔다. 아이를 속이는 일이야 못 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주종현은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몰랐지만 위심이 봤다면 턱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을 것이 분명했다. 아람이 정오 무렵 곡창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문에 들어도 서기 전부터 연아의 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안채로 들어가니,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회랑 아래에 놓인 또 한 대의 작은 수레였다. 보나 마나 연아의 것임이 분명했다. 이제 정현에 온 지가 며칠이나 지났다고, 수도 없는 물건을 사들였다. 자신의 오라버니도 마찬가지였다. 녹봉이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전술 어리광을 부리며 떼질 쓰는 연아한테 모조리 쏟아붓고 있었다. 경성을 떠난 뒤로 연아의 성격이 갈수록 대범해지는 것은 좋았지만 동시에 말썽꾸러기가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연아야.”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어머니!”딸아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리더니 머리를 들기도 전에 연아가 공중에서 쏜살같이 뛰어내렸다. 아람이 놀라 뒷걸음을 치다 돌출된 돌멩이에 뒤꿈치를 부딪혔다. 넘어질던 찰나, 주종현이 한 손엔 딸을 안아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려던 순간, 찰싹하고 따귀 한방이 그의 얼굴을 얼어붙게 했다. 아람이 그를 와락 밀쳐내더니 고개를 돌려 문틈으로 구경하던 아전들을 째려보며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쳐댔다.“누가 들였느냐!”그 말에 아전들은 와르르 달아났다. 연아 역시 아람이 진짜 화가 난 것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아버지의 품에서 내려와 온순한 표정으로 아람의 옷자락을 잡고 얌전히 서있었다.“시아.”주종현의 미소가 굳어졌다. 아람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공자를 모릅니다. 공자께서 계속 억지를 부리시면 주부에 고발하겠습니다.”주종현은 정현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녀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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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공무가 아니시라면 부디 이쪽으로 나가주시지요. 대문은 이곳입니다. 이미 종을 쳤으니 관문을 닫아야겠습니다.”아람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연아의 손을 잡아 그대로 돌아섰다. 연아도 지금은 장난칠 분위기가 아님을 알아차리고는 아버지를 돌아 보지도 않은 채 아람의 손을 잡고 떠났다. 연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람이 이토록 화를 내는 모습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아람은 방 문을 닫고는 천천히, 조금씩 자기의 마음속에서 치솟는 감정을 소화해 나갔다. 경성에 있을 적에도 이랬다. 송하윤의 반복된 도발과 습격 앞에서도 그녀는 오롯이 혼자서 이 감정들을 소화시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주종현 앞에서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다. 국공부 안에서 그는 그녀의 하늘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쳐도, 협박을 당해도, 심지어 암살을 당해도 주종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조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그녀를 희생하는 것 정도야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그들의 연극이 끝난 지금,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 몇 마디를 칭얼거린다면 그녀는 감사하다면서 머리를 숙여 그 모든 것을 용서해야 된다는 말인가? 우스웠다. 이 모든 상황이 그녀한테는 너무나도 가소로웠다.“어머니, 미안해요.”연아의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아람은 눈가의 눈물을 손끝으로 훔치고몸을 돌려 연아를 안아 올렸다.“연아는 잘못한 게 없어. 사과할 필요도 없고.”연아는 아람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아버지를 데리고 들어왔어요.”아람은 딸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며 조용히 말했다.“그자는 너의 아버지다. 그러니 너랑 놀아주고 너한테 잘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한데 이 어미는 더 이상 국공부의 강 마님이 아니란다. 이제 너희 아버지랑도 관계가 없어. 하나 너는 아버지의 딸이지. 너한테 잘 해주면 미안해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돼. 아버지는 너를 사랑할 거고, 어머니도 너를 사랑할 거야.”연아는 어미 품에 꽉 안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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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젠장, 또 죄다 땅속으로 기어들어 두더지가 됐네!”산적들이 약초밭 근처까지 들이닥쳤을 때는 이미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도 형님, 여긴 낯설어서 모르시겠지만 이 동네 촌놈들은 아주 영악해서 조금만 움직임이 있어도 전부 지하로 숨어버립니다! 곡식이나 좀 긁고 가는 게 고작이지, 동전 한 닢도 못 찾는다니까요!”이 일대 산적들과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이미 호흡척척이었다. 산적들은 사람도, 돈도 찾을 수 없으니 이쪽 일대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떠들어대는 사이, 마을 사람들 역시 지하 통로를 통해서 산적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찰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온 마을은 사람 한 명 없는 마을처럼 고요해졌다.“큰일 났다. 우리 딸내미네 부부가 오늘 돌아온단 말이다!”한 아주머니가 얼굴이 새하얘져서 말했다. 그녀의 딸은 이웃 고을로 시집간 뒤로는 삼년은 족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쪽 일대는 산적이 많았기에 겨우 자라나 시집까지 간 딸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못마땅했지만 아버지가 다리를 다쳤다는 말을 들은 딸이 기어코 돌아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산적과 맞닥뜨리게 되다니, 참 운도 없었다.촌장의 얼굴도 어두워졌다.“언제 도착한다고 했나?”아주머니는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릅니다.”다른 이가 급히 말했다.“만약에 보미가 우릴 배신하면 어떡하나?”아주머니가 발끈해 소리쳤다.“우리 보미는 그런 애 아니네!”“왜 아니겠어! 보미는 이미 이 마을 사람이 아니네! 지 애도 있는데, 우릴 팔아넘길 수도 있지 않겠어!”“우리가 보미가 바깥으로 시집가는 것을 반대했던 게 바로 이런 날이 올까 봐 그런 게 아닌가!”주변 사람들까지 들고일어났다. 마을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산적에게 잡히면 죽는 일이 있더라도 지하 통로 비밀을 지키는 것이었다. 설령 진짜 죽게 된다면 그 집의 아이와 노인은 마을 전체가 함께 책임을 지고 맡아야 했다.그때, 위심이 일어나서 말했다.“제가 가서 그들을 데려오겠습니다.”“왜?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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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그녀는 아설을 달래면서 스스로의 마음도 겨우 달래고 있었다. 위심이 나가고 나서 지하 통로는 긴 침묵에 잠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문득, 입구 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숨을 죽였다. 촌장의 명령 없이는 아무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아버지, 저예요. 육돌이예요.”촌장 아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육돌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모두의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했다. 침묵을 깨듯,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비켜! 도끼 한번 휘두르면 충분한걸, 뭘 두드리고 지랄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구가 부서지더니 바깥의 빛이 거칠게 쏟아져 들어왔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보인 것은 바글바글한 산적 떼였다.“이 두더지 놈들이 여기 숨어 있던 게로구나!”입구는 마을 어귀의 토지신 사당 아래에 있었다.“전부 잡아 묶어라!”육돌이라 불린 젊은이가 이내 옆으로 밀려갔다. 산적들은 토지신의 흙신상을 밀어젖히며숨겨져 있던 비밀 통로를 완전히 드러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지하에서 끌려 나왔다.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밖으로 시집간 딸도 아닌, 처음 보는 외지인도 아닌,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촌장의 아들 육돌이었다. 촌장은 분노와 후회에 아들을 걷어찼다.“내가 그때 그냥 네놈을 처죽였어야 했어!”육돌이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떨었다.“아버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놈들이 절 죽이겠다고 협박했단 말이에요."그러자 또 다른 촌민이 울부짖었다.“장동갑! 장육돌이 제 아들을 때려죽였습니다. 제가 목숨으로 원수를 갚겠다 했을 때 저한테 뭐라고 했습니까? 육돌이는 죽었다면서요! 거짓말을 치고 도망치게 한 것이군요! 꼴좋습니다! 당신의 자식이 지금 당신 목숨을 갉아먹고 있군요!”육돌은 본래 목숨을 잃을 운명이었으나 마음이 약한 촌장이 불쌍하다고 살려 보냈다. 하지만 귀하게만 자랐던 터라 그는 기술도 없고 게으르기만 했다. 무능하던 그는 결국 산으로 기어 올라가더니 산적이 되어버렸다. 조금 전 말하던 산적이 장육돌의 목덜미를 잡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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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누가 너더러 죽이랬느냐?”도 형님이 꾸짖듯 말하자 그 산적도 멍해져서 대꾸했다.“이 늙은이가 말을 안 듣길래요.”도 형님은 아람과 아설, 그리고 연아 세 사람을 훑어보았다. 또 그녀들이다. 반의산에서도 성왕 전하가 직접 산에 오르셔서 그녀들을 구해 갔던 일이 있었다. 큰 형님이 당부한 바, 현재 그들의 신분은 산적이면서도 병사였다.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 항복을 받아내고 군에 편입되기 전까지는 성왕 전하와의 관계가 드러나선 안 됐다. 여기서 아람 일행을 내버려두어 목숨을 잃게 두느니 차라리 자기 감시 아래 두어 지키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가 오면 공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공을 세울 기회이기도 했다.“저 셋은 내 방으로 보내라.”산적들 사이에서 곧바로 야유가 터졌다. 도 형님이 눈을 흘기자 즉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다물었다. 지난번과 비슷하게, 아람과 아설은 또다시 산채의 민가 한 채에 감금되었다.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같은 방에 함께 갇혔고, 손이나 발을 묶지도 않았다. 다만, 문 앞에 산적 둘이 보초를 서 어느 누구도 방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 뿐이었다.아람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산적들은 단순히 약탈을 하려는 자들이 아닌 것 같았다. 삼당가, 지금은 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저자 역시 그녀들을 알아보았을 터였다. 지난번에는 소휘가 직접 산을 올라 자신들을 구해줬다. 혹시 그때부터 이미 손을 잡은 것이지 않을까? 위심이 산속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독약을 제조한다 했던 그자들도 역시 이들이지 않을까?아람은 이를 악물었다. 순간 모종의 가능성이 그녀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소휘는 병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산적들을 군사로 삼으려는 것 또한 말이 되었다. 하지만 산적이라는 작자들은 사람의 목숨을 벌레처럼 생각하는, 잔혹하고 야만스러운 존재였다. 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온다면 백성들은 도마 위의 고기 신세나 다름없지 않은가! 소휘는 정녕 미쳤단 말인가?밤이 깊어졌다. 촌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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