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11 - チャプター 320

435 チャプター

제311화

“심, 돌아오셨군요!”아설이 위심의 품에 냅다 안겼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걱정 마십시오. 구해드리러 왔습니다.”아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당신 상처도 이제 막 나았잖아요. 저는 당신이 산적들을 너무 많이 만나 무슨 일을 당할까 봐…”“고작 몇몇 산적일 뿐입니다. 저를 어쩌지 못하지요.”“어쩌지 못한다고요?”아설이 그를 호되게 노려보았다.“그럼 전날 죽기 직전이었던 그 사람은 누군데요!”주종현은 그 둘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아람을 바라보았다. 괜히 헛기침을 삼키며 말했다.“실은 꽤나 위험했다. 방금 전에도…”아람은 그런 쓸데없는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의 손을 확 뿌리치고 비녀를 다시 머리칼에 꽂은 뒤, 잠든 연아를 안아 주종현 품에 얹어주었다.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치맛자락을 걷어잡고 탁자와 걸상을 옮겨 창문 아래 쌓았다. 뒷창으로 탈출할 생각이었다.마을의 집들은 모두 높게 지어져 있었는지라 창문 역시 어른 키보다 더 높았다. 힘겹게 창틀에 올라서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뒤를 다시 돌아보니 방 안은 텅 빈지 오랬다. ‘어떻게 나간 거지? 왜 방금 아무 소리도 안 들렸지?’아설이 그녀의 속내를 눈치 챈 듯, 낮게 말하였다.“심이 저를 데리고 지붕 위로 날아 넘어왔어요.”주종현은 연아를 아설한테 넘기고 양팔을 활짝 벌렸다.“뛰어. 내가 받아주마.”아람은 창틀을 꽉 붙잡고는 손을 뻗은 주종현을 한 번 보았다. 한편 위심은 아설 뒤에 서서 경계 자세을 취하고 있었다. 곧장 뛰어내리면 다리가 부러지는 건 아닐까 눈대중으로 거리를 재고 있는데 어디선가 개가 크게 짖어댔다. 아람은 흠칫 놀랐다. 일단 살아 남는게 우선이었다. 지금 주종현은 그저 무공을 읽힌, 쓸모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서 이를 꽉 다문 채 몸을 던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듯한 추락 끝에 차갑지만 단단한 품이 그녀를 단단히 받쳐주었다. 허리가 꽉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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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화살에 맞았잖아요!”주종현은 한시도 멈춰 설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왼쪽 고삐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괜찮다. 이 정도 상처로는 죽지 않아.”그는 오른팔의 화살깃을 손으로 꺾어 부러뜨리고 다시 고삐를 잡았다. 그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진 듯했다.“이랴!”아람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품에 안긴 딸을 더 꽉 끌어안았다. “당신은 지금 죽으면 안 돼요. 귀족들이 판을 치는 경성에서도 저희를 보호해 주지 못했으면서 지금 산적들 앞에서도 지켜주지 못하면 어떡하라고요."주종현은 짧게 웃었다.“강시아. 경성을 벗어나더니 말발은 억수로 늘었구나.”아람은 더는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 더 깊게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연아가 그 손길에 안정을 되찾은 듯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칼바람이 어린아이의 뺨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헝클어 시야를 가렸다. 연아는 자신을 꽉 끌어안은 어머니의 팔과 두 사람을 품 안에 감싼 아버지의 넓은 품이 보였다.새벽빛이 얇게 번지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말이 새벽안개를 찢고 달렸다. 강세오는 이미 사람들을 이끌고 현청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시아야!”아람이 품 안의 아이를 오라버니에게 건네는 순간, 바로 뒤에서 그녀를 감싸고 있던 주종현이 맥없이 말 위에서 미끄러져 내렸다.“주종현!”그의 팔을 붙잡자, 손끝을 적시는 건 얼음처럼 차가운 끈적한 피였다. 그제야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이미 그의 피로 흥건히 젖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가려주지 않으니 그 축축한 차가움이 이제서야 몰려들었다. 다시 돌아보니, 주종현은 오른쪽 어깨에 한 발, 오른쪽 등 뒤에 한 발, 총 두 발의 화살에 맞아있었다. 피가 흥건하게 적셨음에도 불과하고 그 오랜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어서 안으로! 의원을 불러오거라!”현청 앞의 사람들이 서둘러 완전히 의식을 잃은 주종현을 들쳐 안고 안으로 옮겼다. 침상에 엎드려 눕히자 어깨와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긴 화살깃이 그가 경련할 때마다 파르르 떨렸다. 아람은 이런 주종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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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그의 말이 잠시 끊겼다.“이미 전사한 마흔일곱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는 이백여 명뿐입니다……”위심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이 목숨은 세자가 살려준 겁니다.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고개를 들자 물 한 그릇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아설이 보였다. 위심은 입술만 달싹이더니 곧 눈을 피했다. 정과 의리는 한 손에 잡을 수 없구나, 싶었다. 아설이 걸음을 잠시 멈추다 이내 들어왔다.“탕 의원님, 물 가져왔습니다.”탕 의원은 옷소매를 끌어올며 말했다.“일단은 등 뒤의 화살부터 뽑겠습니다. 어깨에 박힌 화살도 서둘러야 합니다. 이런 상처는 필히 큰 열을 부르니 오래 가면 목숨조차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같이 뽑으세요.”문가에 서 있던 아람이 나섰다.“강 마님! 지금 의원님은 무탈할 확률이 삼할뿐이라 하셨습니다!”위심은 급해진 나머지 그녀를 예전의 호칭으로 불렀다. 아람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탕 의원만 바라보고 있었다.“목숨이 더 중요합니까? 아니면 앞날이 더 중요합니까?”입술은 굳게 다물려져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 역시 아래로 드리워졌다.“팔이 없어지면 어떻고 미래가 사라지면 또 어떻습니까? 적어도 살아는 있는 거잖아요.”언제 깨어난 건지, 주종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그녀 말대로 하거라…”“세자…”위심이 두 걸음 다가섰다. 주종현의 이마는 온통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늘 딱딱했던 입매도 이제는 풀려 있었다.“뭘 그리 두려워하느냐? 구차하게라도 사는 게 낫지 않느냐?”“너도 곡식이나 거두며 지내지 않았더냐? 나도 장부를 보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 왼손이면 주판을 놓는데 무슨 지장이 있겠어.”그의 음성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고개를 돌려 문가의 여린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아람은 붉어진 눈가를 들키가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누가 당신보고 장부를 보게 한대요. 얼른 치료해서 경성으로 돌아가세요. 오라버니께서 이미 말씀하셨어요. 저희 같은 작은 곳간에는 세자를 모실 만한 곳이 없다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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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심, 진정해요!”아설이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인삼탕은?”“화로 위에 달이고 있다. 내가 가져오마!”강세오는 급히 뛰어나가다가 문가에 서 있던 누이와 부딪칠 뻔했다. 아람은 문틀을 손아귀에 꽉 쥐고 있었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눈가에서 넘쳐흐를 듯 흔들렸다.‘어떻게 이렇게 죽어버릴 수가 있어? 나를 한평생 죄책감 속에 묶어두려 하는 거야?’탕 의원은 온몸이 피투성이인 것도 개의치 않고 주종현의 옷을 죄다 가위로 잘라냈다. 그는 침구를 펼치고 균형 잡힌 호흡과 함께 정확한 각도로 침을 집어 올렸다가 정해진 혈자리에 차례로 자입했다. 모든 동작은 짧고 안정적이며 흔들림이 없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내졌다.“대인!”석 포두가 상처 입은 다리를 질질 끌고 돌아왔다.“대인, 산적들이 성 안에 섞여 들어왔습니다! 보이는 사람마다 죽이고 있어요! 민병으로는 상대가 전혀 안 됩니다!”산적들의 습격은 사람들의 정신을 뒤흔들었고 가까운 마을의 백성들 모두 정현으로 몰려들었다. 그 틈을 타고 산적들 역시 성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위심은 얼굴을 굳히고는 밖으로 나섰다. 때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산적 한 명이 칼을 들지도 못한 채 위심의 칼에 찔려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잘려나간 머리는 백성의 발치로 굴러갔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위심은 말에 올라타서는 산적을 발견하는 즉시 다 죽였다. 애초에 성으로 몰래 기어들어온 산적은 적었다.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난도질한 것도 정현 백성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목적뿐이었다. 성 안의 동료들이 줄어들자 산적들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던지고는 곧장 공포에 질린 사람들 사이로 숨어들었다.“젠장할! 우주성에만 고수가 있는 게 아니었어? 정현에도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어쩌지? 계획대로 계속해야 하나?”“필요 없다. 목적은 달성됐으니 밤이 되면 섞여서 빠져나가자.”“전하. 정현에서 마을 주민 이천여 명을 잡아 갔다고 합니다. 성 안에도 공포가 가득하답니다. 우주성 방향으로도 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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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소휘는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한왕은 내 외종숙일 뿐이고, 평생 합쳐 세 번도 만나지 않았다. 유 대인은 어찌 한왕이 반드시 출병할 거라 생각한단 말이냐?”“저는 한왕의 출병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왕은 병권이 있는 자들 중 가장 가깝고, 정현 백성들이 더는 기다릴 수 없으니 청컨대 성왕 전하께서 일단 시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번왕의 책임이란, 곧 지방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지 않습니까?”소휘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번왕의 책임? 폐하께선 병력을 주신 적이 없는데 본왕에게 무슨 번왕의 책임이 있단 말이냐!”“전하께서는 정말 상관하실 생각이 없는 겁니까?”“유 대인께서는 우주 자사고 종이품 관리로 조정의 녹봉을 받는 몸이시면서 그 책임은 고스란히 본왕에게 떠넘길 것이냐?”소휘의 시선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게으른 듯한 음성이 이어졌다.“유 대인, 혹 주 일지를 읽어본 적 있느냐? 나라가 서고 난 뒤로 우주에서 몇 번이고 산적을 토벌했지만 단 한번도 그 씨를 자른 적이 없지. 유 대인은 나라의 기둥으로 제갈공명에 견줄 지혜를 지녔다고 들었다. 우주의 일은 나라의 근본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나 만약 대인이 이 고질병을 뿌리째 뽑아낸다면 장차 경성으로 돌아갈 때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유한석의 시선이 번쩍 소휘를 향했다. 씨를 자를 수 없다니. 그는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역시 성왕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유한석은 서서히 일어나며 말했다. “전하께서도 방도가 없으시다면 저는 다른 방책을 찾을 수밖에 없겠군요.”그는 굳은 얼굴로 성왕부를 나섰다.“대인, 이제 어찌합니까?”하인이 그의 얼굴빛이 좋지 않자 덩달아 불안해져 물었다. 부임한 지 두 달 남짓 만에 산적이 성을 침범했으니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의 정적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 유한석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자신에게 병력이 없으니 산적들을 아예 번병으로 삼아 포섭하려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기필코 그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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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아람은 비스듬히 그녀 곁에 기대앉아 딸아이를 살포시 토닥이며 흐릿하게 춤추는 촛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많은 것을 생각한 것 같다가도, 정작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옆에 누운 아이의 숨결이 한층 고르고 깊어지는 것이 느껴진 뒤에야 그녀는 살그머니 몸을 일으켜 차갑게 식은 통통한 손을 이불 속으로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옆방은 여전히 등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탕 의원은 두 시진마다 한 번씩 주종현에게 침을 놓고 있었고 아설 역시 익숙하게 그를 돕고 있었다. 탕 의원이 침구를 정리하며 말했다.“두 시진 뒤에 다시 부르세요.”말이 잠시 끊기더니 이내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때 침을 놓아도 여전히 호전되지 않으면 저도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아람이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마침 그 말이 들려왔다. 아설은 눈물을 훔쳤지만 아람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대야속에 적신 수건을 꽉 짜서 널어두었다.“설아, 너는 잠깐 쉬어. 내가 볼게.”탕 의원은 두 사람을 한 번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약상자를 들고나가버렸다. 아설은 기어코 고개를 저었다.“저는 아직 피곤하지 않아요. 낮에는 언니가 병사들을 따라다니며 온종일 고생했잖아요. 여긴 제가 지킬 테니 조금이라도 쉬세요.”아람은 그녀를 향해 작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 사람은 나를 구하려다 이렇게 된 거야. 내가 힘을 하나도 보태지 않으면 나중에 깨고 나서 분명 이럴걸. 강시아는 경성을 떠나더니 말발만 는 것이 아니라 심장도 돌처럼 굳었다고."아설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세자님은 말 한 마디도 봐주는 법이 없으니까요! 절대 빌미를 주면 안 돼요!”“알았어. 얼른 가서 쉬어. 우리 오라버니는 너무 구두쇠라 시중드는 아이 하나 살 돈도 아깝다고 하잖니. 그리고 너는 내일도 주방에 가서 수많은 사람들 식사를 챙기는 것을 도와야 하지 않느냐?”아람은 그녀를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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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주종현은 깨어났지만 그의 손은 더 이상 검을 쥘 수 없었다. 탕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움직일 수는 있으나 무거운 것은 들지 못할 것입니다. 하물며 칼이나 검은 더더욱 안 됩니다.”아람은 잠시 멍하니 굳어 있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탕 의원이 떠난 뒤, 그녀는 뜰에 한참을 서 있었다. 표정은 고요했고, 미동도 없는 것이 마치 어떤 감정도 맺히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이미 며칠 동안 강세오와 위심을 만나지 못했다. 매일마다 누군가가 다쳤고, 심지어 죽어나갔다.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으니 그저 조용히 후방을 지킬뿐이었다.그때, 아설이 주방에서 탕약을 끓여서는 다가왔다.“언니, 약 다 됐어요. 언니?”고개를 돌려서야 눈가가 조금 쓰라린 것이 느껴졌다. 아름은 가볍게 웃으며 눈가를 문질렀다.“며칠 제대로 쉬지 못했더니 눈이 좀 건조하네.”아설 역시 모르는 척하고 말했다.“지금은 일손이 부족한걸요. 언니가 조금 더 고생해 주어야 되겠어요.”말을 하다 보니 분노가 솟구친 듯 목소리를 높였다.“정말 주부는 정현을 내버려두는 건가요? 아무리 작은 고을이라도 여긴 팔천 명이 살아요! 산적들 밥이 되게 두자는 건가요? 그러면 유 대인은 체면이 선답니까?”아람은 말없이 있었다. 위심의 말대로라면 산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병력만 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작은 고을 하나 정도 짓밟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생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대대로 공격을 해오지도 않고, 재산을 약탈하지도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아람은 약을 건네받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한 생각은 하지 마. 다 괜찮아질거야.”주종현은 침상에 홀로 앉아 있었다. 깨어난 이틀 동안 자신의 부상이 어느 만큼 심한지 아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아람이 들어오면 평소처럼 말다툼이라도 한두 마디를 했지만, 아무도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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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연아가 방을 나오자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었기에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였는지 손을 뻗어 주종현의 옷자락을 잡고는 환하게 외쳤다.“아버지, 제가 원숭이 수레를 타는 걸 볼래요?”주종현은 눈가가 벌겋게 젖어들어서는 아람을 바라보았다.“굳이 이렇게까지 나를 모욕해야 하는 것이냐?”아람은 이를 악 물고 그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누가 당신을 폐인이라 했습니까?”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옥피리를 주워 억지로 그의 오른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그 손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은 폐인이 아닙니다.”그녀가 고개를 숙여 그의 손에 쥔 옥피리에 입을 대자 청아하고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회색의 비둘기 한 마리가 그 소리에 주종현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연아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와! 새가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대단해요!”아람은 딸아이의 볼을 쓰다듬고는 신속하게 비둘기를 붙잡아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주 대인, 성 안팎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요.”주종현은 눈앞에 침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아람을 한참을 보았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는… 더는 검을 쥘 수 없어.”아람이 바로 말을 끊었다.“그래서 뭐 어떻다는 겁니까? 저는 무공도 없고, 돈도 없고, 지위도 없었지만 경성에서 도망치고 싶어 도망쳐 나왔습니다. 돈이 없어 큰 마님께서 명하신 생신 선물에 있던 큰 진주를 훔쳤고 그걸 팔아 노잣돈을 마련했어요. 그리고…”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국공부 대나무숲에서 있었던 일은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시체도 산 거고, 신분도 조작했습니다. 길에서는 남의 호의에 기대 살아남았고요.”그녀는 전갈을 품은 비둘기를 그의 품속에 꾹 밀어 넣었다.“그 험한 길에서 저는 연아를 데리고 살아남았고 복동이 역시 순조롭게 낳았습니다. 당신은 주 대인이지 주 호위가 아닙니다. 검을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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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조정에 우리 힘을 보여줘야지 않겠어요?”삼마자가 으스대며 말하자, 도 형님은 그대로 그의 뒤통수를 발로 걷어차 사정없이 멀리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현령을 죽인다고? 그 전에 내가 널 먼저 목 매달아 깃발 아래에 걸겠다. 이 자식아!”정현의 현령이 아 형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그도 얼마 전에서야 안 사실이었다. 산적인 주제에 관직에 오른 아들이 있다니! 오랜 세월동안 반의산에 들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던 아 형님이 왜 갑자기 다른 산채들마저 쓸어버리면서 우주까지 확장을 해갔는지, 그제야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아들을 위해서였다. 아들이 벼슬에 있는데, 아버지가 산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삼마자는 그 한 발에 어안이 벙벙했다. 곁의 동료들이 그를 끌어내며 핀잔을 주었다.“또 떠들어댄 것이냐? 네놈의 그 머리로는 천호는 무슨, 밥이나 푸거라!”사처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삼마자가 무어라 더 말하려 했을 때에 도 형님은 이미 몸을 돌린지 오랬다.성 안팎은 팽팽한 대치 상태였다. 특히 압도적인 숫자로 성을 에운 산적들 때문에 성 안 사람들 머리 위에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이 드리워진 셈이었다. 순찰 병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막 군에 징발된 민병들은 전투 경험이라곤 전혀 없어 전장에 내보내면 그저 죽으러 가라는 것과 다름없었다.“강 대인.”위심이 말에서 내리며 입을 열었다.“이대로 버티다간 저희가 먼저 식량이 다 떨어져 죽게 될 것입니다. 우주도 믿을 것이 안됩니다. 사람들과 함께 능현으로 철수하시죠. 제가 남겠습니다.”“안 된다.”강세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절했다.“나는 정현의 관리다. 내가 가면 정현은 어찌하라는 것이냐? 너는 무공이 뛰어나니, 내 누이와 두 외조카를 데리고 떠나는 게 더 합리하구나.”“강 대인, 당신은 그저 글이나 쓰던 선비입니다. 남는다고 해도 죽는 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들을 데리고 떠나십시오.”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지려는 그때, 두 사람이 말 한 필을 함께 타고는 다가왔다. 말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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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주종현은 이제 왼손만으로 말에 오르내리는 동작에 제법 능숙해졌다. 빠른 속력이 아니라면 한 손으로도 거뜬히 말을 몰 수 있었고 오른손은 아직 힘이 없었으나 형식적으로 고삐를 붙잡고 있어 겉으로는 흠이 드러나지 않았다.사흘이 지나, 서남대영이 도착하자 정현 전체가 끓어오르듯 들썩였다. 그들의 환호는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다. 며칠간 나태하게 농락만 하던 산적들조차 깜짝 놀랐다. 감금된 촌민들 중 산적들이 수군대는 말을 들은 자들이 그 소식을 다른 사람한테도 전했다.“살았다!”“조정에서 사람을 보냈다!”“드디어… 살 수 있어!”절망으로 말라붙었던 눈에 눈물이 번졌다. 터지고 갈라진 입술이 흐느낌과 함께 바들바들 떨렸다. 이미 아이 몇은 굶주림에 실신하기도 했다. 튼튼한 청년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더는 기운도 없어 서로 기대어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산적들은 그들의 목숨 따윈 관심조차 없었다. 운 좋게 음식이 남는 날이면 촌민들 역시 국물 한입 정도 맛볼 수 있었지만 남지 않으면 그냥 굶었어야 했다. 두어 날 더 굶다가는 모두 죽을 판이었다. 정현의 백성들이 구원을 외치며 환호할 때, 산적들 역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군대에 영입되기만 하면 그들도 은전을 받을 수 있는 관군이 되는 것이었다.“인생 절반을 산적두목으로 살았는데 천호 한번 해볼 수 있겠네!”곁에 있던 산적이 침을 뱉으며 비웃었다.“쳇! 너 같은 게 무슨 천호야. 도 형님을 이기지도 못하는 것이. 백호면 충분하겠구먼!"“하하하! 천호든 백호든 무슨 상관이냐! 앞으로 첩을 일여덟은 들여서 나를 모셔내야겠어!”그들은 낄낄 웃으며 관군이 될 백일몽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연속 며칠 동안 굴욕을 당하며 자신들의 형제들이 다치며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관군들은 하나같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엔 이미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성 밖의 산적들을 생으로 잡아먹어 죽은 형제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죽여라!”주종현이 말 위에 앉아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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