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산적들이 다시 기습해왔다. 서남대영은 곧바로 대응했지만 산적들은 산쥐처럼 흩어져 눈 깜짝할 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끝없는 추격은 서남대영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연 역시 온 밤동안 수십 번이나 뛰쳐나갔다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텅 빈 어둠 속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 수밖에 없었다. 막사로 돌아온 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숨바꼭질이라고 적힌 쪽지를 구겨 던지며 씩씩거렸다.“하훈! 산적들이 도망 다닐 줄 알면서도 왜 나한테 한 수도 안 알려준 거냐고!”한편, 이른 아침. 강세오는 피곤에 찌든 서남대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군기가 바짝 서있는걸로 유명한 서남대영이 이런 모습이라니?강세오가 막사 앞에 다다르자, 병사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전했다.“강 대인, 장군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건 소공자의 명을 따르라 하셨습니다.”강세오는 산적 토벌과 같은 큰일을 어린 여자애한테 맡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도대체 하 장군은 정현을 뭐라 생각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소꿉놀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불만을 안고서는 옆 막사로 들어갔다. 하연이 머리가 다 헝클어져서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강세오가 불쾌한 얼굴로 다가가서는 책상을 두드렸다. “하 아가씨, 혹 산적 토벌이 장난 같으시다면 돌아가시지요. 저희 정현의 백성들은 당신의 장난감이 아닙니다.”한 잠도 자지 못한 하연이 번개처럼 화를 내며 일어났다.“뭐라고요? 한 잠도 못 잤습니다, 한 잠도! 당신이 여기서 뭐라 말해댈 판이 아니라고요!”하연은 책상을 쾅 하고 손바닥으로 내리치더니 순식간에 강세오의 옷깃을 잡아당겨서는 그의 팔목을 꺾어 제압하고 목을 졸라맸다. 강세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책상에 눌렸고, 하연은 그의 팔목을 잡고는 몸을 숙여 말했다.“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 눈 아래가 지금 왜 이렇게 검은 줄 알아? 온 밤 동안 그 도둑놈들을 잡느라고 그런 거다!”강세오의 눈앞으로 불쑥 들이밀어진 얼굴은 좀 검기는 했지만 오관이 수려한 데다가 코 역시 오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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