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281 - Chapter 290

314 Chapters

281장

지윤은 입을 떡 벌린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의 남편이 청연각의 새내기 종업원 복장을 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손끝에 힘이 쭉 빠지며 들고 있던 빈 그릇과 젓가락이 ‘덜컥’ 하며 탁자 위로 떨어졌다.쨍그랑!“앗! 뜨거워!”손등에 뜨거운 국물이 튀자 지윤이 손을 털어냈고, 이를 본 이현이 잽싸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고 확인했다.그러나 피부 위에는 국물 몇 방울이 튄 정도였기에, 그는 자신의 소매로 조심스레 닦아주며 부드럽게 나무랐다.“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찻잔을 집어 들더니, 바로 옆에서 은근슬쩍 타오르던 대나무 숯불을 ‘치익’ 끄며 정리했다.지윤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다, 다… 다!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놀라서 손에서 놓친 거란 말이에요!”‘지금은 무조건 남편 탓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 남아…’이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허허. 요즘은 부인도 아들도 둘 다 틈만 나면 내 탓을 하는군…’“그래, 내가 와서 놀랐다 쳐. 그럼, 당신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지윤은 급히 공기를 들이마셨다. “차 마셨어요! 차! 그리고… 지은과 신선로 먹고 있었어요!”당당하게 고개까지 까딱이며 덧붙였다. 이 방엔 남자 종업원은 없었고, 그렇다면 이현도 자신을 몰아세울 명분이 없다. 오히려 지금은 남편을 몰아붙일 차례였다!“그보다, 당신이 여기 있으면, 그럼 시후는요? 혼자 둔 거예요?”“아버지께서 손자를 보고 싶다 하셔서, 궁을 보냈지. 유모 셋과 함께.”이현은 순간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아빠는 엄마만 좋아해! 나만 버리고 엄마한테 가!’마음속으로 악을 쓰던 그 작은 깍쟁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아… 다행이네요.”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서방님은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리고 왜 종업원 복장을? 설마… 지은이랑 짜고… 꺄악!”하지만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번쩍 들어올리더니 방 한쪽, 커다란 병풍 뒤쪽으로 데려갔다.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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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장

“흠? 당신이 여기를 어떻게 가진다는 거죠?”“그럼 당신 친구가 이 청연각에 이렇게 잘생긴 종업원들을 어디서 구해오겠어? 당연히 내가 알아봐 줬지.”‘아… 그러네.’지윤은 눈을 굴렸다.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했다.‘서방님은 남자 인맥으로 따지면 태정왕 다음으로 제일 넓지. 군사 훈련시키려고 건장한 남정네들을 찾아다니니, 그 중 얼굴까지 잘난 애가 있으면… 그냥 여기로 보내면 되는 거였네…’지윤은 살짝 째려보며 물었다.“그럼, 서방님은… 제가 지은과 청연각을 만들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이현의 입술이 잠시 굳었다.그녀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처음 이곳을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던 그 순간부터 그의 귀에는 이미 그녀의 마음속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당신이 말했잖아.”지윤은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내가 언제… 으읍!”이현은 그녀가 되묻도록 놔두지 않았다. 아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황금보다 귀했다.특히 오늘같이 아들 녀석을 왕께 맡겨두고 나온 지금이야말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아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부드러운 색의 휘장 장막이 침대를 감싸 내려오자, 두 사람의 입술은 깊고 뜨겁게 맞물렸다. 지윤은 속으로 체념 섞인 한숨을 쉬었다.‘이러면 오늘도… 시후에게 줄 모유가… 또 없겠네…’이현은 그 생각을 듣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뻔했다. 그는 몸을 낮추어 그녀의 몸을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베개 아래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 사이,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서… 서방님?”지윤은 그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눈을 깜빡였다.그러다 그의 손에 들린 물건들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깃털, 붓, 안대, 그리고… 끈? 이거 내가 백화정 기생들에게 ‘연습하라’고 준 소품들인데?’이현의 시선이 장난기에 젖어 빛났다. “기억나지? 지난번, 당신이 외국 기생처럼 변장해서 나한테 해 줬던 거.”“그리고 오늘은, 당신이 스스로 만든 이 청연각 자체가 사실은 ‘남자 기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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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장

‘이현…? 내가 속으로 몰래 부르던 그 이름 그대로…?’지윤의 속마음을 들은 것처럼, 이현의 입가가 매끄럽게 치솟았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다음 단계로 손을 가져갔다.“오늘은 너무 더우니… 제가 옷을 벗겨드리겠습니다, 사모님.”두 손이 묶여버린 이상, 지윤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그가 능숙하게 매듭을 툭 풀어내자, 고운 비단이 순식간에 갈라져 내려갔다. 비단옷은 봉인 풀린 보물처럼 부드럽게 벌어지며 희고 빛나는 그녀의 몸이 모두 드러났다. 하얀 살결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의 눈빛은 뜨거워지고 깊어졌다.“사모님은 아십니까? 제가 태자비께서 가르쳐주신 ‘남심을 사로잡는 기술’을 배우러 백화정까지 다녀왔다는 것을. 그리고 이 소품들도… 모두 사모님 전용으로 준비한 것입니다.”이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눈가에 검은 안대를 덮어 씌웠다.“서… 서방님…”“아아, 지금 저는 서방이 아닙니다.”그의 낮은 음성이 귀를 쓰다듬듯 스며들었다.“‘이현’이지요. 사모님이 틀리게 부르시면… 벌을 드려야죠.”그 말에 지윤의 심장은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으니 더 예측할 수 없었고, 몸은 한층 더 민감해져 있었다.“아… 아앗…!”부드러운 깃털이 뺨을 스치고, 그 감촉은 턱선을 타고, 쇄골로, 가슴으로, 허리로… 온몸에 파문을 일으키며 흘러내렸다. 몸이 저절로 꿈틀대고, 허리가 들썩이고, 그의 손길과 깃털 방향을 따라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이현은 그 광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숨을 삼켰다. 마치 그가 아니라 그녀가 그를 유혹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두 다리는 이미 그가 들어선 사이로 자연스럽게 벌어져 작디작은 꽃잎이 떨리는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왔다.그는 깃털을 내려놓고, 이번엔 붓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곡선미 넘치는 몸 위에 붓을 얹듯, 살며시, 그러나 분명하게, ‘글자’를 쓰듯 움직였다.붓끝이 꽃잎 위 작은 봉오리에 닿는 순간 지윤의 몸이 전율하며 휘어졌다.“읏… 흐읏… 아, 아아…!”지윤의 등이 활처럼 젖혔다. 붓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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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장

그의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가 반짝였다.침으로 젖어 반짝이는 봉오리에서 입술을 떼자마자, 이현은 상체를 일으켜 두 손으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단번에 뒤집어 엎듯 눕혀 뒷면을 드러내게 했다.“꺄앗!”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에 지윤이 비명을 터뜨렸다.다행히 비단끈의 길이가 넉넉해, 그녀는 무리 없이 엎드린 자세로 얼굴을 베개에 묻을 수 있었다.부드럽게 솟은 등과 붉게 달아오른 둥근 엉덩이는 이현의 눈과 손길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곧 그는 그녀를 무릎 꿇린 자세로 올려 세워, 은밀한 곳이 고스란히 그 앞에 드러내게 했다.“아아… 사모님…”걸걸하게 젖은 음성이 흘렀고, 이어 그의 골반이 천천히,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스윽.“으읏! 아… 아아…!”예상치 못한 순간에 깊이 연결되자, 지윤의 온몸이 전율처럼 뒤흔들렸다.그녀의 안쪽이 파르르 떨리며 단단하게 조여오자, 이현도 숨을 넘기며 허리를 크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강하고 빠르게 그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뜨겁고 부드러운 속살이 그의 모든 굴곡을 삼키듯 받아들이며 빠르게 젖어 들었고,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연달아 허리를 찔러 넣기 시작했다.“아! 아앗, 아… 그, 그러지… 으아…!”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위로 그녀의 달디단 신음이 겹쳐 울렸고, 이현은 그녀를 단숨에 끌어올려 둘의 호흡을 같은 고도까지 밀어 올렸다. 결국, 이현은 그녀의 손을 이끌 듯 다시 한 번 절정 너머로 데려갔다.“하… 아아… 하아… 하아…”두 사람 모두 숨을 몰아쉬었다.격렬한 파도 하나를 지나고 나자, 두 사람의 등에 땀이 맺혀 은빛처럼 반짝였다. 그는 그녀의 위에 몸을 덮은 채, 여전히 그녀의 깊은 곳에 닿아 있었다.“지윤과 하나가 되는 이 순간… 난 정말 행복해.”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흘렀고, 굵은 입술이 어깨선을 따라 여러 번 입맞추었다. 그의 손은 뒤에서 그녀의 배와 가슴을 감싸 쓰다듬으며 다시 뜨거운 불씨를 일으켰다.지윤은 숨을 억누르며 이를 세게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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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장

청연각 4층의 한 응접실.네 명의 부인들이 큰 둥근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이곳 청연각의 용정차는 참으로 향이 좋고 맛이 깊어.”한 부인이 차를 한 모금 머금은 뒤 감탄을 내뱉었다.“입안이 상쾌하고 향이 감도니 참으로 훌륭해.”맞은편의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그래. 방금 가져온 설연화 과자도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 달콤하고 고소해서 용정차와 아주 잘 어울려.”또 다른 부인이 접시에 놓인 완두 경단을 내려놓고 설연화를 집어 맛보곤 감탄했다.“과자가 이렇게 맛있다니, 역시나 심 부인이 추천한 건 믿을 만하네.”심 부인은 턱을 치켜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당연하지. 내 혀는 믿어도 된다니까. 맛이 없었으면 애초에 너희들을 데려오지도 않았어.”“그런데, 이런 맛있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다른 한 부인이 물었다.“우리 집 큰동서가 데려왔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큰동서의 며느리가 큰동서를 데려왔고, 그 다음에 큰동서가 나를 데려온 거지.”“큰동서의 며느리라면… 양씨 가문 둘째 서유 아가씨 말이야?”설연화 과자를 음미하던 부인이 묻자, 심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서 말했다.“듣자 하니 홍 부인이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며 환희에 차서 크게 잔치를 열었다지. 지금 온 장안에 소문이 자자해.”“맞아. 난 그 집 둘째 며느리이니 잔치 준비를 돕지 않을 수 없었지.”심 부인은 북방 전장에서 전사한 구씨 가문 둘째 아들의 아내였다.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도 진원후 구씨 저택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그 말을 들은 정 후작의 아내인 남 부인이 그녀의 성품을 아는 듯 웃으며 말했다.“내 생각에 넌 음식 맛보는 걸 더 많이 도왔을 걸?”그 말에 다른 부인도 웃음을 터뜨렸다.심 부인은 두 사람을 흘겨보며 외쳤다.“남 부인! 괜한 소리하지 마! 그리고 황 부인, 너도 웃는 거야?”황 부인은 고개를 저었지만 눈가엔 웃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아니. 난 놀린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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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장

정 왕자가 부주의와 직무태만으로 인해 가택 연금 처분을 받은 것은, 그가 결국엔 명 왕자의 반란 음모에 휘말린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명 왕자는 참형을 당했으며, 명 왕자의 저택과 모친 계열인 당 씨 가문 또한 모조리 처형되었다. 심지어 당 귀비 역시 그 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한편 선왕비의 자리는 나은이 세상을 떠난 뒤로 태정왕이 누구도 새로 책봉하지 않은 채 비워두고 있었다.왕비 주실은 연금 중인 아들을 위문하기 위해 수시로 정 왕자의 저택을 찾아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에게서 이상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짓눌렀다.정 왕자는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긴 듯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을 시켜도 예전처럼 말 잘 듣고 순순히 따르긴 했지만, 어미의 눈이 어찌 그 변화를 모를 수 있으랴.결국 그녀는 결심했다.전날, 아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이야기하기 위해 궁으로 부르게 한 것이다. 주실은 진 시녀장에게 명하여 홍춘궁 문 앞을 지키게 하고, 어떤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일러 두었다.정 왕자는 평소처럼 예를 올린 뒤 자리로 물러앉았다.“마마께서 절 찾으셨습니까?”주실은 오랜 망설임 끝에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가장 두려운 질문을 꺼냈다.“너… 너는 이제 태자의 자리를 포기한 것이야?”그녀가 몇 달 동안 느껴온 변화, 정 왕자가 더는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임무에 임하지 않는 모습, 그 모든 의문이 이 질문 하나에 담겨 있었다.정 왕자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그렇습니다. 마마.”주실의 음성은 떨렸다.“왜? 대체 왜 그러는 것이야…?”“마마.”그가 먼저 말을 끊었다.“저는 명 왕자의 반란이 벌어지고 연금된 그 시기 내내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왜 일어난 것인가?’ 하고요.”“분명 제 부주의가 원인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원인은… 권력을 탐한 둘째 형께서 백성의 생명도, 아우인 제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태자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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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장

“둘째 형님께서는 제게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아무리 오래, 아무리 성실히 선을 쌓아왔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만약 여섯째 형께서 저를 구하지 않으셨다면… 마마께서는 오늘의 제가 어떤 신세가 되었을 것 같으십니까? 아마 저는 반역을 도모하고 왕실 군량을 착복한 역적으로 몰려, 굶어 죽는 백성들을 방치한 죄까지 뒤집어쓰고 죽었겠지요.”“비록 모든 것이 둘째 형님의 계략이었다 해도… 마마께서도 분명 아시겠지요. 제가 왜 그 계략에 가장 먼저 희생될 수밖에 없었는지를…”“제가 ‘그분의 유일한 경쟁 상대로 여겨졌기 때문’ 아니에요? 둘째 형님의 앞길을 가로막는 단 하나의 장애물, 그게 바로 저였으니… 그러니 이토록 위험한 함정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이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년간 품어온 허탈감을 처음으로 드러냈다.“그런데 마마… 여섯째 형님을 보십시오. 형님은 애초에 조정 일에도, 태자 책봉에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야망이 없으니, 누구의 표적도 되지 않았어요. 그저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지요.”“그런 형님이 딱 한 번… 딱 한 번 공을 세우자 폐하께서는 바로 그분을 태자로 세우셨습니다.”이정은 씁쓸히 웃었다.“그렇다면 제가 수년 간 쌓아온 공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의 노력은…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겁니까?”주실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반박하고 싶어도, 단 하나도 반박할 수 없는 말뿐이었다.아들은 계속하였다.“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마마나 폐하를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일을 겪고,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저는 나라를 위해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태자 자리는 여섯째 형님께서 이미 굳건히 차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억지로 경쟁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전, 제 분수를 알겠습니다. 왕자로서 나라를 위해 힘쓰는 것,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충분합니다.”“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선 왕국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다만 태자가 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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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장

현 시점 청연각.사실 5층의 뜨거운 분위기 따위는, 1층을 가득 메운 손님들의 소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지은이 친히 지윤을 ‘호랑이 굴’ 속으로 밀어 넣은 뒤, 그녀는 가게 전체의 정돈 상태를 살피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평소처럼 5층의 작은 계단을 내려오던 지은은 아까 지윤이 말해준 ‘배우자’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멍해진 상태였다.‘왜 내가 배우자가 없길 바랐겠어… 지윤도, 서유도 좋은 남편 만나 저렇게 잘 사는데, 나라고… 마음이 없겠어?’하지만 곧 씁쓸한 한숨이 뒤따랐다.‘좋은 남자라는 게 하늘에서 툭 떨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 시대는 삼처사첩이 당연하다지만, 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런 집에 시집가서 다른 여인들과 치고 받으며 총애를 다투라니… 차라리 평생 혼자인 게 훨씬 낫지.’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지은의 눈꼬리 끝에 4층 응접실에서 급히 빠져나오는 한 부인이 스쳤다. 하지만 정신이 멍하던 참이라 별생각 없이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부인 역시 급히 움직이다 보니 둘은 4층 계단 어귀에서 그대로 부딪혀 버렸다.“꺅! 아앗!”부인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기 직전이었고, 지은은 번개처럼 손을 뻗어 그 팔을 붙잡았다.“아휴! 괜찮으세요, 부인?”지은은 급히 부인을 부축하며 사과했다.“제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방금 전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차 있던 주실은 아들 문제로 속이 터지고, 방금 전에도 짜증나는 일이 있었기에 원래라면 크게 호통쳤을 터였다.하지만 지은의 태도가 지나치게 겸손하고 재빨라서인지 그 화가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렸다.“아… 아니다. 괜찮다.”주실은 숨을 가다듬으며 되물었다.“너는… 다친 데 없니?”아까 난간을 급히 잡아 손이 벗겨졌을지도 몰랐다.“아니요, 괜찮습니다.”지은은 자신의 손을 확인한 뒤, 밝게 웃어 보였다. 이 정도 고급 객실을 이용하는 손님이라면 분명 재력도 지위도 상당할 것이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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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장

이정을 향한 기억은 지은에게도 선명했다.그는 예전에 그녀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분장해 주던 드라마 속, 바로 그 유명한 ‘서브 남자 주연’이었기 때문이었다.똑똑하고, 밝고, 침착한 남자…하지만 지금 그 살구씨 같은 눈은 주실을 벌떡 놀라게 만들 만큼 날카로웠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지은은 대략적인 상황을 눈치챘다.‘설마… 왕비께서 아들을 피해 남자 접객 다원 같은 곳에 온 걸 아드님이 직접 찾으러 온 건 아니겠지…?’“부인?”지은은 일부러 부드럽게 불러, 주실이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주었다.“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부인?”권력자를 도우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그녀의 생활 철칙 제7조였다.그 말은 암흑 속에서 한번에 빛이 켜지는 듯했다. 주실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아들 이정에게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절대 들켜선 안 되었다.애초에 태정왕에게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청해 궁을 나왔지만, 실은 친구들을 만나 차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심 부인이라는 과부 친구가 잘생긴 소년 점원을 불러 과자를 ‘먹여달라’며 즐기고 있는 걸 보고 화가 나 그 소년을 쫓아낸 것도 사실이었다.그제야 주실은 이곳, 청연각이 어떤 장소인지 깨달았다. 심 부인은 절대 비밀이라며, 여기 오는 모든 부인들은 서로의 입을 닫아 ‘마음과 몸을 쉬는 낙원’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그리하여 주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 비밀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말하는 순간, 본인도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버리기 때문이었다!따라서 이정에게만큼은 절대, 절대 들킬 수 없었다.다행히도 조금 전,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이정 저택의 마차가 이 청연각으로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아들이 찾아온다는 걸 깨닫자 주실은 본능적으로 허둥지둥 방에서 뛰어나왔던 것이다.“저기… 사실 나는… 몰래 집을 빠져나와서 여기 왔는데… 그 사람이… 마침… 여기…”주실은 말을 더듬으며 상황을 설명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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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장

“정 왕자님…”뒤에서 조용히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이정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 고운 얼굴에 부드러운 피부빛, 짙은 비췻빛 비단옷에 대나무 자수가 새겨진 아름다운 규수 한 명을 보게 되었다.이정은 순간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었지만 정작 이 아가씨를 어디서 본 적은 없었다.“실례하지만… 누구…신지요?”“저의 이름은 지은, 이 청연각의 주인입니다.”지은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품격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 왕자께서 저희 청연각을 찾아주시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옵니다.”이정은 가벼운 경계심을 거두었다. 주인이 직접 나와 인사하는 것은 어느 곳에서나 흔한 예였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이곳의 주인이 여기 있다면, 혹시… 어머니께서 들르신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 질문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지은이 먼저 말을 이었다.“왕자께서는 아마 이번이 처음 들르시는 듯합니다.”그녀는 창가의 빈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용정차와 설연화 과자를 함께 드셔 보시지요. 아주 잘 어울립니다.”이정은 우아하게 소매를 털며 걸터앉아 고개를 끄덕였다.지은은 관리인 다빈에게 차와 다과를 준비하라고 신호를 보냈다.그리고 손짓 하나로, 2층 계단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에게 ‘이제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냈다.바로 그 순간, 주실은 숨을 삼키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지은이 건네준 손거울로 외모를 체크했을 때, 거울 속의 그녀는 완전히 평범한 시골 아낙이었다. 두툼한 입술, 옅은 주근깨, 탁해 보이는 피부색, 어디를 봐도 왕비라 상상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주실은 그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곁에서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주실이 조용히 지은의 뒤편을 지나가던 바로 그때, 이정이 마침 시선을 들었다.지은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왕자님, 혹시 녹두강정도 드셔 보시겠습니까? 저희 주방에서 특히 자신 있게 내놓는 별미입니다.”“아, 그럼… 좋아요.” 이정은 방금 스쳐 지나간 ‘이상한 평민 부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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