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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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장

지은과 이정, 그리고 다른 종업원들은 함께 여러 도구를 들고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정은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방향에 앉아 있는 세 명의 부인을 마주보게 되었다. 그는 짙은 눈썹을 찌푸린 채 기억을 더듬으며, 혹시 예전에 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았지만, 세 사람 모두 낯설기만 했다.‘설마… 고위 관리들의 정실 부인조차 아닌 것인가?’대선 왕국의 조정에는 수많은 관리들이 있었지만, 왕을 알현하고 조정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만이 지위와 권력을 가진 진정한 실권자였다.하급 관리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각 부서에서 묵묵히 일을 할 뿐이었고, 그런 관리들의 부인들 역시 궁중이나 후궁과 접점이 생길 기회는 거의 없었다.이정은 자신도 이들을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지은을 향해 살짝 고개를 저었고, 지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기연과 종업원들이 각 부인 앞에 찻잔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의 구리 냄비를 내려놓자 고기와 채소의 달콤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져 나갔다.지은은 한 번 더 정돈 상태를 살핀 뒤, 종업원들을 한 명씩 소개하며 각 부인 곁에 배치했다.“윤하, 이 아름다우신 부인을 잘 모셔.”지은은 가장 어려 보이는 부인 곁에 종업원 윤하를 앉혔다.“이 우아하신 부인은 네가 맡아야겠구나, 천하.”천하이라 불린 종업원은 고개를 숙여 응한 뒤, 앉아 있는 부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다.“그리고 가장 존귀해 보이는 이 부인께는…”지은은 가장 위엄 있어 보이는 부인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이정의 팔을 끌어 그 앞에 세웠다.“네가 맡아야겠어, 정아.”이정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눈을 크게 떴다.이 방에 종업원은 이미 셋이나 있지 않은가?분명 자신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굳이 자신을 이 부인 곁에 밀어 넣는단 말인가?지은은 이정의 불만 어린 시선을 애써 피했다.‘공짜 인력인데 안 쓰면 손해지. 게다가 방금 먹은 신선로 값도 안 받았으니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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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장

이정은 얼굴을 잔뜩 굳힌 채로 지은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불평했다.“저 여자들, 염치라는 게 조금도 없더군. 감히 나한테 고기를 집어서 먹여 달라고 시키질 않나…”지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방금 전에는 그쪽이 나에게 고개를 집어 주지 않았던가요…?’“거기다 차까지 입에 넣어 달라더군. 손이 부러지기라도 한 건가? 난 더는 안 들어간다. 다른 종업원을 보내서 국물이나 더 가져다주게 해.”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아… 국물이 다 떨어졌다는 핑계로 나온 거군요.’“아무 소득도 없었어. 계속 ‘큰언니’, ‘셋째 언니’, ‘막내’ 이런 호칭만 부르더라고. 저들이 누구인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지은의 눈썹이 더 높이 올라갔다.이 정도면 신분을 숨기려고 이름은커녕 남편의 관직조차 언급하지 않은 셈이었다.“그럼 그분들께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지은이 그의 투덜거림을 끊고 물었다. 사실 그녀도 대강의 대화는 문밖에서 들었다.이정은 고개를 저었다.“전부 집안 여자들 이야기뿐이었어. 저 집 부인은 남편과 다퉜다느니, 이런 시시한 말들만 늘어놓더군. 결국엔 미사 화장품 얘기로 끝났다.”“네가 준다는 미사 화장품이 뭔지 맞혀 보자며 아주 신이 났더군. 흥! 그런 행실을 하고도 뭘 받겠다는 건지.”지은은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어머니께서 여기 오시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어머니의 저런 행동을 봤다면, 난 분노해서 피를 토했을 거다.”지은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꼭 다물었다.‘이미 다녀가셨습니다만…’이정은 한바탕 속을 털어내고 나서야 조금 진정된 듯했다. 그녀가 조용히 있는 걸 보더니, 자신이 장사의 근간을 깎아내린 게 아닌가 뒤늦게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그… 내가 기분을 상하게 했나?”지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그들을 욕했을 뿐, 나를 욕한 건 아니니까.’이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괜히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한 줄 알았던 것이다.“그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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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장

“이 물건들을 가져가서 대체 어디에 쓰려고?”지은이 소매 안에서 화장 도구 하나를 꺼내 지윤에게 건네며 물었다.“현 왕자께서 명 왕자와 창린성에서 전쟁을 치르시잖아.”지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어. 이 아이라이너는 비밀 서신을 주고받을 때 쓰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현 왕자께서 곁에 있는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구분하시겠어?”“그래서 이 검은 매니큐어까지 챙긴 거야?”지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색 매니큐어 병을 가방에 넣자, 지윤은 비웃듯 콧소리를 냈다.“내가 장담하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네 남편은 이런 걸 쓰지 않을 거야. 게다가, 곁에 있는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조차 구분 못 할 정도로 단순하다면, 애초에 ‘철면 장군’이 될 자격도 없지.”“...”‘왜 이렇게 내 남편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자, 지은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그 모습에 이정마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지은 아가씨?”“어떻게 하면 저들을 구별할 수 있을지, 방법이 떠올랐어요!”지은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종업원들의 방으로 곧장 향했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물건을 뒤적였고, 이정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차 한 모금이 식을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은은 나무 쟁반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그 위에는 색색의 작은 유리병들이 여러 개 올려져 있었는데, 이 시대에는 아직 유리병을 용기로 쓰는 일이 드물어 장식품으로 여겨질 뿐이었다.“이게 대체…”이정이 묻기도 전에 객실 문 위에 달린 방울 소리가 울렸다.“딸랑, 딸랑, 딸랑…”지은과 이정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가시지요.”지은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왕자께서도 이게 무엇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이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앞으로 나서서 문을 열었다.지은은 방 안에 있던 세 명의 부인에게 장사꾼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아가 꽤 오래 자리를 비웠네…”큰언니라 불리는 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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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장

“이게 대체 뭐지?”큰부인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유리병 하나하나를 집어 들여다보았다.“이런 건 처음 보는 걸.”“역시 안목이 대단하세요.”지은이 비위를 맞추듯 칭찬하자, 큰부인은 턱을 높이 들며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그야 당연하지. 나는 미사 화장품 상점의 단골이거든.”큰부인은 거만하게 말했다.“미사 화장품 상점의 화장품인지 아닌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지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그렇다면 부인께서는 분명 재력이 대단하시겠어요. 미사 화장품 상점의 화장품은 하나하나 값이 워낙 비싸서, 저는 몇 달을 일해도 겨우 하나 살까 말까거든요.”셋째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찻집에서 일하는 네가 미사 화장품 상점의 화장품을 쓴다고?”“미사 화장품 상점의 물건은 전부 최고급이잖아요.”지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억울한 듯 말했다.“세상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니까요.”“그만해라, 그만.”큰부인은 셋째를 타이르며 눈빛으로 경고했다. 지금 이들은 눈앞의 이 아가씨에게서 미사 화장품 상점의 물건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이 물건들은 정확히 뭐란 말이냐?”“네, 부인.”지은은 금세 풀이 죽은 기색을 털어내고, 다시 발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세 분 부인께서는 정말 운이 좋으세요. 조금 전, 미사 화장품 상점의 주인께서 이곳에 신선로를 드시러 들르셨거든요. 그리고 청연각 찻집의 주인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어요!”“원래는 화장품 한 가지만 증정할 예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직 상점에 판매되지도 않는 특별 제품으로 바뀌었어요. 그것도 아직 상점에 내놓지도 않은 물건으로 말이죠.”지은은 일부러 숨을 고른 뒤 말했다.“바로 이 손톱 염색액들이죠!”세 부인이 동시에 되물었다.“손톱 염색액?”“말 그대로 손톱에 바르는 물이에요.”지은은 가지런히 늘어선 수십 개의 병을 가리켰다.“이렇게 색상도 아주 다양해서, 부인들께서 마음에 드는 색으로 손톱을 물들일 수 있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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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장

“뭐라고?”세 부인은 동시에 몸을 지은 쪽으로 기울이며, 그 ‘특별한 비밀’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지은은 몸을 낮춰 허리를 굽히고, 목소리를 낮게 깔아 속삭였다.“찻집 주인께서 말하시길,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신선로를 좋아하는 손님께 특별히 가격 인하를 더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으셨대요. 그러자 미사 화장품 상점의 주인이 이렇게 답했답니다…”“내일, 미사 화장품 상점에서 손톱 염색약을 처음으로 정식 판매하는 날에, 이렇게 손톱을 칠한 채로 오셔서 회원증을 처음으로 제시하시는 손님께는…”지은은 일부러 말을 끊어 긴장감을 주었다가,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아무런 비용도 내지 않고, 화장품 한 가지를 골라 집으로 가져가실 수 있게 해 주신대요!”“!!!”사실, 미사 화장품 상점은 매달 서로 다른 구매 정책을 운영하고 있었다.손님들이 소비 자체를 놀이처럼 느끼게 만들어, 굳이 필요한 물건이 없어도 상점에 들르게 하려는 계산이었다.개점 첫 달에는, 모든 고객에게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소형으로 구성한 ‘체험 모음’을 무료로 제공했다. 직접 사용해 보고 효과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다.두 번째 달부터는, 한 번에 열 냥 이상의 화장품을 구매하면 무료로 회원증을 발급해 주었다. 회원이 되면 가격 인하, 적립, 명절 특별 증정품, 심지어 신상품을 누구보다 먼저 구매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다.미사 화장품 상점의 회원증은 황금빛 금속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소유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또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과거 실제로 회원증을 위조하려다 적발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그 사건 이후, 상점 주인은 관청과 협조해 엄중히 처벌하게 했고, 값비싼 보석을 박아 진품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회원증 자체의 격을 한층 끌어올렸다.덕분에 이 회원증 한 장은 ‘소유할 가치가 있는 상징’이 되었다.회원증에는 생년월일이 명시되어 있었기에, 미사 화장품 상점은 생일이 있는 달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추가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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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장

“연기가 정말 완벽하군.”이정이 칭찬했다. 지은이 손에 든 은전 주머니를 즐거운 듯 위아래로 던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였다.지은은 떨어지는 은전 주머니를 재빨리 낚아채 소중히 소매 속에 숨겼다.“과찬이십니다, 왕자님.”“아가씨에게 한 번 건넨 뇌물만 해도, 저 세 부인이 한 끼에 먹은 신선로와 다과 값보다 훨씬 많더군.”사실이었다.지은이 마지막 말을 던지자, 세 부인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큰부인이 은전 한 냥을 꺼내 오늘의 음식값으로 내려놓은 뒤, 다시 한 냥을 더 올려놓았다.다른 손님들에게는 손톱 염색액을 발라주지 말라는 ‘입막음 값’이었다.그러자 지은은 고개를 숙인 채 난처한 척하며 말했다. 이것은 찻집 주인의 지시라서 어길 수 없고, 만약 이를 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은 쫓겨날지도 모른다고.그러자 부인들은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각자 은전 한 냥씩을 더 얹어 놓았다.결국 지은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척하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해고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세 부인은 크게 만족한 얼굴로 방을 나서며, 미사 화장품 상점의 제품을 가장 먼저 손에 올린 자라는 듯 손을 휘휘 흔들어 손톱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내일, 가게 문이 열리는 아침이 되면, 저 세 사람은 분명 상점 앞에서 서로 밀치고 있을 거예요.”지은은 웃으며 말하며, 이정을 안내해 객실을 나섰다.그들은 곧장 4층의 종업원 방으로 향했다.지은이 작은 문을 열쇠로 열자, 이정은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그의 시선은 방 안에 놓인 각종 장치들에 고정되었다.작은 손이 문을 닫아 잠그고, 상자의 덮개를 열었다. 이어 4층에 고정돼 있던 승강기를 붙잡고 있던 나무 지렛대를 풀어냈다.속박이 풀리자, 승강기는 살짝 흔들렸다. 지은은 나무 막대를 붙잡고, 원반을 원을 그리듯 돌리기 시작했다.“이 승강기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거지?”이정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도르래 장치를 사용했어요.”지은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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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장

지은은 종이에 모든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저들은 네 명이에요. 의자매를 맺은 사이로, 큰언니, 둘째, 셋째, 막내라고 불렀죠. 이 가운데 둘째는 후궁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이미 폐하의 아들을 낳은 몸이기도 해요.”“제 생각엔 바로 그 둘째가 가장 수상해요.”지은은 차분히 분석했다.“왕비, 선왕비, 그리고 장 덕비… 세 분 모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만약 계획이 성공한다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쪽도 바로 그 여인이에요.”지은은 추가로 정보를 덧붙였다.“왕자님께서 종업원으로 가장하고 계실 때, 제가 그 객실의 예약 명단을 확인했어요. 방을 예약한 이름은 ‘강주실’이었습니다.”이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는 이름이었다.“강주실이라면… 그건 우리 어머니의 이름이잖아!”“!!!”“설마 밖으로 나갔던 둘째가 어머니였다는 말이냐?”이정은 혼란에 빠져 말을 이어 갔다.“어머니가 친우인 선왕비를 해치려 했다고? 거기다 장 덕비까지… 그, 그럴 리가…”“아닙니다!”지은은 즉시 말을 끊었다.자신의 손으로 직접 빼돌린 손님을 대신해 부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왕비 마마는 아닙니다!”“아니라고?”이정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방을 예약한 이름도 같고, 우리가 의심하는 둘째는 후궁이며 아들도 있다 했잖아.”그가 더 깊이 오해하기 전에, 지은은 서둘러 설명했다.“문제의 객실은 410호였고, 왕비 마마께서 나오신 방은 401호였습니다!”“어머니를 그만 감싸라!”이정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네가 어떻게 어머니가 정말 401호에서 나왔다는 걸 확신하지?”“제가 직접 왕비 마마와 부딪쳤고, 그때 401호에서 나오시는 걸 보았습니다.”지은은 또렷하게 말했다.“그리고 제가 직접 모시고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 드렸습니다. 왕자님께서 보시기 전에요. 그러니 그분이 둘째일 리는 절대 없습니다!”이정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결국… 어머니가 정말 이곳에 왔다는 말이군.”“!!!”‘결론은… 나를 떠보신 거였어?’지은의 입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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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장

“그들은 선왕비를 해쳤던 것과 같은 수법이라고 했어요. 그 일은 십여 년 전에 벌어진 일이죠.”이정이 입을 열었다.“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그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 선왕비께서 태자를 출산하셨을 당시의 정황과 계획에 대해서는… 내가 어머니께 직접 물어보도록 하지.”“왕자님.”지은이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부디 왕비 마마뿐만 아니라, 그때의 산파와 어의,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관련자 전원을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럴 생각이었다.”이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세심함과 치밀함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또한 장 덕비의 현재 산파 역시 따로 조사할 생각이다. 산파뿐만 아니라, 어의, 시녀, 궁녀… 장 덕비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심 대상이 된다.”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작은 단서 하나가, 가장 빠른 해답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좋다. 이 부분은 내가 직접 책임지고 조사하겠다.”이정은 단호하게 약속했다.“그렇다면, 그 흉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일은 왕자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지은은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내려다보다가, 남아 있는 세 사람의 이름에 원을 그었다.“저는 이 셋을 통해 둘째의 정체를 밝혀내 보겠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저들이 먼저 우리를 찾아올 거예요.”이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째서 그들이 미사 화장품 상점으로 갈 거라 확신하지?”지은은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왕자님께서는 아직 내실의 여인들이 지닌 힘을 잘 모르시는군요.”“미사 화장품 상점에 대한 소문은 나도 조금 들었다.”이정이 말했다.“수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장품 상점이고, 신분을 막론하고 모든 여인들이 그곳의 물건을 쓴다지. 하지만 그 정도로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이지?”“왕자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미사 화장품 상점의 물건은 쓰는 사람의 격을 단번에 끌어올려 줍니다.”지은은 고개를 저었다.“특히, 그 물건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면… 지금쯤이면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자랑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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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장

“뭐라고? 아앗!”지윤이 지은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가냘픈 몸이 탁자를 쾅 치며 벌떡 일어섰다가, 허리에 몰려오는 극심한 뻐근함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태자의 선왕비께서… 스스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해를 입으셨다는 말이야?”지은은 그 고통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윤의 반응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그래. 나와 정 왕자는 그렇게 결론 내렸어.”“그들은 네 명이고, 둘째는 틀림없이 후궁이야.”지은은 차분히 정리했다.“이 부분과, 선왕비께서 출산하셨을 당시의 자세한 정황은 정 왕자가 왕비에게서 정보를 캐낼 거고.”“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머지 세 사람의 정체를 밝히는 거야. 만약 그 셋을 통해 둘째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다면, 정 왕자가 용의자를 좁히는 데 훨씬 수월해질 거야.”‘잠깐만… 왜 자꾸 정 왕자지? 이런 일은 당연히 우리 남편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원래는 아침에 너랑 태자에게 함께 말하려고 했어.”지은이 덧붙였다.“그런데 어젯밤 청연각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늦게 잠들었거든. 눈을 떠 보니 이미 태자는 정 왕자와 함께 조정 아침 회의에 나가 있었고. 정 왕자가 얼마나 알아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흠… 한마디 걸러 정 왕자네… 이거…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나는 말이야…”지윤은 더 캐묻지 않기로 마음먹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화제를 돌렸다.“시간이 너무 흘렀어. 미사 화장품 상점 곧 문 열어야 할 시간이야. 가게로 가서 그 여자들을 기다리자.”두 여인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지은은 곧바로 청연각의 두 관리인, 기연과 다빈에게 지시를 내렸고, 지윤은 생각 끝에 이현이 어제 아들을 궁으로 들여보냈다는 사실을 떠올려 애나에게 먼저 궁으로 가서 아들 시후를 데리러 갈 것이라 전하게 했다.지윤의 생각은 분명했다.미사 화장품 상점에서의 일이 어떻게 끝나든, 그 뒤에는 반드시 왕비를 알현해 모든 것을 직접 물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명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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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장

조정에서 급히 걸어 나오던 큰 키의 남자는 효성으로부터 지윤과 시후가 주실의 홍춘궁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연못 중앙의 수상 정자에서는 아이의 기분 좋은 옹알이와, 애정을 듬뿍 담은 달콤한 장난 소리가 어우러져 울려 퍼지고 있었다.“아… 까꿍! 시후, 엄마가 보이니?”작은 손이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펼쳐지자 아이는 깔깔 웃으며 기뻐했고, 그와 동시에 통통한 손으로 지윤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정말 영리하군요.”지은이 웃으며 칭찬했다. 그녀는 사건의 현장이었던 청연각 찻집의 주인이자 증인의 자격으로 주실을 알현하러 함께 왔고, 얇은 면사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지윤은 누가 뭐래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그야 당연하지. 우리 아들이니까.”‘맞아 맞아! 엄마 아들이야!’작은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외치듯 울렸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에 친부인 이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날이 갈수록 이 모자는 서로를 그대로 빼닮아 가고 있었다.“태자비.”이현은 공적인 자리인 만큼, 공식적인 호칭으로 아내를 불렀다.태자의 음성이 울리자, 정자에 있던 모두가 급히 일어나 공손히 예를 올렸다.“태자 저하.”지윤 또한 정중히 호칭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왜 온 거야…’이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손을 흔들던 아이가, 순식간에 몸을 굳힌 채 그를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이 녀석이 정말…’복숭아꽃 같은 눈동자가 아내의 품에 안긴 아들을 바라보았고, 아이 역시 작고 까만 눈으로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시후를 데리고 알현하러 온 건가?”“네. 왕비 마마를 뵙게 하려 데려왔습니다.”지윤의 대답에, 이현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의아해하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이리 다오. 내가 안아 보지.”‘싫어! 만지지 마!’작은 몸이 지윤의 품 안에서 버둥거렸지만, 마치 귀신처럼 빠른 손이 번쩍 내려와 아이를 순식간에 빼앗아 갔다.“조심하세요!”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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